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홉수 소년
아홉수에 빠진 마음만큼은 소년인 29세 남고동창 일곱 남자의 될 것도 안되는 운 사나운 로맨스
김탄소(치환인물&여주) - 7명 다 각기 다른 여인들
2화
사건번호 029 #seven
부제 ; 본격 아홉수 원망하기
-정호석-
2015년 들어 처음으로 출근하는 3월의 출근길은 김남준의 아홉수 저주와는 달리 가볍고 상쾌했다. 벌써 2년 반 넘게 자신의 자가용이 되어주는 파란 자전거를 타고 달려가는 학교는 그야말로
학생들의 온기로 가득했다. 잠이 덜 깬 학생들의 귀여운 모습에 저절로 웃음꽃이 피어났다. 천상 선생님이라는 말을 자주 듣는 호석이지만 오늘따라 더 그런 자신의 모습을 느끼며 교문을 통과해
교무실로 달려갔다. 교무실의 문을 여니 오랜만에 만나는 선생님들과 어색한 인사를 나누고 교무회의를 하고 정리하는데 교감 선생님의 청천벽력같은 말씀이 자신을 향해 날아왔다.
교감 선생님 저 이제 선생한지 2년차인데요 와 미치겠다.
“정선생”
“예 선생님”
“내가 다른 선생님들이랑 곰곰이 생각을 해봤는데 역시 정선생만한 사람이 없어”
“예? 무슨 말씀이신지..”
“이번에 고3 담임을 맡아줬으면 해 아니 사실 이미 배정되어 있네”
“제가 고3 담임을요? 선생님 저 이제 2년차인데ㅇ..”
“어디 보자.. 아 3학년 2반 담임이네 정선생 잘 부탁해요”
“서,선생님! 교감 선생님!”
왜 이토록 담임을 맡기 싫어하냐 묻는다면 고3이 싫은게 아니라 부담된다. 고1도 아니도 대학을 앞둔 친구들인데 내가 감히 경력도 없는데 무턱대고 담임이라니.. 교감선생님은 이런 나의 마음을
아시는지 모르시는지 웃으며 입학식에서 보자고 당신의 그 투박한 손을 흔들어주셨다. 얼떨결에 같이 손을 흔들고는 아차 싶어 정신을 차리고 교감선생님을 찾았지만 교무실은 텅텅 비어있었다.
학교가 이토록 미워졌던 적은 없었는데 역시 김남준 니 말이 맞다. 아홉수는 저주다 저주. 피할 수 있으면 피하는 게 답인 그런 거. 소리없는 절규를 내뱉으며 입학식을 하기 위해 교무실을 나서니
날 부르는 익숙한 목소리에 고갤 돌려 바라보니 역시나.
“선생님! 호석쌤!”
도망칠까..?
-김남준-
워낙 눈코뜰새 없이 일 하는 직업이라 오늘도 서둘러 출근을 마치고 자리에 앉아 송치사건들을 이리저리 훑어보며 정리를 하고 있었다. 피곤하다. 어젯밤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혼자 술을 마신게
화근인지 속도 좀 쓰리고. 검찰 서류철을 넘기는 소리만 들리는 외로운 사무실에서 잠시 눈 좀 붙일까 싶어 파일을 덮어두고 엎드리려는 찰나 내 책상 위 탁 하는 맑은 소리가 들려 숙이려던 고갤 들어
바라보니 커피가 놓여 있었다. 어, 김검사네. 이번에 좀 긴 재판을 맡았는지 몇 주 잘 못 봤는데 살아있었네. 말없이 커피를 받아 마시는 날 보더니 어이없는 웃음을 짓는 김검사였다.
왜 난 피곤하다고.
“고맙다는 말이라도 좀 하지 김검사?”
“아, 고마워 잘 마실게”
“하여튼 무뚝뚝하긴”
“책상 위에 앉지마 찝찝해”
“나 치마 입어서 그런거야?”
