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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탠딩에그 - 그래, 너 

 

 

 

 

[방탄소년단/정호석] 904호 남자, 903호 여자 | 인스티즈 

 

 

 

 

 

 

904호 남자, 903호 여자 

 

 

 

 

 

W. 뽀베 

 

 

 

 

 

 아이고, 삭신이야. 앓는 소리를 내며 침대에서 몸을 천천히 일으켰다. 어제 너무 달린 건가. 작년에는 그렇게 마셔도 몸에 펄펄 날아갈 것 같더니, 겨우 1년 사이에 몸이 폭삭 늙어버린 모양이다. 깨질 것 같은 머리와 더부룩한 속의 환상적인 이중 콤비가 나를 덮쳤다. 쓸데없이 화창한 날씨 탓에 들어온 햇빛이 직격타로 나를 공격한다. 눈을 찡그린 채 침대에 다시 털썩 눕자 왠지 모르게 불안감이 도진다. 어제 내가 뭔 실수를 했나. 오랜만에 필름이 끊길 때까지 술을 마신 덕에 머릿 속은 완벽히 백지였다. 그 녀석만 마주치지 않았더라도 새벽에 술을 마구 들이붓지는 않았을텐데. 필름이 끊기기 전의 장면들이 머릿 속에서 회상되었다. 

 

 녀석을 만난 건 거의 2년만이었다. 그러니까, 대학을 졸업하고나서는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딱히 마주칠 일도 없었고. 근근히 페이스북 같은 sns에서 녀석의 소식을 접하긴 했지만 시큰둥하게 넘기기 일쑤였다. 그만큼 이제는 무뎌졌다고 생각했고, 그 녀석을 직접 눈 앞에서 만나더라도 괜찮을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회식 탓에 간 호프집에서 우연히 마주친 녀석을 보니 눈물이 또 울컥 쏟아지더라. 녀석이야말로 아무렇지도 않게 내게 인사를 건넸는데 말이다. 고개를 푹 숙인 채 대충 인사를 받아주고 화장실로 직행해 엉엉 울었다. 한참이나 자리를 비운 내가 걱정이 됐는지 동료 한 명이 나를 찾으러 와 그제서야 울음을 그치고 테이블로 돌아가 술을 미친듯이 퍼마셨다. 덕분에 필름이 끊겼다. 

 

 갑자기 쓰려오는 속 탓에 침대에서 일어나 어기적거리며 부엌으로 향했다. 차가운 물을 벌컥벌컥 마시자 그나마 낫다. 근데 왜이렇게 불안하지. 이렇게 불안한 것을 보아하니 새벽에 꽐라가 된 채로 실수를 저지른 게 틀림없다. 사실 내가 집에 어떻게 들어왔는지도 기억이 안 나는데. 혹시나 하는 마음에 핸드폰을 들어 통화 기록을 살펴보았다. 다행히 녀석에게 연락을 한 흔적은 없었다. 그래, 이거면 그나마 다행이지. 새벽이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묻기 위해 동료인 슬기에게 전화를 걸었다. 

 

 

- 여보세요.
"나 어제 실수한 거 있냐."
- 어이구, 말도 마. 장난 아니었어.
"... 그 정도야?"
- 뻥이야. 그냥 조용히 술만 마셨어.
"아, 뭐야. 나 집에는 어떻게 들어갔어?"
- 너 꽐라돼서 테이블에 엎드려 있는데 웬 남자 하나가 너 알아보고선 데려가겠다고 하더라. 앞집 산다고 그랬었나.
"앞집? 정호석 씨?"
- 그건 모르고. 하여튼 그 남자가 너 데려갔어. 나중에 그 남자한테 밥이라도 한 턱 쏴라. 해장 꼭 하고. 

 

 

 슬기와의 전화는 그렇게 끝이 났다. 앞집이라면 정호석 씨 밖에 없는데. 머리를 긁적이며 옷을 주섬주섬 챙겨입었다. 해장엔 라면이 최고인데, 뭔 놈의 집구석에는 그 흔한 컵라면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지갑을 딸랑 챙겨들고 현관문을 열자 마침 정호석 씨가 제 집에서 나온다. 저런, 이런 추한 꼴로 마주치면 굉장히 어색한데. 숙취 해소 음료를 손에 든 정호석 씨는 고개를 들더니 내 모습을 발견하고는 밝게 웃음 지었다. 항상 볼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정호석 씨는 웃는 모습이 예쁘다. 정말로 사심 없이. 웃음을 가득 머금은 채 내게 다가온 정호석 씨가 제 손에 들려있던 숙취 해소 음료를 내밀었다. 

 

 

"아직 해장 안 했죠. 이거 먹어요."
"아, 잘 먹을게요."
"속은 좀 괜찮아요?"
"아뇨, 죽겠어요."
"그럼 저랑 해장국 먹으러 갈래요? 맛있는 집 아는데."
"아, 그거 괜찮네요." 

 

 

 순식간에 정호석 씨의 손에 이끌려 해장국 가게에 도착했다. 가깝긴 했지만 꽤나 외진 곳에 있어 여태까지 본 적이 없었나보다. 선지해장국 두 개를 시키고 앉아 있으니 어색한 기류가 맴돌았다. 어쩌면 나만 그런 걸 수도 있고. 나와는 다르게 정호석 씨는 싱글벙글 웃으며 음식을 기다리고 있었으니까. 정호석 씨가 미리 컵에 따라놓은 물을 한 모금 마셨다. 메마른 입술을 혀로 훑다 곁눈질로 정호석 씨를 살펴보았다. 내가 실수를 했으면 어떡하지. 태연히 앉아있는 정호석 씨의 모습에 더욱 애가 탔다. 걱정되니까 일단 물어보기는 해야겠다. 

 

 

"저기, 호석 씨."
"네?"
"새벽에 저 데려다 주셨다면서요. 감사해요."
"아니에요. 이웃끼리 도우면서 살아야죠."
"아, 음... 혹시 제가 실수한 건 없어요?"
"전 남자친구 분 만나셨다고 하던데." 

