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 글은 영화 '암살'을 배경으로 썼습니다.
* 이 글에서 안옥윤 (전지현) = 김여주 입니다.
* 영화 속 대사들과 상황들이 같아 스포가 있으니 주의.
* 카와구치는 아들과 타켓을 구별하기 위해 아들, 미츠코의 남편에겐 '군'을 붙였습니다.
* 기울여진 대사들은 모두 외국어입니다.
* 기울여진 대사 + 회색빛 대사는 과거입니다.
* 치환할 이름은 받침이 없게 해주세요.
예) 하/ 정우, 이/ 정재
[하정우 外] 미 라 보, 그.
w. 우 리 아 저 씨
일본이 점령한 조선. 일본의 국기에 대해 경례를 해야하고,
일본말을 배워야 하며 그들에 의해 통제되는 곳.
그곳이 지금의 조선이다.
그리고 난, 조선의 해방을 원하는 독립군이다.
만주에서 독립 운동을 하던 난 상사를 죽였다.
실수가 아닌 고의로 말이다.
그 상사가 어떤 인간이었든지 상관없이, 난 감옥에 수감되어 있었다. 그러다 염석진 대장을 만났다.
" 전 어디로 갑니까? "
" 경성. "
" 잘 됐네요. 한번 가보고 싶었는데. "
" 가면 뭘 해보고 싶은데 "
" 뭐, 커피라는 것도 마셔보고 싶고. 연애도 하고싶고. "
염석진 대장과 함께 상해를 통해 경성으로 향하였다.
가는 길에 갑작스러운 일본군의 습격으로 총을 잡긴 했지만,
무사히 상해에 도착하였다.
" 여기서 헤어지는겁니까? "
" 그러게, 아쉽네. "
" 저두요. "
" 언제나 몸 조심하고. "
" 네. "
염석진 대장과 상해에서 헤어진 후,
약속장소인 미라보 여관으로 들어섰다.
책에는 맛있다 써있는 커피를 시켜 마셔보았지만, 으. 쓰다.
" 좀 쓰네요? "
" 설탕을 넣어야죠. "
아, 설탕.
뒤에 앉아있던 남자를 따라해 설탕을 커피에 넣고, 휘저었다.
톡톡, 톡톡. 콧노래를 부르는 남자를 따라 스푼을 입에 넣고 주위를 둘러보다 그 남자와 눈이 마주쳤다.
" 지금부터 신분증 검사를 하겠다. "
일본 깡패의 행패에 직원이 신고를 했는지, 경찰이 들어섰다.
위조된 신분증이라 걸리면 어떡하지라는 생각을 하며
옆에 있던 칼을 소매 안으로 집어넣었다.
" 뭐하는 짓이야 "
" 동포끼리 돕고 삽시다. "
아, 같은 조선인이였나.
눈이 마주쳤던 남자는 갑자기 내게 다가와 더러운 신발을 닦았다.
그러다 내 차례가 되었고, 남자는 일어나 의자를 내 옆에 놓아 앉더니
" 신분증? 여보, 신분증이 집에 있던가? "
라고 말하며 내 어깨를 끌어안았고,
경찰은 그에 말에 부부냐며 물었다.
잠시 가만히 있다 그의 넓은 어깨에 기대며
그렇다고 했더니 물러서는 경찰이다.
경찰들이 모두 빠져나가자 서둘러 그의 품에서 벗어났다.
" 이름이 어떻게 되십니까? "
" 그걸 알아서 뭐하게. "
아까전에도 느낀거지만, 목소리가 좋은 듯 하다.
아직도 내 어깨를 끌어안고 있는 그에게 차가운 말투로 말을 하자,
푸흐흐 웃던 남자는 입을 다시며 자신의 노오란 머플러를 나에게 둘러주곤 떠났다.
" 마누라 이름을 모르고 가니까 섭섭하네. "
이 말을 하며.
그가 둘러준 노오란 머플러에선 그를 닮은 머스크 향이 났다.
***
그렇게 남자와 헤어진 후,
오후에 속사포와 황덕삼 동지를 만났다.
내일 아침 10시에 만나기로 한 거, 아니였나.
" 근데 우리 중에 대장은 누구네? "
" 김여주다. "
" 제가 왜 대장이죠? "
" 그 이유는 자네가 찾아야지. 다들 여자가 대장이라 이상한가? "
" 네. "
" 그럼 하나만 묻지. 김동지는 왜 사형수가 됐어? "
" 상사를 쐈습니다. "
" 그럼 대장하셔야지. "
김원봉의 말에 바로 수긍하는 속사포 동지다.
우리의 타켓인 카와구치 마모루, 그리고 강인국.
-탕탕!
사진을 찍기 위해 옷을 막 갈아입고 나왔을 때,
갑작스러운 총소리가 사방에 울려퍼졌다.
