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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혁 샤이니 온앤오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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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무살의 웨딩 

부제 : 상견례 


 


 


 


 


 


 

 

[EXO] 스무살의 웨딩 03 | 인스티즈 


 


 


 

궁상 맞게 비가 왔다. 보통 헤어지는 날은 날씨가 쨍쨍하다던데, 나는 왜 이러냐. 하필이면 버스에서 내리자 마자 쏟아지는 비 때문에, 어떻게 할 새도 없었다. 가방에 넣고 다니던 접이식 우산을 꺼냈다. 칠칠 맞게 이것저것 놓고 다니는 오세훈 때문에 가방에 잡동사니가 늘 들어 있는 게 습관이 되었다. 정류장에서 내려서 집까지 걸어 가는데, 바보처럼 눈물이 나왔다. 연애는 백일 남짓이지만, 오세훈을 좋아한 게, 오세훈이 나를 좋아한 게 2년은 되었다. 청춘을 다 바쳐서 좋아한 사람과 억지로 헤어지는 마음이 홀가분할 리가 없었다. 화장도 하지 않아서 번질 건더기도 없었다. 그나마 비가 내려서 다행인가. 훌쩍거리면서 걸어가는데, 그 빗소리 와중에도 사람들이 쳐다보았다. 뭘 봐. 신경질적으로 물장구를 팡팡 쳤다. 물이 다리까지 튀었다. 


 

"지랄 맞다." 


 

인도로 걸어가고 있는 와중에 돌연 큰 바람이 불었다. 덤프 트럭이 빠른 속도로 지나간 것이었다. 에이, 썅! 들고 있던 작은 우산이 날아갔다. 안 그래도 비바람 몰아쳐서 휘청거렸는데, 트럭이 몰고 온 바람에 완전히 날아가 버렸다. 게다가 우산은 차선 반대편의 인도로 떨어졌다. 와, 진짜 좆같다. 오늘은 안 풀리는 날인가봐. 아니면 세훈이 버려서 벌 받나봐. 안 그래도 서러운데 우산까지 날아가 버리니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길가 아무데나 주저 앉았다. 지나가는 사람들도 별로 없었다. 빗줄기가 거세져서, 안 그래도 없던 사람들이 거의 보이지도 않았다. 아파트 맞은 편 카페 앞에 있는 작은 공원으로 들어갔다. 사람이 한 명도 없었다. 하늘에 구멍이라도 크게 난 것 처럼 비가 퍼부었다. 물이 끊긴 분수대 앞에 쪼그리고 앉았다. 아직 상견례까지는 시간이 많이 남았으니까 울고 가도 괜찮겠지. 엄마도 이해해 줄 거야. 아니, 이해해 줘야지. 나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더 크게 울었다. 드라마 속 여주인공처럼 예쁘게... 는 아니었다. 장난감을 잃어버린 아이처럼, 스스로를 더욱 슬픔으로 몰아 넣으면서. 한참을 그렇게 빗줄기를 온몸으로 맞고 있는데, 머리 위로 그림자가 졌다. 


 


 


 


 

 

[EXO] 스무살의 웨딩 03 | 인스티즈 


 


 


 

"......?" 


 

고개를 들어 보니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나는 비를 막아주는 검은 우산을 꾹 잡았다. 눈 앞에 보이는 외제차 한 대가 시동을 걸고 출발하고 있었다. 


 

"어... 우산..." 


 

얼마나 불쌍해 보였으면 지나가던 운전자가 내려서 우산을 주고 갔을까. 그것도 말 한마디 없이. 나는 입술을 꾹 깨물었다. 그래. 오늘 나는 슬픈 날이야. 계속 슬퍼하자. 나보다 오세훈이 더 슬플 거야. 나는 아무것도 아니야. 그렇게 생각하자 한결 마음이 무거워졌다. 


 


 


 


 


 


 


 


 


 


 


 


 


 


 


 


 


 


 


 


 


 


 


 

물에 푹 젖은 채로 들어오자 엄마가 놀라 수건을 가져왔다. 어디서 이렇게 비를 맞았냐고, 우산 없었냐고 잔소리를 했다. 나는 조용히 검은 우산을 내려놓았다. 


 

"우산 있었으면서 비는 왜 맞아? 감기 걸리면 어쩌려고." 


 

"......" 


 

"세훈이는 만났어?" 


 

"지금 엄마 딸 굉장히 슬픈 상태야. 건들면 터져." 


 

"들어가 씻어." 