 

 

 마침 주문한 해장국이 나오고, 맛을 보기 위해 한 숟갈을 입에 넣었다 정호석 씨의 말에 그대로 사레가 들렸다. 켁켁대며 기침을 하자 정호석 씨가 재빨리 물컵을 건넨다. 물컵을 받아 물을 들이키고 나서야 조금 잠잠해졌다. 아니, 정호석 씨는 그런 얘기를 아무렇지도 않게 말한대. 마치 누가 졸업을 했다더라, 같은 말투로 덤덤하게 말하는 정호석 씨 탓에 더욱 당황했다. 한숨을 폭 내뱉고 말을 이었다. 네, 우연히 만났어요. 공깃밥을 해장국에 말아 후루룩 먹던 정호석 씨가 입 안에 한 가득 밥을 넣고 우물대며 나를 쳐다보았다. 그 모습이 꼭 햄스터같다. 생긴 것도 햄스터처럼 생겨가지고는. 

 

 

"그리고선 저한테 하소연 했어요. 들어보니까 그 전 남자친구가 아주 몹쓸 놈이던데요."
"아, 그렇죠. 개새끼이긴 해요."
"격하시네. 안 좋게 헤어졌다는 것도 들었어요. 그렇다고 제가 막 떠벌리고 다닐 건 아니니까 걱정 마시구요."
"아... 아무튼 추한 모습 보여줘서 미안해요."
"왜요, 귀엽던데."
"네?"
"귀여웠다구요." 

 

 

 혹시 정호석 씨 취향이 좀 특이한 쪽인가. 누가 봐도 추했을 모습을 보고는 귀엽다니. 되려 당황한 쪽은 나였다. 그에 비해 정호석 씨는 해장국이 맛있지 않냐며 어서 먹으라고 내게 재촉을 해댔다. 새벽의 나를 생생히 목격한 정호석 씨가 이렇게 눈을 똑바로 뜨고 나를 쳐다보고 있는데 이게 잘도 넘어가겠네요. 울며 겨자먹기로 해장국을 꾸역꾸역 목구멍으로 넘겼다. 젠장, 얼큰하긴 하네. 더부룩하던 속에 따뜻한 국물이 내려앉으니 조금이나마 풀리는 느낌이었다. 허겁지겁 해장국을 먹다 고개를 들자 벌써 제 그릇을 다 비우고는 아예 고개를 괸 채로 나를 바라보고 있는 정호석 씨가 보였다. 아니, 난 대체 왜 이런 모습만 자꾸 보여주는거야. 

 

 솔직히 말해서, 나를 빤히 쳐다보는 정호석 씨의 눈빛에서는 꿀이 뚝뚝 떨어질 것만 같아서 은근히 설레기도 했다. 내가 미쳤지. 추한 모습은 모두 다 보여주고서 이런 거에 설레고 있다니. 내 스스로도 내가 한심했다. 무슨 정신으로 그렇게 술을 마구 퍼마신걸까. 어제의 나는 내 몸이 아직도 말짱할 것이라 생각한건가. 집에 가면 자아성찰을 좀 해야겠다. 며칠 굶은 사람처럼 와구와구 흡입을 하던 방금 전의 내 모습이 새삼 부끄러워졌다. 이제와서야 나름 내숭을 부린답시고 밥이 담긴 숟가락을 호호 불고 있자 정호석 씨는 제 젓가락을 들더니 밑반찬으로 딸려나온 김치를 내 숟가락에 올려주었다. 이거 혹시, 그린라이트인가요. 

 

 

"고마워요."
"되게 애 같은 거 알아요?"
"예?"
"애기 같아요. 내가 챙겨줘야 될 것 같고."
"아하하, 아직 덜 자랐나봐요." 

 

 

 뭔 놈의 남정네가 저렇게 설레는 멘트를 아무때나 툭툭 뱉어낸다냐. 연이어 내 심장을 공격하는 정호석 씨 때문에 정신을 차리기가 힘들었다. 이 남자, 아무리봐도 연애 고수임이 틀림없다. 어쩌면 나도 어장에 벌써 들어가 있는 걸 수도 있고. 어장, 또 그 녀석이 생각난다. 에라이, 쓰레기 같은 새끼. 똥차가 가면 벤츠가 온다더니, 똥차가 지나간 지 벌써 2년이나 지났는데 내 벤츠는 언제쯤 오려나. 무의식적으로 앞에 앉은 정호석 씨를 흘끗 쳐다보았다. 참 괜찮은 사람인데, 진심인지 아닌지 모르겠단 말이야. 엄마가 이런 남자를 제일 조심하라고 그랬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느새 나도 모르게 정호석 씨에게 끌리고 있는 것 같다. 내가 취한 모습을 보고도 귀엽다는 게 뉴타입이라 그런가. 

 

 감사의 표시를 하기 위해 정호석 씨의 몫까지 계산을 하려고 했으나 재빨리 제 것의 계산을 마쳐버린 정호석 씨 탓에 어쩔 수 없이 더치페이를 하게 되었다. 이러면 또 질질 끌게 될텐데. 뒷통수를 긁적대며 고마움의 표시를 어떻게 해야하냐고 묻자 밥이나 한 번 해달란다. 한 턱 쏘라는 것도 아니고, 집에서 밥을 해달라니. 역시 새롭다. 자취 생활 6년차에게 집밥은 껌이니까. 흔쾌히 고개를 끄덕거리고는 가게를 나섰다. 어제 비가 와서 그런지 더운 날씨 속에 시원한 바람이 불어왔다. 

 

 

"저는 연습실로 가야해서, 있다가 봐요."
"연습실이요?"
"아, 말 안 해줬나. 제 전공이 춤이거든요."
"우와, 사람이 좀 다르게 보이네요."
"그 동안엔 뭐, 찌질이로 보였나."
"아니, 그런 게 아니라. 혹시 저 구경가도 돼요?"
"가 봤자 계속 춤만 출텐데. 괜찮겠어요?"
"네, 구경하는 거 좋아해요." 