서둘러 커튼을 치고 상황을 살펴보았다.
" 요새 일본 갱들한테 현상금이 걸렸다던데 그 친구인가.
하와이 피스톨. "
" 조선 사람이라던데요. 얼굴은 아무도 못봤고."
" 삼백불만 주면 다 죽여준다는데 저 쓰레기같은 새끼 저거. "
하와이 피스톨. 왠지 낯설지가 않다.
아니, 분명 처음 듣는 이름인데도 불구하고 정이 간다.
" …… "
벌써 다 죽인건지, 거리가 조용해졌다.
창문을 살짝 열어 거리를 내다보았다.
창문 아래로 내려다보는 날 향해 있던 총을 내리곤
손키스를 하고 떠나는 그였다.
하와이 피스톨. 오늘 보았던 그 남자.
***
우리는 아침 10시가 안되어 경성으로 향했다.
경성, 나의 고향.
무기가 들은 가방을 들고 기차에 내려 역 앞으로 향했다. 그러자 우리에게 와 밍크털로 된 옷을 걸치고 날 껴안는 여자.
같은 독립군인 아네모네 마담.
역을 벗어나기 위해 움직이던 찰나,
일본 국기에 대하여 경례를 하기 시작했다.
비참함과 우리나라의 무능력을 맛본 우린 아네모네로 향해
카와구치와 강인국을 죽이기 위한 작전을 짰다.
" 이건 뭐죠? "
" 가솔린 가게. "
" 경성역까지 가는 길에 가솔린 가게가 또 있나요? "
" 아니. "
가솔린 가게. 지금의 자동차들은 모두 가솔린을 주유한다.
그럼 만약 카와구치와 강인국 차가 가솔린을 넣어한다면?
원래 길에서 좌회전해서 이 쪽으로 들어올거다.
헌병대는 자리를 지켜야하니 여기서 대기할테니 움직이지 않을테고.
" 그 날 우린 가솔린 가게를 접수하고 기다려요.
덕삼동지는 자전거를 타고 가다가
차에 폭탄을 던지고 그대로 달려요.
속사포 동지는 차에 기름을 넣어주는 척하다가
저와 함께 타켓들을 처리해요.
5분 안에 끝내고 우린 살아서 돌아갑니다. "
그렇게 우리의 작전은 완벽했다.
모든 것이, 다.
***
내일이 드디어 작전이 개시되는 날이다.
하지만 속사포 동지는 밤늦은 이 시간까지 나타나지 않는다.
어디 갔다온다더니 …
덕삼동지는 이대로 내튄게 아니냐며 걱정하기 시작했다.
결국 속사포 동지의 역할은 아네모네의 바텐더이자
조선의 독립을 응원하는 기무라씨가 하기로 했다.
그렇게 해가 뜨기 시작했다.
가솔린 가게를 접수하고 저격총을 꺼내들어 장전하였다.
이제 오는 카와구치와 강인국을 죽이면 우리의 임무는 성공한다.
" 어…? "
" 뭐하는거야, 비켜 빨리. "
" ㅊ, 차가 바뀌었어! 저 차야 저 차! "
… 뭐? 차가 바뀌었다니 이게 무슨.
하지만 이미 덕삼동지가 폭탄을 던진 후였다.
아, 젠장할.
서둘러 기관총을 들어 달아나기 시작하는 차를 쏘았다.
하지만 타켓은 맞지 않았고, 차는 비틀거리며 거리를 달렸다.
" …… "
누군가가 있는 느낌에 옆 창문을 바라보았더니,
날 향해 총을 겨누고 있는 그 남자, 하와이 피스톨이다.
그와 난 멍하니 서로를 바라보고 있을 때, 불로 인해 가솔린이 터져버려 내가 있는 곳까지 불길이 올라왔다.
열기에 정신을 차리고 기관총을 그를 향해 쏘기 시작했지만
그는 벽을 방패로 몸을 숨겼고 달아나기 시작했다.
나도 밖으로 나와 그를 찾았지만
그는 이미 달아난 후 였고,
한 건물에 박힌 차를 향해 기관총을 돌려 밑으로 내려갔다.
" 미츠코! "
주위에 있던 일본군들을 죽이고
차에서 나와 주저앉아있는 사람을 바라보았다.
화려하고 고급진 옷을 입고 날 바라보고 있는.
나와 똑같은 얼굴을 가진, 여자.
" 아윽! "
그 여자와 난 서로를 빤히 바라보았다.
이내 왼쪽 팔에서 피가 나기 시작했다.
일본군이 쏜 총에 맞고 쓰러진 난
점점 감기는 두 눈을 못 이기고 잠들었다.
