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조,김진표-좋아해
옆자리 스토커 1
w.호시기호시기해
고등학교 2학년 첫 날, 서로 서먹서먹해 말도 잘 꺼내지 못했던 1학년과는 달리 서로의 이름도 부르고 아는척도 하며
공부에 더욱더 신경쓰는 새 학기가 왔다. 우리 학교는 다른 학교와는 달리 12반 중 딱 1반 만이 남녀 합반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여중을 나온 나는 남자 아이들과 말 섞는 것 조차 어색하고 대화를 이어가지 못해서 1학년때 걸린 여자반에 조금은
안도하며 반 밖으로 나갈 생각조차 못하고 그저 여자아이들과 어울려놀았다. 급식을 먹으러 갈때도, 쉬는 시간이나 등교,하교,점심시간에도
남자아이들의 축구하는 환호성 소리만 들을 뿐, 가까이서 목소리를 들어본 적도 없는 나였건만.
학교에 등교해 통합게시판에 붙어있는 반배정 표를 보니, 그저 한숨만 푹푹 나왔다.
1학년 때 같은 반 이었던 내 친구들은 모두 나와 다른반, 그리고 나는...
"헐 김여주 12반 이네!"
"좋겠다.. 남자애들 많이보고.."
12반. 12개 학급중에 12분의 1의 확률로 들어갈 수 있다는 유일한 남녀합반의 12반.
학교에 등교하기 전 날, 그렇게 12반만 아니면 된다고 정말 다행일꺼라고 기도하고 또 기도했는데..
아마 어제 언니의 초코케이크를 몰래 꺼내먹다 걸린게 불행의 시작이 아닐까.. 생각해봤다.
아무리 봐도 내 이름 옆에 적혀있는 12반을 부정하지 못하고 서둘러 친구들과 2학년 복도로 올라갔다.
12반이라서 2학년 복도 맨 끝에 있어 복도를 걸어가는 동안에도 꽤 여러 생각을 했다.
내 짝이 남자면 처음에 안녕이라고 인사해야 되나? 아니면 아무말도 하지말고 그냥 앉을까?
남녀합반이라고 무조건 짝이 남자일리도 없지! 여자애면 먼저 다가가서 혹시 좋아하는거 있냐고 물어볼까?
그 여자아이가 싫어하면 어쩌지? 좋아하는게 아무것도 없고 그저 공부만 잘하는 아이면 어떻게 수습해야될까?
진짜 생각을 아무리해봐도 경우의 수가 너무 많아서 더 이상 생각하면 머리가 터질 수도 있겠구나..해서 생각을 멈췄다.
그리고 도착한 12반 앞.
창문으로 슬쩍 보니 종치기 5분 전이라서 그런가 몇몇 아이들이 앉아있는게 보였다.
눈치를 보면서 뒷문을 살짝,여는데
" 아! "
" 아! "
누군가와 부딪혔다.
" 야, 너 괜찮아? 내가 진짜 아.. 내가 원래 그런 애가 아닌데 미안해 안 다쳤어? "
넘어진 사람 민망할 정도로 사과를 빠르게 한다. 그리고 엄청 많이. 이제 그만해도 되는데.. 싶어서 누군지 얼굴을 보려 고개를 드는데,
" 많이 다친거 아냐? 양호실 데려다 줄까? "
" ....... "
" 응? 아파? 아파서 말도 못 하는 그런 정도야? "
" 아니...어...그게 아니고... "
" 응, 그게 아니면? "
진짜 잘생겼다. 그리고 고등학교에 들어와서 처음 들은 남학생 목소리.
아빠나 선생님, 학원의 남자선생님, 가게의 남자종업원, 지나가는 남자사람의 목소리를 다 통틀어도
이렇게 좋은 목소리를 가진 남자를 처음 봤다. 게다가 잘생겼어...