“맘대로 생각하세요 아가씨”
“암튼 오늘 점심 비워둬”
“아, 또 회의야? 검사장님은 밥도 안 드시고 일하시는 거 같아”
“아니 회의말고. 나랑 먹자고”
“오~ 싫어”
“아 그러셔? 오늘 검사장님께 김검사가 지금 당장 이번 사건 회의 좀 하고 싶어한다고 전해드릴게”
“...몇 시?”
“12시 좀 있다 봐요 김검사”
이건 분명 아홉수의 저주다.
-박지민-
출근하기 전 거울 앞에 서서 다시 옷매무새를 다듬고 삐뚤어진 넥타이를 다시 고쳐 매었다. 사장님께서 얼마나 비서들 외모에 신경을 쓰시는지 작년에 이어 올해의 내 소원은 사장님 앞에서 잠옷입고
춤추는 거다. 자신의 머릿속에서 나오는 미친 생각에 피식 웃음이 나왔다. 오랜만에 만날 동료들 생각에 기분이 좋아졌다. 구두를 신고 서둘러 차의 시동을 걸었다. 오늘따라 잘 안 걸리는 시동에
발을 동동 구르고 있는 지도 벌써 10분째, 겨우 걸린 시동에 애꿎은 핸들을 한 번치곤 서둘러 회사로 달려갔다. 물론 출근길이라 차가 좀 막혔지만. 회사에 도착하니 9시 5분, 벌써 5분을 넘겼지만
더 혼나기 전에 엘리베이터로 달려갔다. 닫히려는 문을 겨우 비집고 들어가 탑승했다. 출근시간 답게 엘리베이터도 아까 지나온 도로처럼 꽉 막혀 있었다. 고갤 들어보니 내 앞엔 딱 붙는 스커트를 입은 여자와 내 가슴이 밀착 되어 있었다. 하지만 오직 내 머릿속에는 빨리 가야한다는 생각뿐이었다. 혹여나 놓칠까 서류가방을 다시 고쳐 잡는데 내 앞에 서 있는 여자가 소리를 질렀다. 뭐지?
“으아!”
“?”
“이..이 남자가 어..엉덩이..를”
“뭐? 저,저요?”
“그래요 당신 말이야! 어떡할 거에요 엉엉”
“저 사람 비서실 박지민 아냐?”
“아침부터 뭐야 저 사람 그렇게 안봤는데 변태였어?”
“아, 아닙니다 제가 뭐 부족해서 저 여잘..”
“엄마야.. 아침부터 이게 뭐냐구요”
“이봐요 그건 내가 할 말이에요. 난 서류가방을 고쳐 잡았을 뿐이라고요!”
“사과해요 당장!”
“이봐요! 와 나 미치겠네”
스물아홉수의 첫 출근길의 엘리베이터는 비좁고도 잔혹했다.
-김태형-
길고 길었던 7일 간의 유치원 방학이 끝나고 오랜만에 유치원으로 나서는 발걸음은 가벼웠다. 늘 매고 다니는 백팩 안에는 반짝거리는 색종이, 종이인형, 공주 스티커가 들어있다. 기분 좋은 무게감이 어깨에서 느껴졌다. 오랜만에 만날 천사들 생각에 서둘러 걸음을 옮겼다. 어젯밤 설레는 마음에 몇 번이고 준비물, 옷, 가방을 살펴봤다. 노란 앞치마. 친구녀석들은 일하는 내 모습을 보곤 덩치에
안맞게 뭐냐며 기겁을 했지만 우리 병아리반을 대표하는 색이기 때문에 절대 포기할 수 없다. 햇빛에 뽀송뽀송 말린 앞치마를 챙기곤 아직 아무도 오지 않은 이른 아침 유치원의 문을 열고 들어가니
일주일 동안 사람이 없어서 그런지 휑한 기운이 감돌았다. 열심히 청소를 하다보니 선생님들도 하나 둘 씩 출근하셨고 작은 의자에 앉아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는데 어느 덧 유치원 버스가 도착하고
천사들의 목소리가 들렸다. 내 이름을 부르는 목소리에 마시던 주스를 정리하고 달려 나갔다. 우리 천사들 보고 싶었어
“병아리반!”