***
" 으윽 "
고통에 눈을 떠보니 난 흔들리는 차에 있었다.
누군가의 탄탄한 허벅지를 베고있던 몸을 일으켜 바라보니,
하와이 피스톨. 그 사람이다.
" 당신 뭐하는 놈이야. 뭔데 우리 일을 망쳐. "
" 의뢰를 받았어. 미츠코 당신 죽이라고. "
미츠코 …? 미츠코면, 마담이 말했던 강인국의 딸이다.
그리고 나와 생김새가 같던, 그 여자.
" 시끄러워. 둘이 무슨 말을 하는거야, 조용히 안해? "
" 그러고보니 넌 조금 죽기 아까운데 낄낄낄 "
조선말로 대화를 하고 있으니 앞에 있던 일본군 한명이
칼을 들어 철창안으로 집어넣었다. 아까운 목숨이라며 칼로
나의 치마를 들어올리곤 즐겁다는 웃음을 짓는 더러운 새끼.
여자로서의 수치감과 불쾌함에 눈물이 고이기 시작했다.
" 어떻게 할까. 일단 이놈을 안으로 들어오게 해야 하는데. "
"치워"
몸을 타고 올라오는 칼을 손으로 치자
또 낄낄 웃어대는 일본놈들.
그 놈들을 빤히 바라보고 있던 남자가 입을 연다.
" 우리가 입을 좀 맞춰야할 거 같아 "
" 미친놈 … 아까 죽여버렸어야 했는데. "
" 여기에 계속 있을건가? 응? "
" … 당신이 좋아서 하는건 아니야. "
이내 흐르는 눈물을 닦지도 못하고 그와 입을 맞추었다.
그러자 그의 거친 입술과 따뜻한 온기가 느껴진다.
" 뭐하는 짓이야! "
남자와의 입맞춤에 화가 났는지,
열쇠를 들고 들어오려는 일본군이다.
들어오자마자 맞추던 입을 떼고 처리하기 시작했고
이내 쓰러진 그들 사이에서
수갑열쇠를 찾아보았지만 없었다.
밖으로 나갈 수 없어 칼을 들고 천장을 뚫은
남자는 위로 올라갔고, 나도 따라 올라갔다.
" 도련니임ㅡ! 삼천부울ㅡ!! "
혼자 있던 운전사마저 처리한 그는 운전대를 잡았고,
옆길에 오토바이를 타고있던 '영감'이란 사람은 뒤에 쫓아오던 일본군들을 처리했다.
" 당신 정체가 뭐야"
" 흐.. 독립군, 제 3지대, 저격수. "
수갑이 채워져있는 손으로 나에게 총을 내민 그는
정체를 물어보았고, 난 아파오는 팔을 잡고 대답을 한 뒤
다시 그의 허벅지를 빌렸다. 그리고 눈을 떠보니, 병원의 침대였다.
왼팔에서 총을 빼내는 고통에 괴로운 신음만을 흘렸다.
몸을 뒤척이며 오른손으로 잡을 무엇인가를 찾을 때,
온기가 느껴졌다.
" 강인국이 아버지라는 것을 알고도 계속 하시게?
그게 유행이 좀 지났는데.
예전에 여덟명의 친일파가 일본에서 남작 작위를 받아왔어.
그 아들들은 서로의 아버지를 대신 죽이기로 했었지.
사람들은 그걸 살부계라고 불렀었고.
그러다가...
솔직히 조선군 사령관하고 강인국을 죽인다고 독립이 되나? "
팔에 붕대를 천천히 감아주며 물음을 해오는 남자에게 답변을 해주었다.
" 이름은 몰라. 손가락이 하나 없었지. "
" 염석진 대장 …. 그 사람이 우리를 여기로 보냈는데? "
하와이 피스톨에게 들은 의뢰인은, 염석진 대장이었다.
우리의 작전성공을 바라던, 우리를 경성으로 보낸 그 사람.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영감이 들어와 남자와 대화를 나누었다.
남자는 이내 붕대를 다 감았는지 밖으로 향했고,
그런 그를 보며 붕대를 한번 매만지곤 창문을 열었다.
***
집에 도착해 욕실에서 목에 묻은 피를 닦고 있을 때였다.
" 너 어디서 왔어. 왜 우리한테 총을 쐈어? "
" … 어릴 때 쌍둥이 언니가 있다고 들었는데, 정말 똑같이 생겼구나 "
" 왜 아빠를 죽이려고 그랬어 "
" 매국노를 죽이러 왔으니까. "
좋은 사람. 좋은 사람이 어머니를 죽이고, 나라를 팔아.
나에게 서투르게 잡아 내밀고 있는 칼을 잡아
바닥으로 던지곤 말했다.
" 정말 그렇게 생각해? "
" 난 너무 좋아. 널 만나서 진짜.
