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김종인 시점으로 연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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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3월 2일 월요일
날씨: 맑음
제목: 고등학교에서의 첫날.
[오늘은 고등학교에 처음으로 등교한 날이었다. 간만에 일찍 일어나서 빨리 학교를 가려 했지만 오늘도 어김없이 늦게 일어나는 김수경 덕분에 첫날부터 지각하고 말았다. 김수경네 대문 앞에서 한참을 기다리니 김수경이 빵을 먹으면서 느릿하게 나왔다. 김수경하고는 초등학교 때부터 붙어다녀 고등학교까지 같이 올라온 사이지만 아침마다 늦게 나오는 건 적응이 되지 않았다. "언제 왔어? 오래 기다렸냐?" 하지만 아침마다 묻는 너의 질문에 대한 나의 대답은 "방금 왔어. 그리고 내가 아침에 밥 먹고 나오라고 했지" 매일 똑같을 수밖에 없었다. 고등학교 입학하고 첫날이라서 그런지 김수경이는 한껏 멋을 부리고 왔다. 평소엔 잘 하지 않던 화장에 머리에 웨이브까지 하고 나온 김수경이 새삼 미웠다. 나는 매일 네 옆에서 안절부절 한데 김수경이는 그것도 모른채 남자친구나 사귈 생각만 한다. 주위에 있던 애들도 내가 널 좋아하는 걸 아는데 왜 김수경 혼자 모르는 건지. 그나마 다행인것은 김수경과 같은 반에 배정되었다는 것이다. 어쨌든 학교에 도착해서 반으로 들어가니 언제나 그렇듯 변백현과 오세훈이 나를 놀려댔다. 오늘은 고백했냐면서. 참나, 지들은 좋아하는 여자애들한테 고백 한번 못해봤으면서 남의 연애사에 쓸데없이 관심만 많아가지고. 처음보는 담임선생님의 인상은 매우 인자해 보이셨다. 마치 내가 어떤 잘못을 한다 하더라도 나를 용서해줄 것만 같은. 하지만 겉보기와 다르게 선생님은 장난기가 넘치시는 분이었다. 자리를 정해야 하는데 여자애들 중에서 마음에 드는 남자애들을 골라 각자 자리에 앉으라는 것이었다. 내키지는 않았지만 조금은 기대하고 있었다. 가만히 책상에 앉아 엎드려 있으니 네가 책가방을 들고 내 옆자리에 앉았다. 이런거에 쓸데없이 의미부여 하면 안되는데 괜히 설레고 난리. "내가 짝 되니까 싫냐? 왜 이렇게 얼굴이 굳어 있어" 싫기는, 오히려 좋아서 날아갈 것만 같았다. "열~ 김수경이랑 단둘이" "드디어 종인이의 5년 짝사랑이 이루어지는건가" 옆에서 나불대던 두 녀석만 빼고는. 오늘은 일기에 딱히 적을게 없다. 빨리자야겠다. 아침일찍 김수경을 데리러 가야 하니까. 내일은 일기에 적을게 더 많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