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말이 있어
해운대에서는 그냥 가만히 서있어도 남자들이 번호를 따가더라
들어봤지?
사실 나는 저 말이 전혀 공감이 되질 않아
난 매번 여름 휴가철마다 해운대를 갔는데 한 번도 번호를 따인적이 없거든 내가 그다지 보수적인 성격도 아니고
그렇게 차가운 인상도 아닌데 항상 나만 번호를 따인적이 없어 아 물론 내 친구 김태형이라고 있거든?
내가 항상 여름 휴가철마다 걔랑 해운대를 간단 말이야 이유는 뭐 나중에 차차 알려줄게 아무튼 김태형이랑 해운대에 같이 갔을 때마다 항상 김태형은
진짜 예쁘신 여자분들한테 번호를 따였어 솔직히 내가 봐도 김태형이 잘생긴 건 인정해 뭐 인정할 건 인정해야 하니까 아 그런데 이렇게 항상 번호 따이던
김태형 뒤에서 조용히 서있기만 하던 내가 어제 번호를 따였어! 아 진짜 아직도 실감이 안 나
번호를 따였단것만으로도 기분 좋지만 번호를 따간 사람이 엄청 잘생겼더라..ㅎㅎ
아 잠시만 지금 번호 따간 남자한테 문자 왔어! 으으 행복해! 뭐라 답장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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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도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김태형이랑 해운대에 놀러 가려고 준비를 하고 있었어
모든 준비를 마치고 요번에는 정말 내가 번호를 따이던지 내가 다른 사람 번호를 따고 말겠다
이런 심정으로 비장하게 떠났어
해운대에는 항상 그렇듯이 사람이 정말 많았어 정말 말 그대로 물 반 사람 반 꾸역꾸역 사람들 사이를 지나가다
자리를 발견해 김태형이랑 같이 자리를 잡았지 가져온 짐들을 다 정리하고 김태형이 잠깐 화장실을 다녀온다기에 갔다 오라고 한 뒤
선탠이나 할까 한마음으로 잠시 눈을 감고 의자에 기대앉았더니
어디에서 자꾸 휘파람 소리가 들리는 거야 나랑 김태형이 잡은 자리가 좀 구석진 곳이었거든
바다 쪽이랑은 조금 떨어져 있었고 그래서 그런지 휘파람 소리가 너무 잘 들려서 도저히 가만히 못 있겠는 거야
그래서 내가 딱 일어나서 휘파람 소리가 나는 쪽을 봤거든?
"왜 이제야 뒤돌아봐, 오빠 기다렸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