그거 내가 태웠어, 저거 입어. "
옷을 입기 위해 찾았지만 태워버렸다는 말에
결국 비싼 옷을 입었다.
침대에 걸터앉아 자신의 집으로 가자는 미츠코에 말에,
' 내가 그 집에 왜 가. 난 만주로 갈꺼야 '라고 말했고 그 곳엔 친구들이 있다 말했다.
" … 여기 혼자 온거 맞아? "
계단을 올라오는 소리. 평소 들어온 소리와는 다르다.
자신이 해결한다며 날 다른 방으로 들여보낸 미츠코는 내가 던졌던
칼을 집었고, 들어온 사람을 보고 안심을 했지만
-탕!
그 사람, 강인국은 망설임없이 미츠코를 쏘았다.
" 강사장님 무섭습니다. 사모님도 그러시더니 이젠 딸까지 "
" 나는 모르는 년이야. "
" 이렇게 하시죠. 이 여자는 강인국 사장님을 암살하기 위해 다시 접근했고, 체포 도중에 불행하게 사살된걸로. "
염석진 대장의 목소리.
강인국은 미츠코를 나로 알고 죽였다.
처음 만난 나의 쌍둥이 언니를.
언니의 죽음을 헛되겐 할 수 없었다.
' 난 ' 죽은 것이고, 난 ' 미츠코 ' 다.
" 나오셨네요 아가씨! 집으로 다시 모실까요? "
창문을 열고 뛰어내려 발목을 살짝 삐었다.
서둘러 미츠코 옷으로 갈아입고 거리로 나가니
미츠코가 말한 택시가 기다리고 있었다.
난 그 택시를 타고 집으로 향했다.
***
미츠코의 방에 들어오자마자 보이는 옷에
숨을 막고 울음을 내뱉었다.
보이는 하얗고 하얀 웨딩드레스.
미츠코가 입을, 입었어야 하는 웨딩드레스.
그 옷을 보고 난 오열했다.
밤에 집사를 죽였다.
시녀가 카와구치 도련님이 오셨어요, 라며
침대 위에 고급진 원피스를 두고 나갔고
난 거울을 보며 중얼거렸다.
' 난 미츠코다. 난 미츠코다, 미츠코. ''
" 아 미츠코 "
" 어머, 손님인가요? "
" 여긴 상해에서 온 다나카 소위.
여긴 내 약혼녀 미츠코. "
" 처음 뵙겠습니다. "
" 우리 결혼식 호위를 부탁해 상해로 가야 할 사람을 붙잡았어. "
나간 곳엔 카와구치군, 그리고 그 남자가 있었다.
미츠코인 척 일본말을 쓰며 카와구치군에게 말을 걸었다.
" 아, 상해.
맛있는 커피가 있다고 하던데, 미 라 보 ? "
미라보, 그리고 커피. 이 단어의 의믜를 알아들은 그의 눈이 흔들렸고 태연하게 그의 옆에 앉아 말을 걸며 차를 따라주었다.
" 조선인? 다나카씨는 조선말 할 줄 알아요? "
" 조금. "
" 부럽네. 난 조선말을 할 줄 몰라 구박받는데. "
카와구치군이 밖으로 나갈려는 낌새가 보여 조선말을 하기 시작했다. 카와구치는 조선말을 할 줄 모른다고 했으니, 못 알아듣겠지.
" … 여기 왜 왔어. 상해로 안가고 "
" 저 새끼 죽이러. 당신은 왜 안갔어.
여기 있어야 될 여자는 어디로 "
" 죽었어. 아직 죽였지, 강인국이 난 줄 알고.
이제 그만 가시지. 여긴 내 일이니까. "
" 어떻게 할건데? "
" 나는 결혼식에 들어갈 수 있잖아. 신부니까. "
" 두렵지 않나? "
" 두려워. "
" 조선말로 그만 해. 못 알아 듣겠잖아. "
카와구치군의 말에 곧바로 일본말을 쓰는 남자이다. 그의 결혼식 참석을 막기 위해 ' 다나카씨는 결혼식에 참여하지 못할 것 같아요. '
라는 말을 했지만, 그에 의해 또 막혔다.
***
드디어 결혼식 날이다. 미츠코시 백화점 2층. 죽은 미츠코, 나의 언니를 대신해 웨딩드레스를 입었다. 아무말 없이, 아무 표정 없이 나의 아빠이자 타켓인 강인국의 손을 잡았다.
" 신랑 입장ㅡ! "
" 떨리니. 무슨 생각하니 미츠코 "
" 만주에서 온 언니는 왜 죽이셨어요. "
부케 속에 숨겨놓은 총을 당장이라도 강인국에게 돌리고 싶다. 하지만 아직 때가 아니다. 조금만, 조금만 더 참자.
