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소년단/김태형] 네가 없는 시간.00
빗줄기는 온 지구를 삼켜버릴 듯이 세차게 쏟아져 내리고 있었다. 나는 창문 앞에 앉아 그 빗줄기를 하염없이 바라보았다. 쏟아지는 빗줄기가 창문과 지면을 두들기는 소리와, 에어컨의 위잉위잉하는 진동소리가 온 집안을 가득 채웠다. 희망온도를 가장 낮은 온도로 설정해 둔 탓에 방안은 초가을마냥 쌀쌀했다. 나는 홑이불을 턱 끝까지 끌어올리고 빗줄기를 받아내느라 아래로 축 늘어진 나뭇가지들을 바라보았다. 그냥 창문 밖을 계속 쳐다보았다.
나는 너를 기다리고 있다.
언젠가처럼 아무렇지 않게 네가 돌아오기를.
흩날리는 벚꽃 잎 사이로 손 잡았던 어느 봄날처럼 내게 손 내밀기를.
마트에 갔다가 양손 가득 아이스크림을 들고 돌아오던 한 여름날의 오후처럼 네가 환히 웃으며 나타나기를.
빨간장미 꽃다발을 들고 수줍게 미소지으며 걸어오던 어떤 가을날의 초저녁처럼 나타나기를.
이제 같이 살자며 말하던, 바람에 흩날리는 눈송이처럼 파르르 떨리던 목소리가 다시 내 귓가에 들리기를.
너를 기다리는 중이다.
태형아.
네가 없는 시간동안 나는 너를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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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형이를 생각하면 비에 젖은 축축한 공기가 코 끝으로 훅 밀려온다. 웃을 때 아래로 휘어지는 눈꼬리를 생각하면 버스정류장 지붕 모서리에서 떨어지던 빗방울이 떠오르고. 내 이름을 부르는 낮고 정직한 목소리를 떠 올리면 빗소리가 들리는 듯 하다. 내가 김태형을 사랑하게 된 순간에는 비가 내리고 있었다. 그래. 장맛비가 끝을 모르고 쏟아지던 여름 날, 어느 시골의 버스정류장에서 태형이를 마주쳤을 때. 나는 그 때 김태형을 사랑하게 되었다.
*최대한 빠른 시간내에 본편을 시작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