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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uter Hamel - March, April, May








"어때요? 입에 좀 맞아요?"







  그 특유의 된 발음으로 물어오는 질문에 나는 세차게 도리질을 하고 싶었다만 입 안을 맴도는 크림 파스타가 애석하게도 내 입맛을 돋구게 하여 눈을 깜빡이며 긍정의 반응을 보였다. 나를 배려해서인지 우연인지 인적이 드문 골목에 위치한 이 자그마한 레스토랑은 좁은 면적에 3층으로 되어있어 현재 3층에는 그와 나 둘 뿐이었다. 앞에서 천천히 스테이크를 써는 그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먼지가 풀풀날릴 것처럼 보이는 허름한 골목에 있지만 주방장이 솜씨는 좋은 듯 했다. 고기가 아주 연한지 칼질 한 번에 곱게 썰린다. 그 속에 살짝 보이는 불그스름한 살코기는 먹어보지 않아도 최상의 것이라는 걸 알 수 있게끔 했다. 와인 또한 그랬다. 달짝지근한 와인은 술을 좋아하지 않는 나에게 맞춘 듯 음료수처럼 술술 넘어갔다. 와인 특유의 식도를 타고 넘어갔을 때 느껴지는 텁텁함을 찾아볼 수 없었다. 홀짝, 한 모금을 입에 머금고 음미하였다. 은은하게 들려오는 재즈 음악도 좋았다. 빠른 음악만을 추구하는 요즘 시대에서 동 떨어진 곳 같았다. 1900년 대 후반즈음의 레스토랑은 이런 분위기였을까.









"다행이네요. 제가 자주 오는 곳인데, 와인이 괜찮죠?"









  과하지 않게 예의에 맞는 미소를 지으며 와인을 손수 따라준다. 남자다운 얼굴선이 고스란히 드러나도록 앞머리를 깔끔하게 세운 그의 인상은 인정하기 싫지만 호감이었다. 아마 첫 미팅 때 나는 늘 입는 셔츠에 물빠진 아무 바지나 입고 머리는 손 볼 겨를도 없이 허겁지겁 나갔는데, 한 명의 여비서 (지금 생각하니 토끼 직원이었던 것 같다.) 와 함께 카페에 앉아있는 꼴이 딱봐도 여자 여럿 후리겠구나 싶었다. 딱 떨어지는 소매 아래로 드러나는 명품 시계 또한 한 몫했겠지.









"한국엔 언제 오셨어요?"

"한 3년 됐어요. 그 전까지는 독일에서 번역 일 했고요."

"재밌어요? 일 하는 거"









  글쎄, 생각해 본 적은 없는데. 내가 어쩌다 이 일을 하게 되었는지 머리를 굴려가며 곰곰이 생각해보았으나 딱히 떠오르는 이유가 없었다. 자택 근무 할 수 있으며, 사람 많이 안 만나고, 질리지 않는 직업을 찾다보니 어느새 밤낮 가리지 않고 구불구불한 글자들을 상대하게 되었다. 재밌다기보단 그저 그려려니 정도. 생각지도 못한 질문을 받아서인지 한 방 먹은 기분이었다. 아무래도 방금까지 호감형이라고 한 거 취소해야겠다.











"잘 모르겠어요. "

"아, 그렇구나. 근데 저 질문 하나 해도 돼요?"










  안 된다고 해도 할 거면서. 대충 고개를 주억거리니 능글맞게 웃으며 와인잔에 들어있던 물로 목을 축인다. 큼큼, 하고 잔뜩 뜸을 들이는 모습에 나도 사람인지라 어쩔 수 없이 호기심이라는 게 생겼다. 무슨 질문을 하길래 이렇게나 시간이 걸려. 나까지 목이 타서는 와인이라도 마시려 조금 입에 머금는다는 게 왈칵 입에 부어버렸다. 아무렇지 않은 척 조금씩 나누어 삼키는데 나를 빤히 보다 천천히 입을 연다.










"혹시 애인 있어요?"









  켁, 크흠, 식도에서 와인이 역류하는 듯 했다. 목에 걸린 음료를 빼는 것 만큼 고통스러운 행위는 없거늘 더 고통스러운 행위를 받아들인 터라 상대적으로 고통이 덜 한 듯 했다. 걸린 와인이 콧구멍이나 눈으로 나올 듯 했다. 헛기침을 몇 번이나 하고 그가 건넨 물을 벌컥벌컥 들이키고 나서야 조금 나아졌다. 맙소사. 정말 맙소사였다. 조용히 식사가 마무리 될 수 있을 거라는 내 자그마한 기대를 그가 밟아 뭉개버렸다. 어깨를 으쓱하며 냅킨을 건네는데 나도 모르게 획, 받아채고 말았다. 입 주변을 천천히 닦으며 그의 눈치를 슬슬 보았다. 기대에 찬 눈동자는 진실을 알고 있다는 듯 반짝였다.










