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슙국] 반인반수 정국이 키우는 윤기 썰]
3. 과거의 사건, 그리고 결심
호석에게 전화를 걸어 신호음이 가는 그 짧은 순간에 윤기의 머릿속에는 정말 많은 생각이 스쳐갔다. 안 키우겠다고 부정하며 화를 냈지만 지금 자신의 꼴을 보니 이미 아이를 키우고 있는 것 같았다. 아이를 씻기기 까지 했지만 아이의 이름초차 몰라 조금은 미안한 마음이 들었던 윤기는 아이가 계속 자신과 함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있을 때만이라도 잘해줘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어? 형! 웬일이야?'
“어, 물어볼게 좀 있어서.”
‘형이 나한테? 뭘...아, 정국이?’
“정국이?”
‘내가 형한테 준 토끼, 아직 이름도 몰랐어?’
“네가 안 가르쳐 줬잖아. 내가 어떻게 아냐. 애가 꾸기꾸기 거리 길래 난 이름이 꾹이 인줄 알았지.”
‘아, 안 가르쳐 줬지 참... 그럼 여태 뭐라고 불렀어?’
“아가”
‘아...형이 아가라고 부르면서 웃었을 생각하니까 소름 돋는다.’
“뒤진다. 지랄 말고, 그 아가...아니 정국이 정보 좀 읊어봐.”
‘정국이정보? 뭐 이름 같은 거 말하는 거야?’
“어, 이름, 나이, 생일 같은 거. ”
‘이름은 전정국. 나이는...이제 7주 조금 넘었으니까 두 살 정도?’
“7주?”
‘어, 좀 어리지? 사람나이로 따져도 좀 어리고, 그래도 토끼니까 빨리 큰다는데? 수명은 40년 정도. 아, 생일은 9월1일이고. 밥은 이유식 챙겨주면 될거야.’
“9월1일, 밥은 이유식? 알았다.”‘이제 궁금한 거 없지?’
“아, 아니 하나 더 있는데. 혹시 정국이 나한테 오기 전에 무슨 일 있었냐?”
‘태어나서 지금까지? 그건 왜?’
“애가 물을 좀 병적으로 무서워하는 것 같기도 하고, 눈치도 많이 보는 것 같고, 울 때도 소리 없이 울고..내가 안 챙겨 줘도 칭얼거리는 게 좀 없는 것 같아서.”
‘아...음, 형이 키우기로 마음먹은 거야? 그러면 가르쳐주고.’
“아니 그건..아직 잘 모르겠고.”
‘뭐야, 그럼 왜 물어봐. 괜히 정들게 이것저것.’
“아 그냥 가르쳐줘.”
‘싫어, 괜히 정든다니까? 이런 얘기 들으면. 형, 진짜 정국이 못 키우겠으면 그냥 다시 내가 데려갈까?’
“아 됐어. 내가 키워, 내가 키울게. 됐지? 무슨 일 있었냐고.”
‘오, 좋은 생각. 아, 이거 좀 진지하고 심각한 얘긴데, 그러니까 정국이가 태어나자마자 버림받았어. 애가 좀 약하게 태어나가지고 엄마한테도 미움 받고, 형제들한테도 괴롭힘 받고. 그래서 주인이 어쩔 수 없이 보호소로 보냈는데 거기가 비리랑 이런 게 좀 많은 곳 이었나봐. 고위 담당자들도 쓰레기고, 거기서 아가들을 때리고 강간하고 그랬던 것 같아. 정국이는 어리니까 강간까지는 안 당한 것 같은데 많이 맞았었데. 그 보호소로 입양하러 갔던 사람이 때마침 그거 보고 신고 했는데 그 사건 담당한 경찰이 지민이였어, 그때 지민이 형이 데리고 온 아가가 정국이고. 지민이가 정국이가 그 보호소에서 제일 어린 아간데 자신은 키울 여건이 안 된다고 주인 좀 알아봐 달라고 나한테 맡겼고, 그래서 내가 형한테 준거고.’
“아...하, 그럼 물은 왜 무서워하는 거야?”
‘물 무서워 한다는 소리는 따로 못 들었는데? 아, 맞다. 그 지민이가 보호소에 영장 들고 쳐들어갔을 때 거기 원장이 애 하나 물고문 하는 중이었다고 했는데, 정국이가 그 옆에 있었다고 했던 것 같아. 울음소리 제일 큰 곳에 있었다고. 그 물고문 당한 아가는 지금 혼수상태라고 하던데.. 설마 정국이 같이 어린애한테 물고문은 안했을 거고... 그거 때문에 그런가 보다.’
“물고문? 하 진짜, 정국이는 안 당했던 거 확실해?”
‘거기까지는 모르겠다.. 나도 지민이 형한테 정국이 부탁 받았을 때 대충 들은 정보라서. 자세한 건 나중에 석진이 형한테 물어봐, 정국이 주치의 맡았었거든.’
“하, 알았다.. 알려줘서 고맙고.”
‘어. 내가 너무 큰 짐을 주고 간 건가 싶다. 미안해 형.’
“아냐, 괜찮아. 오히려 고맙다. 나중에 정국이 데리고 한 번 찾아갈게.”
‘응. 끊을게.’
정국이가 지신에게 오기까지 무슨 일을 겪었는지 알게 된 윤기는 정국이를 그냥 자신이 키워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동시에 정국을 냉대했던 것에 대한 미안함이 커졌다. 혹시 그 보호소 사람들과 자신이 겹쳐 보이진 않았을까, 겨우 벗어난 그곳에서의 두려움이 다시 피어난 건 아닐까. 이런저런 생각을 하던 윤기가 빤히 자신을 쳐다보고 있는 정국을 안아들었다.
“쥬잉...?”
“음..아가, 정국아. 아까 형이 우리 정국이 물 무서워하는 것도 모르고 막 혼내서 미안해, 어제 정국이 맘마 안 챙겨 준 것도 미안. 형이 정국이 생각 안 하고 너무 형 생각 만 했다. 그치?”
“으응, 안니.. 꾸기 갠차나.. 쥬잉 조아”
“좋아? 형이 맘마도 안 주고 혼자 있게 했는데도 좋아?”
“쥬이니 꾸기 때찌 안해..조아”
“형은 우리 정국이 때찌 안 할게. 그리고 이제 주인 말고 형이라고 부를까? 아가, 형아 해봐.”
“쥬잉 아니야? 혀아? 혀엉아!”
“옳지, 우리 아가 예쁘네, 정국이 맘마 먹을까? 배고프지?”
“네..꾸기 꼬르륵..”
윤기가 정국을 안아든 채로 부엌으로 향했다. 정국의 아픈 상처를 알게 된 윤기가 정국을 바라보며 미소 지었다. 이 아이를 절대 다른 이에게 떠맡기지 않으리라. 정국을 보는 윤기의 눈에는 어느새 애정이 가득 담겨있었다.
{암호닉-탄탄, 안녕 너무 늦어서 미안..(하트)}
너무 늦어서 미안해요.. 날 매우 쳐요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