 

 

 내 말에 조금 머뭇거리더니 나를 이끄는 정호석 씨다. 연습실이라니, 이상하게도 가슴이 마구 설렜다. 고등학교 때 이후로는 처음이다. 잠깐 춤에 빠져서 댄스 동아리에 들어갔었는데, 고3이 되고나서는 공부하기에 바빠 제대로 활동을 하지도 못했다. 그래서 그런지 더욱 흥분이 되었다. 왠지 몸이 막 근질거리고, 또 다른 내가 내 안에서 꿈틀거리는 것 같다. 앞만 보고 달려오느라 항상 한 쪽 구석에만 치워두었던 춤이라는 단어를 생각하니 기분이 묘했다. 들뜬 걸음으로 도착한 정호석 씨의 연습실에는 벌써 음악이 쿵쿵대며 울려퍼지고 있었다. 먼저 있던 사람들 몇 명이 크게 몸을 움직이며 음악에 맞춰 춤을 추는 모습을 보니 내가 다 숨이 차오르는 것 같다. 

 

 

"춤추는 거 좋아해요?"
"관심은 좀 있어요. 고등학교 때 댄스 동아리였거든요."
"정말요? 그럼 춤 잘 추겠네."
"몇 년이나 지났는데요. 몸도 다 굳었을 거예요."
"그래도, 한 번 춰볼래요?"
"아뇨, 오늘은 그냥 구경만 할게요. 다음에 또 데려와줘요." 

 

 

 아쉬운 듯 쩝,하고 입맛을 다신 정호석 씨가 알겠다며 고개를 끄덕거리고는 연습실 구석에 주저앉은 나를 뒤로 한 채 거울 쪽으로 향했다. 벽면을 가득 채운 거울 속에 보이는 내 모습이 이질적이었다. 괜히 추억이 새록새록 떠오르는 것 같아 기분이 간질거렸다. 고개를 돌려 정호석 씨를 찾았다. 입고 있던 후드집업을 벗은 정호석 씨의 몸이 검은 나시만을 남겨두고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세상에, 남사스럽지만 입꼬리가 올라가는 건 기분 탓일까. 멈췄던 음악이 다시 재생되었다. 몸을 풀려는 듯 가볍게 몸을 움직이던 정호석 씨가 곧 격한 안무를 소화해내기 시작했다. 우와, 멋지다. 멍하니 정호석 씨의 모습을 쳐다보았다. 

 

 열정적으로 춤을 추는 정호석 씨의 모습에 입이 떡 벌어졌다. 정말 춤을 사랑하는 사람이구나. 마냥 기계적으로 몸을 움직이는 것 뿐만 아니라, 제각기 변하는 표정들에도 선율이 담겨 있었다. 그렇게 음악이 끝날 때까지 숨소리 하나도 제대로 내지 못한 채 정호석 씨를 바라보았다. 내 시야에 정호석 씨가 클로즈업 되어 나갈 생각을 하지 않았다. 음악이 멈추고, 더운지 혀를 내밀고 헥헥대는 모습이 강아지라고 해도 믿겠다. 물, 물이 어딨더라. 고개를 두리번거리다 옆에 굴러다니던 물을 들어 흔들자 정호석 씨가 내게로 다가온다. 땀에 젖은 그 모습이 잠깐 나쁜 마음을 먹게 만들었다. 누구나 마음 속에 음란함은 있는 거잖아요. 자기합리화를 하며 정호석 씨에게 물을 건넸다. 

 

 

"완전 땀에 절었네요."
"안무가 워낙 격해서, 더워요."
"공연 준비하는 거예요?"
"네, 곧 하거든요. 공연하면 보러 와요."
"꼭 갈게요." 

 

 

 물을 몇 모금 마시고 젖은 머리를 탈탈 털며 다시 연습을 시작한 정호석 씨를 한참 동안 넋을 놓고 쳐다보았다. 오늘이 주말이라 다행이다. 이렇게 정호석 씨가 춤추는 모습을 계속 볼 수 있으니까. 어느덧 시간이 많이 흘렀는지 다들 수고했다며 연습을 끝내는 정호석 씨다. 피곤한 얼굴들로 짐을 챙기던 정호석 씨의 동료들이 구석에서 정호석 씨의 후드집업을 들고 있는 나를 발견하고는 호기심에 가득 찬 눈빛으로 정호석 씨에게 득달같이 달려들었다. 차마 그 무리에 다가가지는 못한 채 멀리서 쭈뼛대며 서 있다 들려온 여자친구냐는 말에 얼굴이 빨개졌다. 그런 거 아니야. 살갑게 웃으며 해명한 정호석 씨가 내 옆에 섰다. 가요, 이제. 

 

 분명 낮에 나왔는데, 정호석 씨와 함께 밖으로 나오자 해가 저물었다. 어둑어둑한 밤거리를 단둘이 걷고 있노라니 묘한 분위기가 흘렀다. 나시를 입은 채 나왔던 정호석 씨가 몸을 부르르 떨며 내게서 제 후드집업을 받아 다시 입는다. 여자친구라. 딱히 썸을 탄다거나 그런 관계도 아니었는데, 그 말 한 마디로 분위기가 확 달라졌다. 아니, 어쩌면 춤을 추는 정호석 씨를 보고 반했다거나. 뭐라는거야, 내가. 혼자서 별별 생각들을 하다 멍을 때렸는지 앞에 있던 돌부리를 보지 못했다. 그대로 돌부리에 걸려 중심을 잃은 내 몸을 제 팔로 단단히 감싸안는 정호석 씨다. 

 

 

"조심해요."
"아, 네."
"왜 그렇게 멍을 때려요."
"그, 그냥요. 하하." 

 

 

 말을 더듬으며 어설프게 웃어보였다. 젠장, 되게 바보같이 보였겠다. 얼마 걷지도 않은 것 같은데, 벌써 아파트 단지 안에 도착했다. 그러고보니까, 우리 서로 연락처도 없는 거 알아요? 정호석 씨의 말에 짧게 탄성을 내뱉고 핸드폰을 주머니에서 꺼냈다. 들어가서 연락할게요. 내 번호를 저장하고 생긋 웃어보인 정호석 씨가 그 말을 끝으로 제 집에 들어갔다. 닫힌 현관문을 한참 동안 바라보다 문을 닫았다. 신발을 벗고 바닥에 한 걸음을 내딛자마자 다리가 풀려버렸다. 뭐야, 정말. 빠르게 뛰는 심장에 심호흡을 하며 일어섰다. 내가 정말로 정호석 씨를 좋아하기라도 하는 걸까. 처음 보는 건 아니더라도, 첫 눈에 반했다는 말의 뜻이 대충 짐작이 갔다. 