 

엄마는 수건을 내 손 위에 올려 놓았다. 나는 터덜터덜 걸어서 화장실로 들어갔다. 엄마가 새 옷을 바깥에 가져다 놓는 소리가 들렸다. 시끄러운 티비 소리도 들리는 걸 보아, 오빠 새끼도 기어들어온 모양이었다. 나는 욕조 가득 뜨거운 물을 받았다. 아까 그렇게 쳐울었는데도, 또 눈물이 나오려고 그런다. 훌쩍거리는 소리를 내지 않으려고 입술을 꾹 깨물었다. 거울을 보니, 눈이 퉁퉁 부었다. 붕어가 따로 없네. 뜨거운 물이 가득 담긴 욕조로 몸을 담갔다. 캬... 절로 아저씨스러운 소리가 나왔다. 


 

"상견례라... 웃기지도 않아, 진짜." 


 

이 무슨 드라마 같은 상황이냐고. 내가 어릴 때 궁을 좀 좋아하긴 했다만... 그래도 궁 여주는 남친은 없었잖아? 


 

"오세훈 보고 싶다." 


 

나는 슬픔 속으로 파고 들었다. 


 


 


 


 


 


 


 


 


 


 


 


 


 


 


 


 


 


 


 


 


 


 


 

"이게 뭐야?" 


 

"후줄근하게 하고 갈 순 없잖아." 


 

"아, 싫어..." 


 

"할아버지도 오시는 자리야. 혼나고 싶어?" 


 

엄마가 내민 옷은 생전 입어본 적도 없는 원피스 였다. 그것도 굉장히 고급스러운 느낌의. 사실 원피스라기보다는 드레스에 가까웠다. 원피스라니, 미친... 내가 좋아하는 원피스는 만화 원피스지, 이딴 게 아니라고. 은은하게 꽃 무늬가 들어간 원피스를 침대에 던졌다. 스타킹에, 구두에. 아주 신나셨네 다들. 어린 딸내미 시집 보내기로 약속하는 자리에. 중얼중얼 불만을 늘어 놓는 와중에 방문이 벌컥 열렸다. 깜짝 놀라 오른손에 쥐고 있던 구두를 던졌다. 방문을 열고 들어온 오빠 새끼가 날아오는 구두를 한 손으로 잡았다. 


 

"야, 누구 죽일 일 있어? 맞으면 어쩔라고 막 던져, 미친놈아." 


 

"넌 줄 알았지." 


 

"싸가지 없기는. 니 오늘 상견례라며?" 


 

"알면 꺼져." 


 

"오세훈은?" 


 

"꺼지라고 했다 분명." 


 

"헤어졌어?" 


 

나는 남은 구두 한 짝을 세게 던졌다. 날아온 구두를 미처 잡지 못해 배때기에 얻어 맞은 오빠 새끼가 자리에 주저 앉았다. 안 그래도 심기 불편한데 깝치고 있어, 개새끼. 


 

"성격 지랄 맞은 지지배. 넌 존나 일 년 안에 파혼 당할 거다." 


 

"저주해줘서 존나 고맙다. 그니까 백현아." 


 

나는 옆에 놓여 있던 휴대폰을 들었다. 커다란 케이스를 껴서, 거의 흉기에 가까운 모양새였다. 


 

"꺼져." 


 

방문이 닫혔다. 


 


 


 


 


 


 


 


 


 


 


 


 


 


 


 


 


 


 


 


 


 


 


 


 


 


 


 

불편한 자리였다. 가는 내내, 도착해서도, 상대방을 기다리면서도. 이렇게 불편할 수가 있나 싶을 정도로. 내가 그렇게 좋아하고 환장하는 스테이크가 눈 앞에 있는 데도, 도저히 먹을 맛이 나지 않았다. 아, 한 입만 먹을까... 내내 우울한 척을 하고 있다가, 꼬르륵 거리는 위장에 패배를 선언한 뇌 새끼가 먹으라며 종용하고 있었다. 결국 나이프를 집어 들었다. 


 

"손녀분이 참 예쁘시네요. 어르신." 


 

"허허. 사랑으로 키웠지. 그, 우리 손주 사위는 언제 오나?" 


 

"죄송합니다. 차가 많이 막히는 모양입니다. 거의 도착했다고 하네요." 


 

"뭐 그럴 수 있지. 어서 들게. 이거 시장하면 될 얘기도 안 되고 그렇지 않나." 


 

"그럼요. 어르신도 어서 드시지요." 


 

얼마 지나지 않아 문이 열렸다. 나는 스테이크를 입에 문 채로 고개를 들었다. 우물우물 씹으면서 바라보는 꼴이 못마땅했는지, 신랑되는 남자가 나를 보고 미간을 찌푸렸다. 그리곤 저벅저벅 걸어왔다. 룸 형태의 식당이었는데 룸이 워낙 컸다. 이게 재벌의 돈지랄 인 걸까. 나는 스테이크를 꿀꺽 삼켰다. 


 


 


 


 

 

[EXO] 스무살의 웨딩 03 | 인스티즈 


 


 

"......." 


 

"앉거라." 


