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GM ♬ 아이유-마쉬멜로우
야간알바.02
(부제: 쑥맥의 불편함, 그리고 심쿵사)
w. 태레뷔전
어제는 정말 편의점에 안 갔다. 커피우유로 수혈을 안 하니까 기가 딸려서 편의점 근처까지 간 건 맞는데, 진짜 딱 거기까지였다. 내적 갈등과 함께 몇 분을 서성이다가 그냥 학원으로 갔다. 덕분에 수업 듣고 문제 푸는 내내 힘이 하나도 없었다. 친구들, 선생님 모두 무슨 일 있냐고 물을 정도...ㅠㅠ 그리고 내 커피우유 금단 증세(?)는 그 다음날, 즉 오늘까지 계속되고 있었다.
으어어어 힘 없어...
터덜터덜 등굣길을 걸어서 교실에 도착했다. 교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수영이-제일 친한 친구다-가 ‘오늘 좀 늦었다?’ 하며 내 등허리를 툭 치고 지나갔다. 우리 사이에 특별히 인사는 필요 없고, 사물함으로 향하는 수영이를 따라가며 포효했다. 커피우유, 커피우유, 커피우유, 커피우유!!!! 커피우유 먹고 싶어!!!! 사물함에서 책을 꺼낸 지나가 어느새 자기 귀 옆에 와있는 내 얼굴을 손바닥으로 쭉 밀어내며 말했다.
“어우, 얘가 아침부터 왜 이래? 너 그거 맨날 사 먹잖아.”
“어에는 모사머었단 마이야!”
(어제는 못 사 먹었단 말이야!)
왜? 편의점 닫았어? 내 얼굴에서 자기 손을 떼어내며 묻는 수영이의 말에 고개를 설레설레 저어 보였다. ㄴㄴ... 그건 아니고 이따 점심시간에 말해줌...ㅠㅠ 내 말에 오케오케-, 하며 고개를 끄덕인 수영이는 내 엉덩이를 한 번 툭 치고는 자리로 돌아갔고, 나도 그제서야 발걸음을 옮겼다.
근데 내가 진짜 미쳤나... 자꾸 헛것이 보이네... 내 자리에 웬 커피우유가... 커피우유로 카페인 중독인가, 라고 생각하며 내 자리 앞에서 내 뺨을 한 대 때리고는 다시 책상 위를 쳐다봤다.
엥...?
헐, 진짜 커피우유다. 옆에 정갈하게 놓여 있는 빨대까지!
뭐지? 내 마니또인가?? 아닌데? 우리 반은 그런 거 안 하는데??? 아님 하느님이 불쌍해서 내려주신 건가? 아니 이건 말이 안 되고...
뭐야 이거. 무서웓ㄷㄷ...
계속 엉뚱한 생각만 해대다가 결국엔 누가 실수로 두고 간 거구나 하고 결론지었다. 생각을 마치고도 아 그냥 모르는 척 먹어버릴까, 하며 침을 꼴깍 삼켰지만 나는 양심인이니까(존나) 커피우유를 들어올리며 소리쳤다.
“이 커피우유 주인!!!!!!”
~놀라울 만큼, 그 누구도 관심을 주지 않았다.~
ㅋ... 그래 알겠어~ 삐뚤어질 거임. 먹어 버릴 거야! 라고 생각하며 커피우유를 트려고 하는데 우리 반 반장이 (내) 커피우유에 대해 아는 체를 해준다.
“어? 그거 너 거 맞을 걸?”
“에...?
“그거 오늘 아침에 어떤 남자 애가 너 자리 물어보더니 놓고 갔어.”
나니?ㅇㅅㅇ 저는 주변에 남자가 1도 없습니다만?
“헐 걔 어떻게 생겼는데?”
“음... 일단,
머리는 갈색이고...”
에이...
“ㄱ, 그리고?”
“입술 모양 되게 뚜렷하고...”
설마.
“또...?”
“아 맞아, 코에 점 있는 것 같았어. 암튼 엄청 잘생겼던데!"
“헐 미친!!”
헐... 저거 그 알바 생김새잖아... 헐헗렇헐헐ㄷ헐... 말도 안 돼... 머리 속에서 울리는 뎅- 소리와 함께 어안이 벙벙해져 커피우유와 빨대를 번갈아 쳐다보았다. 남자친구냐며 연서복처럼 묻는 반장의 물음에 ㅇ, 아니!! 그런 건 아니야!!! 라며 크게 소리치니 반 애들의 시선이 모두 나에게 집중 됐다. 몇몇 애들은 여얼~~ 김여주~~~ 하며 음흉한 눈빛을 쏟아냈다. 근데 그게 다 지금 나랑 무슨 상관이야...
