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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남자친구는 구미호?
01
written by 리스펙트
루카 - 소도에서 부는 바람
브금 들어주세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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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 길을 잃지 않고 무사히 집에 들어갔다.
방에 들어가자마자 주변을 살피다가, 꽃다발 바구니가 눈에 띄었다.
잘 됐다.
꽃을 빼내어 빈 바구니를 만든 후, 쓸모없는 천을 장롱에서 꺼내 폭신하게 깔았다.
몇 차례나 콕콕 눌러가며 충분히 푹신한지 확인했는데, 이 정도면 되지 않을까.
나는 조심스레 고양이를 바구니 안에 눕혔다. 고양이는 따뜻한 듯 몸을 베베 꼬다 고롱고롱 잠들었다.
아 귀여워.
워낙 귀여운 것을 좋아하긴 했지만, 특히나 이 고양이는 귀엽다는 말을 안 할 수가 없었다.
혹시나 추울까봐 에어컨 온도도 올리고, 엄마에게 천을 달라고 할 작정으로 몸을 일으켰다.
예쁜 천을 받아와서, 이불이랑 제대로 된 보금자리를 만들어줄 계획이었다.
빨갛게 머리 끝에서 달랑이는 댕기를 매달고 총총 사랑채로 뛰어갔다.
문을 활짝 열자 엄마가 인상을 확 찌푸렸다.
"계집애가, 교양이 없어. 누가 노크도 없이 막 열래?"
"조선시대 사시는 분이 노크는 어떻게 알아?"
"또 대들지?"
"나 비단 아무거나!"
"또 뭐하게."
"그냥. 뭐 만들려고."
엄마는 내가 자기의 뒤를 잇기를 바랐다.
같은 한복 디자이너가 되기를 바랐지만, 나는 끝내 엄마의 길을 따르지 않았다.
대신 엄마와 함께 일할 수 있도록 인문계 전공을 선택했다.
엄마는 눈을 흘기면서도 가장 예쁜 색감을 찾아서 건넸다.
그 와중에도 치마를 왜 이렇게 더럽게 썼냐며, 선머슴이 따로 없다며 잔소리를 덧붙이는 건 보너스였다.
나 밥 안 먹을 거야. 통보한 뒤 나는 비단을 낚아채고 다시 내 방이 있는 별채로 달려갔다.
*****
나는, 잠깐 나가서 비단만 가지고 왔을 뿐인데.
"ㄴ, 누구세요...?"
"나?"
"……."
"나는 구미호야!"
웬 남자가, 엄청나게 커진 바구니 속에 담겨 있었다.
나는 너무 놀라서 말을 할 기력도 남아 있지 않았다.
일단 엄마가 볼까봐 문을 걸어잠그고 창문에 모든 발을 내렸다.
"누구라고요..?"
"구미호!"
세상에.
내가 그렇게 큰 죄를 지었나?
"나 꿈 꾸는 거야?"
"아니. 와서 만져봐!"
끌리듯이 다가갔다.
검지를 겨우 세워서 아주 천천히 가져다댔다. 쭉 뻗은 팔로 아주 천천히…
"악 시발!"
"여자애가 입이 거치네."
"너 뭐야. 뭔데!"
"니가 주워왔잖아?"
"아니 씨발, 고양이 어디 갔는데?"
"고양이는 개뿔, 여우라니까. 그리고 그게 나라니까?"
엄마 망했어요.
나는 망연자실하게 입을 헤 벌리고 있다가, 문득 정신을 차리고 비단을 내밀었다.
"일단 이거 덮어요."
"왜?"
그야 지금 다 벗고 있으니까!
웬만해서는 얼굴과 팔 아랫쪽으로는 눈길을 안 주려 노력하고 있다.
얼굴에 열이 오르는 게 확 느껴졌다.
아 더워. 비단을 휙 던진 뒤 뒤돌아서 손부채질을 했다.
일단 내 옷이라도 입혀야 하나. 아닌데. 내 옷은 다 치마잖아?!
"저, 옷은 없어요?"
"아, 옷 있는데. 더워서."
"제발 입고 오시면 안 돼요..?"
"왜? 부끄러워?"
뒤에서 몸을 일으키는듯 달그락 소리가 났다.
나는 눈을 질끈 감았다. 얘 나한테 왜이래요...?
"창문 열어줄 테니까, 제발 나가서 옷 좀 입고 와요."
"그럼 다시 닫을 거잖아."
"안 닫을 테니까. 제발. 네?"
"얘 엄청 밝히는 구나. 그렇게 부끄러워?"
"아니, 누가 알몸으로 다니는데 안 부끄러워요?"
"문 닫기만 해. 잡아먹을 거야."
발을 올리고 창문을 열어준 뒤 뒤를 돌자, 남자가 사뿐히 뛰어내리는 소리가 들렸다.
망했어요 엄마….
