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니엘, 이리 와 봐. 내가 해줄게." 뒤돌아서서 셔츠를 입던 알베 형이 나를 불렀다. 나는 타이를 쥐고 바로 형에게 간다. "자, 고개 좀 들어 봐." 형이 내 목에 타이를 걸고 신중하게 길이를 맞추어 본다. 형은 어떻게 이런 사소한 것까지도 잘할까. 힐끔거리며 형을 보다가 으악, 눈이 마주쳤다. 흠흠, 얼른 시선을 돌렸지만 벌써 얼굴이 달아오른다. 형은 모른 척 하면서 후훗 하고 웃음을 삼켰다.
언제부터인가, 형이 비담 녹화 전에 내 타이를 매 주기 시작했다. 매일 타이와 씨름하는 내가 딱해 보였나 보다. 잠깐이지만, 진짜로 순간의 시간이지만 형을 독점할 수 있는 이 시간이 나는 좋다. 형은 늘 만인의 인기인이다. 내게 형은 특별한 사람이지만, 나는 형에게 많은 친구들 중 한 사람일 뿐이다. 그런 점이 날 섭섭하게 만들지는 않지만, 그래도 가끔은 내가 형을 좋아하는 만큼 형도 나를 각별하게 생각해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들곤 했었다.
타이를 매는 짧은 시간만큼은 형과 나 사이의 거리가 부쩍 좁혀진 것 같아 기분이 좋을 수밖에 없다. 문제는 그 시간 동안 형과 물리적 거리가 너무 가깝다보니 그게 좀 거북하다는 거지만... 가끔은 형과 코끝이 스치거나 하는데 그럴 때마다 얼굴이 먼저 달아올라 버린다. 형은 그런 내 심정을 아는지, 아니면 알면서도 모르는 척 하는건지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또 바보같이 혼자 얼굴 붉히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형이 차분하게 타이를 돌려서 매듭을 지었다. 어느새 형의 얼굴이 내 턱 바로 앞에 다가와 있다. 형의 애프터쉐이브 향과 숨결이 턱에 느껴져 다시 얼굴이 달아올랐다. 형의 어깨 너머에 있는 분장실용 거울을 보니 얼굴은 벌써 빨개져 있다. 형이 왠지 오늘은 그냥 넘어가지 않고 날 놀릴 거 같은 느낌이 든다. 형의 장난기에 카메라 앞에서든 뒤에서든 쩔쩔 맨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이번에도 왠지 그럴 거 같다.
"아...!" 형이 고개를 들 때, 형의 뺨에 내 입술이 스쳤다. 형이 눈을 둥그렇게 뜬다. 앗, 어쩌지? 바보 같은 실수를 한 게 분명하다. 내가 형의 애인도 아닌데, 뺨에 키스를 하려고 한 게 돼 버린 거다. 일부러 그런 게 아닌데. 형이 푸스스 웃었다. "다니엘, 비주는 그렇게 하는 게 아냐." 형이 내 어깨를 다시 잡더니 내 양쪽 볼에 가볍게 입술을 댔다. 순식간에 이마에 땀이 솟아났다. 형이 나에게 비주를 한 게 처음은 아니지만, 이렇게 아무도 없는 곳에서 안아 준 적은 처음이다. 왜 부끄러운 거지? 얼굴이 빨개지다 못해 터질 것 같다. 그리고 착각이었을까? 일순 형의 입술이 내 입술에 부드럽게 닿았다가 떨어졌다. 나는 눈을 질끈 감았다 떴다. 형이 그런 나를 보고 다시 웃으며 볼을 만졌다.
"다 됐어. 다니엘, 가서 메이크업 해달라고 해. 근데 좀 있다가 나가야겠다. 너 지금 얼굴 토마토처럼 빨개졌다." 으앙, 결국 오늘도 형에게 놀림을 당하고 말았다. 형은 얼굴 가득 장난기어린 미소를 지은 채로 대기실을 먼저 빠져나갔다.
*찐한 씬 기다렸던 정들 미안. 망충망충한 다니엘은 이 사태가 일어날 때까지 알베 맘 전혀 모르는 걸로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