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 저 이거 좋아하는 거 어떻게 아셨어요?"
짖궂게 큰 소리로 말한 너 때문에 사람들의 이목이 모여들었다.
네가 좋아하는 음료수 캔을 들고 멈춰 선 내 앞,
장난스럽게 올라간 입꼬리가 확인사살 시켜주 듯 내게 말을 거는 것만 같았다.
너도 나처럼 잘근잘근 밟아줄게.
내가 얼마나 힘들었는지, 얼마나 아팠는지
너도 한번 당해봐.
너와의 추억은 항상 나를 땅거미진 그늘로 끌어 당겼다.
분명 내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때임엔 틀림이 없는데,
그 기억은 또한 나를 미치도록 아프게했다.
".....검색해 봤어요."
겨우겨우 뱉어낸 말에 네가 피식 웃었다.
'그건 제 팬들도 모를텐데, 신기하네'
오른손으로 머리를 글쩍이는 네 모습에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네 옷자락을 붙잡았고,
그런 나를 보던 네가 웃음을 터뜨렸다.
"어쨌든 고마워요"
흘리듯 뱉어낸 말과 함께 내 머리를 쓰다듬는 손길에
아픈 가슴이 바보같게도 설렜다.
사라져가는 네 뒷모습이
5년 전 뒷모습과 겹쳐보였다.
18살의 나도, 23살의 나도
여전히 네 그늘 아래서 벗어날 수 없었다.
민윤기가 결혼했다
-Starting Over
"제 작업실에 여자가 온 건 처음이라,
많이 더럽진 않죠?"
"..네?네! 괜찮아요"
윤기가 정말 작업실에 처음 여자를 들인건지는 모르겠지만,
윤기가 데뷔하기 전에 헤어진 나로서는 처음 발을 내딛는 장소였기 때문에
정말 신기하단 듯 '우와 우와' 거리며 주변을 둘러봤다.
그의 깔끔한 성격 탓인지 주변은 깨끗하게 정리가 돼있었고,
작업실인 데도 불구하고 색깔별로 모여있는 운동화들에
역시 민윤기, 라며 작게 웃음을 터뜨렸다.
"신발 모으는 거 좋아하시나봐요"
신발들을 이리저리 살펴보며 뱉은 내 말에
이리저리 흩어진 악보들을 정리하던 윤기가
'제가 신발에 좀 집착이 많아요' 라며 옆으로 다가왔고
'이게 제가 제일 좋아하는 운동화에요' 라며
파란색 운동화를 집어들었다.
심플한 디자인으로 된 운동화를 보다
머리를 글쩍였다.
어디서 많이 본 운동환데...
"..어?저도 이 신발 있어요!"
그의 손에 들려있던 파란색 운동화를 집어들고
그를 바라보며 말하자 그의 눈이 동그래졌다.
"진짜요? 이거 한정판이라서 사기 힘드셨을텐데
어떻게 구하셨어요?"
"어..그러니까 이게 선물 받은거 같은데"
언제 받았더라? 하고 생각하며 신발을 이리저리 둘러보다 우뚝 멈춰섰다.
젠장, 윤기가 줬던 신발이었다.
200일 선물이었던가, 500일 선물이었던가.
어쩐지 신발에 관심이 없는 나로서는 가질 수 없는 물건이었는데,
조금만 더 생각해볼걸.
괜히 그의 눈치를 보다 기억이 잘 안난다며
돌아서 일부러 악보들을 만지작거렸다.
"..이거 지금 곡 쓰시는 거에요?"
"네"
"근데 왜 제목이 없어요?"
"탄씨가 지어주셨으면 해서 기다리고 있었거든요"
"..저요?"
그가 지금 또 무슨 생각을 하고 이러는 지 알 수 없어 머리가 아파왔다.
작곡이라는 일에 대해선 지나치도록 공적인 사람이었다.
근데 왜 나한테? 사귈 때도 그런 적이 없었는데 왜 갑자기?
그를 보며 인상을 찡그리자 대조적으로 그는 옅은 웃음을 내보였다.
헤어진 연인을 담은 노래인데,
아무리 생각해도 제목이 떠오르지 않더라구요.
진짜 열심히 지은 노래라서 좋은 제목을 달았으면 좋겠는데,
탄씨가 해 주시면 좋을 것 같아서요.
해 주실 수 있으세요?
피식 웃으며 나를 바라보는 윤기에
고개를 내려 악보를 바라봤다.
"...무슨 내용인데요..?"
불안함에 떨리는 내 목소리에 낮게 웃은 그가
악보를 주어들며 나를 내려다 봤다.
"제가 예전에 정말 사랑했던"
"..."
"정말 미치도록 사랑했던 여자가 있었는데"
"...."
"걔가 바람을 폈어요"
"...윤기씨..."
