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슙국]반인반수 정국이 키우는 윤기 썰
1. 첫만남
"나 동물 별로 안 좋아 하는거 너도 알잖아."
"아 형! 그냥 동물이 아니잖아, 응? 반인반수몰라? 사람이기도 해."
"생일선물은 받는 사람이 기뻐야 생일 선물인거야. 도로 가져가"
"에이 형, 그러지말고 며칠만 데리고 있어봐. 형도 좋아할껄?"
"정호석, 진짜 화내기전에 그거 가지고 가라 얼른."
"아 혀엉..어머?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되어버렸네? 형, 나 얼른 가야겠다. 지민이랑 약속이 있어서. 미안해 형!! 애기 잘 키우고!"
"야,야!! 이 미친새끼야!!"
갑자기 저를 불러내 토끼 한마리를 던져주더니 생일 선물이라며 키우라는 호석을 보고 윤기가 욕짓거리를 내뱉었다. 평소 동물이라면 질색, 귀찮은 일도 질색하던 저인더 그걸 알면서도 반인반수라는 생물체 하나를 던져주고 간 호석에 어이가 없었다. 호석을 만나러온 공원에 멍하니 서있던 윤기가 가만히 서 있어도 해결책이 나오지 않는다는걸 알았는지 집으로 걸음을 옮겼다. 집에도착해 쇼파에 토끼를 내려놓은 윤기는 머릿속이 더 복잡해졌다. 진심으로 키우기는 싫었으니 입양샤이트에 올릴까, 보호소에 보낼까 진지하게 고민하던 윤기가 얼마전부터 애완동물을 키우고 싶다고 하던 남준이 생각나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어, 남준아. 너 얼마전에 애완동물 키우고 싶다고 안했냐? 토끼 한번 안 키워볼래?"
'아 형, 죄송한데 저 얼마전에 강아지 샀는데..페이스북 못 보셨어요? 지금은 제 강아지 하나로도 벅차서..조금만 일찍 말해주시지..죄송해요 형.'
"아냐, 니가 미안할건 또 뭐있냐. 잘 키워라 강아지."
'네 형, 나중에 술 한잔 해요.'
"어. 나중에 보자"
'아, 참 형. 그냥 그 토끼 형이 키우시는 것도 괜찮을 것 같은데, 형 의외로 잘 어울리거든요. 동물들이랑'
"쓸더없는 소리말고, 끊자."
작게나마 희망을 걸었던 남준이 거절하자 윤기는 더 복잡해졌다. 일단 입양사이트에 글을 올리려고 방으로 향하던 그 때, 쇼파쪽에서 울음소리가 들렸다. 깜짝놀란 윤기가 쇼파를 바라보자, 어느새 아가로 변해버린 토끼가 울며 누워 있었다. 당황한 윤기가 쇼파로 다가가 아기를 향해 몸을 구부리자 아기가 윤기의 소매를 잡고 옹알거리기 시작했다.
"쥬이..쥬이..마마, 맘마.. 꾸기, 망마.."
"뭐라는거야 얜 또, 뭐, 배고프다고? 미안한데, 아직 내가 너에대한 정보를 하나도 모르거든? 니 이름, 나이, 성별..은 뭐 보니까 남자네, 어쨌든, 심지어 너한테 지금 뭘 먹여야 하는지도. 내가 금방 좋은 주인 찾아 줄테니까 조금만 기다려. 정 안되면 보호소라도 데려다 줄테니까."
"쥬이..? 쥬잉, 앙대..으응.."
뒤에서 뭐라고 옹알옹알대는 아이를 무시한채 돌아서 냉정하게 방으로 들어가 문을 닫은 윤기가 컴퓨터를 켰다. 인터넷에 들어가 동물 입양사이트에 접속한 윤기가 빠르게 글을 올렸고, 동시에 주변의 보호소에대해 검색하기 시작했다. 사이트에서 윤기에게 보낸 질문 쪽지에 대답하고, 보호소를 검색하는데에 정신이 팔린 윤기는 어느새 거실 쇼파위에서 배고프다고 울던 토끼를 잊어버렸다. 몇시간째 사이트에서 오는 연락에 대꾸를 해주다가 전혀 진전이 없는것 같아 그만두기로하고 컴퓨터를 끈 윤기가 침대에 누우려다 문득 아기가 생각나 거실로 나왔다. 쇼파위에는 울다가 지쳐 잠든 아기가 떨어질듯 말듯 위태롭게 누워있었다. 괜히 측은하고 자신이 나쁜새끼가 된 것 같은 느낌을 받은 윤기가 아기를 안아들어 침대로 옮겼다. 어쩐지 계속 자신이 키우게 될 것 같은 불안한 느낌이 윤기의 머릿속을 스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