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석은 딱 죽을 만큼 괴로웠다. 루한의 손이 민석의 유두를 지분거렸다. 민석은 마지막 자존심을 지키기라도 하듯 입술을 꾹 깨문채 아무소리도 내지 않으려 애썼다. 그런 민석을 가만놔둘 루한이 아니였다. 루한이 민석의 입술에 다시 자신의 입술을 맞붙였다. "소리 좀 내봐. 그렇게 나랑 하고 싶어했는 데 오늘이 니 소원 푸는 날 아니야?" 벌어진 입술사이로 뜨거운 입김이 내뿜어져 나왔다. 민석은 온 몸이 새빨개진 기분이었다. 제발 루한이 지금이라도 멈췄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힘들었던 연습생 생활을 마치고 시작된 연예계로의 데뷔는 루한으로 인해 힘들었다. 아무에게도 말할 수 없었다. 이 사실이 노출되기라도 한 다면 민석은 물론 엑소멤버 전체에게 큰 타격일 것이었다. "그만해...제발..." "너가 원했잖아." "난 이런거 원한 적 없어...그리고..." 난 이제 너같은 거 안 좋아해. 루한의 손이 멈췄다. 나같은거? 루한의 목소리가 떨리고 있었다. 민석이 눈을 꼭 감았다. 루한의 목소리도 듣고싶지 않았고, 얼굴도 보기 싫었다. 멈춰있던 루한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루한이 민석의 몸을 뒤집었다. 얼결에 침대에 배가 닿은 민석이 발버둥쳤다. 루한이 민석에게 손가락을 삽입했다. "여기로 내 이름 부르면서 자위했잖아." 민석의 얼굴이 붉어졌다. 사실이었다. 되돌리고 싶은 사실.죽고싶은 기분이 들었다. 손가락이 한 개 더 들어갔다. 구멍을 늘였다 줄였다 하는 손가락이 적나라하게 느껴졌다. 루한이 민석의 새하얀 목덜미에 이를 박고 억지로 민석의 허리를 들어올렸다. 민석이 울음을 터뜨렸다. "정말 나한테 왜 그래? 내가 너를 좋아한게 죄야? 나도 너를 좋아하고 싶어서 좋아한게 아니잖아. 왜 나를 이렇게 괴롭혀. 왜,왜 나를 이렇게 만들어." 루한은 민석의 말에 대답하려는 생각조차 없어보였다. 루한의 손가락이 민석에게서 빠져나왔다. 곧 민석은 손가락보다 더 굵고 묵직한 것이 느껴짐을 깨달았다. 루한이 민석의 허리를 꽉 붙잡았다. 여기저기 멍자국이 가득한 마른 몸이 이리저리 흔들렸다. 민석이 얼굴을 대고있던 곳에 눈물자욱이 번졌다. 비참하고 비참했다. 너무나도 큰 아픔에 민석이 악을 썼다. 루한이 민석의 입을 틀어막았다. 방안에서 가늘게 미처 막아지지 못한 소리가 가늘게 흘러나왔다. 민석은 몸이 좋지 않다는 핑계로 안무연습을 빠졌다. 실제로도 몸 이곳저곳이 뻐근해서 그저 핑계뿐이지는 않았다. 콘돔을 사용하지 않은 관계 때문에 민석은 하루종일 설사에 시달렸다. 통통했던 볼이 홀쭉해지자 멤버들이 납작만두라며 놀렸지만 웃음같지 않은 웃음만 나왔다. 컴백이 얼마남지 않은 시점이었다. 민석은 안무연습에 가지 못해 조금 불안하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다행이었다. 루한이 없는 숙소는 평온했다. 독설을 날리지도 때리지도 않았다. 민석이 선풍기를 틀고 쇼파에 누웠다. 민석은 간만에 제대로 된 잠에 들 것같은 기분이 들었다. 위이잉 소리를 내며 돌아가는 선풍기 소리가 민석의 귀를 울렸다. 민석은 곧 잠에 빠져들었다. "루한형, 나 좀 봐요." 잠깐의 쉬는 시간에 백현이 루한을 불렀다. 멤버들이 의아한 눈빛으로 둘을 보다가 이내 커다란 생수병쪽으로 관심을 돌렸다. 연습실을 나온 둘은 잠시 어색하게 서로를 보았다. "민석이형한테 무슨 짓 했죠." "너가 알바야?" "같은 그룹 멤버잖아요, 우린." "아무일도 없었으니까 관심꺼." "민석이형 때렸죠. 나 다 알아요." 백현의 순해빠진 눈매가 루한을 원망하는 듯이 바라보았다. 루한이 입을 열려다가 이내 입술을 꾹 깨물었다. 변백현은 주제넘고 건방지다. 루한은 짜증이 밀어올라왔다. 제 까짓게 뭐라고 쟁알쟁알 쏘아대는 것 인지. "너가 뭘 아는 데?" "형이 민석이형을 왜 때리는 지, 그리고 어제는 어떻게 했는 지 까지." 루한이 가만히 서서 백현을 보았다. 백현은 확실히 보통은 아니였다. 루한이 짜증스럽게 대답했다. "그래서 뭐, 우리 형 아프니까 건드리지 말아줘요. 그런거냐?" "쓰레기." 루한의 뺨에 백현의 주먹이 꽂혔다. 저 자식 합기도 했다는 게 헛으로 먹은 말은 아니였나보네. 루한이 침을 퉤 뱉었다. 붉은 피가 섞인 침이 흉물스런 모양으로 바닥에 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