존나...
좋잖아!!!!!!!!!!!
헉헉헉 지금 내가 어제 편의점 안 갔다고 신경써준 거 아냐ㅠㅠㅠ허휴ㅠㅠㅠㅠㅠㅠ
발발 떨리는 손으로 입을 반쯤 벌리고 있는 커피우유를 마저 트고는 벌컥벌컥 들이켰다.
알바는 내 마음 속의 커피우유...
씁쓸하면서도 달달한 내 마음 속의 ∑㈜ㅋjㅍi 밀쿠™...♡
***
알바님(?)의 커피우유 버프의 지속시간은 어마어마 했다.
하루 내내 자꾸만 실없는 웃음이 나와서, 친구들은 급기야 ‘그만 좀 웃어 미친년아!’ 라며 나를 마구 때려댔다. 근데 나보고 어쩌라고! 좋아서 죽겠는뎋ㅎㅎㅎㅎㅎㅎ!
“얗ㅎㅎㅎ 잘가랗ㅎㅎㅎㅎ”
“어후... 야 혼자 가면서는 그렇게 웃지마라... 너 진짜 잡혀가...”
넹넹 알겠습니당~~ 흐흐흐! 수영이의 측은한 눈빛을 뒤로하고 깜깜한 교정을 나섰다.
오늘은~ 편의점 가서 커피우유 사고~ 사탕이라도 건네야지~♡ 편의점을 향하는 발걸음이 가벼웠다. 커피우유 옆에 정갈하게 놓여있던 빨대조차도 곱씹으면 곱씹을 수록 설레니 급기야는 사귀는...ㅎㅎㅎ 상상까지 해버렸다.
아, 나 이런 거 진짜 처음이야ㅠㅠㅠ
너무 좋아서 허공에 발길질도 해보고 콧노래도 부르고 하다 보니 어느새 발은 편의점 5m 앞에 멈춰있었다. 편의점 안으로는 바코드를 찍는 알바님 얼굴이 보였고, 나는 계산이 끝나고 손님이 나올 때까지 편의점 건물 코너에서 심호흡을 하며 기다렸다.
“안녕히 가세요-”
드디어...! 1분 정도의 시간이 어찌 그리 1시간 같던지. 손님이 완전히 코너 뒤로 사라지는 걸 보고는 후다닥 튀어나와 태연한 척 문을 열고 들어갔다.
“어서 오세요-,”
“안녕하세요~ㅎㅎ”
편의점으로 들어온 나를 본 알바님은 나를 보고 꽤나 놀란 듯 보였다. 그래서 더 태연하게 인사해줬다. 평소 같았으면 곧바로 커피우유만 집어 들어 계산 했을테지만 오늘은 좀 뜸을 들였다. 아무래도 사탕 몇 개로 퉁치는 건 좀 아니지 않을까, 라는 생각으로 괜히 음료 냉장고도 열어보고 과자 진열대도 살펴보고... 근데 갑자기 그게 알바님이 두고 간 게 아니면 어떡하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갈색머리에 입술 모양 뚜렷하고 코에 점 있는 사람이 우리 학교에 또 있을 수도 있잖아! ...아 맞다. 그렇게 생긴 애는 있어도 나한테 커피우유를 줄 애는 없지? 참...ㅋ...
현실 직시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난 길고 긴 내적갈등 끝에 그냥 특별한 이유 없이-굳이 말하면 부담스러워 할까봐- 음료나 과자는 관두고 계산할 때 막대사탕 몇 개를 고르기로 했다. 나중에 친해지면 제대로 뭔가 줘야지! 고민의 산물인 표면에 물방울 서린 커피우유만 손에 들고는 계산대로 향했다. 계산대에 우유를 내려놓자 알바님이 이제는 아주 자연스럽게 우유를 들어 바코드를 찍고는 1500원입니다-, 한다. 아 사탕 골라야 되는데 뭐 고르지?ㅠㅠ 뭐 좋아할까ㅠㅠㅠ...
“손님?”
“ㄴ,ㄴ, 네?!”
“1500원입니다-.”
내 힘찬 대답에 알바님이 꽤나 예쁜 미소와 함께 말했다. 아 대박... 저 그래서 사망신고는 어떻게 하나요...? 사인은 심쿵사로 부탁드려요...
