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인반수물, 좋아해요? [4]
아이들이 모두 잠든 것을 확인한 나는 퇴근준비를 했다. '얼마만의 칼퇴냐 나름 불금인데 집가는 길에 맥주나 한캔 사갈까' 따위의 생각을 하며 짐을 챙기고 있는데 어디선가 낑낑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처음에는 그저 백현이가 평소 자면서 자주 낑낑거려 그 소리인줄 알고 무시했는데 점점 소리가 누군가가 앓는 소리로 변해갔다. 뭔가 이상함을 느낀 나는 소리를 따라가보았다. 소리를 따라가던 내가 멈춘 곳은 백현이의 방문앞. 조심스레 문을 열자 훅 끼쳐오는 열기에 얼굴이 찌푸려졌다.
"백현아..?"
"끄응......낑..끼잉..."
"백현아.. 너 괜찮아?"
많이 아픈지 내 말을 듣지 못 하는 백현이 때문에 방문을 닫고 백현이가 누워있는 침대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백현이의 이마에 손을 대봤더니 열이 심하게 났던 전날보다 몸이 더 불덩이처럼 뜨거워져있었다. 언뜻보아하니 골격이 좀 넓어지고 키도 커진 것을 보아 원장님이 말하신 각성초기증세인 듯 했다. '아 원장님은 하필 오늘같은날 약속이 잡히셔서...아 어쩌지..?'
백현이가 생각보다 열이 많이 나 당황한 에리는 어서 원장님께 전화를 드리기위해 몸을 틀어 문으로 향했고 그 순간 에리의 손목이 누군가에 의해 잡히고 말았다.
"뭐야 백현아 정신이 좀 들어? 괜찮아 너?"
"누나야..?"
"응 누나 여기있어 백현아 많이 아파? 누나가 원장님 불러올게 잠시만 기다려"
"누나 가지마...."
"원장님께 전화만 드리고 올게 잠시만 기다리자?"
"가지말라구...여기있어.."
"씁 변백현 고집부리면 못써. 누나 진짜 빨리 다녀올게 있어봐"
뒤를 돌아 방을 나서는 에리를 순식간에 침대에서 뛰쳐나온 백현이 잡아챘다.
"뭐..뭐야..변백현!"
"내가 가지 말랐잖아. 나랑 있으라고. 내 말이 말같지 않아? 장난같아?"
평소와 분위기와 말투가 전혀 다른 백현의 모습에 당황한 에리를 순식간에 침대로 눕힌 백현이는 그 위로 올라탔다. 평소라면 쉽게 빠져나왔을 에리지만 갑자기 쑥 커버린 백현이의 힘이 보통 성인 남자에 비례하여 꼼짝없이 백현이의 품에 갇히고말았다.
"누나는 내가 싫은거야? 응? 난 이렇게 누나 냄새만 맡아도 미칠 것 같은데 누나는 왜 자꾸 나랑 안 있을려는거야 정말 응?"
"백..백현아...잠시만.."
"누나 진짜 미워"
"아..아니야 백현아 누나 백현이 얼마나 좋아하는데 그러니까 좀 나오자 어? 백현이 착하지?"
"진짜? 누나도 백현이 좋아 하는거야?"
"응 그럼 좋아하지"
"히 그럼 이런 것도 누나랑 해도 되네?!"
쪽-
자신을 좋아한다는 내 말에 딱딱했던 말투나 인상이 풀리는 것을 지켜보며 한시름 놓은 나를 가만히 바라보던 백현이의 입술이 빠르게 다가와 내 입술에 닿았다.
뭐야 뭐지 이건 지금 나 첫 뽀뽀를 저 어린놈한테 당한거야? 그것도 반류인 아이랑..? 각성시기가 다가와 발정기 비스무리한게 찾아온 아기랑 지금 내가 뭘했..? 음..? 나 혼전순결주의인데..?
보시다시피 너무 당황스러워 그 자리에 굳어버린 나를 비웃기라도 하는 듯 엄청난 일을 벌린 변백현은 나몰라라하며 내 위에서 세상을 다 가진듯한 표정으로 잠들어있었다. 물론 다시 조그만 꼬맹이 북극여우로 돌아간채로.
뭐야 변백현 얘 북극여우가 아니라 구미호아냐..?
