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
꽃이 피는 가학심
저를 또 때릴까 싶어 무섭기도 하고 다시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가버릴 것만 같아서 두려웠다.
그저 이불 끝만 꽉 쥐고 저를 내려다보는 찬열이의 입만 쳐다봤다.
눈을 마주치면 그 아무런 감정 없는 것 같은 눈빛에 울어버릴 것 같아서 다음 말을 기다리듯 입만 바라보며 그 낮은 공기를 참아냈다.
"변백현. 이리 와."
찬열이가 정말 화가 난 것 같았다.
그렇지 않고서야 저를 '백현'이도 아니고 '변백현'이라고 부른 걸 보니.
찬열이가 걸터앉은 맞은편을 손으로 톡톡 두들기며 저를 불렀다.
맞은편에 앉으면 제게 무슨 행동을 할지 겁나기도 했지만 쳐다보니 화를 참는 것 같아 심기를 거스르지 않으려고 재빨리 이불 속에서 나와 앉았다.
분명 마주 보고 앉았는데 아무 말도 하지 않는 찬열이의 행동에 초조해지는 마음이 들었다.
똑-
"우리 개새끼가 왜 이러지. 날 진짜 화나게 할 셈이야?"
또각-
짜악-!
"내가 손톱 물어뜯지 말라고 몇 번이나 얘기한 것 같은데. 이 머리통엔 그 한마디가 안 새겨져있네."
무슨 일이 지나간지도 모른 채 찬열이를 쳐다만 보다가 서서히 느껴지는 아픔에 그제야 제게 손찌검을 했다는 걸 뒤늦게나마 알아챘다.
손톱을 물어뜯고 있는 것도 말을 듣고 나서야 알았다.
고친다고 노력했는데 어느새 다시 물어뜯고 있던 모양이었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를 때 나오는 습괍이었다.
맞으면서 입속이 터졌는지 비릿한 맛이 났다.
갑자기 맞은 뺨에 놀라 눈물도 나지 않았다.
"지금은 경고한거야.한번만 더 그러면 그날은 진짜 맞는다."
떨려오는 몸에 대답도 못하고 그저 고개만 끄덕였다.
"내가 아직 무서워? 그래서 이러는 거야?"
대체 무슨 말을 하는 건지 모르겠다.
"잘못했단 말 함부로 하지 마. 내 한마디에 금세 그렇게 사과하지마. 네가 그럴 때마다 억지로 날 좋아해 주는 척 하는 것 같아. 너가 그동안 했던 행동, 말 모든 게 무서워서 그냥 뱉는 말 같으니까. 앞으로 그런 말 하지마.내 말 알아들어?"
그런게 아니야.
열아, 나 정말 좋아해.
거짓말도 아니고 안 혼나려고 하는 말도 아니야.
아직 너가 무서운 건 맞는데 그래도 좋아해.
아무리 나한테 화내도 적정선은 안 넘기려고 참는 거 다 알아.
그동안 나 외에 사람들한테 하는 행동 보고 알았어.
그전엔 몰랐는데 그래서 마냥 무섭기만 했는데 지금은 아니야.
정말이야.
그런 거 아니란 말이야.
내가 표현을 못해도 알아주면 안 돼?
내가 그 말에 아니라고 한마디 못해도 이렇게 속에서 하는 말 알아채주면 안 돼?
그동안 내가 말 안 해도 넌 다 알아줬잖아.
난 나름 표현한다고 한 건데 몰라주는 찬열이가 밉기도 하고 맞아서 그런 건지 속상하기도 하고 여러 복잡한 마음이 밀려들어왔다.
하고 싶은 말은 너무나도 많은데.
너무 많아서 정리가 안돼.
그런 거 아니라고 말하고 싶은데 그게 잘 안돼.
툭-
열아, 내 마음 알아줘.
내가 표현하는 것 중에 하나.
예뻐해달라고 하는 행동.
이렇게 품에 기대면 결국 화를 내다가도 저를 토닥여주는 찬열이었다.
지금도 역시나 기대어 있는 저를 꼭 껴안아준다.
"하-...알았어. 무슨 말하고 싶은 지 다 알겠으니까 울지 마. 이러다가 쓰러지면 어떡하려고 그래."
품에 안겨 얼굴을 부비니 저를 꽉 껴안고선 눕는다.
"이제 그만 자. 눈이 빨개."
계속 울어서 따끔거리는 눈가를 꾹꾹 눌러준다.
"계속 울려서 미안해."
도리도리
아냐. 내가 미안해.
