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홉수 소년
아홉수에 빠진 마음만큼은 소년인 29세 남고동창 일곱 남자의 될 것도 안되는 운 사나운 로맨스
김탄소(치환인물&여주) - 7명 다 각기 다른 여인들
-2005년 8월 3일 방탄고등학교 3학년 두번째 아홉수-
"야 선풍기 또 고장이다"
"뭔 놈의 학교가 맨날 고장이야 고장은"
"안그래도 남자들만 득실거리는데 아오 냄새야"
"너 축구하고 안 씻었냐?"
"너야말로 농구하고 좀 바로바로 씻어라"
"둘 다 똑같애 닥쳐"
"근데 5교시 뭐냐? 헐 미친"
그 때, 교실 문이 드르륵 열리고 남고생들의 더위와 짜증을 시원하게 날려줄 푸른색 치마와 긴 생머리가 선풍기 바람에 살짝 흔들렸다.
티는 내지 않았지만 방탄고 3학년 교실에서는 소리없는 두근거림이 가득했다. 젊은 여선생과 남고, 무더운 여름, 노출의 계절(?)은 호르몬과 전쟁 중인 남고생들을 기분좋게 괴롭혔다.
물론 선풍기 따위는 남고생들의 열기를 식혀주지 못했고.
"다들 덥지? 수업 10분 정도 일찍 마쳐줄테니까 세수라도 하고 다음 수업 준비해"
"선생님 수업 전에 죄송하지만"
"응? 왜 남준아"
"선생님 오늘 예쁘신데 치마가 너무 짧은 거 같아요"
그렇다. 김검사의 치마 고나리질은 아주 옛날 19살부터 시작된 것이었다. (전편참조)
-김태형-
물에 젖은 강아지마냥 훌쩍이는 슬기를 안고 서둘러 유치원 안으로 들어갔다. 병아리반 천사들에겐 잠시만 기다리라고 한 뒤 무궁화반 선생님께 사정을 설명하곤 슬기를 데리고
교사 휴게실에 들어갔다. 슬기는 휴게실에 들어가는 동안 아무말도 하지 않고 인형처럼 그저 내 손을 꽉 잡고 있었다. 슬기야 왜 그래 선생님 마음 아프게. 아이들에게 절대 스틱 음료를 주지 않는
나지만 오늘만큼은 특별히 코코아를 타주었다. 저번에 슬기 초콜릿 잘 먹던데 혹시 잠깐이라도 웃어주지 않을까 해서.
“슬기야 선생님 봐봐”
“...네”
“슬기야 무슨 일 있었어? 슬기 머리도 자르고 이쁘다 우리 슬기”
제멋대로 잘려나간 머리칼이 분명히 미용실에서 이쁘게 자른게 아님을 알려주었지만 그래도 애써 웃으며 칭찬해주었다. 근데 정말로 슬기야 머리카락이랑 상관없이 이뻐.
퉁퉁부은 눈을 손가락으로 조심스럽게 문질러주며 말하니 슬기가 그제야 베시시 웃어보였다.
“선생님 이짜나여..”
“응 슬기야 말해봐요”
“슬기... 얼굴 이상하져?”
“아닌데? 선생님이 슬기 맨날 천사라고 부르잖아. 천사는 이뻐”
슬기는 고개를 숙이고 짧은 머리카락을 살짝 쓰다듬어 보더니 한숨을 쉬었다. 그 모습을 그냥 지켜보고 있는 나는 속이 타들어갔다.
제발 거지같은 내 머리가 자꾸만 지어내는 나쁜 일만은 아니길 바라며. 그런 내 맘을 아는지 모르는지 슬기는 울먹이며 말을 꺼냈다. 슬기의 말에 심장이 쿵하고 내려 앉았다.
“슬기 이제 집에 못가여 선생님..”
“슬기야 혹시.. 방학동안 무슨 일 있었어요?”
슬기의 작은 입술이 고민하듯 웅얼거렸다. 나는 그저 슬기가 대답하길 기다리며 슬기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어 주었다.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일은 이것뿐이니까.
그 때 휴게실의 문이 열리고 원장님께서 날 부르셨다. 원장님의 얼굴에는 이미 짙은 그늘이 드리워져 있었고 그 모습을 슬기가 눈치 채지 못하도록 괜시리 더 크게 웃으며 병아리반으로 슬기를 보냈다.
“슬기야 선생님 잠깐만 원장선생님이랑 얘기하고 올게요 기다려”
“네..”
