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봄, 그대 prologue
bgm. 존재의 위로-불꽃심장
나는 아직도 잊을 수 없다. 그 날 밤, 비를 맞고 떨고 있던 내 머리를 쓰다듬어주던 너의 따뜻한 손을, 내 차가운 몸을 안아주던 너의 따뜻한 품을.
"..어? 이게뭐지, 늑대..?"
"아가, 왜 비를 맞고 있어."
"엄마 아빠는 어디 있어?"
"나랑 갈래?"
"..나도 엄마 아빠 없는데."
"똑같구나,너도.."
그렇게 들어오게 된 너의 집은 날 안아주던 네 품처럼, 네 손처럼 따뜻했음을 기억한다.
"종인아."
"...?"
"어때,종인이? 이름 예쁘지."
"너 줄게."
"이제 네가 해,종인이."
"네가 해줘."
아직 모든 것이 낯설어 작은 소리에도 흠칫흠칫 놀라는 나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네가 말했다. 그리고 나에게 태어나서 처음으로 이름다운 이름이 생겼다. 종인. 김종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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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왜 버리지 않아요?"
"나는 당신한테 줄 수 있는 것도 없고 할 수 있는 것도 없어요."
"나는 당신에게 짐이 될 거에요."
"당신이 힘든건 싫어요."
"미워하지 않을게요, 버려도 괜찮아요."
너와 지낸지 한 달, 사람으로 변해버린 나를 보고도 그저 미소지으며 내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던 너에게 버림받는게 무서웠던 나는 너의 손을 먼저 놓으려했다. 버림받을 바엔 먼저 버리는게 낫다. 그 동안 버림받고 또 버림받아왔던 기억에, 버려질때의 배신감, 아픔을 기억하고 있는 내 몸은 그 감정들을 느끼지 않으려 하고 있었고 버림받으면서 터득해왔던 건 마음을 주지 않는 것, 손을 먼저 놓는 것이었다.
"넌 너를 주고 있잖아."
"내 옆에 있어주고 나를 좋아해주고 있잖아."
"네 존재면 충분해."
"정말이야."
사실은 버림받고 싶지 않았다. 계속 옆에 있고 싶었다. 아무렇지 않은척 했지만 덜덜 떨리고 있는 내 손을 잡은 너의 손이 너무 따뜻해서 눈물이 났다. 내 마음을 어떻게 할 수가 없어서. 아무 것도 주지 못하는 내가 너무 원망스러워서 눈물을 뚝뚝 흘렸다. 그리고 아마 네가 그때 나를 안아주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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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지어주는 미소는 항상 따뜻했기에, 나에게 내밀어주는 손은 정말 따뜻하기만 해서 그런 너에게 아픔이 있을줄은 몰랐다.
"오지 말라고 말씀드렸을텐데요."
"얘는, 뭐 이렇게 날카롭니?"
"..드릴 돈 없어요."
"얘,얘는 내가 뭐 언제 돈을 달랬다고..!"
"..."
"어머, 넌 누구니? 얘, 너 집에 남자도 들였니??"
"너네 부모님 얼굴에 먹칠을 해도 이렇게 먹칠을 해."
너의 친척이라고 했다. 너의 엄마, 아빠가 교통사고로 돌아가시고 남은 재산을 네가 다 물려받았다고 했다. 우연히 일어난 교통사고가 아니라 누군가가 의도한 교통사고였으며 혼자 살아남게 된 너에 재산을 가져가는 걸 실패해서 이를 갈고 있을거라고. 부모님의 전담 변호사였던 분과 할머니의 도움이 없었으면 재산을 지키지 못했을거라고.
너도 많이 아팠구나. 나는 몰랐어. 이렇게 아팠는데 어떻게 그렇게 예쁘게 웃을 수 있었던 거야. 내가 너에게 흠이 되는 것 같았다. 너의 친척의 말에 아무 말 하지 못하고 고개를 숙이는 너를 보며 생각했다. 아, 내가 너에게 흠이 되는구나. 내 존재가 너에게, 도움이 되지는 못할 망정.
네가 곤히 잠든 새벽 널 가만히 바라보다 집을 나왔다. 아무 대책없이 나온거라 멀리 가지도 못하고 네가 언제쯤인가 날 데리고 왔었던 놀이터 벤치에 앉아 멍하니 생각했다. 아, 이제 어디를 가면 좋지. 다행이다, 내가 없으니 이제 너는 흠이 되는게 하나도 없네. 예쁜 너에게 흠이 있으면 안되잖아. 그렇게 한참을 멍하니 앉아있었을까, 멀리서 들리는 발소리와 점점 가까워지는 너의 향에 벌떡 일어났다. 분명 네가 자는 것을 보고 나왔는데. 또 어디로 가야 할까 방황하다 일단 뒤를 돌자 싶어서 뒤를 돌았다.