" 신부 입장ㅡ! "
강인국의 손을 잡고 신랑, 카와구치군에게로 향했다. 강인국과 카와구치는 서로 인사를 했고, 그 인사가 신호라도 되는 듯이 어디선가 기관총이 발사되었다. 하객들은 모두 소리를 지르며 숨거나 도망치기 시작했다. 일본군들은 기관총을 쏘는 속사포 동지에게 총을 쏘았고 난 기둥뒤에 숨어 날아간 부케를 향해 손을 뻗었다. 이제 타켓들을 제거해야 한다.
부케 속에 있던 권총을 꺼내 카와구치에게 쏘았다. 카와구치는 그 자리에서 죽은 듯 했고, 속사포 동지를 쏘으려는, 밀려오는 일본군들에게도 쏘기 시작했다.
" 속사포 동지! "
" 염대장님 "
아, 염석진 대장의 목소리가 어디선가 들려온다. 안돼. 속사포 동지가 총에 맞을 거야. 서둘러 속사포 동지가 있는 곳으로 향했지만, 이미 염석진의 총에 맞고 난 뒤였다.
" 대장. "
이제 남은 타켓은 아버지, 강인국 뿐이다. 총알을 다 써 쓸모가 없어진 권총을 버렸다. 앞에 죽어있는 일본군의 소총을 들고 닫혀져있는 문으로 향했다. 벽에 진열되어있는 그릇을 꺼내 문에 던졌고, 깨지는 소리에 안에 있던 일본군은 총을 난사하였다. 총알이 박혀오는 왼쪽 문을 향해 아낌없이 총을 쏘았고 문은 열렸다.
" 우리 딸, 미츠코는 어디있니? "
" 죽이셨잖아요, 그 손으로. 어머니도. "
" 미안하다 다 집안을 위한 거였고, "
" 그런 집안 없습니다, 이제 "
" 내가 다 민족을 위한거였고, 응?
처자식 먹여살려야했고.. 어쨋뜬 미안하다, 미안하다. "
아버지, 강인국에 말해 눈물을 참지 못하고 눈을 감았다. 하지만 이상한 소리가 들려 서둘러 눈을 떴다. 그러자 일본군의 품에 있던 소총을 나에게로 향하려고 하는, 강인국의 모습. 떨리는 손으로 소총을 쏘려고 할 때, 쏘아지는 총.
그 총의 주인공은, 하와이 피스톨이였다.
강인국의 숨이 멎는것까지 확인하던 그는 내 손을 잡더니 밖으로 향하더니 의자에 앉혔다.
" 전에 얘기했던 살부계, 어떻게 된 줄 알아?
바로 잡힌 놈도 있고, 도망가서 자살한 놈도 있고
나처럼 비겁하게 상해에서 청부업자가 된 놈도 있고.
당신은 그렇게 살면 안되잖아, 돌아가.
한국 독립군 제 3지대로. "
병원에서 말해준 살부계 이야기. 그 이야기는 바로 그의 것이었다. 친일파인 아버지를 죽인 하와이 피스톨.
- 탕! 탕!
그의 말을 듣고 있을 때, 죽은 줄 알았던 카와구치군이 총을 쏘았다. 바로 뒤를 돈 그는 카와구치군에게 총을 쏘았고, 그에게로 향해 멱살을 잡아 들어올렸다.
" 넌 우리와 함께 간다. "
" 속사포 동지! "
서둘러 입구를 지키고 있던 속사포 동지에게로 다가갔지만 피를 잔뜩 흘린 채 총을 잡고 있는 그였다.
" 대장, 대장. 우리 작전 성공한거지? "
" … 네. "
그래, 우리의 작전은 성공이였다. 황덕삼 동지, 마담, 그리고 기무라씨가 없는 지금에서야.
" 후으흐, 근데 그렇게 입으니까 이쁘네.
ㄴ, 내려가. 일, 일층에서 봐. 가, 어, 가. "
피를 내뱉으며 말하는 속사포 동지의 모습에 앞이 흐려지기 시작했다. 평소 틱틱대던 그인데. 들고있던 총을 장전하며 몸을 일으키기 위해 애를 쓰지만, 이미 피를 많이 흘려 그런지 자꾸 무너지는 동지이다. … 결국, 그는 무너지고 말았다. 그도 일본군이 되어버린ㅡ 염석진의 손에 의해.
서둘러 그에게 다가가려는 날 붙잡은 남자는 인질로 데려온 카와구치군을 때렸다.
" 한번만 더 지껄이면, 넌 죽는다. "
" 아, 알겠 … "
남자와 난 카와구치군을 부축하고 일층으로 내려갔다. 엘레베이터가 멈추고 밖으로 나오니 일본군들이 보였다. 다행히 남자를 다나카 소위로, 나를 미츠코로 알고 있어 무사히 문까지 도달할 수 있었다.