원장 선생님의 입에서 나온 말은 역시나 충격적이었다.
“알고 있으셨겠지만 슬기.. 부모님께서 양육권을 포기하셨어요. 여러번 아동 폭력으로 신고 기록도 남아있더군요. 아무래도 집안 형편도 어렵고 두 분이 사이도 나쁘고..
이런 말하면 안되지만 슬기가 그나마 외동이라 다행일지도 몰라요..”
“...슬기 그러면 어떡하죠 우리 슬기 불쌍해서 어떡합니까...”
마음이 아팠다. 너무 아팠다. 대체 왜 슬기한테 이런 일이 우리 천사에게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화가 나고 분통했다. 저렇게 작고 예쁜 천사 때릴 곳이 어딨다고 때리긴 왜 때립니까..
분노와 슬픔에 온 몸이 부들부들 떨렸다. 29년 인생 길지도 짧지도 않은 인생에서 가장 화가 나는 순간이었다. 원장선생님도 한참을 할 말을 잃고 고갤 숙이고 분통해했다.
아무 대화 없는 정적에도 서로의 분노가 느껴졌다. 그렇게 긴 정적 끝에 원장선생님이 마음을 추스르고 말을 꺼냈다. 선생님의 말은 또다시 나를 혼란과 안도로 빠트렸지만.
“그래서 말인데요.. 김선생님”
“..네 말씀하세요”
“제가 슬기를 맡을까 합니다.”
“네? 원장선생님께서요?”
“알다시피 나랑 내 남편 나이도 좀 있고 자식들은 다 커서 이제 대학 다니고. 안 그래도 유치원 끝나고 집에 가면 늘 쓸쓸하고 심심했거든요. 남편이랑 나랑. 이 사람도 워낙 애를 좋아하고
또 우리가 아들래미들만 둘을 키워서 딸이 없는데 마침 잘 됐어요. 슬기 착하고 이쁜건 다 알아주는 사실이니까 남편도 분명 좋아할거에요. 사실 살짝 말해놓긴 했거든요”
“선생님.. 그럼 슬기를 잘 부탁드립니다. 선생님 정말 감사합니다.”
“...근데 한가지 걸림돌이 있어요.. 사실 남편이 지금 몸이 좀 안 좋아서 요 몇 달간 병원에 입원해 야 하는데 아마 내가 가서 네달이나 다섯달정도 같이 있어줘야 할 거 같아요”
“그럼 슬기는..”
“그러게요 저도 그게 고민이라.. 그것만 아니면 당장 이번주라도 집에 데려오고 싶은데”
원장선생님은 한숨을 푹 쉬며 어쩌면 좋을지 고민이라며 당신의 작고 따뜻한 손을 탁자 위에 올리셨다. 이쯤 되니 솔직히 이미 내 마음은 결정되었다.
원장선생님의 고민을 해결하는 방법은 이게 제일이니까. 내가 우리 병아리반 아이들을 사랑하니까. 그리고 다섯달이면 괜찮겠지
“선생님”
“네”
“제가 슬기 데리고 있겠습니다.”
내가 아니면 우리 병아리반 슬기 누가 책임지겠어요.
-박지민-
그렇게 혼자 화내고 혼자 울고 있는 여자를 좁아터진 출근길 엘리베이터에서 지켜보고 있자니 영혼이 빠져나갈 것 같았다. 아니라고 몇 번이나 말했는데 저 여자가 진짜! 어이가 없어서
허탈한 웃음이 나왔다. 마침 그런 내 모습을 본건지 또 뭐라뭐라하는데 그냥 빨리 엘리베이터가 9층에서 열리길 바라며 서 있었다. 이토록 실장님의 잔소리가 그리웠던 적은 없었는데.
띵똥~ 9층에 도착했다는 맑고 경쾌한, 집 나간 내 정신을 다시 잡아줄 소리가 들리자 뒤도 안 돌아보고 내리려는데 그 여자가 먼저 내리고 나도 내리고 그 여자가 비서실 쪽으로 가고 나도 가고..
뭐지 저 여자 설마 사장님 따님 이런 건 아니겠지 설마.. 저런 막무가내인 여자가 그럴 리가 없지. 멍하니 서있는 나를 발견하신 건지 실장님의 그리운 잔소리가 내 귀를 강타했다.
역시 실장님 오늘도 칼 같으시네
“지민씨 10분 지각이에요.”
“죄송합니다. 오늘 작은 소동이 있어서..”
“첫 출근인데 지각이나 하고. 다음부턴 그러지 마요”
“죄송합니다.”