"아니요, 없는데요."










  어릴 적부터 나는 동네에서 바보라고 소문이 자자했다. 어머니께서 거짓말은 악한 거라고 누누히 일러두었기 때문에 나는 그것을 어기면 안 된다고 여겼고 동네 아이들이 놀려대도 나는 무슨 뻐꾸기처럼 사실만을 말했다. 사실대로 말 하자면 거짓말을 하면 코가 길어지는 줄 알았다. 놀랍게도 11살 때까지. 물론 지금이야 안 믿지만 어릴 때부터 깊이 박힌 습관이라면 습관이고 신념이라면 신념인지라 차마 거짓을 말 할 수는 없었다. 이 순간 만큼은 어머니가 미웠다.











"그럼 마음 놓고 꼬셔도 되겠네요."

"네?"

"앞으로 자주 만났으면 좋겠어요."











  만날 거지만. 방글방글 웃는 면상에 뺨을 쳐버리고 싶었다. 상황이 믿기지 않아 말도 못하고 어버버거리는데, 아무 말 않고 입을 꾹 다문 채 기다린다. 나를 응시하는 갈 색 섞인 녹색 눈을 도무지 읽을 수 없었다. 애정을 담은 눈도, 그렇다고 정복욕은 더더욱 아닌 눈에서 찾을 수 있는 건 의외의 고집과 장난기였다. 이제 일어날까요? 느릿하게 자리에서 일어나는 그를 따라 나도 천천히 일어나는데 홀짝홀짝 와인을 하도 마셨더니 잠시 몸이 휘청거렸다. 운전 한다고 와인은 손도 안 댄 남자 덕분에 혼자 한 병 가까이 마신 게 화근이었다. 완전히 취한 건 아니지만 발 디디는 게 불안해 보였는지 곧장 내 옆으로 와 옆구리를 끌어 안는다. 아, 망했다.











"조심해야죠"

"그 쪽을 더 조심해야 될 거 같은데요."











  당연하죠. 제가 제일 위험한데요. 하고 말하는 얼굴을 언젠가는 주먹으로 날리리라. 꾹꾹 참으며 아무 대구 하지 않으니 역시 상관 없다는 듯 나를 부축한 채 계단을 내려간다. 주머니를 더듬어 지갑을 꺼내자 이미 계산 했다고 넣으란다. 뜻밖의 공짜 밥을 먹게 되어 얼굴에 물음표를 찍고 바라보자 그 두툼한 입술이 재수 없게 열렸다.











"이번에 제가 샀으니까 다음에는 제가 얻어먹어도 되는 거죠?"










  '다음에는', '디음에는' 그 말에 기가차다 못해 발로 박수를 쳐주고 싶었다. 내 생각을 뛰어 넘는 사람이었다. 내가 너무 과소평가한 건지 조수석에 날 태우고 운전석으로 가는 모양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또 말렸다.













  살면서 나를 거쳐간 애인은 단 두 명 뿐이었다. 고등학교 친구 질, 그리고 오스트리아 여행 갔을 때 만난 캐서린. 그런데 내 연애 방식인지 그녀들의 성격인지 우리는 서로 연락을 많이 하진 않았다. 심지어 캐서린과는 2주 가량 연락을 하지 않은 적도 있었다. 질이야 매일 얼굴을 보니 안부를 모를 리가 없었고. 그런데 이러한 내 연애관에 한 획을 그을 인물이 나타나 곤란한 상태였다. 물론 아직 내 연애사에 넣진 않았다. 억지로 밀고 들어오곤 있지만. 세상에 1시간에 한 번씩 카톡이 온다. 별 할 말도 없으면서 본인이 어디에서 무얼하는지 하나하나 보고 하는데 영문을 모르는 나는 어안이 벙벙할 뿐이었다. 이 짓을 근 한 달 동안 하고 있으니 받는 내가 다 지쳤다. 무슨 배터리 광고에 나오는 힘 좋은 토끼도 아니고 이런 류의 대시는 또 처음이었다.










[어디예요?]

[집이요]

[전 이제 퇴근했는데, 식사 같이 하실래요?]

