요즘 정말 힘들다. 학교에서는 같은 과 동기들에게 치이고, 알바에서는 손님들에 치이고, 집에서는 과제에 치이고... 나만 이렇게 힘든가?.. 이딴게 청춘인건가...? 그렇다면 청춘답게 나는 이 스트레스를 풀어야만했다. "니가 왠 술이냐?" 그렇다. 역시 대학생은 술이징 어차피 내일은 주말이겠다 아주 딱 좋아. 같이 마셔줄 상대는 내 스트레스 근원지와는 아무 관련이 없는 불알 친구 정호석! "요즘 그 소주 또 새로운 맛 나왔다며 우리 그거 마셔보자!" 분명 정호석도 힘든 일이 있겠지싶어 내 상황을 찡찡대고 싶지는 않았다. 그냥 편한 사람하면 바로 떠오르는게 정호석이었기에 즐겁게 시간을 보내고 스트레스를 풀고 싶었을뿐 불투명한 유리문으로 밀폐된 룸에서 정호석과 이것저것 얘기하다보니 평소보다 술이 쭉쭉들어갔고, 더 빨리 취했다. "야- 정호석~" "어,왜" 이 새끼는 지금 우리 앞에있는 소주병이 하나..둘..셋..넷 네병째인데도 아무렇지도 않은가 아무리 도수가 약한 술이라고 해도 술은 술인데.. 역시 말처럼 생겨가지고 말술이야 "나아- 머리가 핑핑돈다~" "취했나보네 더 마시지마" "시러!! 더 마시거야! 나 더 마실 수 있어!!" "하-미치겠네 야 그만마시라고 김아미" 어지러운 시야로 찌푸려진 정호석의 표정이 눈에 들어왔고 갑자기 서러운 감정이 물밀듯이 밀려왔다 하지만 이때 멈췄어야 했다. 그랬어야만 했다. "흐윽" "어? 야 김아미. 너 울어?" "나 힘든데.. 왜 다 나한테만 그래....." "아미야 미안해. 알겠어, 내가 미안해 집에 데려다줄게 일어나자" 나를 일으켜세워 어깨를 감싸안는 그 핏줄선 손등을 보지 말았어야했다. 다른 쪽 손으로는 내 손목을 잡는 그 예쁜 긴 손가락과 등 뒤로 닿는 탄탄한 가슴을 느끼지 말았어야했다. 술에 취하질 말았어야했다 나는. "어?" 술에 취해 휘청이며 뒤를 돌아 두 손을 정호석의 목에 걸고 입을 맞췄다. 뒷목에서 손을 옮겨 부드러운 뒷 머리카락에 손가락을 넣고 어루만지자 기분이 너무 좋았다. 술에 취해 붕뜨는 기분으로 키스하던 나는 내 허리에 손을 얹고 농염하게 매만지는 정호석의 손이, 내 허리를 자신에게 끌어당겨 안는 팔뚝이 느껴질 때쯤 정신을 차렸다. "하-" 비규칙적인 숨을 내 뱉으며 입술을 뗀 내 입술에서 정호석의 시선이 떨어지지 않았다. 더불어 정호석의 단단한 팔뚝조차도. 평소에는 마냥 헤실헤실 웃고다니던 녀석의 이런 남자스러운 분위기가 이질적으로 느껴졌다. 어떡하지... 방법은 하나뿐이다. 술취한척 아무렇지 않게 밖으로 나가서 집으로 도망가는것. 정호석의 품에서 빠져나와 전력질주하려던 그 때 나는 넘어졌고 그후로 기절했던 것 같다. 깨어나보니 정호석의 침대 위였고 내 목 아래까지 덮어진 포근한 이불에서 정호석의 향기가 나는 듯 했다. 으윽- 창피해!!! 어제 밤의 기억이 새록새록 내 머리를 차지했다. "깼어?" 문을 열고 들어오는 정호석이 내가 누워 있는 침대의 옆자리에 가볍게 앉았고 쟁반위에 가져온 죽을 보여주며 말했다. "나 죽 처음 끓여봤어 너 때문에" 나는 어색해서 눈도 잘 못마주치겠는데 정호석은 기억이 안 나는건가 "아프지도 않은데 왜 죽을 끓였어" 애써 아무렇지 않은 척 내 목에 닿는 이불만 바라보았다 "그러게-" 내 눈을 쳐다보며 정호석은 싱긋 웃고 한 손을 들어 내 볼을 살짝 쓰다듬었다. 깜짝놀라 커진 내 두 눈에 정호석이 하얀 이를 드러내고 박장대소했다. 저렇게 웃는걸보니 기억 안 나나보네 다행이다 하긴 술을 둘이서 네 병이나 마셨는데... 그런데 어딘가 씁쓸한 감정이 드는 것은 왜일까 "야 너 어제 내 앞에서 넘어진거 기억나냐?" 한참 웃던 정호석이 내게 물었다. "..." 기억하고 있었어...? 창피함에 한 없이 이불속으로 파고 들던 나를 제지하고 정호석이 이불을 걷었다. "대낮인데 언제까지 누워있으려고 나가서 영화나 보자!" "영화?" "응, 영화. 보고싶은 영화가 생겼거든" 얜 도대체 뭐지...? 기억이 어디까지 나는걸까 "영화보고 뭐하게" 키스까진 아닐것이라는 내 기대를 찢어버리고 정호석이 말했다. "어제 니가 나한테한거 한 번 더." "...!" "아니, 오늘은 조금 더 진하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