 

존나 잘생겼네... 나는 멍하니 존잘남을 바라봤다. 존잘남은 나를 힐끗 보더니 이내 맞은편 자리에 앉았다. 할아버지와 존잘남의 아버지는 결혼 얘기에 여념이 없었다. 정작 당사자인 나와, 우리 부모님은 끼어들 틈도 없었다. 약혼식 날과 결혼식 날을 일사천리로 잡는 장면을 보고 있자니, 이거 내 결혼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래서, 너희들 생각은 어떠냐." 


 

"... 네?" 


 

할아버지가 대체 뭘 물으시는 건가 싶어서 멍청한 얼굴로 할아버지를 바라봤다. 옆에서 아빠가 헛기침을 했다. 뭔데? 나는 눈만 굴렸다. 뭐야... 쪽팔린데? 


 

"괜찮습니다." 


 

"그럼 그 때로 하자꾸나." 


 

뭐가 괜찮아? 존잘남이 괜찮다는데 나도 괜찮겠지... 안일한 생각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저도 괜찮아요. 옆에서 엄마가 작게 속삭였다. 


 

"진짜 괜찮아?" 


 

"어? 어. 뭐. 괜찮아." 


 

나는 별 거 아니겠지 싶어 고개를 연신 끄덕였다. 그러자 할아버지는 환하게 웃으시며 테이블을 탁 쳤다. 


 

"자, 그럼 날짜는 그렇게 잡는 걸로 하고. 그 밖에 뭐 자잘한 것들은 네들끼리 정하거라." 


 

나는 그제서야 '괜찮다' 는 것이 '보름도 남지 않는 나의 결혼 날짜' 라는 것을, 옆에서 오빠 새끼가 키들키들 찔러준 덕에 알 수 있었다. 


 

 


 


 


 


 


 


 


 


 


 


 


 


 


 


 


 


 


 


 


 


 


 

"저기요." 


 

존잘남과 나만 남겨두고 모두 떠나버린 룸 안은 매우, 존나, 몹시, 엄청나게 고요했다. 존잘남은 아무 말 없이 푸딩을 떠먹었다. 


 

"저기요." 


 

"왜." 


 

"이름이 뭐예요." 


 

"김종인." 


 

"김종인씨." 


 

"왜." 


 

"뭐 할 말 없어요? 처음 보는 여자랑 결혼하라는데, 김종인씨는 아무렇지도 않아요? 막 다 괜찮아요?" 


 


 


 

 

[EXO] 스무살의 웨딩 03 | 인스티즈 


 


 


 

"신부야." 


 

"네?" 


 

온몸에 닭살이 돋았다. 신부야? 내가 지금 시부야를 잘못 들은 건가? 신부야? 


 

"결혼하기 싫어?" 


 

"네." 


 

"왜?" 


 

"왜라뇨. 당연히 싫죠." 


 

"난 좋은데." 


 

그렇게 웃으면서 좋다고 하면, 내가 아무리 오세훈 때문에 몇시간 전까지 펑펑 울다 온 년이라고 해도, 설렐 수 밖에 없잖아요. 나는 애써 입술을 꾹 깨물었다. 


 

"저는 이렇게 강제로 사랑하지도 않는 사람이랑 결혼하는 거 싫어요." 


 


 


 


 


 

 

 

 

[EXO] 스무살의 웨딩 03 | 인스티즈 


 


 


 

"왜 그렇게 생각해." 


 

"......" 


 

"내가 널 사랑할 수도 있다는 생각은 왜 못 해?" 


 

룸 안에 정적이 돌았다. 그건 김종인이 푸딩을 떠 먹던, 어색한 우리 둘 사이에 돌았던 정적보다 훨씬 더. 무거운 정적이었다. 


 


 


 


 


 


 


 


 


 


 


 


 


 


 


 


 


 


 


 


 


 


 


 


 


 


 




* 암호닉 받습니다.

▶ 숭늉먹고 슝슝 / 스무살

 

 


 


 


 


 

* 재밌게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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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회원54.52
세훈이랑 여주가 너무 불쌍한데 종인이가 치명적 ㅠㅠㅠㅠㅠㅠ.
[딜리]로 암호닉 신청할게요!!!!

8년 전
줄라이
딜리 님 ㅎㅎ 그쵸... 종인이 너무 치명적이야... 나라도 저런 남자랑 결혼하라면 덥썩 하겠지...
8년 전
독자1
[유라]로 암호닉 신청해요!! 종인이 너무 ㅠㅠㅠㅠㅠㅠㅠ하...
8년 전
줄라이
유라 님 ㅎㅎ 종인이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8년 전
독자2
와여태까지세훈이계속밀었는데 종인이한테심쿵당함........할.....미쳤다
8년 전
줄라이
재밌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8년 전
독자3
대박
.....김종인 진짜 데박이가ㅜㅠㅠㅠㅠ 사랑한다

8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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