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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mm - no way back

 

 

침대에 누웠다. 천장의 새하얀 격자무늬가 그물망처럼 나를 덮치는 기분이 들었다.

 

도경수, 나는 이제 너를 만나러 갈거야. 부디 선의라고 생각해주길 바라.

지체하지 않고 외투를 걸쳐입고 집을 나왔다. 풀리는 듯 싶더니 다시 꽁꽁 얼어붙은 날씨 때문에 목이 저절로 움츠러들었다. 신호등 앞에 섰다가 택시를 잡아탔다. 도로 건너편에 우리 학교 교복을 입은 여자애들을 본 것도 같았다.

 

"00동, 00병원이요."

 

말하곤 고개를 꺾어 도로 건너를 바라봤다. 아니나 다를까. 2학년 명찰을 단 여자애 서넛이서 내가 탄 택시를 눈짓하며 깔깔거리고 있었다. 나는 다시 시선을 거두고 창문을 반쯤 내렸다. 그리곤 천천히 밖을 내다봤다가, 놀란 척 눈을 고쳐뜨며 눈인사를 한다. 평범하기가 짝이 없는 그 여자애들은 귀를 발갛게 붉히며 우왕좌왕거렸다. 택시는 미끄럽게 출발했다.

평범함은 약점이다. 평범함은 단순함이고 단순함은 지배당한다.

 

 

00동은 학교가 있는 동네와 내가 사는 동네의 중간지점이다. 아줌마가 편의와 은밀성을 고려해 선택했을 장소. 다 부질없어졌지만 말이다. 택시는 금세 나를 지어진지 꽤 된 종합병원 앞으로 데려다주었다.

 

들어가는 건 처음인데, 나는 마른 목을 축였다. 새어머니의 전남편이라니. 이토록 아이러니한 관계가 또 있을까 싶다. 의식불명이시라 다행이라 할지.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데스크로 곧장들어가려다 멈칫했다. 뭐라도 사가는 게 맞으려나, 구색을 갖추려 로비 귀퉁이 구내 매점에서 주스세트를 챙겨들었다. 손에 든 상자 안에서 유리병이 짤그락댔다.

 

그 분 성함이.. 아, 도철욱. 투박하지만 남자다운 이름이라 필요 이상으로 새겨들었던 기억이 난다. 아버지가 재혼하고, 아줌마를 집에 들이고.

그러고 얼마도 지나지 않아서 사고가 났던 것이다.

 

--

 

아줌마는 아빠가 출근을 하시고 나면 웃음기를 싹 거두고 거실에 앉아 누군가와 통화를 했다. 이따금씩 수화기 건너편의 사람이 집에 찾아와 서류 뭉치를 건네주기도 했다. 그럴 때마다 열다섯의 나는 방에 가만히 앉아 아줌마의 목소리를 엿들었다. 무슨 심산으로 그랬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하지만 고고하게 우아를 떨던 아줌마가 불안함에 입술을 짓씹으며 나누던 대화들에서 사춘기의 나는, 뒤틀린 상황을 직감했던 것일지도 몰랐다.

 

"..세요? 네, 이름이요? 보호자요?"

 

팔락팔락, 우수수.. 용지들이 거실에 온통 펼쳐졌었다. 고작 이름을 물어보았는데도 아줌마는 재깍재깍 대답을 주지 않았다. 남자가 다시 말했다.

 

"아니, 환자분 성함과 주민등록번호 말입니다. "

"아, 환자.. 애 아빠 이름이 도철욱이에요. 도철욱. 주민등록번호는.."

 

애 아빠라는 사람이 그 분을 지칭함임을 나는 모르지 않았다.

 

 

--

 

 

입원환자 도철욱. 그 한마디에 간호사는 확인도 않고 병실 호수를 읊어주었다.

 

"도철욱 환자분 7층 706호세요."

 

그 환자분 아드님 친구이신가봐요? 맨날 혼자 있길래 걱정했는데, 다행이네요. 간호사는 눈을 접어 웃으며 안 해도 될 말을 덧붙였다. 나는 마주친 눈길을 거두며 건성으로 대답했다.

 

"뭐, 네."

 

호호, 그럴 줄 알았어요. 간호사가 소녀처럼 웃었다. 나는 뒤도 돌아보지않고 엘리베이터에 올랐다.  ..간호사와 안면을 튼건가. 그 애답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엘리베이터에서는 건조하고 멸균된 백색 우울의 냄새가 풍겼다. 차갑고 밝은 인조광. 얼마만큼의 죽음이 이 엘리베이터를 오르내렸을까.

