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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현의 일기

written by. 변백현

 

 

 

 

 

2008. 6. 3

 경수의 눈동자는 지구 밖 미지를 닮았다. 단정하게 트인 눈에 담긴 눈동자가 행성을 두 팔 가득 끌어 안고 있다. 그 검은 눈은 퇴색된, 볼품없는 행성처럼 보이기도 하고, 염세적으로 타오르는 열렬한 행성처럼 보이기도 한다. 나는 그 눈을 사랑한다. 그래선지 눈이 마주치는 순간에는 이런 생각이 든다. 종일 그 눈을 바라보기만 해도 될 것 같다고. 그래도 하루가 모자랄 것 같다고. 나는 경수와 마주하는 순간순간, 혹시나 여과되지 않은 말이 튀어나올까 싶어 입술을 깨물어야 한다. 충동적으로 내 진심을 읊었다간 경수가 견해할 수도 있으니 말이다. 도경수는 나에게 있어서 매 순간이 위태로운 사람이다. 전에 존재한 적도 없었으며, 앞으로도 존재하지 않을 나의 조종자. 나는 그를 일률적으로 사랑한다.

 

 

 

2008. 6. 5

 

 한동안 비가 왔다. 오뉴월의 장마를 맞는 기분이 들었다. 이러다 서리가 내리면 어떡하나. 그럼, 도경수는 어떡하나. 경수는 항시 우산을 들고 다녔다. 검고, 미끈한 재질로 된 큰 우산. 꼭 자기 허리께만큼 오는 우산을 경수는 신나게 들고 다녔다. 가끔은 불투명한 비닐 우산을 들고 오기도 했다. 재질이나 모양은 달랐지만 허리께까지 오는 것만큼은 같았다. 그럼에도 나는 항상 그의 우산을 걱정했다. 그가 우산을 꼭 쥐고 걸어가는 모습을 보면, 굳이 돌려세워 남은 손에 내 우산을 들려주고 싶은 심정이었다. 된다면, 우산을 두 개로 겹쳐 쓰는 것도 좋을 거라고 생각했다. 어깨나 소중한 용안이 젖어들지 않도록. 순간 어이가 없어서 허탈한 웃음이 나왔다. 내가 미쳐가고 있구나. 나는 요근래, 도경수로 인해 인간적인 사고가 불가해졌다. 이미 생각은 정상적인 사람의 궤도를 벗어났다. 본래 정상적 범주에 위치해 있던 상식들을 도경수가 헤집어 놓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오로지 도경수만을 위해 행동하는 것 같았다. 꼭두각시,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닌. 하지만 도경수만의 꼭두각시라면 기쁠 것 같다. 그가 조종하는 나라면 볼 만할 것이다.

 

 

 

2008. 7. 1

 

 행복한 사람은 일기를 쓰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그렇지만 나는 이 생각에 결함이 있다고 반박한다. 일기를 쓰면서 행복해지는 사람도 있지 않나요? 바로 저처럼요. 어느 수단으로써 행복해지느냐의 기준을 일기로 잡은 것은 잘못된 것 같아요, 하는 소심한 반발심. 회갈색 노트, 그 두터운 두께를 다 도경수로 채워 넣겠다는 의지 하나로 펜을 잡은 것, 그리고 그에 대해 하나씩 묘사해나가는 것. 그리고 그를 떠올리는 것. 그것만으로도 풍족한 행복감에 도취되는 걸요. 도파민에 중독되면 이런 기분이 들까 싶을 정도로 몽롱하고 나른한 느낌. 오로지 도경수, 한 사람으로부터 전이된 감정이라기엔 과도할 정도로 달콤하다. 초 단위로 증폭되는 그의 사랑에 대한 불가항력이 내 몸을 멋대로 휩싸고 돈다. 나는 유서의 한 켠에 적어 놓을 한 마디를 떠올린다. 도경수에게 서랍에 있는 일기를 내주지 마세요. 그가 내 일기를 본다면, 이미 저 세상에 가 있을 저도 부끄럽고, 도경수도 부끄러운 상황이 연출될테니까요. 자신에 대해 끔찍하도록 자세하게 서술한 추종자가 있다는 사실에 까무러칠 수도 있고, 그럴 리는 없겠지만, 자신을 애틋하게 바라본 한 사람이 존재했다는 사실에 눈물 겨울 수도 있겠죠. 하지만 그 어떤 상황도 바라지 않아요. 단지, 내가 그를 좋아했다는 일말의 감정, 내가 사라지는 순간 연소될 그 감정을 나 혼자만 껴안으면 돼요. 정말 행복했던 순간들이었다고, 나 자신만 망각하지 않으면 돼요.

