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바닥'에서 방심만큼 사람을 훅 보내는 건 없다.
윤기는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작은 키, 하얀 얼굴, 순박하다가도 능글맞은 웃음으로 싱글벙글 웃고 다니며 뭇 사람들의 경계를 허물어뜨리기는 윤기의 특기였다.
또한, 그런 윤기를 경계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소소하게 예를 들자면,
이웃집 아주머니도 아들같다며 밑반찬 갖다주기를 꺼려하지 않았고,
집 근처의 짠순이로 유명한 과일가게 아주머니도 윤기가 과일을 사면 다 시들어가는 거, 너나먹으라며 하나라도 더 챙겨줬다.
하는 일 없이 집 근처를 어슬렁거리는 아저씨와 할아버지들에게도 윤기는 인기만점이였다.
하지만 조직내에서 실력으로 둘째가라고 하면 서러울 윤기의 손 끝과 칼 끝에 피를 흩뿌리며 스러져간 사람들이 기백이였다.
그들 모두는 '방심'한 대가로 윤기에게 피와 목숨을 바쳐야 했다.
-
탄소는 고아였다.
승승장구 하지는 않았지만 나름 소소한 실적을 쌓으며 성장하는 중소기업의 사장이였던 아빠는
거짓말처럼 회사가 한 순간에 망하면서 모든 빚을 떠안겠다며 자살하셨다.
엄마는 온실 속의 화초였다. 그래도 하나 있는 자식 먹여살려 보겠다며 백방으로 일을 했다.
그러나 꼬박 3년을 모은 2,000만원을 사기를 당하셨고 믿을 수 없지만 엄마도 아빠를 따라 가버렸다.
이건 뭐, 드라마에서도 안 써먹을 막장이였지만 자신의 18년 인생은 부모님의 부도와 사기, 자살로 점철되어있었다.
하지만 인복은 영 없는 편은 아닌지 주변엔 의리도 있고 저를 위해주는 친구들이 있었기에
웃고 다닐 수 있었고 내세울 것이 딱히 없는 자기 인생을 위해 미친듯이 공부하고 알바를 했다.
그나마 자신에게 빚 안지우고 떠난게 어디냐며 씩씩하게 웃는 탄소는 그 나이또래라면 몰라도 될 미소를 짓고 있었다.
# 00
"..."
"하아..후우..후으, 후, 하..하으..."
이게 바로..!!
이게 바로 김태형이 노래를 부르던 변태인가보다.
집으로 가는 길이였다. 넉넉하지 않았기 때문에 치안이 좋지 않으며, 근처엔 홍등가와 할렘이 위치한 자신의 집은
밤 늦게 다니면 조금 무서운, 아니. 사실 많이 무서운에 위치해 있었지만 탄소는 피곤한 몸을 이부자리 위에 뉘이는 상상을 하며
발걸음을 재촉하던 길이였다.
그런데..어두컴컴한 골목길에 울리는 낯선 남성의 숨소리에 귀가 쫑긋해진 것이다.
"..."
"하아..으..씹..!"
..혹시, 모텔을 못가서..여기서..그래..뭐, 조명이 없으니까..
그런데 왜 남자 숨소리만? 남자 둘이서? 그럼 찰박찰박하는 소리가 나야되는데?!!
주변환경 덕분인지 순수하지만 그다지 순진하지는 않은 탄소였다.
"민윤기 새개..끼가..씨발!!!"
"민윤기 개새끼가 씨발이 유언이야?"
"씨발..니가 어떻게 나를..씨발!!"
"소리지르면 빨리 죽어. 지금도 피 철철나는데."
"..흐으..살려줘, 제발..! 나 죽은듯이 살게..응? 이 바닥 뜬다니까?"
"이 바닥 신용이 얼마나 중요한지 아는 인간이 그래?"
"윤기야..나랑..나랑..! 응? 밥..밥도 먹고! 사우나도 가고! 술..술도 마셨잖아!"
"풉..! 아, 미안."
탄소는 골목에 울리는 숨소리가 성적 흥분에 의한 것임이 아님을 눈치챘다.
1년에 한 번은 목격하는 조직들간의 그런 싸움인가보다, 하고 탄소는 길을 돌아가야하나, 고민하고 있었다.
찰박.
"..."
씨발.
욕을 잘 하는 편은 아니지만, 저 단어만이 제 상황을 완벽하게 표현하고 있음을 온몸으로, 격렬하게 느끼고 있었다.
"..누구야."
"살..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
"쯧."
"크어억..!"
저벅저벅저벅
남자는 나를 향해 걸음을 옮겼다.
적막한 골목을 울리는 남자의 발소리는 공포 그 자체였다.
"..."
처음으로 죽음이,
눈 앞에 보이는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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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ㅎㅎ
독방에서 먼저 살짝..인사를 드렸었는데..
사실 반응은 크게 없었습니다만..(민망)ㅋㅋㅋ
오랜만에 글 써봤는데 술술 나오는 것 같아서 용기내서 써봅니다.
너무 무겁고 진지하게 전개가 된다면 제가 감당이 안되거니와
그럴 능력도 없으므로 살짝 여주 성격에 푼수끼를 더했습니다.
이번 편에서는 등장인물 치환을 쓰지 않았는데요,
저는 독자님들이 하자는대로 하겠습니다. 의견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