 

 연락한다면서. 가볍게 샤워를 하고서 침대에 누운 뒤에도 연락이 오지 않았다. 정호석 씨의 문자 하나로 초조해하는 내 모습이 생소했다. 어떡해, 진짜로 좋아하나봐. 제멋대로 얼굴이 화끈거렸다. 이불을 끌어안고 신나게 이불킥을 하고 있자 침대 위에 올려두었던 핸드폰에서 진동이 웅, 울렸다. 정호석 씨일까. 설레는 마음으로 핸드폰 화면을 확인했다. 대박, 정호석 씨다. 기쁜 마음을 주체하지 못하고 침대에서 방방 뛰었다. 답장도 보내지 않고 난리를 치다 또다시 울리는 진동에 그제야 답장을 하기 위해 핸드폰을 들었다. 

 

 

[구경하느라 수고했어요ㅠ^ㅠ 다음엔 꼭 춤 같이 춰요!]
[맞다 밥 해주는 거 안 잊었죠? @_@] 

 

 

 이모티콘도 어쩜 자신과 똑같은 걸 쓰는지. 그런 정호석 씨가 귀여워 자꾸만 웃음이 배실배실 났다. 안 잊었어요. 잘자요. 단조로운 답장을 보낸 뒤 기분 좋게 눈을 감았다. 오늘은 왠지 좋은 꿈을 꿀 것 같다. 잠도 편하게 잘 것 같고. 이왕이면 정호석 씨의 꿈을 꿨으면 좋겠다. 

 

 

 

 

 묘한 며칠이 흘렀다. 이게 바로 썸을 탄다는 걸까. 친구라고 정의하기도 그렇고, 그렇다고 해서 연인도 아닌 그런 애매모호한 관계. 이런 게 바로 썸인가보다. 각자의 일상이 바빠 직접 얼굴을 대면하는 것은 가끔 엘리베이터에서 마주친다거나 할 때 밖에 없었다. 정호석 씨의 얼굴을 잘 보지 못해 슬프기도 했지만 막상 정호석 씨를 제대로 마주한다면 얼굴이 빨개져 아무 말도 하지 못할 것 같았다. 그런 것을 감안한다면 지금이 나은건가. 퇴근하는 버스길에서 정호석 씨와 연락을 주고받다 문득 든 생각이었다. 

 

 정호석 씨는 연습실에서 나오는 길이라고 했다. 그러고보니 연습실에 간 지도 벌써 일주일이 지났다. 시간 참 빠르네. 고독에 잠긴 것처럼 창가 밖 풍경을 내다보다 내려할 곳임을 깨닫고는 조용히 일어섰다. 여름이라 그런가, 7시가 넘었는데도 아직 밖은 밝았다. 버스에서 내린 뒤 맞이한 시원한 저녁 공기에 기분 좋게 걷고 있자 누군가 내 어깨를 톡톡 치는 것이 느껴졌다. 이어폰을 빼고 뒤를 돌아보자 환히 웃고 있는 정호석 씨의 모습이 보였다. 우연히도 시간이 겹친 모양이었다. 오랜만에 마주한 정호석 씨가 반갑기도 했지만 심장이 또다시 빠르게 뜀에 난감하기도 했다. 

 

 

"집에 가는 길이에요?"
"네, 오랜만에 보네요"
"그러게요, 진짜 오랜만인 것 같아. 나 안 보고싶었어요?"
"제, 제가 왜 정호석 씨를 보고싶어해요!"
"난 그 쪽 되게 보고싶었는데. 실망이에요." 

 

 

 이렇게 설레는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던지면, 내 심장이 막 나대는데. 쿵쾅거리는 심장 소리가 너무나 커서 정호석 씨에게도 들릴 것 같았다. 울망울망한 표정으로 시무룩하게 걷는 정호석 씨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어 장난이었다며 변명을 하자 다시 웃음을 되찾는 정호석 씨다. 짖궂게 웃음 짓는 모습에 속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여간, 이 못 말리는 남자같으니라고. 허무하게 정호석 씨를 올려다보았다. 정호석 씨와 시덥잖은 장난과 말들을 하며 걷다 꽤나 쌀쌀해진 저녁 날씨에 얇은 블라우스를 입은 팔을 손으로 쓸었다. 그런 내 모습을 보았는지 정호석 씨는 제가 입고 있던 져지를 벗어 건넸다. 

 

 

"괜찮은데."
"추워서 떨고 있으면서 무슨. 그냥 입어요." 

 

 

 투덜대는 어조로 말한 정호석 씨가 아예 내 몸을 돌려 직접 져지를 입히고는 지퍼를 올려주었다. 어린아이가 된 기분인데, 마냥 좋기만 하다. 저번에 나시를 입었을 때도 그렇고, 상당히 마른 몸을 가진 정호석 씨였기에 져지가 별로 크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한 뼘이나 남는 크기가 의외였다. 이런 거에도 설레면 중증인건가. 말없이 걷고 있자 정호석 씨가 노래를 흥얼대며 내 걸음에 맞춰 걷다 갑작스레 걸음을 멈추었다. 의아한 표정을 짓고 정호석 씨를 쳐다보자 손가락으로 편의점을 가리킨다. 아이스크림 먹을래요? 고개를 끄덕이자 금방 사오겠다며 편의점으로 달려가는 정호석 씨의 모습을 가만히 서서 지켜보았다. 

 

 재빨리 아이스크림 두 개를 골라 계산을 마치고 돌아온 정호석 씨에게 짧은 감탄사를 내뱉자 어깨를 으쓱해보인다. 내가 메타콘 딸기맛 좋아하는 건 어떻게 알고. 지나가며 혼잣말로 내뱉은 말을 들었는지 정호석 씨가 감동한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우리 완전 데스티니인가봐요. 정호석 씨의 말에 웃음을 터뜨리자 내게 핀잔을 준다. 알았어요, 안 그럴게. 달달한 아이스크림을 한 입 베어물고는 정호석 씨를 달랬다. 

