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는 눅눅하고 피부로 느껴지는 습기는 가뜩이나 좋지않은 기분을 더 불쾌하게 만들고,
거세게 쏟아지는 비는 지금 내 애인의 집에서 새나오는 재수없는 여자의 신음소리를 흐리게 만들어준다.
지금이 문을 따고 들어갈까, 초인종을 누를까, 아니면 일을 끝낼 때 까지 기다려줄까.
맘같아선 두 년놈의 머리채를 잡고 바위치기하듯 빻아머리고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김태형이 이런적이 한 두번이었던 것도 아니고 ,좀 더 마음을 가라앉히기로 했다.
결국 내가 고른 방법은 가장 신사적인 초인종 누르기.
딩동-
초인종을 누르니 우당탕 소리가 들려오고, 곧 인터폰에서 '누구세요?' 라고 묻는 태형이의 음성이 흘러나온다.
옆으로 비켜서있던 내가 말 없이 나임을 확인 할 수 있도록 인터폰 앞에 바로서자 약간의 텀을 두고 한번 더 물어온다.
"누구시죠"
"나인거 알잖아, 얼른 문 열어. 밖에 비 온단 말이야."
"아, 들켰네. 나 샤워하려고 방금 막 옷 벗어가지구. 조금만 기다려."
샤워는 개뿔, 다른여자랑 있었던거 내가 모를 줄 아는거니 태형아.
한 2~3분쯤 기다렸을까.
띠리릭- 소리가 내며 문이 열렸고 대충 티와 반바지를 입은 네가 나를 반겼다.
네가 밖으로 나오기도 전에, 내가 먼저 안으로 들어서 문을 닫았고, 문이 잠긴 걸 확인하고 애써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집안에
들어섰다.
들어오자 마자 맡아지는 옅은 땀냄새와 익숙한 향수냄새.
기분나쁘게도 하필이면 이 여자는 나랑 같은 향수를 쓰는가보다.
오늘따라 역하게 느껴지는 향수냄새에 창문을 열며 손님이 왔다 갔냐고 물으니 좀 전에 친구가 왔다가긴했다고 거짓말을 늘어 놓길래,
그럼 땀을 왜 이리 흘리고 있냐 물으니 운동을 해서 그렇다며 대충 넘어가려고했다.
난 다 알고 왔는데 왜 자꾸 거짓말을 하는건지.
널 소파에 앉혀놓고 네게 다가가 뒷목을 살살 쓰다듬으며, 집 어딘가에 숨어있을 여자가 새겼을 흔적 위에 가볍게 키스하고 '이건 모기에
물렸다고 하게?' 라고 물으니까 ,그제서야 여태까지 한 질문들의 의도를 파악한건지 평온하기만 했던 눈빛이 큰 파도를 만난듯 찰랑이기 시작했다.
"내가 맨날 봐주니까 너무 막나가네, 빨리 저 여자 불러서 옷 챙겨입고 나가라고그래."
말은 그렇게했지만 네가 그렇게 하지 못할걸 알고있고, 따라오지말라고 으름장을 놓고선 네 대신 내가 침실로 발걸음을 옮겼다.
난 일렬로 줄 늘어선 옷장들을 뒤적였고, 마지막 칸을 열었을때 그 안에서 당혹스런 눈빛으로 서있는 여자와 마주할 수 있었다.
그녀를 찾은 뒤 침대에 걸터앉아 그녀를 쳐다보고만 있으니 슬그머니 나와 옷을 주워입기 시작했고, 난 그 모
습이 퍽 우스워보여 코 웃음이 나왔다.
태형아, 나 갈게. 다음에 봐.
그 덕에 여자는 조금 자존심이 상했는지 옷을 챙겨입고 현관을 나서면서도 얕은 자존심을 부리는데, 태형이가 대답할리가 있나.
조용한 거실 쪽 바라보며 잘게 표정이 일그러지는 그녀를 밀치듯 밖으로 내쫒고나니, 어느새 태형이가
다가와 내 허릴 감싸 안았다.
그리고 응석 부리듯 내 목덜미에 얼굴을 파묻고선 날 버리지말라며 애원하듯 속삭인다.
그런 널 떼어 내고 네 앞에 바로 서니, 죄인이라도 된 냥 바닥에 꽂힌 시선은 나를 마주할 줄 모르고.
네 고개를 들어올려 가볍게 키스하면 그제서야 스물스물 흐드러지게 생기가 피어나는 너.
태형아, 넌 모르지?
지금 이 모습이 얼마나 사랑스러운지.
그리고 그 사랑스러움에 취한 나는, 너를 버릴수도 떠날수도 없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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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허허허 아까 자둔 바람에 새벽에 잠 못들어 이런 망글을 싸질러봅니다......ㅎ 쓰고나니까 동이 트기시작하네요, 사실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닌데... 뒤늦게나마 자러 가봐야겠네요. 망글을 읽어주신 여러분들 감사합니당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