* * * * *
아주 잠시 문을 걸어잠글까? 생각했다가 그만뒀다.
어떻게든 뚫고 들어올 것 같았기 때문에.
그리고 곧바로 조그만 흰 덩어리가 창문에서 툭 떨어진다.
그러더니 고개를 파르르 떨고 펑! 사람으로 변한다.
흰 소복을 갖춰 입은 사람이었다.
"왜 다시 동물로 변해서 왔어요."
"문 안 열어줄까봐."
"닫았어야 되나."
"뚫고 들어왔을걸."
남자는 뻔뻔했다. 허, 하고 입에서 헛바람이 빠질 만큼.
"근데 구미호라면서, 왜 동물로 있는데요? 그냥 사람인 상태에서 꼬리 아홉개 달린 거 아니에요?"
"그것도 보여줄까?"
잠깐만요. 나는 다시 창문을 꼭꼭 닫았다.
사실 이 때까지만 해도 구미호라는 단어에 큰 생각을 갖고 있지 않았다.
갑작스러운 상황을 파악할 틈도 없이 당황한 탓이 컸다.
남자는 잠시 눈을 감는가 싶더니, 불안한 듯 다시 바로 눈을 뜨고 나를 불렀다.
"저, 그런데 이거 보여줘도 나 안 무서워할 거지?"
"보고요."
"나 무서워하지마. 나는 사람 해치지 않아."
"일단 보고 나서요."
남자는 잠시 망설이다가, 눈을 꾹 감더니 꼬리를 튕겨냈다.
정말 흰 소복 뒤로, 커다란 꼬리 아홉 개가 풍성하게 뻗어 있었다.
꼬리에서는 후광처럼 은은한 빛이 났다.
되게 예쁘다...
그리고 천천히 떠올리는 눈은 하늘색으로 반짝였다.
눈을 마주치자마자 순간 겁이 났다.
이제까지는 귀여운 고양이의 이미지에서 멈춰있었는데, 저 눈을 보자마자 바로 위험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건 괴물이야! 도망쳐! 아니, 쫓아내!
머릿속에서 계속 누군가의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나도 모르게 한 걸음 뒤로 물러섰다.
그러자 남자가 즉각 나를 쳐다봤다. 얼어붙은, 싸늘한 눈이었다.
정말 나를 해칠 수 있을 것 같았다.
아까의 바보 같은, 귀여운 모습은 완전히 사라진 채, 나를 세상에서 가장 증오하는 사람처럼 쳐다보았다.
순간 머릿속에 큰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구미호는, 사람의 간을 빼어 먹는대.
한 쪽 팔로 내 배를 감싸쥐고, 나는 점점 뒤로 물러섰다.
무서워. 어떡해. 무서워. 계속 그 생각만 들었다. 왜일까? 하늘색 눈은 여전히 나를 응시했다.
결국 나는 아주 떨리는 목소리로, 천천히 말했다.
"나가."
"……."
"나가라고!"
남자는 표정 변화가 없었다.
나는 그 눈을 더이상 쳐다볼 자신이 없어 고개를 푹 떨궜다.
"나보고 나가라고?"
지금까지는 의식하지 못했는데, 꽤 낮은 목소리였다.
화가 깔린 낮은 목소리.
입술이 자꾸 떨렸다. 나는 잠시 망설이다 말을 덧붙였다.
"나가. 제발."
"후회할텐데."
"……."
"금방 네 발로 날 다시 찾아오게 될 거야."
"……."
"불쌍한 계집."
남자는 그 말을 끝으로, 무언가를 입에서 뱉더니 사방에 뿌리고 순식간에 창문을 열어 사라졌다.
하늘색 가루들이 방 안에 반짝였다.
나는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았다.
잠에 든다면, 아까의 저 눈이 꿈 속에 동동 떠다닐 것만 같았다.
나 무서워하지마.
그 목소리가 자꾸 울려퍼졌다.
* * * * * *
와 읽어주셔서 감사해여 ㅠㅠ..... 쓰는 저는 즐겁게 쓰고 있습니당!
글잡담 너무 오랜만이라서 적응이 안 되네요.
혹시나 제 글에서 문법적 오류나 오타, 맞춤법 오류를 발견하신다면 지적해주세요 @^~^@
포인트는 욕심내어 높게 걸어보았습니다. 몇 분이나 보시는지 알고 싶어서요 ㅋㅋㅋ
'ㅋㅋㅋ 재밌어여' 이런 댓글도 괜찮으니 달아주시고 포인트 받아가십쇼!
여러분 머릿속으로 태형이 잘 상상해주고 계시죠? 제 능력이 부족하여 묘사가 잘 되지 않습니다...
암호닉은 제 주제에.... 으엉 신청해주시면 정말 감사하쥬ㅠㅠㅠㅠ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모두들 굿밤 되십쇼!
태형아 사랑해!!!!!!!! (와장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