"김종인..!!!"
"거기서 한 발자국만 더 가.."
"가면, 가면, 다신 안 볼거야."
"진짜야, 말했어.."
너의 말에 앞으로 나아가려던 발이 멈칫했다. 다신 널 보지 않으려 나온 것임에도 너의 말에 움찔하는 내가 우스웠다. 하지만 나는 네 옆에 있으면 안 된다. 내가 있으면 너에게 흠이 생기는거다. 더 이상 네가 좋아지기전에 멀어져야 했다. 아니, 이미 내 마음은 어쩔 수 없고 네가 나를 더 좋아하기 전에 멀어져야 했다. 너와 내가 헤어졌을 때 네가 조금이라도 덜 슬플 수 있도록.
나는 너를 좋아한다. 이런 내 마음이 너에게 독이 될거다. 나중에 네가 놓아달라고 해도 너를 놓아줄수 없을거다. 그러니까 지금, 조금이라도 빨리, 너와 멀어져야 했다. 흔들리는 마음을 단단히 잡고 한걸음 앞으로 내딛으려는 순간,
"종인아.. 가지마-"
"난 이,제 너밖에,끅, 없어. 너 하나야."
"네가 가면 어떡해.."
"난 어떻게 하라고-"
네가 내 허리를 감싸안고 엉엉 울었다. 네가 울고 있었다. 고작 나 때문에 네가 슬퍼하고 있었다. 그런 너를 뿌리칠 수가 없었다. 아니, 애초에 내가 너를 뿌리칠 수 있을리가 없었다. 교통사고가 났을 적에 엄마 뱃속에 있던 아기 이름이 종인이었다고 했다. 그 이름을 준거다. 네가,내게. 나밖에 없다며 울고 있는 너에게 놔달라고 말 할 수 없었다. 내가 너의 것을 뺏을 수 있을리가. 내가 네 소유라면 나는 너에게 속하는게 맞았다. 뒤를 돌아 널 감싸안고 너의 머리에 입 맞췄다. 다시는 너에게 멀어지려 하지 않을게, 그러니까 울지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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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버림받은 날이자 너를 만난 날이었다. 슬프지는 않았다. 그냥 그날따라 그랬다. 내가 만약 널 만나지 못했다면 어땠을까. 그 때 날 데려간게 만약 네가 아니었다면.
묘하게 가라앉은 날 눈치챘는지 네가 다가왔다.
"오늘 종인이 생일이잖아."
"선물 줄게,내가."
선물이라며 날 끌어안아 토닥이는 네가 고마웠다. 네가 없으면 난 정말 어떡하지. 나를 안아주는 너를 조심스럽게 감싸안았다. 내가 안아줄게. 너는 안아주지 않아도 돼, 나는 괜찮아. 너의 존재만으로 충분해. 정말이야.
"사랑해,봄아."
"내 사랑은 너야."
"네가 내 세상이고 내 전부야."
안녕하세요 나봄그대입니다. 읽어주세요 :) |
처음 글잡 써보는데 일단 소재는 반인반수 종인이에요. 이름은 치환을 따로하지않고 여주인공의 이름을 한봄이라고 가정하기로 했습니다. 프롤로그라 종인이의 성장과정 같은걸 보여드리고 싶었는데 어떻게 잘 됐나 모르겠어요.
종인이가 작은 늑대였을 때 봄이를 만난거에요. 그리고 종인이가 어렸을 때 낯선 봄이에게 존댓말을 하던 시절을 보였드렸구요. 점점 봄이가 종인이에게 의지를 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그리고 마지막엔 완전히 사람으로서도 늑대로서도 완전히 성인이 된 종인이의 모습을 보여드렸어요. 봄이를 감싸안을 정도로 크고 존댓말도 사용하지 않죠? 종인이가 봄이에게 의지가 됨을 뜻해요. 버림받은 종인이를 봄이가 거두어주고 보살펴주었다면 앞으로는 종인이가 봄이를 보살펴줄 예정이에요.
앞으로는 성인이 된 마지막 모습으로 연재를 해 나갈 생각이에요. 호기롭게 시작은 했는데 연재를 계속 할 수 있을까 모르겠어요. 일단 프롤로그 반응을 지켜볼 생각이에요. 프롤로그에서 이런 말 하는 건 좀 그렇지만 소재가 없어서..죄송합니다 ㅋㅋㅋㅋ 반인반수 종인이의 모습이 보고싶으신 분들은 소재를 마음껏마음껏 던져주세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