 

 

"근데 우리 밥은 언제 먹어요?"
"어, 음... 내일은 어때요?"
"내일요? 괜찮아요, 전."
"그럼 내일 먹어요. 뭐 먹고싶은 거 있어요?"
"그냥 제일 잘하는 거 해줘요. 아무거나 잘 먹으니까." 

 

 

 말도 참 예쁘게 한다. 꼭 내 심장을 쿵쾅쿵쾅 뛰게 만들 멘트들만 머릿 속에 가득 모아놓은 것 같다. 달달한 아이스크림, 선선한 공기, 그 밖에 모든 것까지. 나와 정호석 씨의 주변 요소들이 모두 합쳐져 기분 좋은 분위기를 연출했다. 항상 똑같기만 하던 길인데, 정호석 씨와 함께 걸으니 모든 것이 새롭고 생동감이 넘쳤다. 사람을 좋아한다는 감정이 이렇게 나에게 큰 영향을 미칠 수 있구나. 새삼 깨달았다. 입가에서 웃음이 떠나지를 않는다. 끝내고 싶지 않은 시간을 보내고, 서로의 집 문 앞에서 아쉽게 정호석 씨를 바라보았다. 이대로 정호석 씨를 보내기엔 무언가 허전함이 남았다. 그래도 내일 같이 밥 먹기로 했으니까. 애써 허한 마음을 달래며 인사를 하고 들어왔다. 그나저나, 내일 아침에 일찍 일어나야겠네. 

 

 

"내가 미쳤지, 지금이 몇시야." 

 

 

 분주히 몸을 움직였다. 두근거리는 마음을 안고 침대에 누웠더니 너무 깊이 잠에 빠져든 모양이었다. 적당히 긴장을 하고 잘 걸. 정호석 씨와의 데이트 아닌 데이트 탓에 긴장이 풀려 너무 열심히 자버렸다. 평소같았다면 다 늘어난 트레이닝복을 입고 있었겠지만, 정호석 씨가 온다고 생각하니 당장 옷부터 갈아입어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짧은 샤워를 마친 뒤 스키니진과 티셔츠을 챙겨입고 머리를 질끈 묶었다. 시계를 보니 벌써 10시를 향해 초침이 빠르게 달려가고 있다. 정호석 씨가 보낸 문자에는 12시쯤 오겠다고 쓰여있었는데. 마음이 급해져 손놀림이 더욱 빨라졌다. 

 

 내가 잘하는 음식이 뭐가 있지. 냉장고에서 재료가 될 만한 것들을 꺼내 가만히 노려보았다. 전혀 연결고리가 없는 것들인데. 집밥을 해달라는 걸 보면 정말 집밥의 정석같은 밥상을 원할지도 모른다. 그럼 일단 된장찌개부터. 어차피 시간도 별로 없으니 차리기 쉬운 것들로만 차려야겠다. 선반에서 뚝배기를 꺼내 물을 받기 시작했다. 살까말까 고민했었는데, 사놓기를 잘했다. 

 

 된장찌개, 계란말이, 소세지 야채 볶음. 몸이 두 개가 될 정도로 움직여 만든 음식들이다. 나름 폼이 나오는 밥상을 뿌듯하게 내려다보다 울리는 초인종에 걸음을 옮겼다. 정호석 씨다. 문을 열어 정호석 씨를 맞이했다. 정호석 씨의 검은색 머리가 살짝 젖어있었다. 연습을 하고 온 건가 생각도 했지만 옅은 비누 냄새가 나는 걸 보니 샤워를 했다는 게 더 맞을 것 같다. 식탁에 차려진 상을 보더니 함박 웃음을 지으며 앉는 정호석 씨다. 이러니까 왠지 신혼부부같기도 하고. 괜스레 얼굴이 빨개졌다. 

 

 

"와, 대박. 진짜 상다리 휘어지겠네요."
"이 정도 가지고 뭘..."
"제 아내 삼고싶을 정도예요, 진짜." 

 

 

 정호석 씨의 말에 얼굴이 더 화끈거려 몰래 손부채질을 해댔다. 내가 자기를 좋아하는 걸 알고 일부러 저런 말을 하는 걸까. 순수한 정호석 씨의 얼굴을 보니 그런 것 같지는 않다. 정호석 씨와 마주 앉아 물을 건넸다. 고마워요. 물을 한 모금 마신 정호석 씨가 나를 빤히 바라본다. 그 시선이 이상하게 나를 궤뚫어보는 것만 같아 부끄러웠다. 머리 묶었네요. 정호석 씨가 아무렇지도 않게 던진 말에 설레서 미치는 줄 알았다. 항상 정호석 씨를 만날 때면 풀기만 했던 머리인데, 나의 사소한 것까지 신경 써주는 정호석 씨 자체가 내 심장을 설레게 만들었다. 전생에 뭐, 저격수라도 하셨었나. 남의 심장을 이렇게 저격하고. 

 

 고개를 끄덕거리곤 시선을 아래로 향해 밥을 하염없이 쳐다보았다. 정호석 씨와 계속 눈을 맞추고 있었다면 심장이 정말로 펑 터져버릴 것 같았기 때문이다. 정호석 씨는 어느새 젓가락을 들어 내가 한 음식들을 맛보고 있다. 면접을 보는 것도 아닌데, 입맛에 맞을까 걱정되어 은근히 신경이 쓰이더라. 곁눈질로 정호석 씨를 쳐다보고 있자 정호석 씨가 이내 젓가락을 식탁에 소리나게 내려놓았다. 훔쳐본 거 들켰나. 심장이 쾅 내려앉았다. 고개를 들어 정호석 씨의 눈치를 살폈다. 표정이 좋지 않다. 반찬이 입맛에 맞지 않는걸까. 

 

 

"... 입맛에 안 맞아요?"
"아뇨, 그게 아니라."
"......"
"너무 맛있잖아요. 진짜 사람 미치게 하네." 

