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진이 형은요?"
"씻어. 왜?"
지민의 말이 끝나지도 않은 채 화장실 앞에서 어슬렁 어슬렁 대던 정국은
핸드폰으로 시계 한번 소파 옆 두툼한 담요를 몇개 깔아 눕혀놓은 아기 한번
번갈아 쳐다본 후 초조하게 석진을 기다렸다.
"어 형!"
"아 깜짝아 뭐야 왜"
"빨리 와봐요 도와주세요."
"너 이거이거 또 분유가지고 쩔쩔 매는거지?"
막 씻고 나온 석진을 끌고 부엌으로 간 정국은
분유를 퍼다가 엎은 흔적, 제대로 조립하지 못한 젖병을 보여주며 멋쩍은 듯 쳐다봤다.
"어떻게 해야해요?"
"에휴 잘 봐둬 동영상을 찍던가 해야겠다."
"아 그럴까요?"
진지한 수업이라도 듣는 듯 핸드폰을 주머니에서 꺼내 촬영할 준비를 하자
석진은 됐어 됐어 내가 해줄게 라며 말렸다.
"자 봐봐 아기는 어리잖아 그러니깐 물의 온도가 우리 입에 미지근 하다고 해도
뜨거울 수 있어. 아기의 분유는 뭐가 중요하다?"
"온도."
"그렇지 분유는 온도로."
부엌에서 큰 덩치 두명이 옹기종기 붙어 분유에 대해 이야기 하는 모습이 귀엽다.
손등 줘봐. 큰 손 위에 큰 손등을 올려 보이자 잘 탄 분유를 한방울 떨어뜨리더니
온도가 적절한 것 같냐고 물었다.
"오 적절한 것 같네요 고마워요."
"고마우면 나중에 치킨 사. 아기 울겠다 얼른 먹여."
분유 수업(?)에 한참 몰입한 정국은 놀란 듯 어 맞다 하며 달려가다가
아기에게 가까워지자 다시 걸음을 천천히 하고 살금살금 다가갔다.
"밥 왔어 밥."
어설픈, 남이 보기엔 아기 불편하겠다 싶을 정도로 아기를 겨우 껴앉은 정국은
어디서 본 건 있는지 머리는 야무지게 잘 받쳤다.
"다음부터는 진짜로 내가 타주는 분유 먹게 해줄게 알겠지?"
젖병 입구를 작은 손으로 붙잡고 먹는 아기를 사랑스럽게 쳐다보며
어느새 아기 입모양을 따라하고 있는 정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