 

 

 

 

 

 

 

 

 

2010. 6. 1

 내가 경수의 삶을 그르쳤다. 내가 경수를 군색하게 만들었다. 달디 단 여름의 짙은 소나기같은 아이에게 치욕을 안겨 주었다. 그럼에도 경수는 나를 시나브로 좋아졌다고 고백했다. 나는 형용할 수 없는 슬픔에 빠져 허우적댔다. 발음할 수 있는 것은 사과, 선처를 비는 애원, 그 뿐이었다.

 

 

2010. 6. 1

 한 페이지가 하루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그럼 오늘은 2010년 6월 2일테고, 경수는 나에게 조금이라도 더 무뎌졌을테니 말이다. 그가 나를 싫어해주길 바란다. 한 때 그의 눈을 여유로이 유영하고팠던 마음은 여전하다. 애적의 척도가 깊어졌음 깊어졌지, 절대 얕아지진 않았다. 그렇게 몇 년이 지나도 그의 늪에서 발걸음이 맴돈다. 하지만 그토록 염원하던 경수를 나는 더 이상 바라볼 수가 없다. 그의 발치를 주시하기만 해도 머리 끝부터 내려오는 진득한 죄책감, 회의감. 그래서 고개를 푹 숙이고도 눈에 담는 것은 건조한 아스팔트, 마룻바닥, 그 뿐이다. 모든 것에게 미안해지고 있다. 눈을 뜨면 보이는 사물, 생물. 온갖 것들에게 죄책감을 느낀다. 그를 눈에 담고 싶다. 서둘러 내 죄가 마모되었으면 한다. 그러면 그를 다시 마주할 수 있을 테니 말이다. 

경수야, 난 널 볼 자격이 상실된 탓에, 아직도 네 발끝조차 보기 힘들어. 하지만 네 눈을 보고 싶다는 내 욕망은 과욕일까?

 

 

 

2010. 6. 11

 그가 나를 안았다. 내 목을 한껏 끌어안고, 괜찮다며 속삭여 주었다. 나는 아스팔트 도로를 느리게 주시하며 생각했다. 그를 안고 싶다고. 그를 안아주고 싶다고. 당장에 그를 눈에 담고 싶다고. 목을 끌어 안았음에도 불구하고 몸집이 작은 경수 때문에 내가 그를 안은 꼴이 되었다. 그가 나를 안았을 때, 첫번째로 그에 대한 무한한 사랑이 샘솟았고, 두번째로 내 자격에 대한 의구심이 날카로운 못이 되어 나를 짓눌렀다. 내가 그의 위로를 받을 자격이 있는 걸까.

 

 

2010. 7. 1

 검사를 했다. 어떠한 검사를 받는 지도 모르고 무작정 펜을 들고 체크 표시를 했다. 나는 곧장 나온 결과에 반발심이 절로 끓어 올랐다. 제목은 자아 존중감 척도 분석. 과할 정도로 감정, 그리고 검사자의 상황 고려를 하지 않은 것은 아닌지. 너무나도 의아한 결과에 나는 검사지를 구겨 버리고 싶은 충동에 휩싸였다.  내 세상은 2년 전에도 도경수였고, 그를 좋아한지 2년 후인 지금도 마찬가지로 도경수 뿐이다. 우주, 세상, 세계, 온갖 포괄적인 어휘를 갖다 붙여도 모자랄 만큼 변백현은 완벽할 정도로 도경수로 이루어져 있다. 그래서 수많은 문제들 하나하나에 닥치는 대로 도경수를 대입해 풀었다. 그랬더니 적신호라는 결과가 나왔다. 이제는 결박되다시피 한 그에 대한 애정, 그리고 미안한 마음이 나 자신을 끌어 내리고 있다니. 나는 외치고 싶었다. 나는 이미 그럴 자격을 상실했다고. 변명같이 들리겠지만, 나는 그를 위해 살아가는 것이라고. 경수를 불신하는 것은 아니지만,ㅡ그가 나를 좋아한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아서ㅡ 만약 그가 정말로 나를 좋아한다면, 그는 내가 죽는 것을 원치 않을 테고, 슬퍼할 테니까. 내가 경수를 끔찍이 여기고, 그의 죽음은 생각할 필요도 없이 절망적인 것처럼.

 

 

 

 

 

 

 

 

 

2015. 1. 12

경수야. 축하해.

생일, 그리고 결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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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회원20.245
마지막 일기 슬프다.
8년 전
독자1
분위기가 되게 묘해요. 뭔가.. 잘 읽고가요 :) 브금정보알수있을까여?
8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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