아니 근데 저 여잔 왜 안가고 여기 서서 날 째려보는 거냐고. 애써 그녀의 시선을 무시하곤 내 자리에 앉아 서류를 꺼내는데 뒤에서 실장님이 내 어깰 톡톡 건드렸다.
또 혼내실 작정인가 아 망했어. 뒤돌아 앉아 찡그리던 인상을 풀고 자연스레 웃으며 뒤를 돌아보니 어? 저 여자가 왜 실장님 옆에?
“지민씨 저번에 내가 오늘 신입 온다고 말해줬죠? 인사해요 이름은 김탄소씨”
벙진 내 얼굴을 못 본건지 웃으며 인사를 시켜주시는 실장님의 모습에 당황스러웠다. 저 여자가 신입이라고? 놀란 날 향해 자신도 어지간히 놀랐는지 억지로 웃으며 인사를 하는 그 모습에
기가 차 대답도 안하고 가만히 앉아있는데 어서 인사하라는 눈짓을 보내는 실장님의 얼굴에 나도 억지로 인사를 건넸다.
“안녕하세요 김탄소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박지민입니다.”
“그럼 오늘부터 지민씨가 신입 맡아서 일 좀 잘 가르쳐줘요”
“네? 제가요? 실장님께ㅅ..”
“미안해요 이번에 행사다 회의다 너무 많아서 내가 좀 바빠요 지민씨, 그럼 수고해요”
“실장님! 실장... 아 미치겠네”
이런 악연이 있나 진짜 화나네. 어색하게 서 있는 여자와 가만히 앉아 화를 삭이고 있는 나 사이에 묘한 분위기가 흘렀다.
아니지 잠깐만 이 여자가 신입이면 우선 내 밑이고 내가 선배니까 오호.. 그런 내 마음을 눈치 챈건지 조심스럽게 말을 건네는 모습에 속으로 웃음이 나왔다.
가방에서 마저 서류를 꺼내 탁탁 소리 나게 정리한 후 일부러 느긋한 표정을 지으며 앉아있었다.
“이름이 김탄소씨?”
“아! 네 저.. 아침에는 죄송했습니다 오해였던 거 같아요 저도 민망해서 괜히 고집 부린 거 같고.. 암튼 정말 정말 죄송합니다.”
연신 고개를 숙이며 사과를 하는 모습에 조금 마음이 약해졌지만 약 10분전 당한 수모를 생각하면 당장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소리라도 지르고 싶은 심정이기에
꾹 참고 김탄소를 향해 최대한 상냥하게 웃어보였다.
“탄소씨”
“네?”
“서류 정리 좀 도와줘요 여기 있는 것들로”
내 옆자리 빈 책상에 휴가동안 그득히 쌓여있는 산더미 같은 서류들을 보고 입이 떡 벌어진 김탄소를 보자니 웃음이 나왔다.
의자를 책상 쪽으로 돌려 책상 위 서류들을 탁탁 치며 손짓을 했다. 예상했겠지만
“아 참 이 책상이 김탄소씨 책상입니다”
자 어디 한 번 두고 보자고요 김탄소양
오늘도 독자님들 읽어주셔서 감사하고 앞으로도 좋은 글 많이 쓰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암호닉 확인해주세요~
암호닉 = 사랑 |
〈!--StartFragment--> 김남준 민윤기 봄 현지 늉기 노래 들레 디즈니 짱구 브이 꾸울 윤아얌 하늘 꿀만두 예워아이니 단거 카누 알라 민트 초딩입맛 양념 애기무당 작가님1호팬 꿀귀 모즈 가온 태태야 명언 레몬 눈설 은 뽀로롱 범블비 누텔라 린봄 알비노포비 츄파춥스 태태뿡뿡 뀨뀨 침침맘 크롱 꾸미기 론 패디과 벚꽃 린슈가 펜잘규 930309 오름 내달걀 소녀 가리 침을태태 횰리 뽀로로 맑공 태권브이 윤기모찌 망고 골드빈 눈부신 바나나우유 이불킥 바닐라슈 숨숨 모기 됴종이 정콩국 마끼 영국 배추 반지 두둥 바람민 마름달 어색하진 다홍 하루 7인7색 1600 꾹블리 찹쌀떡 태태이즈뭔들 핫초코 비비빅 주지스님 정수정 룰루냥냥 남융 밍뿌 미니슈 연 슙디 꺄룰 천상여자 흑슙흑슙 외로운쿠키 박지민 버건디 애플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