 

 

 에라이, 이 못 말리는 남정네.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정호석 씨를 보자 수줍게 흐흐 웃으며 내려놓았던 젓가락을 들고는 열심히 움직인다. 난 또 맛없다는 줄 알고 긴장했잖아.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다시 밥을 먹기 시작했다. 내가 먹어도 이렇게 맛있는데. 아니, 맛있는 것 까지는 아니더라도 괜찮다고. 귀찮음 탓에 요샌 계속 인스턴트나 배달 음식을 먹었었는데, 오랜만에 손수 정성 들여 한 음식이 나쁘지 않아 다행이었다. 말없이 밥을 먹다 고개를 들어 정호석 씨의 모습을 빤히 바라보았다. 참 복스럽게도 먹는다. 우리 엄마가 정호석 씨를 본다면 당장이라도 사윗감으로 납치할 정도로. 사윗감 말고 진짜 우리 엄마 사위나 했으면 좋겠다. 

 

 

"안 먹어요?"
"아뇨, 그냥. 잘 먹길래."
"그런가. 그나저나 우리 이렇게 있으니까 되게 신혼부부같지 않아요?"
"... 어, 음. 하하, 모르겠네요."
"아, 맞다. 오늘 아침에 연습실에 있다가 왔거든요? 여기 오기 전에 카페에 잠깐 들렀는데 거기에 고등학교 친구가 있더라구요."
"반가웠겠네요."
"네, 완전. 좋아하는 남자 때문에 맘고생 하길래 그 쪽 얘기 좀 해줬어요." 

 

 

 학교에 처음 갔다 온 초등학생 아이처럼, 정호석 씨는 제게 있었던 일들을 줄줄 나열했다. 엄마가 된 기분으로 정호석 씨의 이야기를 들어주다 좋아하는 남자라는 소리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여자였구나. 씁쓸하려고 하기도 잠깐, 그 뒤에 들려온 말에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제 얘기를 왜요? 내 물음에 정호석 씨는 자랑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제가 그 쪽 좋아하잖아요. 해장국 가게에서부터 추파 던졌었는데. 묵묵히 물을 마시다가 사레가 들렸다. 쿨럭대며 격하게 기침을 하자 정호석 씨가 혀를 끌끌 차더니 팔을 길게 뻗어 내 등을 토닥거렸다. 병 주고 약 준다는 게 이럴 때 쓰는 말인가보다. 

 

 

"큼, 아아."
"왜 잘 마시다가 사레가 들리고 그래요."
"정호석 씨 때문에 그렇잖아요."
"저요? 제가 왜요?"
"조, 좋아한다는 말을 뭐 그렇게..."
"그렇게 뭐요."
"아무렇지도 않게 하냐구요."
"좋아하니까요."
"진짜 이럴래요?"
"제가 그 쪽 좋아하는 게 죄는 아니잖아요."
"아니, 그건 맞는데. 아..." 

 

 

 무언가 말을 꺼내고 싶었지만 쉽사리 말이 정리되어 나오지 않았다. 날 좋아한다면서, 연애랍시고 간지러운 소리를 할 사람도 아닌데. 정호석 씨의 뻔뻔한 얼굴에 박수라도 쳐줘야 할 것 같다. 울상을 지은 채 입을 닫자 나른하게 나를 응시하던 정호석 씨가 푸하,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웃지마요. 핀잔을 주니 애써 웃음을 침으려 얼굴을 일그러뜨리는 정호석 씨에 결국 두손두발을 다 들었다. 그냥 웃어요, 그럼. 해탈한 듯 내뱉자 정호석 씨는 표정을 풀고선 크게 웃었다. 이게 뭐가 그렇게 웃기다고. 혼잣말로 투덜거리는 내 말을 들은건지 정호석 씨는 제 손으로 내 머리를 슥슥 쓰다듬었다. 

 

 아, 머리 망가져요. 좋긴 한데, 얼굴이 시뻘개져 정호석 씨를 톡 쏘았다. 아까보다는 잠잠해진 정호석 씨가 숨을 고르더니 달아보이는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원래 사람 눈이 이렇게 달콤하게 보일 수도 있는건가. 정호석 씨의 눈을 마주하기가 부끄러워 계속 눈을 피했다. 밥 얼른 먹어요, 식겠다. 부러 다른 말을 하며 딴청을 피워봐도 정호석 씨의 눈은 끈질기게 나를 쫓았다. 민망해 죽겠네. 그냥 내가 포기하는 게 빠를 것 같다. 

 

 

"예뻐요."
"아, 하지마요."
"진짜 예쁘다."
"밥 먹으라니까요."
"밥 먹고나면, 나랑 연애할래요?"
"네?"
"아니면 지금부터 해요."
"나한테 왜 그래요, 정말."
"나 싫어요?"
"내가 정호석 씨를 왜 싫어해요."
"그럼 나랑 연애해요." 

 

 

 막무가내로 말하는 정호석 씨다. 밥이 도무지 넘어가지 않아 그냥 젓가락을 내려놓았다. 아직 밥이 반이나 남아있는데. 한숨을 폭 내쉬곤 드디어 정호석 씨의 눈을 마주했다. 내가 여기서 어떤 대답을 해야할까. 무언가 의미 있는 말을 하고 싶어도 머릿 속이 백지가 되어 담백한 말들 밖에 떠오르지 않았다. 세상의 모든 형용사를 잊어버린 기분이었다. 입가에는 밋밋하고 솔직한 대답만이 맴돌았다. 어쩔 수 없지 뭐. 눈을 질끈 감고 대답했다. 해요, 연애. 정호석 씨의 반응을 두 눈으로 생생히 보기가 두려워 계속 눈을 감고 있었다. 정호석 씨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슬슬 불안해져 슬그머니 눈을 뜨니 정호석 씨의 얼굴에 번진 웃음이 가득 눈에 차올랐다. 

 

 정호석 씨의 얼굴에 자리잡은 웃음은 좀 전과는 다른 웃음이었다. 정말 행복하다는 듯 여러 감정이 복합적으로 섞인 얼굴을 하고 있는 정호석 씨에 이번엔 내가 웃음을 터뜨렸다. 내가 정말 이 남자를 어떡하면 좋을까. 그 동안 수줍음이란 단어와 멀리 떨어져 능글거리기만 하던 정호석 씨의 귀 끝이 새빨갛게 물들었다. 이런 면도 있었구나. 정호석 씨가 귀엽기도 하고, 나 또한 정호석 씨만큼 좋았기에 웃음이 멈추지를 않았다. 아, 진짜아. 겨우 말문을 튼 정호석 씨가 말꼬리를 길게 늘렸다. 이런 것까지 귀여우면 내가 팔불출인 거 맞지. 

