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가 x 랩몬스터
Fetish 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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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기는 집에 들어서자마자 편한 옷으로 갈아입고 아직 정리되지 않은 짐더미들을 바라보았다.
거실 책장에 진열된 만화책들과 책들 앞에 잔득 쌓여있는 박스를 칼로 조심스레 연 윤기가 그 속에 든것들을 꺼내었다.
봄, 여름 옷들을 모두 제 방의 옷장 깁숙히 집어넣은 윤기가 가을, 겨울 옷들을 옷장에 좌악 걸어놓았다.
그의 새 옷장 가득히 진열된 옷들을 바라보던 윤기가 이내 흡족한듯 미소를 지어보았다.
하나같이 'Agust. D' 라는 샹표가 붙여진 옷들이 옷장 서너 칸을 가득 채웠다.
드레싱 룸으로 향해 그곳의 텅텅 빈 장롱을 바라보던 윤기가 거실에서 상자들을 들고 날랐다.
아예 넓은 방을 통째로 옷장으로 채워버린곳은 발 디딜 틈 없이 옷장문만 겨우 열릴 정도였다.
박스안의 내용물들을 상하게 하지 않기 위해 그것을 밀봉하던 테이프를 조심스레 칼집을 내었다.
그 안에서 옷들이 하나 둘 씩 나올 때 마다 윤기의 얼굴엔 환한 미소가 번졌다.
넓은 드레싱 룸의 장롱들을 꽉꽉 채울정도의 옷이 하나 둘 씩 나오기 시작했다.
땀을 뻘뻘 흘리며 옷들 정리를 마친 윤기가 텅텅 빈 박스를 보고 손을 탈탈 털었다.
그러다 무언가 생각난듯, 아. 하고 짧게 내뱉은 윤기가 거실에 있는 나머지 상자들을 열었다.
마네킹 두어개와 재봉틀을 꺼낸 윤기가 그것을 허리에 끼고 방으로 향했다.
벽에 붙은 책상 위에 재봉틀을 놓은 윤기가 마네킹을 들어 그 옆에 놓았다.
땀을 채 닦지도 못한 윤기가 서둘러 책상에 자리잡았다.
서랍에서 펜과 종이를 꺼낸 윤기가 빠르게 사람의 몸을 그려나갔다.
떡 벌어진 어깨와 힘있는 팔뚝, 탄탄한 허벅지, 그리고 단단한 종아리.
그 위로 옷을 겹쳐 그려나가기 시작한 윤기가 눈을 감고 조금 전 마주쳤던 남준을 생각해 내었다.
까무잡잡한 피부, 근육이 적당히 잡힌 탄력있는 몸, 쌍커풀 없이 무거운 눈.
그를 생각하며 곧장 펜을 놀리던 윤기가 이내 완성된 그림을 책상 유리 사이에 끼워넣었다.
아, 이거 뭔가 지금 있는거랑 비슷한데, 하고 혼잣말을 마친 윤기가 이내 벌떡 일어났다.
드레싱룸으로 향한 윤기가 장롱 문을 죄다 열어 손으로 옷가지들을 넘겼다.
수십, 아니 수백개의 드레스가 윤기의 손을 스칠 때 마다 찰랑였다.
그 중 은색 실로 꾸며진 검은 드레스를 꺼낸 윤기가 다시 제 방으로 향했다.
마네킹에 그것을 입힌 윤기가 드레싱 룸의 불을 끌 생각조차 하지 못한채 거실에서 다른 상자를 가지고 들어갔다.
흰색 레이스와 검은색 빳빳한 천, 그리고 은색 실을 상자에서 꺼낸 윤기가 재봉틀의 코드를 꼽곤 실을 급히 바늘에 꿰었다.
달달달달달, 재봉틀의 페달을 꾹 밟은 윤기가 빠르게 손을 놀렸다.
흰색 레이스가 검은색 천 아래에 덧대여지고, 프릴이 만들어져 이쁘게 자리를 잡아가고있었다.
유연한 곡선도 능숙하게 재봉틀로 박아넣는 윤기의 손짓이 더욱 빨라졌다.
두시간 넘게 그 자리에서 재봉틀 페달만 밟고 있던 윤기가 페달에서 발을 떼었다.
땀이 송글송글 새어나 윤기의 볼을 타고 흘러내리고 있었다.
완성된 드레스를 바라보던 윤기가 다른 마네킹에 그것을 입혔다.
"막상 만드니까 또 다르네."
작게 혼잣말을 한 윤기가 막 완성된 드레스를 매만져 정리했다.
김남준, 옆집 소년의 이름을 작게 내뱉은 윤기가 마네킹을 껴안았다.
하, 하고 낮은 숨소리가 으르렁거렸다.
[암호닉]
메이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