" 신부와 신랑이 납치되었다! "
하지만 외쳐오는 염석진의 말에 총이 발사되었다. 서둘러 우린 밖으로 나왔고, 구석에 있던 차에 숨었다. 하지만 주위에 깔린 헌병대에 입술을 깨물었다. 그리고 그런 나의 모습에 거친 손으로 풀고 매만지는 남자다.
" 도련님 문 열었습니다, 타시죠. "
" 영감이야 진짜. "
" 어이 삼천불, 또 만나네? "
헌병대를 뚫고 우리에게로 달려온 차는 영감이 운전하고 있었다. 난 카와구치군을 부축하고 탔고, 기관총을 잡은 남자는 영감에게 차 돌려라는 말을 하곤, 헌병대를 향해 난사하였다. 그리곤 차와 같이 달리더니, 문을 잡고 탑승하였다. 우리의 뒤를 쫓는 일본군들을 보고 아네모네로 향하였다.
' 여긴 어디로 통하죠? '
' 하수도예요. '
아네모네엔 비밀통로가 하나 있었다. 하수도로 통하는 길. 그 길로 도망치면 된다. 나도, 그도, 영감도.
" 카와구치, 내가 아까 전 뭐라고 했지? "
" 아, 한마디만 더 하면 죽는다는거? 미안, 미안ㅎㅡ "
남자는 아까 전의 말을 지키듯, 총을 장전해 카와구치군을 죽였다. 그리곤 나에게 다가와 팔을 잡고 말하였다.
" 당신은 정문으로 나가. 난 영감이랑 더러운 곳으로 갈테니까. "
" 무슨, "
" 당신 미츠코잖아. 밖에선 인질로 알고있고. "
" 나 혼자 가라고? "
" 당신이 이 상황에 도움이 안될거같은데? 그러치 영감? "
" 아 예예, 뭐 독립군 이런 얘들이랑 엮이면 골치아프죠. "
" 영감은 여기서 뭐하고 있어, 계속 뚫어야지? "
" 아차, 우리 가야지. "
" 삼천불! 우리 잊으면 안돼. "
밖에서 나를 미츠코, 즉 인질로 알고 있으니 나가라는 얘기였다. 그 말은 나 혼자 이 곳에서 살으라는 소리였다. 남자는 영감을 반강제로 지하로 향하게 했고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보았다. 영감에 말에 웃음이 지어졌다. 누굴 잊는다는거야, 기억력 천재인 내가.
" 안돼. "
" 안될게 뭐가 있어. 상해에서 다시 만날텐데.
미라보에서. "
" 우리가 다시 만날 수 있을까. "
" … 당연하지.
거기선 내가 남편이고 당신이 아내였잖아, 이름은 모르지만. "
" 내 이름은 … 김여주야. "
그래. 상해에선 당신이 남편이고 내가 아내였지. 서로의 이름은 모르는, 그런 부부. 내 이름은 김여주야. 독립군 제 3지대 저격수, 김여주.
남자, 하와이 피스톨은 따뜻한 손으로 나의 뺨을 감쌌다. 누군가를 이렇게 우연히 만난 것도, 이런 감정을 느낀것도 모두 처음이다. 점점 가까워지는 그의 얼굴에 숨을 내뱉었다. 숨결이 가까워지는 그를 느끼며 눈을 감았다. 일본군에게 끌려가는 차 안에서, 느껴진 것처럼ㅡ 거친 그의 입술과 온기가 잔뜩 느껴졌다. 그렇게 우린 마음이 담긴, 처음이자 마지막일지도 모르는 입맞춤을 서로에게 선사하였다.
" 밖에 나가서 염석진 얼굴 쳐다보지말고 곧바로 집으로 가. "
어느순간부터 나오는 눈물을 다정히 닦아준 그는 팔을 잡고 밖으로 날 내보냈다. 떠나기 싫다. 당신을ㅡ 이런 감정을 처음으로 느끼게해준 당신을, 떠나보내기 싫다.
" 나머지 인질은, 10분 뒤에 보내준다. "
밖으로 나가자 일본군들이 카페를 둘러싸고 있었다. 팔에서 느껴지던 온기는 곧 사라졌고, 그가 있는 아네모네의 문은 닫혔다. 나를 부축하는 염석진은 차의 문을 열고 ' 이만 타시죠. ' 라는 말을 내뱉었다. 아아ㅡ 죽이고 싶다. 그를, 염석진을. 믿었던 대장을. 그는 우리의 독립을 방해했고, 정보를 유출하였고, 우리를 죽이려고 했다. 밀정. 이것은 밀정. 일본에게 우리의 목숨을 준 그는 참 뻔뻔했다. 황덕삼 동지와 속사포 동지, 기무라씨, 그리고 마담의 목숨을 허무하게 앗아간 그. 그의 목숨은 꼭, 꼭 내가 끊겠다. 수많은 매국노 새끼들과, 일본새끼들의 피가 묻어있는. 이 더러운 손으로, 너의 목숨을 앗아갈것이다. 나는, 살아서도, 죽어서도.