 

 

"아, 너무 좋잖아요!"
"정호석 씨는 왜이렇게 귀여워요."
"와, 막... 막, 응? 연애한다고, 어? 사람이 진짜, 와... 박력 있어."
"미치겠다, 진짜."
"나 진짜, 와, 지금 완전... 완전, 진짜 설레는 거 알아요? 심장이, 어후." 

 

 

 부끄러운 듯 홍조가 빨갛게 오른 두 볼을 하고 수줍은 얼굴로 나를 보는 정호석 씨에 참아보려고 해도 자꾸만 입가에 웃음이 길게 걸렸다. 어떡해, 몰라! 열일곱 소녀처럼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꺄르르거리는 모습이 퍽 잘 어울리기도 했다. 손을 조금 내려 빼꼼히 나를 보더니 눈이 마주치자 재빨리 눈을 감고 몸을 바동바동거린다. 이렇게 보기만 하고 있어도 사랑스러운데, 앞으로 진짜 어떡하지. 여자와 남자의 관계를 좀 초월한 것 같기는 하다만, 어쨌든 좋았다. 좀 더 솔직히 말하면 좋아서 미칠 것 같았다. 여전히 빨갛게 익은 얼굴로 침착한 척을 해보인 정호석 씨가 입술을 혀로 훑더니 조심스레 입을 연다. 

 

 

"정신 나간 소리 하나만 해도 돼요?"
"뭔데요."
"사랑해."
"... 이게 왜 정신 나간 소리예요?"
"부끄러워서요. 미치겠다, 아!"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 정호석 씨가 나를 흘끔 보더니 발을 동동 굴렀다. 여기 계속 있다가는 심장 터질 것 같아요. 나 갈래. 일방적으로 통보를 내린 정호석 씨가 급하게 소리치는 나를 뒤로 하고 현관문 밖으로 뛰어나갔다. 이게 무슨 드라마 같은. 시트콤의 한 장면이라고 해도 믿겠다. 문이 쾅 닫혀버린 정호석 씨네 집의 현관문을 멍하니 바라보다 문을 쾅쾅 두드렸다.  

 

잠깐만요, 정호석 씨. 문은 좀 열고 얘기합시다. 

 

 

 

 

 

 

 


더보기

 

안녕하세여! 뽀베입니다! 방학식이 얼마 남지 않아써여! 신납니다! 

드디어 호석이 글로 찾아뵙게 됐네여... 분량이 쓸데없이 깡패라서 죄송함다 핳하 

석진이 글에서 나름대로 복선(?)이란 걸 깔아봤는데여. 사실 그렇게 안 느껴졌져 저도 그래여 

으으 이제 이 단편 시리즈도 끝나가고 있네여ㅠㅠㅠㅠㅠㅠㅠㅠㅠ 남준이 글을 열심히 쓰고 있슴다. 

시리즈의 다음 타자는 바로 침침이에여! 능글거리는 연하남으로 여러분들의 마음을 잡..(오글) 죄송해여. 

아무튼 이 시리즈가 끝나고 나면 새로운 장편 시리즈로 찾아오려고 해요. 

글잡에 저번에 짧게 올린 적이 있었는데, 헤어진 남자친구 김태형과의 동거 이야기입니다! 

어서 마무리 짓고 새 장편을 쓰러 가야겠어여ㅠㅠ 그럼 조만간 돌아올게요! 

 

  

암호닉

설날 침침 은하수 카누 

 

암호닉은 언제나 받고 이씀다ㅠㅠ 전 열려있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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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침침이에요!
으앙ㅇ 역시 뽀베님ㅠㅠㅠㅠ일단 호석이를 좀 앓고 시작하겠습니다.호석아ㅠㅠㅠㅠ왤케 귀엽니...어?! 막 귀여운데 춤출때는 박력있고 막 이중매력 가지고 있으면 내 심장이 남아나질 못해요ㅠㅠ..ㅠㅠㅠㅠㅠㅠ 귀엽다고 계속 치고 들어오면 당황해요 내가ㅠㅠㅠㅠㅠㅠㅠ추워하니까 옷도 주고!! 여주 마음이 이해가 가 문은 열고 이야기하자...호석아... 헐 그리고 작가님 다음편이 침침이라니...하...이런 어찌해야합니까ㅠㅠㅠ짐니가 능글거리는 연하남이라니 설정이 이렇게 잘 어울려도 되나요..ㅜㅜㅜㅜㅜㅜㅜ
(소곤소곤)끝부분쪽에 '나랑 연애해요'라고 한 뒷부분 쪽에 호석이의 문을 마주한다고 오타가 있어요 거 원래 눈 맞죠??!?
암튼 오늘도 글 잘봤습니다!! 글 쓰느라 고생하시네요 전 항상 작가님 응원해요 :)

8년 전
뽀베
앟ㅎ핳ㅎ 침침님! 오타 급히 수정하고 와써여 감사해여ㅠㅠㅠㅠ 항상 고맙슴다 엉엉 다음편에서는 어느새 상황을 역전시키는 짐니를 만나보실 수 있을 거예여!
8년 전
비회원139.77
저 [눈부신]으로 신청하고싶습니다!! 보는내내 엄마미소로 봤어요ㅠㅠㅠㅠ 너무 귀엽네여ㅠㅠㅠㅠ 으헝ㅠㅠㅠㅠ 다음글도 기대돼요!!
8년 전
독자2
귀엽다 정말 ㅠㅠㅠㅠㅠㅠㅠ귀여워 어떡하냐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정호석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그냥 우리 신혼해야겠네ㅠㅠㅠㅠㅠ
8년 전
비회원87.50
ㅠㅠㅠㅠㅠㅠㅠ아 진짜 설렌다 ㅠㅠㅠㅠ 마지막은 뭔뎈ㅋㅋㅋㅋㅋ왜 소녀같잌ㅋㅋㅋㅋ 아진짜 대박ㅋㅋ
8년 전
독자3
아ㅜㅠㅠㅠㅠㅠㅠ진짜 설렌다ㅜㅠㅠㅠㅠ너무 규ㅣ여워여ㅜㅠㅠㅠㅠㅠㅠㅠ진짜 완전 애기들이 연애하는 느낌??ㅎㅎㅎㅎ진짜 완전 잘 보고가옇
8년 전
독자4
헐 오늘 작가님 글 처음봒는데 꿀재므루..♡
[민윤기]로 암호닉 신청이요!! 이제 막 보기시작했는데 단편 시리즈가 끝나간다니 아쉽네여 기다리고있을게요#'-'#♡