아니 아니, 이게 아니고!!! 끙... 어떡하지...ㅠㅠㅠ
에잇
에라 모르겠다!!!!
“저기...”
“네?”
“저 사탕 몇 개만 골라주실래요...?”
아 미친, 질렀다... 조마조마 알바님의 행동을 기다리는데 알바님이 이번엔 당황하지도 않고 여전히 미소를 띤 채로 의연하게 막대사탕 통으로 손을 넣었다.
...(두근)
통 속을 보며 몇 번 뒤적이는가 싶더니 이내 사탕 한 개를 꺼내 올린다. 그 손을 따라 시선이 올라가니...
헉... 눈이 제대로 마주쳤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피할까 아님 계속 이러고 있을까 고민할 새도 없이 바로 알바님의 입이 움직였다.
“사탕은 역시,”
“딸기맛이지.”
아... 어머니 불효녀는 먼저 갑니다...
제 방 책상 밑에 붙여놓은 돈 봉투 하나가 있는데 얼마 안 되는 돈이지만 살림에 보태시구요... 아부지랑 즐거운 시간 보내다가 오셔요... 정말 감사했어요... 정...ㅁ...
“손님.”
“??????”
“계산할까요?”
아 진짜 알바님 왜 계속 웃어 주시는 거냐... 황송하옵니다... 웃음기를 띠곤 사탕을 자신의 얼굴 옆에서 까딱까딱 흔들고 있는 알바님의 모습에 고개만 폭풍 끄덕였다. 근데 정말 계속계속 웃는다ㅠㅠㅠ 고생 끝에 낙이 온다고 했던가. 지금 내 상황이 딱 그 상황이었다. ‘1700원입니다-.’ 하는 알바님의 말에 돈을 지불 하는데 또 손이 스쳤다. 손 스치는 건 이제 나름 자주(?) 해봐서 꼴에 익숙해지고 있었는데 오늘은 느낌이 달랐다. 진짜 이러다가는 심장이 터질 수도 있다고 생각 될 만큼...!
잔돈을 받고는, 덜덜 떨리는 손에 애써 힘을 줘 커피우유를 들고는 감사합니다! 하고 문으로 향했다.
후하후하후하후하후하후하 내일 편의점 어떻게 오지ㅠㅠㅠ
저번과는 다른 느낌의 걱정이었다. 그리고 문고리를 잡는 순간 뒤에서 또...
“손님!”
......
“사탕은?”
제발ㅠㅠㅠㅠㅠ
제발 그만 하세요ㅠㅠㅠㅠ 장난이 아니라 정말 심장이 터질 것 같단 말이에요ㅠㅠㅠ 아니 그냥 이미 터져서 이젠 심장 뛰는 소리도 안 들려요ㅠㅠㅠㅠㅠㅠ
괜히 울음이 터질 것만 같았다. 차마 뒤를 돌아볼 자신은 없어서, 그 상태로 고개를 푹 숙이곤 단 두마디만 남겨놓고 후다닥 편의점을 나왔다.
아니, 그거...
드세요!!!!!
작가의 말*~* |
하루만에 다시 뵙네요. 태레뷔전입니다! (굵은 글씨만 읽으셔도 돼요!)
글 사이사이 엔터가 좀 심하게 늘어난 것 같으시다구요...?(주륵)
제가 아무래도 글잡에 처음 쓰는 글이다보니 어떻게 써야 독자님들이 읽기에 편하신지 몰라서 글편집 면에서는 여러가지 시도를 해보고 있어요!
혹시 불편한 점이 있으시다면 댓글로 알려주세요:)
아 참, 그리고 앞으로는 글 사이에 조금씩 사진을 넣어볼까 해요. 제 부족한 필력으로는 태형이의 멋짐을... 소화할 수 없더라구요...(주륵2)
그래서 이번 화에 태형이 움짤을 하나 넣어봤는데ㅠㅠ 짤을 선정하기 너무 어려웠습니다... 태형이가 끼돌이라... 작품 내에서의 은근한? 느낌의 사진이 많이 없더라구요...(주륵3)... 싱크가 별로더라도 너그러이 양해 부탁드려요ㅠㅠㅠㅠ
쓰다보니 내용이 길어지네요...ㅠㅠ
마지막으로 (아마도) 내일 중으로 그동안의 태형이 시점이 올라옵니다! 기대(?) 해주세요!
오늘도 읽어주신 모든 분들 정말 감사합니다! 댓글 적어주시고 포인트 되받아 가셔요*v*
그럼 20000! *좋은 밤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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