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 # 전할 수 없는 이야기, 그리고 |
by.팊
간발의 차이였다. 이미 태환은 오후 연습이 끝난 후라서 컨디션 회복이 끝난 상태였고, 쑨양은 애시당초 컨디션을 회복하러 온거라 몸도 덜 풀린 상태였다. 당연히 컨디션이 좋은 태환이 한 끝 차이로 승리 가져갔다. 태환은 수경을 벗으며 왠지 시선은 살짝 떨꾼채 웃었다.
" 지금 하는 말은 어차피 못 알아들을테니 조금만 떠들게요, 쑨양. "
" 내가 누군가의 우상이 된다고는 생각해보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나를 우상이라고 해준 쑨양에게는 항상 고맙고, 또 내 우상들처럼 더 멋진 우상이 되기 위해, 아니 정확히는 나 자신을 위해 노력해왔어요. 하지만‥. "
태환은 아무에게도 할 수 없었던, 혼자서만 안고가던 마음을 털어놨다. 물론 쑨양이 알아들을 수 없었으나, 그 편이 서로에게는 더 편한듯 보였다. 쑨양은 어딘가 모르게 떨리는 그의 목소리를 들으며 왠지 저도 모르게 마음이 아려왔다. 무슨 말을 하는지 알 수 없으나, 그의 마음이 전해져왔다. 두사람을 감싸안고있는 수영장의 물이 갑자기 차갑게만 느껴지는 두 사람이였다.
" 태환. "
" ha-? "
쑨양은 감고있던 눈을 떴다. 천장에 시선을 고정한채 힘없이 대답하는 그를 바라봤다. 그리고 자신도 고개를 들어 하늘을 봤다. 쑨양은 그 순간 괜시리 하늘이 참 높고도 멀게 느껴지는 듯 했다.
.
쑨양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뼛속까지 한국인 인지라 평소 중국어를 들을때 사실 좀 시끄럽다고 느낄때가 많았다. 재잘재잘 쏘아대는 그 중국 억양이 내 귀에는 너무나 익숙치않았기 때문이였다. 그런 중국어가 왠지 귀에 부드럽게 감겨들어온다. 작게 참방거리는 물소리에 섞여서 쑨양의 목소리가 부드럽게 고요하게 들려왔다. 왠지 기분 좋은 목소리다. 진심이 묻어있는듯한 목소리. 평소에는 목소리가 잘 들리지않아 제대로 들은적이 없었는데, 이렇게 조용한 곳에서 홀로 퍼지는 소리를 듣고있으니‥.
" -중국어 배워볼까? "
" Park? "
" yes "
한국인이 한국어를 쉽게하는데 외국인이 어려워하는거랑 똑같은 이치지 뭐. 를 설명 할 수 없기때문에 그냥 고개만 조용히 끄덕였다. 그 후 우리는 서로가 서로를 봐주기도 하고 몇번 더 경기하듯 같이 수영도하고 하며 시간을 보냈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하늘은 정말 깜깜해졌고 수영장 구석구석 빛이 비춰지지않아 으스스하게도 느껴지는 시간이 됐다.
" -밥. 사줘야지 쑨양. "
" -아‥, 음 내가 져버렸구나. "
" -당연하지. 난 박태환이니까. "
내 대답에 쑨양은 잠깐 눈을 꿈뻑이다가 이내 또 바보처럼 웃었다. 이따가 꼭 말해줘야겠다. 절대로, 진짜 다른데 가서 그렇게 웃지말라고‥.
우리는 대충 씻기위해 샤워실로 들어섰다. 평소와 다름없이 수모를 벗으며 머리를 털고 있자니, 왠지 뭐 마려운 강아지 마냥 안절부절 거리는 쑨양이 눈에 들어왔다. 왜 저러지? 혹시 밥 사줄 돈이없나‥? 굳이 안사줘도 되는데, 음‥. 혼자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있는데 사람도 없는 넓은 샤워실을 이리저리 돌아다니던 그는 내가 서있던 샤워부스 벽 반대편으로 돌아가서 물을 틀었다. 어라?