차에 탄 난 창문을 통해 아네모네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곧 생각했다. 염석진이 문이 닫히자마자 한 말을.
' 이 카페에 다른 통로가 있는지 알아봐. '
우리가 왜, 아네모네로 온 지 아는 염석진이다. 그 곳으로 향하는 그와 영감을 죽일 생각이겠지. 죽으면 안된다. 내게 첫 감정을 알려준 당신은, 영감은, 죽으면 안돼. 당신마저도 죽어버리면 경성은, 아니 나의 삶은 지옥이 되어버릴테니까. 서둘러 그에게 알려줘야한다. 그들을 살려야한다.
- 끼이익
웨딩드레스에 있던 허리끈을 몰래 풀기 시작했다. 아마 지금쯤 염석진은 일본군을 통해 저 곳의 끝이 어딘지 알게됬을거다. 이미 안으로 들어갔다 생각하고 모두를 끝으로 데리고 가겠지.그럼 난, 다시 그곳으로 가 따라간 일본군들을 죽이고, 그들을 살리면 된다. 설사 내가 죽어도 말이다.
운전사의 목을 졸라 기절시켰다. 운전사를 밖으로 던지고 가로등에 박으려고 하는 운전대를 서둘러 붙잡아 차를 돌렸다.
조금만 기다려, 조금만.
***
" 후, 총. 마담이 비상용 총을 두었을거야. "
역시 내 생각이 맞았다. 염석진과 일본군들은 모두 사라졌고, 난 서둘러 마담의 방으로 가 비상용 총을 찾았다. 마담은 비상용 총을 숨겨두었을거다. 어디에 있을까. 어디 …
" 액자. "
방 안을 꼼꼼히 바라볼때, 살짝 기울여져 있는 액자가 보였다.
액자를 향해 다가가 천천히 들어보았다.
그러자, 반짝이는 권총과 탄알들.
서둘러 권총을 장전하고 통로로 향하였다.
작은 등불을 들고 발소리를 죽이며 앞으로 향하였다.
" 얼마 가지 못했을거다! "
저 멀리서 일본인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그들이 보일 때까지 소리를 죽이고 달려가자 네명이 남자를 쫓고 있었다. 네명, 승산의 가능성이 있다. 뒤에서부터 칼을 들어 입을 막고 차례대로 찔렀다. 쓰러지는 일본군들을 보고 희미하게 보이는 그림자를 향해 뛰었다.
" 하와이 피스톨! "
" … 김여주 "
" 삼천불? "
" 당신이 왜 여기있어, 집으로 가랬잖아! "
자신을 부르는 소리를 들은 남자는 뒤돌았고
헐떡이고 있는, 내 손에서 뚝뚝 떨어지는 핏방울들을 보고
나에게 와 어깨를 붙잡고 외쳤다.
" 죽게 내버려 둘 순 없었으니까! "
" … 뭐? "
" 나가면 죽어. 하와이 피스톨인 당신도 무참하게 죽는다고!
염석진, 그 새끼가 대기하고 있을거야.
당신들을 죽이려고! "
나의 외침에 그는 한숨을 쉬었다.
그래서, 험한 길을 뚫고 왔다는 거야? 이 피는, 피는 …
그는 나를 꽉 껴안았다. 그래 이 따뜻한 온기.
이 온기는 그에게서만 나는 온기다.
- 타앙! 타앙!
" …… "
" … 김, 김여주! "
" …… "
제대로 죽이지 않았나 보다.
뒤에 쓰러져있던 일본군은 총을 쏘았고,
방심하고 있던 난 그대로 맞았다.
피는 그대로 올라왔고, 난 그를 바라보며 피를 내뱉었다. 내려다본 나의 몸은, 하얀 웨딩드레스는 검고 붉은 피로 물들어지고 있었다.
" 김여주, 정신차려. 김여주! "
" 삼천불! 아이씨, 도련님 어떡하죠? "
" 일단 나가야지, 여기서. "
나의 몸은 점점 무너졌고, 눈꺼풀 또한 무너지기 시작했다.
이번이 세번째네. 당신 앞에서 눈을 감는것이.
정신마저 흐릿해져 갈 때, 몸이 부웅 뜨는 것이 느껴졌다.