"그 것도 제가 제일 사랑하는 친구랑요"
"..잠깐만.."
"그 날 제가 가장 아끼던 친구와 사랑했던 여자의
이야기를 담았는데"
"..민윤기"
"제가 제일 싫어하는 기억이라 그런지,
5년이 지났는데도 제목이 떠오르지 않더라구요"
"..야"
"그 여자랑 닮은 탄씨라면
생각 해 주실 수 있지 않을까 해서"
"...그만.."
"안그래요 탄씨?
저 보단 당사자가 지어주시는게..."
".......민윤기!!!!!!"
내 고함에 촬영장이 조용해지고
'탄씨가 안좋은 일이 있으셨다는데,
조금 쉬었다 가죠' 라며
밝게 웃은 윤기가 카메라가 꺼진 걸 확인하자 마자
주먹을 꽉 쥐고 씩씩대는 내게 다가왔다.
"뭘 또 이렇게 흥분할 것 까지야,
재미있게"
"...뭐?"
"내가 이렇게 나올 거 모른건 아니잖아?"
에어컨 바람으로 인해 주위가 덥기는 커녕 춥기까지 한 마당에
등 뒤로 식은땀이 흘러내렸고,
실소를 터뜨리 듯 미친듯이 끅끅 대며 웃던 윤기가
굳은 채 서 있는 내 머리칼을 쓸어 넘겼다.
"네가 지금 무슨 생각으로 이 방송 하고 있는지는 모르겠는데"
"..."
"엿 같은 연애, 다시 시작해 볼 생각이라면"
"..."
"꿈 깨"
머리칼을 만지작 거리던 손이 내 귓볼 근처를 어른거리고,
두 주먹을 꽉 쥔 채 바닥만 바라보는 내 앞에 선 윤기가
무릎을 굽혀 나와 시선을 맞춰왔다.
"내가 겁이 좀 많아서"
"..."
"너 볼때마다 너무 무서워서"
"...야, 민윤기.."
"다시 시작하고 싶어도 못하거든"
"..."
"버림 받는다는 거,
그거 엄청 무서운거잖아. 그치?"
파르르 떨리는 내 속눈썹을 바라보던 윤기가
내게서 멀어지고,
막혀있던 숨을 뱉어내 듯 숨을 내쉬었다.
"..윤..."
"진정 된 것같은데, 촬영 다시 시작하죠"
윤기의 말로 인해 카메라 불이 켜지고,
다시 내 앞에 선 네 얼굴은 차갑게 내려앉아있었다.
정말 여기서 그만 둬야 되는걸까?
정말 여기서 난...
쉴새 없이 파고 드는 생각에 아직 아니라며 고개를 흔들었다.
아직은...,아직은...,
그 세글자가 날 또 네 그늘 안에 가둬 놓았다.
"..윤기씨"
내 부름에 네가 나를 바라봤고,
네가 내게 건네줬던 악보를 네게 다시 건넸다.
"Starting Over"
"..."
"곡 제목 그걸로 하죠"
"..하?"
"..."
"탄씨, 이거 이별 노랜데.
다시 시작은 좀 아닌 것 같.."
"전 다시 시작했으면 좋겠어서요"
"..네?"
인상을 찡그린 채 다시 물어오는 윤기의
눈을 바라봤다.
"이대로 끝나버리면"
"..."
"여자가 너무 슬플 것 같아서"
"..."
"아직 안들어 봤잖아요"
"..."
"왜 그때 그래야만 했는지"
내 말에 머리를 쓸어넘긴 네가 허탈하게 웃었다.
그래, 어쩌면
정말 어쩌면
'18살의 우리는 잊을 수 없는 사랑을 했고'
종이 끝자락에 쓰여진 그 가사 한줄에,
우리도 그 곡의 제목처럼 돌아갈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그런 안일한 생각을 품었다.
+
왜 윤기가 화가 났었는지 밝혀졌는데,
자꾸 글이 잘 안써지는 느낌ㅠㅠㅠㅠ
하루종일 컴퓨터 붙잡고 쓴게 이거라니ㅠㅠㅠㅠㅠ
좀 재미있어지게 노력한다고 했는데,
둘이 다시 이루어지기 전까지는 어려울 것 같네요ㅎㅎㅎㅎ
그리고 윤기가 더 차가워져야하는지 그만 예전의 윤기로 돌아와야하는지
독자님들의 의견을 들어보려 하는데ㅠㅠ
투표 해주시고 가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ㅎㅎㅎ
그럼 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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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닉 신청이라니ㅠㅠㅠ 암호닉 처음 받아봐서 뭔지 몰라서 검색했어요 저...ㅋㅋㅋㅋ 암호닉 신청해주시면 감사히 받겠습니다ㅋㅋㅋㅋㅋ
여튼! 감사합니다 '나니꺼'님ㅎㅎㅎ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