8년 전
뽀베
민윤기님! 어이쿠 군주님ㅠㅠ 이모티콘도 귀여우시네여 엉엉...괜찮아여 전 글잡 지박령이라서 곧 찾아올 게 틀림없슴다 하핳 아쉬움 노노해!
8년 전
독자5
헤헿 감사해요♡♡
우오ㅠㅠ 다행이에요ㅠㅠㅠㅠㅠ 기다리고있을게료ㅠㅠ

8년 전
독자6
카누예요ㅠㅠㅠ
아아아아규ㅠㅠㅠㅠ세상에 사진 보고 아오 호석이 꿀귀!하면서 읽기시작했는데 이건 뭐ㅠㅠㅠㅠㅠㅠㅠ아 너무 귀여워서 미칠거같아요ㅠㅠㅠㅠㅠ
능글맞게 추파던지는것도 귀엽고 연애하자 하자고 한건 자긴데 막상 연애하자니까 부끄러워하는것 봐ㅠㅠㅠㅠㅠㅠ아 벌써부터 짐니편도 기대되구 으흫ㅎㅎㅎ작가님 진짜 글 잘쓰시는거같아요 진짜 이렇게 사람 맘을 두근거리게하시구말이야!

8년 전
뽀베
카누님! 으 징짜ㅋㅋㅋ큐ㅠㅠㅠㅠㅠㅠ카누님도 이러시기 있기없기...댓글로 저 설레게 하지 마세여 징짜ㅠㅠ 항상 감사함다ㅠㅠㅠ♡
8년 전
독자7
하ㅜㅠㅠㅠㅠㅠ ㅠ취저ㅜㅜㅜㅜㅜ제 최애 호석이를 이렇게 좋은소재로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진짜 너무 좋잖아요.. 호석이가 능글맞게 하다가 마지막에 부끄럼타는거 겁나 좋고ㅠㅠㅠㅠㅠㅠㅠ
8년 전
독자8
아 호석아ㅠㅠㅠㅠㅠㅠㅠㅠㅠ완전귀여워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엄마미고지으면서보ㅏㅆ어요ㅠㅠㅠㅠㅠㅠㅠ
8년 전
독자9
헐 ㅠㅠ 호석이라뇨 ㅠㅠㅠ 와 진짜 ㅠㅠㅠㅠ 암호닉 신청 할게여 !!! [호독] 신청할게여!! 신알신도 하고 갈게여 !! 와 대박 ㅠ 정호석 귀여워 ㅠㅠ 정호석 내꺼 해라 !!! 8ㅅ8
8년 전
뽀베
호독님! 호서기는 만인의 것이에여 핳하하ㅏㅎ 귀엽게 봐주셔서 감사함미다ㅠㅠㅠ♡
8년 전
독자10
아ㅠㅠㅜㅠㅠㅠㅜㅠㅠㅠㅠ 호석이 왜 이렇개 귀여워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퓨ㅠ
8년 전
독자11
와 작가님 더럽... 이런 글 진짜 사랑하는데... 어떻게 아시고는 흐흐흐흐 저 암호닉 [윤기야 나랑 살자]로 신청할게요!! 와 진짜 정호석 너무 귀여워 .... 진짜 심쿵이요... 작가님 글은 왜 이렇게 취향저격일까요 항상.. 와 진짜 사랑합니다
8년 전
뽀베
윤기야 나랑 살자님..! 일단 영창..! 항상 취향저격이라녀ㅠㅠㅠㅠㅠㅠㅠㅠ흡 감동이에여ㅠㅠㅠㅠㅠㅠ♡ 저도 사랑함다ㅠㅠㅠㅠ
8년 전
독자12
헐 아 아 아 호석이 너무 막 막 상상가서 더 설레여ㅠㅠㅠㅠㅜㅠㅜㅜㅜㅜㅜㅜㅜㅠㅠㅠㅠㅠㅜㅜ호서기라면 무ㄴ가 진짜 저럴거같은.....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8년 전
독자13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호시기호시기하네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8년 전
독자14
앜ㅋㅋㅋㅋㅋㅋㅋㅋ진짜 호석쓰...짱귀에요ㅠㅜㅜㅜㅜㅜ엉엉옹엉나도사렁해ㅜㅜㅠㅠ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
8년 전
독자15
아ㅜㅠㅠㅠㅠ호석아ㅠㅠㅠㅠ너무귀엽다ㅠㅠㅠㅠㅠ
8년 전
독자16
헐..대박 완전 제 취향 문체도 그렇고 너무 제 취향이에여.. 대박쓰 대박쓰ㅜㅜㅜ 잘 보고 가요ㅠㅠ 다른 편들도 읽어보러 가야지ㅠㅠㅠ 신알신도 할게요
8년 전
독자17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무슨 설레는 말들은 자기가 다해놓고선ㅋㅋㅋㅋ갑자기 좋아서 가버리는건ㅋㅋㅋㅋㅋ
8년 전
독자18
얼굴은 귀여우면서 춤은 또 잘 춰요 ㅠㅠㅠㅠㅠㅠㅠㅠ 취향저격 탕탕 ㅠㅠㅠㅠㅠㅠㅠㅠ
8년 전
독자19
왜이렇게 귀여울까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뛰쳐나가는것도 귀여워....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8년 전
독자21
진짜 호석이 너무 귀엽다ㅎㅎㅎㅎㅎㅎ저런 앞집남자 어느 아파트로 가면되죠?
7년 전
독자22
끄아아알구ㅜㅜㅜㅜㅠㅠㅠ 넘좋아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7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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