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연시: 미소년 연애 시뮬레이션.
Q. 혹시 꿈에 그리던 이상형이 있나요?
A. 하얀 셔츠가 잘 어울리는 남자? 사실 그냥 남자가 내 이상형.
'도경수와 연애를 시작하시겠습니까?'
구름 같은 글씨가 둥둥 떠다닌다. 그리고 그 밑에는 'yes or no.' 가 적혀있고, 설마 이거 미연시..? 나는 탄성을 질렀다. 자존심 상하게 누가 이런 게임을 해. 아무리 내가 남자친구가 없다고 해도 그렇지 이건 좀 아닌 것 같다. 나는 글씨를 노려보며 곰곰이 생각했다. 근데 도경수가 누군지도 모르는데 이름이 왜 눈에 익지. 뭐가 되었건, 이런 걸 대체 누가 해? 나는 인상을 쓰고 주위를 살피며 조용히 yes 를 선택했다.
"와 여기가 어디야? 한강이네."
어리둥절해서 주위를 둘러보았지만 대체 한강은 왜 왔지. 미소년 같은 건 없으니까 여기서 뭐 뛰어내리라고? 미연시가 아니라 쏘우인가. 나는 자연스럽게 심각해지고, 주변을 견제하기 시작했다. 너네 나한테 가까이 오면 쳐맞는다.
"저기요."
"쳐맞고 싶어!"
"예? 아뇨?"
나는 놀라서 목구멍까지 올라온 욕을 간신히 눌렀다. 갑자기 누가 등을 툭툭 쳐서 돌아봤는데, 아니 왜 생각한 대로 말이 나와. 누군들 쳐맞고 싶겠냐고.. 황당해서 실실 웃음이 나왔다. 그랬더니 상대방은 더 굳어 보였다. 할 말이 없어졌다. 나는 정색을 하고 상대방을 마주했다.
"이거 그쪽 거 맞아요? 여기 손수건 떨어졌는데."
나는 상대방이 건네는 손수건을 물끄러미 쳐다봤다. 갑자기 세상이 멈추고 몽실몽실 글씨가 피어오른다. '손수건이 당신의 것이라고 말한다. yes or no.' 나는 거침없이 no를 선택했다. 고개를 들어 상대방을 살폈는데, 나도 모르게 눈을 바닥으로 깔았다. 일단 손수건이 내 것이 아니었고, 검은 모자와 마스크를 쓴 모습이 너무 극단적이어서.. 그리고 손수건 디자인도 별로..
"제 거 아닌데요. 손수건 디자인도 존나 이상. 이거 완전 우리 집 밀키가 입는 옷인데?"
".. 아."
아.. 상대방이 탄식을 내뱉는다. 아니 왜 내가 말하라고 허락도 하기 전에 말을 해. 순식간에 내 눈앞엔 빨간 글씨로 'Game is over.'이 나타났고, 나는 허탈하게 웃으며 이 상황이 진짜인지 가짜인지 손을 뻗어 허공을 휘적거렸다. 응.. 극단적인 패션을 좋아하는 네가 바로 도경수 씨였구나? 깨달음과 동시에 나는 꿈에서 깼다. 뭐 이런 사람 욕 나오게 하는 꿈이 다 있어. 손수건 디자인이 조금만 괜찮았어도 게임 안 끝났잖아.. 몸을 일으켜 침대 바닥에서 나를 반기는 우리 밀키에게 말을 걸었다.
"밀키! 나 오늘 네 꿈꿨다! 개꿈."
핸드폰을 확인했다. 부재중 전화 한 통, 문자 한 통. 그리고 친구에게서 온 문자를 확인했고, 나는 내 눈을 의심했다.
'야 한강 갈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