7층은 총 9층의 병원 건물에서 가장 비싼 입원실인 독실이 마련된 층이었다. 아무래도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놓은거겠지. 나는 영리한 아줌마의 의중을 지레짐작했다.

 

704, 705, 706. 아, 마른 침을 삼켰다. 그 애가 화를 내진 않았으면 좋겠는데, 나는 그 생각을 하며 병실의 문을 조심스레 열었다. 내부는 생각보다 넓고 쾌적했다.

 

처음 눈에 들어온 것은 그 분. 도철욱이라는 이름을 가지셨을 도경수의 아버지가 마네킹처럼 누워 숨쉬고 있었다.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측면에 넓게 난 창문 아래로의 소파를, 그리고 그 소파에서 웅크려 잠든 도경수를 보았다. 교복 바지에 생활복 후드 차림이었다. 어린 짐승처럼 색색 잠에 든 그 애의 뒤로 간판 불빛이 번뜩인다. 별 하나 반짝이지 않는 탁한 도심의 밤하늘. 시원하게 트인 유리창 밖에는 온통 빼곡한 도시의 건물 간판 투성이다. 모텔, 안마방, 노래방..

 

길가의 배불뚝이들은 불 속으로 날아드는 나방처럼 네온사인으로 달려든다.

 

난장이처럼 우스워보이는 그것들에게서 눈길을 거두고 다시 눈 감은 도경수를 보았다. 불편하게 떨어트린 팔뚝에 아직도 거즈와 붕대가 덕지덕지 매달려있었다. 소파 옆의 작은 탁자에 주스세트를 내려놓았다. 유리 찰랑이는 소리가 크게 났다. 도경수는 잠꼬대 비스무리한 소리를 작게 냈다. 진짜로 어릴 때도 보지 못했던 애같은 모습이었다. 나는 생경한 기분이 들어 멀찍이 벽에 기대어 서서 도경수를 지켜보았다.

 

얼마나 버티다가 든 잠일까. 고통의 안료가 얼굴에 옅게 물들어있었다. 안료의 독성이 빠지고 손에 되묻어나오지 않게끔 되었지만. 은은하고 촘촘하게 제 표정인 양 고통의 색이 스며있었다.

 

아무렴, 독한 우울을 앓고 있겠지.

 

흔들어 깨우는 짓은 하지 못했다. 그래서 침대쪽으로 시선을 옮겼다. 크지도 작지도 않은 신장의 중년 남성이 죽은듯이 잠자고 있었다. 하늘색 병원복 자락 겉으로 드러난 그의 발목은 참나무 장작때기처럼 단단하게 비쩍 말라있었다. 도경수의 아버지는 어떤 얼굴을 하고 있을까, 그런 궁금증이 들어 그에게로 더 다가섰다.

 

그 때, 병원 안내방송이 울렸다.

 

「 5,6,7층 입원실 복도 열한시 정각에 소등하겠습니다. 현재시각 오후 열시 사십칠분 입니다. 잠시후 열한시에 소등하겠습니다. 」

 

소등 알림 주제에 기상 알림처럼 우렁찼다. 나는 적젆이 놀라 몸을 뒤로 뺐다.

 

아, 어윽..

괴성이 흘렀다. 바짝 말랐다가 몇년만에 흙탕물부터 토해내는 오래된 샘터같이 끈질긴 생동의 소리였다. 도경수.

 

 

나는 뒤를 돌았다. 눈을 마주치고 말았다.

 

 

 

===

경수 엄청 탔죠 새까매가지고 귀여워죽겠슴니다ㅠㅠㅠㅠㅠㅠㅠ

지난 편 댓글 감사해요! 한분이라도 재밌다고 해주시면 저는 다음편을 들고 옵니다하하하하

예쁘게 봐주세요

빠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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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ㅠㅠㅠ 어쩜ㅠㅠㅠㅠ
브금이랑 내용도 잘 어울리고ㅠㅠㅜㅠ
다음편도 기대하겠습니다!!
아!!!!혹시 암호닉 받으시면....[러블리 비둘기]로
신청하겠습니다!

8년 전
짬뽕땡낀따
아 비둘기요ㅋㅋㅋㅋㅋㅋㅋ감사합니다 개성있으시네요! 브금 알아봐주셔서 감사해요ㅠㅠㅠㅠㅠㅠㅠ
8년 전
비회원도 댓글을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작품을 읽은 후 댓글을 꼭 남겨주세요, 작가에게 큰 힘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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