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취하는거?"
"응."
"뭐…생각보단 안 힘든데."
"정말?"
"야, 얘 말을 믿냐. 얜 24시간 대기조가 있으니까 그렇지. 자취 실제로 해 봐라,
밥은 누가 챙겨줘. 아플 땐 또 어떻고…."
"아…하긴. 너무 당연한걸 잊고있었네."
"좋겠다 대기조도 있고~"
"좋긴 개뿔이…."
대기조라….
[비스트/윤두준] 애매모호
"흐음…."
"일어났어 돼지?"
"…뭐…야…?"
"야 너무했다. 아무리 주말이라지만 두 시가 되도록 안 일어날수가 있냐? 얼굴은 팅팅 불어가지고선…."
"아씨…! 니가 왜 여기있어 또!"
이불을 급하게 뒤집어쓰고 얼굴을 숨기자, 윤두준이 이불을 걷어내었다.
어차피 못생긴건 똑같은데 뭘 가리고 그래! 라며 이불을 펄럭이는데, 그 모습이 얼마나 얄미워보이던지.
"뒤질래 진짜! 내가 마음대로 들어오지 말랬지!"
"에이, 내가 마음대로 들어와서 돈을 훔쳐 뭘 해~빨리 나와서 잡채먹어."
"…잡채?"
"엉. 너희 어머니가 나눠먹으라고 싸주셨지. 고기 완전 많이 들어있음!"
"…야! 그럼 잡채 가져왔다고 진작 말을 하지! 마침 먹고싶었는데! 다 차려놨어?"
"당연하지. 누가 돼지 아니랄까봐…."
"시끄러."
언제 잤냐는 듯이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 잡채를 먹으러 가자, 윤두준이 내 머리에 손을 얹고 슥슥 쓰다듬었다.
살짝 흠칫한 내가 윤두준을 쳐다보자, 윤두준이 씨익 웃으면서 말했다.
"돼지새끼."
"뒤진다 진짜!"
***
"음…그래서?"
"그냥. 갑자기 연락하길래 오랜만이라고 말했더니 계속 대화를 이어가려고 하더라고. 귀찮은데…."
"야, 오랜만에 연락한 애한테 귀찮다는게 뭐냐. 걔도 용기내서 연락했을텐데."
"…그래도…."
"너 설마 예전에 걔가 나 때린거때문에 그러는거야?"
"아니거든! 김칫국을 완전 한 사발 드셨네."
"맞으면 치킨 사주려고 했는데. 기특해서. 아님말고."
"아냐! 맞아! 야! 맞다고!"
'됐음. 기회 끝. 야, 잡채 다 먹었으면 집에나 가."
"아니, 어떻게 이럴수가 있어? 내가 배달부야?"
"어. 빨리 가. 나중에 보자."
"야!"
윤두준의 등을 강제로 떠밀어 내보낸 뒤, 현관문 앞에서 잠시동안 머리를 만지작거렸다.
아니길 바랐는데, 점점 맞는것 같아서 불안하다. 어쩌자고…어쩌려고 이러는 건가 싶어서 한숨이 절로 푹 나왔다.
"아…진짜…자존심이던 뭐던 상관없이…납득을 못하겠다고."
축 쳐진 몸을 이끌고 침대로 와 애꿎은 핸드폰만 만지작 거리니, 윤두준으로 부터 카톡이 왔다.
나간지 얼마나 됐다고 카톡을 보내나.
[아 ㅅㅂ 돼지 진짜. 오후 3:44]
[ㅗ 오후 3:44]
[야…뭐…너 떄린거 때문에 이유민이랑 연락 안하는거 맞아. 오후 3:44]
[나중에 치킨 사줘라 사실대로 얘기했으니까 ㅋㅋㅋ 오후 3:45]
[그리고 작작 쳐먹고 돼지야 오후 3:45]
[뒤진다 진짜 오후 3:45]
그래, 내가 이 애매한 태도에 흔들리는 거라고.
나는 애써 이렇게 윤두준을 탓하며 내 감정을 외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