[아니요]

[저 지금 다니엘 집 앞인데]











  눈을 의심 했다. 두어번 깜빡이고 나서야 상황이 정리가 되어 후다닥 베란다로 뛰어가니 바로 앞에 방금까지 나와 카톡을 주고 받던 사람이 우뚝 서 있었다. 손에는 바게트가 삐쭉 튀어나온 빵 봉투를 들고서 해맑게 웃고 있는 그가 보였다. 젠장, 엘리베이터가 싫어서 1층에 방을 구했더니 이런 안 좋은 점이. 눈이 마주치고 고개를 피하려 들자 이름까지 불러대서 결국 집 안까지 들이고 말았다.



  사실 집이라고 부르기도 뭐한 살림살이었다. 단촐한 가구에 탁자 위에 덩그러니 놓인 노트북, 남자 혼자 살기 편한 투룸이었다. 아예 거실에 침대를 두고 빈 방에 옷과 잡동사니를 밀어넣은 채 순전히 편리함을 위해 인테리어 한 집인데, 이게 뭐라고 둘러보며 싱글벙글이다. 들고 온 빵봉투를 받아들고 식탁 위에 내려 놓았다.













"집 좋네요."

"좋기는요. 그런데 갑자기 무슨 일이에요?"

"우리가 일이 있어야 보는 사이인가요?"












  사실 레스토랑 뒤로도 몇 번 집 앞까지 찾아 온 적이 있다. 퇴근 후에 잠깐 보러 왔다고 깔짝대길래 피곤하다고 몇 번이고 철벽을 쳤으나 오늘만큼은 눈이 마주쳤기 때문에 피할 수도 없었다. 멀대같은 남자가 집에 있으니 아무래도 좁은 집이 더 좁아 보였다. 소파에 앉으라고 말 한 뒤에야 자리에 앉았다. 커피라도 내줘야 되나 찬장을 열고 기웃거리는데 필요없다고 하길래 고민 없이 찬장을 바로 닫았다.













"주말에 놀러갈래요?"

"네?"

"그냥 바람도 쐴 겸 놀러가요."













  약속은 없을테고. 그럼 가는 걸로. 살갑게 웃는 그가 이제는 익숙해질 법도 한데 아직 나에게는 버거웠다. 이제는 체념을 해서인지 아무런 부정의 의사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내가 안 간다고 해도 주말에 찾아올 것이 뻔하기 때문에. 사실 일 말고 집 밖으로 나간 지 까마득해서 어느정도 기분 전환이 필요한 때였다. 그냥 대중교통비 아낀다고 생각하자. 하고 급급히 합리화를 하며 그를 거의 쫓아내었다. 자켓을 손에 들고 현관문을 열기 전에 그가 나를 보고 말했다.














"근데 다니엘, 제 이름 모르는 거 아니죠?"

"알베르토 아니예요?"

"지금까지 한 번도 이름으로 안 불러준 거 알아요? 항상 그쪽, 당신. 아니면 생략. 주말에는 이름 한 번 불러줘요. 전 이만 갈게요. 갑자기 찾아와서 미안해요. 근데 보고 싶어서 어쩔 수가 없었어요. 쉬어요."












  그리고 문이 닫혔다. 내가 그랬나. 한 동안 멍하니 닫힌 문을 바라보았다. 말을 하는 짧은 시간 동안 마주한 그는 역시나 알 수 없는 눈을 하고 있었다. 사실 알 수 없다기보단 너무 복합적이어서 하나하나 풀어버리면 내가 견디지 못할 것 같았다. 슬픔, 애정, 섭섭함, 회의감 모든 것이 담겨 있는 눈빛과 목소리가 잊혀지지 않았다. 한숨을 쉬고 빵 봉투를 열어 내용물을 하나하나 꺼냈다. 안 그래도 먹을거리가 없던 참인데 어떻게 알았는지 내가 좋아하는 것들로만 사왔다. 그러다 빵들을 모두 식탁 위에 얹어두고 탁자 위에 있는 핸드폰을 집어들었다. 채팅창에 유일하게 떠있는 채팅방에 들어가서 몇 번이고 타자를 쳤다 지웠다를 반복했다. 이렇게까지 해야하나 싶다가도 나도 모르겠다, 하고 와다다 써버리고 소파 위로 던져버렸다. 괜히 뜨뜨미지근해진 뒷덜미와 귀끝이 내 것이 아닌 듯 이질적이었다. 어지럽게 놓여있는 빵을 한 데 모아두고 침대 위에 누웠다. 아, 나도 모르겠다.












[알베르토, 빵 고마워요. 그리고 주말에 봐요.]

 

 

 

 

 

 


+

한 장면 길게 못 씁니다 (...)

나레기 한계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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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회원169.235
다니엘도 마음 열리는구나아ㅏㅣ아 항상 알독볼때마다 대부분 알베르토가 다니엘 꼬시는?ㅋㅋㅋㅋ내용이라 이제 집중도잘된당
8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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