-
백현이의 낯선 모습을 접한 후로 그러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무의식중에 백현이를 피하기 시작했다.
"누나!!"
"어..찬열이 깨워야 되는데.."
"누나! 나 오늘 있잖아.."
"김민석 너 방정리 좀 해."
"누나 백현이 오늘 시금치도 먹었다? 잘했지? 응?"
"응 그래"
이런 내 모습이 많이 이상했는지 평소에 내게 말을 거는 횟수가 다섯손가락에 꼽을만큼 먼저 말을 걸지 않던 김민석이 변백현에대해 말을 꺼낸걸 보면 말다했지 뭐.
"뭐야 너 변백현이랑 뭔 일 있었냐?"
"일은 무슨"
"아니 뭐 변백현이 발정이 와서 덮쳤다던지 뭐 그런 종류? 이상해 요즘 김에리 너"
"뭐래 갑자기 나한테 왠 관심이래"
"하긴 그 꼬맹이가 발정기라니.. 아니다 박찬열이 찾더라 가봐"
그래..그 꼬맹이가 발정기가 잠시 왔었단다 얘야..
"누나 찾았잖아요."
"아 미안 얘기 좀 하느라 무슨 일이야 찬열아"
"우리 오늘 영화보러 가요! 저번에 저랑 꼭 보러가기로 약속했잖아요"
얼마 전 tv광고에서 나오는 애니매이션 영화의 광고를 보며 호들갑을떨던 찬열이와 백현이가 떠올랐다. 저건 꼭 봐야 한다며 새끼손가락 걸고 꼭꼭 약속까지 했던터라 빼도박도 못하게 영화를 보러가야할 것 같아 굳게 닫힌 백현이의 방문을 보며 찬열이에게 말했다.
"그럼 찬열아 백현이한테 말해서 옷 갈아입고 나오라고해. 누나 밖에서 기다리고 있을게"
"백현이도요..? 뭐..알겠어요 금방 갈게요"
동물병원 밖에서 기다리다 문을 열고 나오는 인영에 고개를 돌리니 한 아이가 안 보였다.
"어? 백현이는?"
"가기 싫다던데요? 잘거래요"
그 누구보다 광고를 보고 흥분하여 꼭 봐야한다 귀에 딱지가 앉도록 말해왔던 백현인데 영화를 마다하다니 당황스러웠지만 아까부터 방에서 나오지 않던 백현이를 떠올라며 '피곤한가보네..' 하며 찬열이의 손을 잡고 영화관으로 향했다.
영화를 보는 내내 계속 떠오르는 백현이 생각으로 영화에 집중을 할 수 없었다. 혹시 내 행동으로 인해 상처를 받아 그런 걸까 아니면 다시 열이 나는 걸까 걱정이 되었다. 병원에 원장님이 계셔서 안심이긴하지만 무언가 찝찝한 기분을 떨쳐내지 못 하는 동안 영화가 끝이 났다.
"찬열이 영화 재밌었어?"
"응 난 누나하고 있을때 기쁨이가 내 마음 속에 있나봐요. 누나랑 있으면 행복해 막"
"나도 행복해 찬열이랑 있을때"
"진짜요? 우와 누나 마음 속에도 기쁨이가 있나보다! 근데 백현이는 마음 속에 슬픔이가 있어요"
"응? 슬픔이?"
"응응 백현이 우리 영화보러 오기 전에 문 꼭 닫고 울었는데 울면 산타할아버지가 선물 안 준다고 했거든요? 근데도 계속 울길래 그냥 나왔어요 슬픔이가 있나봐 마음속에."
"뭐? 백현이가 울었다고? 그걸 왜 이제야 말해 찬열아."
"그냥 빨리 영화보고 싶어서"
"하..정말..알았어 일단 빨리 병원으로 가자"
말을 마치자말자 에리는 급하게 병원쪽으로 달려갔고 찬열이는 그런 에리를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찬열이 마음속에 슬픔이가 생겨 나고 있어요."
"괜히 말했다"
"역시 누나는 백현이만 좋아해"
"나쁘다 정말"
+오랜만에 반인반수로 찾아뵙네요 보고싶으셨나요..?.... 헤헿ㅎㅎㅎㅎㅎ
+암호닉 신청은 [암호닉] 이렇게 해주세용!!
+항상 감사합니다~!~!
=암호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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