"손찌검해서 아팠지? 뺨에 손자국 났어."
그것도 괜찮아.
나 걱정해서 하는 말이었던 거 다 알아.
"미안해, 아가."
아니, 이제 미안하다는 말 말고 다른 말 듣고 싶어.
"그래도 좋아해 백현아. 잘 자."
열아.
너는 이렇게 내가 뱉지 않는 말도 다 알고 해줘.
너는 알까?
네가 하는 말들이 내가 듣고 싶어 했다는 사실을.
.
.
.
"..끄응..열아..?"
자고 일어났더니 이미 해는 높게 떠있었고 따사롭다 못해 뜨거운 햇빛이 나를 향해 내리쬐고 있었다.
제 옆에서 자고만 있을 것 같던 찬열이가 없었다.
이미 일어난 지 꽤 지났는지 침대 옆에 손바닥을 대보니 이미 차갑게 식어있었다.
온몸을 맞은 것 마냥 여기저기 아파오는 탓에 침대 밑으로 발하나 내리는 것도 느릿했다.
겨우 발을 내려 양발을 내디뎠을 때 순식간에 온몸을 감싸는 통증 때문에 그대로 주저앉을 뻔했다.
다행히도 남아있는 힘이 있긴 한 건지 떨리는 게 보이지만 서있을 수는 있었다.
그렇지만 이후가 문제였다.
집안에 찬열이가 있을 거라고 생각되지만 도통 목이 잠겨 제대로 나오지 않는 목소리에 부를 수가 없어 직접 움직이기로 했지만 제 몸이 아닌 것처럼 원하는 대로 움직일 수가 없어 답답하기만 했다.
벽을 짚고 겨우 한걸음 한걸음 내딛고 거실로 나가봤지만 횅한 느낌에 찬열이가 지금 집에 없는 걸 느꼈다.
같은 공간에 없다는 인식이 들자마자 자리에 주저앉고 말았다.
분명 아닐 걸 알면서 불안이 엄습해오는 건 제 탓이 아니었다.
열아. 어디 갔어?
나 두고 간 거 아니지...?
약속했잖아. 내 옆에 있겠다고.
"응..열이는 다시 올 거야...삼촌이랑은 달라..삼촌..이랑은..달라. 나..안 버려..안 버린댔어..기다리면 찬열이는 다시 올 거야..그니까 울지마 변백현. 울지마..제발..열이가 울지말라고 그랬잖아..그러니까 제발.."
저도 모르게 점점 두려워지는 마음에 눈물이 펑펑 터졌다.
제아무리 눈을 감아봐도 닫힌 눈 틈으로 눈물이 새어나왔다.
울지 않으려고 허벅지도 꼬집어보고 참으려고 했는데 이 상황이 그저 무섭기만 했다.
그래서인지 제 눈인데도 불구하고 말을 듣지 않았다.
제 속을 아는지 모르는지 어디 숨어있기라도 한 듯이 눈물샘이 터졌다.
"조금만..조금만 빨리 와줘...열아."
두 손을 꼬옥 잡고 떨리는 마음을 부여잡아보려 해도 시간이 흐를수록 멈추기는커녕 더 심해져만 갔다.
그저 찬열이 이름만 부르면서 1분 2분 그렇게 시간을 보냈다.
삐삐삐삐삑-
빠르게 들려오는 번호 키 소리에 차츰 진정이 되어가고 있었다.
이것 봐. 찬열이가 금방 왔잖아.
문이 열리고 발걸음 소리가 들림에도 다리에 힘이 들어가질 않아 일어날 수가 없었다.
근데 미묘하게 발걸음 소리가 달랐다.
뭐지. 도둑인가. 아니야. 비밀번호를 알고 들어왔는걸.
갑자기 드는 생각에 이생각 저생각이 들면서 숨어야 할지 고민스러웠다.
"백현씨-."
약간 장난스러운 목소리가 내 이름을 불렀다.
어디선가 많이 들어본 익숙한 목소리.
메모장에 46회까지 써놨는데 다 날라갔어요 ;ㅅ; 끙
순간 쓰지말까... 이 생각이 들다가 완결은 내고 싶고..
언제 그 많은 걸 다시쓸지 걱정도 되고 차라리 새로운 마음으로 새로 쓸까 생각도 드는...(먼산)
쓰다가 쓸 힘을 다 잃은 느낌이에요 독자님들 ㅠㅠ
앞으로 연재가 느리고 내용이 좀 더 별로여도 눈감고 봐주시면 *'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