나는 두고 가 … 나는 두고 …
***
" 으으 … "
" 정신이 들어? "
눈을 뜨자마자 보이는 건 눈부신 천장이었다.
코를 찔러오는 소독약 냄새와 함께.
들려오는 소리에 고개를 돌려보니,
나를 바라보고 있는 그였다.
" … 여긴 어디야 "
" 상해야. "
" 뭐? "
이곳이 상해라는 그의 말에 서둘러 몸을 일으켰다.
언제 상해로 온 거지?
" 그 날. 당신이 우리를 살린 날.
당신 수술하고 바로 상해로 건너왔어.
오늘은 당신이 잠에서 깬지 3개월이 되는 날이고. "
3개월. 어찌하면 짧은 시간이고, 또 긴 시간이다. 그런 3개월동안 이 남자는 나를 떠났지 않았고. 잠깐, 그럼 염석진은 어떻게 된거지?
" 염석진은, 염석진은 어떻게 됐어? "
" … 감옥에 있어, 조선은 해방했고. "
나를 껴안으며 이마에 입을 맞춰오는 그의 말에 몸이 굳었다. 내가 잠들어있는 3개월동안, 조선은 해방했다. 그리고 밀정을 하던 염석진은 감옥에 있다. 드디어 끝났다. 이 길고 긴 전쟁이.
" 도련님, 어 삼천불 깼네? "
" 영감? "
" 이제 삼천불도 날 영감이라 부르네! "
" 당연하지 영감. 내 아내인데. "
응?
나를 아직도 껴안고 있는 남자의 말에 서둘러 그를 바라보았다.
아내라니 그게 지금 무슨…
" 상해에선, 내가 남편이고 당신이 아내잖아. "
" … 응 "
" 그니까, 우린 부부야. 이제 합법적인 부부. "
합법적인 부부.
그러니까 지금 그가 하는 소리는 즉,
" 나랑 결혼하자. 독립군 제 3지대 저격수, 김여주. "
나에게 하는 프러포즈였다.
그의 뜬금없는 말에 헛웃음이 나왔고, 앞이 흐려지기 시작했다.
" 난 손에 많은 피들을 묻히고, 부모도 없어. 그래도 괜찮아? "
" 어때. 난 당신보다 더 많은 피들을 묻혔고,
심지어 내 아버지를 죽였어. "
" 푸흐, 그래. 그러네. "
" 그럼 웨딩드레스는, 언제 맞출까? "
경성의 아네모네에서 그랬던 것처럼,
다정하게 눈물을 닦아주는 그에게 입을 맞추며 말하였다.
" 지금 당장. "
***
" 참 좋은 날씨야, 안그래? "
조선이 독립된 후, 처음으로 경성을 왔다.
그토록 지옥같던 곳이었는데.
이 곳 아네모네에서 황덕삼 동지와 속사포 동지,
마담과 기무라씨와 함께
웃고 떠들고 춤을 추곤 했지.
" 이것도 좀 담으세요. 이것도. "
염석진은 결국 무죄판결을 받았다고 한다.
그의 죄를 유로 만들수있던 증인이
법원에서 칼에 찔린 채 죽었다고 했던가.
" … 미츠코? "
필요한 물건들을 사고 골목으로 들어섰다.
오늘은 일찍 오려나 모르겠네.
" … 명우? "
" …… "
" … 김여주! "
오랜만이네, 염석진. 이게 얼마만인지.
세월이 빠르긴 한가봐. 검던 머리가 하얘진걸 보니.
" 16년 전 임무, 염석진이 밀정이면 죽여라.
지금 수행합니다. "
염석진, 당신은 이 아픔을 느껴봐야한다.
총에 맞은 이 느낌을.
예전의 동료에게서 맞는 총을.
그가 죽였던, 목소리와 잘생긴 얼굴을 잃은 명우는
나와 함께 이 날만을 기다렸다.
당신이 죽인 속사포 동지처럼 비참하게 죽어봐.
그 아무도 당신의 시체를 거두어 주지 않을테고,
당신은 곧 까마귀떼의 밥이 될거야.
그렇게 세상은 당신의 죽음에 관심을 갖지 않을거야.
그래도 한 때는 믿었던 당신이었다.
염석진 대장.
***
어제 영화 암살을 보고 한번 각색해보았어요.
과연 하와이 피스톨이 죽지 않았으면 어땠을까, 라는 생각으로 써보았습니다. 하와이 피스톨과 영감이 염석진과 일본군의 손에 의해 죽을 때 울었던거같아요.
하와이 피스톨 X 안옥윤 은 진짜 좋아하는 커플이기 때문에 8ㅅ8
그래서 해피엔딩으로 바꾸어봤는데 괜찮았는지는 모르겠네요
그럼 좋은 밤 되시고 우리 아저씨들 꿈 꾸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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