나는 뒷문에 걸쳐 뒤로 넘어져 팔꿈치로 겨우 지탱하고 있는 자세였고, 괜찮냐고 물어보는 목소리가 좋은 그 남자아이는
누가봐도 이상한 자세로 점점 내 얼굴을 더 자세히 보기위해 나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그 때 마침, 수업의 시작을 알리는 종이 쳤고, 그 남자아이는
" 종쳤네, 정말 미안해 나 선생님이 부르셔서 교무실 가는 길 이었거든 혹시 많이 다쳤거나 아프면
나 12반이니까 찾아와! 진짜 미안해! "
라고 말하며 계단 아래층으로 뛰어 내려갔다.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그 남자아이가 내려간 후 멍해져서 뒷문에 걸쳐 흉하게 넘어진 그 자세 그대로
담임선생님이 오실때까지 넋을 놓고 있었다. 그러다가 아이들의 시선을 느껴 어색하게 웃으며 일어나 눈앞에
보이는 자리에 앉았다.
" 얘들아 안녕! 이번에 12반을 맡은 담임선생님이고 잘 부탁한다. 그럼 출석부터 부를께? "
" 정탄소.. 정호석!"
" ....... "
" 뭐야 정호석 아직도 안 왔어? 교무실도 안 오더니 우리반에 이렇게 문제아가 탄생했다 얘들아. "
처음 보는 아이들도 있던 터라 약간은 답답한 공간이었는데, 선생님의 유머에 반 아이들이 조금은 풀어진 듯 보였다.
정호석? 딱 들어도 남자애 이름 같은데.. 개학 첫 날 부터 늦은건가? 좋게 보이지는 않았다.
그 때, 뒷문이 열렸다.
" 선생님 저 왔습니다! "
어, 아까 넘어졌던 그 남학생이다. 절대 잊을 수 없는 좋은 목소리를 한번 더 들으니
진짜 마음까지 따뜻해지는 기분인 것 같았다. 쟤 이름이 정호석인가 보다.
" 정호석 교무실도 안 오고 어디갔다 이제 오냐. 얼른 자리에 앉아. "
" 네. "
그렇군. 이제 정호석이라는 아이가 앉으면 다음 출석을 부르겠지?
문제는 내가 아까 앉은 그자리가 마지막 남은 두자리 였고, 그 때는 나를 제외한 모든 아이들이
반에서 착석을 완료한 상태였다. 그러니까 말하자면....
" 또 보네. 너 나랑 같은 반 이었구나? "
" ......."
" 음.. 혹시 아까 다친데 아직도 아파? "
" ....... "
" 아직도 아프면 내가 치료해줄까? "
" 어? 치료? 아니, 나 괜찮아. "
" 드디어 목소리 제대로 들어보네 너 목소리 예쁘다. "
헐.. 자기가 더 목소리 좋으면서 나보고 목소리 예쁘대.. 18년 살아오면서 최고의 칭찬을 들은 것 같기도하고..
근데 얘가 나한테 말을 걸면 목소리가 입 밖으로 나오지를 않는다. 나도 말하고 싶은데 얘 얼굴만 보면 말이 안 나와.
그 사이 선생님은 출석을 다 부르셨는지 출석부를 덮고 우리를 향해 얘기하셨다.
" 12개 반 중에 유일한 남녀합반 반인데, 어때? 다들 짝 맘에 드니? "
좋다고 말하기도 뭐하고 싫다고 말하기도 힘든 아이들이 억지웃음을 지어보였다.
" 순간의 선택이 평생을 좌우한다! 지금 앉은 짝으로 1학기 내내 앉을꺼니까 다들 불평하지말도록. "
" 와! 우리 이제 1학기 내내 짝이네, 잘해보자! 근데 너 이름이.. "
" ........ "
" 음! 명찰을 보니 김여주 구나. 나는 정호석이야. 여주야, 근데 나한테 뭐 하나만 물어봐 주면 안돼? 짝 된 기념으로! "
호석이가 나한테 질문을 해달랍니다.. 근데 나도 해주고싶은데 자꾸 말이 안나와..
" 어.. 뭔데? "
" 나 방금 왜 늦었냐고 물어봐주라. "
" 왜 늦었는데? "
나왔다!
" 너 어디 다쳤을까봐 양호실가서 밴드 가져왔어. 이정도면 늦은 이유 충분하지 않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