" -혼자! 혼자, 좋아서! "
혼자 좋아한다고? 무슨 소린가 가만히 곱씹다가 나는 아~. 하는 짧은 탄식을 내뱉었다. 혼자 씻는걸 좋아한다는거구나. 뭐‥, 거의 헐벗은 몸을 매일 보여주는 직업인데도 혼자 씻는걸 즐긴다니 왠지 상상이 안갔다. 별로 벗고 이런거에 대해서 거부감이 너무 없어진 나는 곧 잘 벗었다. 그게 좀 흠이긴 했지만. 대충 몸을 씻어내고 머리를 한번 닦은 후 허리춤에 수건을 둘렀다. 손으로 머리카락을 다시 한번 더 털어내며 샤워실을 나가려니 뒤따라 쑨양이 나왔다. 쑨양은 나와 같은 모습에 머리 위에 수건을 하나 더 올리고 있었다. 몸이 길어서 그런가? 수건을 두장을 쓰는구나. 하고 쓸데없는 생각을 했다.
" -쑨양, 먹는거 뭐 좋아해? "
옷을 다 갈아입고 한가롭게 수영장을 빠져나오며 내가 먼저 입을 열었다. 쑨양은 아직 덜마른 머리를 탈탈 털면서 음‥. 하는 소리를 내며 고민했다. 왠지 쑨양은 덩치가 커서 뭐든 잘 먹을것만 같았다.
" 사..... "
" -아, 웨이보? 봤어. 좋아해? "
" -맛있어. "
태환이 내 웨이보를 봤다고? 말도 안돼. 그건 중국인들만 쓰는건데? 묻고싶다. 어떻게 본건지, 아니 내 생각에 아마 태환은 한국의 언론들을 통해서 봤을것 같았다. 솔직히 태환은 중국어를 정말 모른다. 그러니까‥, 설령 내 웨이보에 들어온다고한들 뭘 알아볼 수 도 없을텐데, 중국도 트위터나 페이스북이 되면 좋으려만, 휴‥.
" 쑨양? "
태환과 계속해서 걸으며 올림픽이라 여러 국가 음식집을 만들어놓은 숙소 주변에 한국 고기집이 어디없나, 하고 두리번 대는데 드디어 내 눈에 가게가 하나 눈에 들어왔다. 반가운 마음에 나는 펄쩍 뛰며 그의 팔을 덥썩 잡아끌었다.
혼자 신이 나버린 나는 당황한 태환의 어버버버 거리는 소리를 듣지못한채 가게로 직행했다. 가게에 들어서자, 테이블들은 꽤 차있었다. 가게 점원은 인사를 하고서 고개를 들고 선수인 우리를 보고는 전혀 놀라지않은채 익숙하다는듯 자리를 안내했다. 다른 국가대표들도 많이 들리는 모양이였다. 나는 점원을 따라 가려는데 갑자기 몸이 기우뚱하고 멈췄다.
" -쑨양, 나 혼자서도 걸을 수 있어. "
퍼뜩 손을 놓았다. 쑨양 정말 나 왜 이러는거지‥. 가뜩이나 나이도 어려서 그가 종종 어린애 보듯이 보는데, 이렇게 무시 당하고도 남을 짓을 하다니, 한심하다. 남자가 맞기는 한가 나는? 뺨을 긁적이며 나는 그의 뒤를 따라서 점원이 안내해준 자리로 갔다. 두리번 거리며 둘러보는 나와 달리 그는 능숙하게 삼겹살을 주문하고 두개 나란히 놓여있는 물컵에 물을 따라 나에게 건냈다. 물컵을 받아들고 물을 홀짝거리고 있던 나를 빤히 보던 태환은 테이블에 턱을 괴며 시선을 내렸다.
" -쑨양, 술 마실줄 알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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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블라블라 " (영어)
" 블라블라 " (한국어)
" [블라블라] " (중국어)
팊.
으아 ㅜㅜ!! 말씀 드렸던대로 슬슬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습니다!
아, 그리고 읽다가 왜 존대였다가 반말이였다 하냐 하시져...?
영어는 따로 존댓말이 없기때문에 그걸 살려서 반말로 표현하고
중국어나 한국어는 존칭을 붙여서 사용했어요! 아직 두사람이 반말 쓸 타이밍은 아니라서..ㅎㅎㅎ..ㅎ..
이거 끝나면 또 쑨환태양으로 하나 더 써볼까해요
데헿ㅎ헿헤헤 ㅎㅎㅎ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별 재미는 없는 글을 항상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ㅜㅜ
다음편에 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