“선생님! 보고 시펐어여”
“선생님도 우리 병아리들 엄청 보고 싶었어요”
“선생님 나 머리 짤랏어여”
“우와 우리 찬희 멋지다”
“선생님! 나 이거 해져여”
“선생님 노라져요 여기서어”
“알았어요 알았어 병아리들 일단 들어가서 옷 갈아입자”
“네!”
우리 천사들을 보면 있던 피로는 날아가 버리고 없던 희망은 생겨나는 기분이다. 여느 날처럼 아이들과 놀아주려 하는데 버스에서 마지막으로 천사가 한 명 더 내렸다.
눈이 부신 아침 햇살 탓에 인상을 찡그리고 보니 우리반 천사 슬기다. 근데 이상했다. 슬기는 원래 지금쯤 날 향해 뛰어와야 하는데..
“슬기야 선생님한테 와봐요 선생님 안 보고 싶었어?”
“선생님..”
가까이 다가오는 작은 천사를 보니 이상했다. 까맣고 길게 땋고 다녔던 머리칼은 뭉툭하게 잘려 있었고 울었는지 눈은 퉁퉁 부어 있었다.
놀란 마음에 슬기를 꽉 안아주고 다시 살펴보니 잘못본게 아니었다. 우리 천사 무슨 일이야
-전정국-
아홉수의 첫 정식 출근 날, 심란한 내 맘을 아는지 모르는지 경찰서 강력계의 아침은 오늘도 사나웠다. 누구 책상 할 것없이 사건 기록과 몽타주들로 가득한 서류들로 책상이 채워져 있고
누구는 빵, 누구는 도시락을 까먹으며 겨우 끼니를 해결하고 있었다. 서울에서 근무하다보니 확실히 범죄의 수나 죄질이 다양하고 또 치밀하다. 몸으로 뛰는 일이 대다수고 특정한 근무시간이 없다보니 솔직히 집이 필요 없다. 잠도 밥도 씻는 것도 다 여기서 해결을 하니까. 신년부터 더럽게 올해들어 가장 강력한 강도 살인 사건이 하필 우리 관할 구역에서 발생하다니.
이 새끼 얼굴도 무진장 험악하네. 누가봐도 강도네 강도. 앞으로 집엔 더더욱 못 가겠다는 생각에 한숨이 저절로 나왔다. 세상엔 왜 이렇게 미친 새끼들이 많은 건지.
아무렇게나 헝클어져 있는 머리를 한번 쓸어 넘기곤 서류철을 넘기며 살펴보는데
문득 집에 두고 온 짐들이 생각나 차 키를 집어 들곤 시동을 걸었다. 혼자 사는 집이라 그런지 별 짐도 없고 가구도 없다. 침대에서 잠을 마지막으로 잔게 언제더라 이젠 기억도 안난다.
내 침대임에도 불구하고 낯선 느낌이 들었다. 침대의 이불을 한 번 개켜 놓고 짐을 챙기고 차에 올라탔다. 아, 편의점에 들러 빵이나 좀 사가야겠다. 익숙한 편의점 앞에 차를 세우곤 피곤한 마음에
눈도 제대로 안 뜨고 씻지 않은 머리를 감추기 위해 모자를 푹 덮어쓰곤 편의점의 문을 열었다.
안녕하세요 라는 밝은 목소리가 들려야 하는데 묘한 침묵이 감도는 걸 느끼곤 그제야 고갤 들어 보니 제기랄.
“넌 누구야. 당장 나가 새끼야”
어떻게 가는 곳마다 사건이냐 사건. 남준이가 말한 아홉수? 그거 진짜 더럽네.
다음화에서 봐요 독자님들! 오늘도 읽어줘서 고마워요
암호닉 사랑 |
〈!--StartFragment--> 크롱 꾸미기 론 패디과 벚꽃 린슈가 펜잘규 930309 오름 내달걀 소녀 가리 침을태태 횰리 뽀로로 맑공 태권브이 윤기모찌 망고 골드빈 눈부신 바나나우유 이불킥 바닐라슈 숨숨 모기 됴종이 정콩국 마끼 영국 배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