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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소년단] 방탄룸 손님과 랩모니 D | 인스티즈


D : 흔한 철 없는 도련님







가로등 몇 개를 제외하고는 어두움만이 가득한 골목에 정국이 혼자 터벅터벅, 앞만 보고 걸어가고 있었다. 빵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정국은 마감조인 덕분에 항상 아르바이트가 끝날 때마다 그 날 그 날 남은 빵과 케이크를 양 손에 무겁게 들고 집으로 향하곤 했는데 오늘도 역시 케이크 두 개를 양 손에 들고 걸어갔다. 학교 일과가 끝나고 난 뒤, 몇 시간동안이나 서서 일을 했더니 많이 피곤했다. 정국은 속으로 빨리 집에 가서 남준과 호석에게 이 케이크를 갖다버리고 자야겠다는 생각만 하며 걸음을 재촉했다. 정국이 지나가는 골목 근처 으슥한 곳에 바이크를 옆에 세워둔 채 험악한 분위기를 자아내며 몰려있는 무리가 있었다. 피곤했던 정국은 무리의 존재 여부에 조금의 관심도 주지 않은 채 그대로 걸어가는데 정국의 뒤로 정국을 부르는 목소리가 들렸다. 거기 동생, 잠깐만 멈춰봐. 양 손에 들린 케이크가 점점 무겁게 느껴지는 정국은 얼굴 표정 가득 '나 빡치니까 건들지마라' 는 메시지를 담은 채 뒤돌아 아무 말 없이 무리를 응시했다. 껄렁하게 정국을 불러세웠던 무리들도 전혀 겁 먹은 기색없이 오히려 역으로 한 대 칠 기세인 정국을 보고 쉽게 입을 떼지 못하고 망설이는데, 무리들 사이에 튀는 빨간색 머리를 한 남자가 생글생글 웃으며 정국 쪽으로 다가왔다. 정국보다 작은 키에 꼬마같은 반바지를 입은 남자를 정국이 가만히 쳐다봤다. 하는 짓을 보아하니 돈을 달라는 것 같은데…. 정국의 주머니에는 지금 만 원짜리 지폐가 몇 장 들어있기는 했으나 기부를 했으면 했지 이런 무리에게 돈을 뺏겨 제 주머니를 비우기는 싫었고, 제 짜증난다는 눈빛에도 굴하지 않고 눈웃음을 짓는 이 남자의 태도에 당황하기도 했다. 한참을 아무 말 없이 가만히 쳐다보다가 남자가 입을 열었다.


"동생. 형아들이 용돈이 좀 필요해서 그런데 돈 좀 빌려주라. "

"………. "

"갚을테니까. "


갚기는 무슨. 정국이 속으로 남자를 비웃었다. 손을 올려 쳐다본 손목시계에 시계는 점점 열두 시를 향해가고 있었고, 정국은 머릿속으로 지금 당장 집에 들어갔을 때 잠잘 수 있는 시간을 계산했다. 피곤함과 귀찮음이 덕지덕지 묻은 정국은 한 손에 놓인 케이크를 잠깐 내려놓더니 주머니를 뒤져 주머니 속에 있는 만 원 짜리 지폐를 모두 꺼내 귀엽게 웃고 있는 남자의 얼굴에 던졌다.


"피곤해죽겠으니까 받고 꺼져요. "


정국이 케이크를 다시 들어올려 뒤도 돌아보지 않고 그대로 걸어갔다. 뒤에서 당황한 듯 야, 너 거기 안 서? 하는 굵은 목소리들이 들렸지만 정국은 마이웨이로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이어폰을 왜 안 챙겨왔을까, 하는 후회를 하던 정국의 뒤로 떨어진 지폐들을 줍던 남자가 밝은 목소리로 외쳤다.


"고마워, 동생! "


험악한 분위기에 싸여있는 것과는 다르게 맑고 청아한, 순수한 목소리에 정국의 발걸음이 멈췄다가 다시 움직였다. 이상하게 생겨가지고 목소리는 예쁘네. 걸음을 재촉해 열두 시가 되기 전 집에 도착한 정국을 남준과 호석이 반겼다. 동갑내기에 둘 다 밝은 성격이라서인지 호석이 방탄룸에 들어온 지 몇 주 정도밖에 되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마치 원래부터 오랫동안 알아왔던 사이인냥 죽이 척척 맞았다. 취향도 비슷한지 정국이 들고 온 초코 케이크를 보더니 알아듣기 힘든 괴성을 지르며 케이크를 뺏아들었다. 형들, 케이크 하나 더 있으니까 많이들 먹어요. 이미 정국의 얘기는 제대로 들리지도 않는지 대충 고개를 끄덕이는 둘을 보며 정국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하여튼, 돼지들.




**




지민은 올해로 스무 살이었다. 하지만 그런데도 아직 교복을 입고 있었다. 이 사정을 말하자면 꽤 복잡한데, 일단 지민의 지금 상황부터 설명이 필요할 것이다. 지민은 꽤나 부유한 가정에서 태어났다. 어느 정도냐면, 웬만한 초등학생들이라면 한 번쯤은 먹어봤을 학교 앞 분식집 음식들은 서민 음식이라며 입에도 댄 적 없으며, 학교가 끝나면 대기 중인 기사가 지민을 태워 집으로 데려다주었고, 생일 선물로는 보통 사람들이 몇 달, 혹은 몇 년을 낑낑거려야 겨우 장만할 만한 명품들을 받아내는 부잣집의 도련님이었다. 게다가 그 귀하시다는 3대 독자니 말 다 했다. 그런 지민이다보니 당연히 집에서는 오냐오냐하며 귀하게 자랐는데, 이것이 큰 문제였다. 애지중지 키워진 도련님이다보니 바깥의 때를 안 탄 순수한 성격이었고 그만큼 주변에 물들기가 쉬웠다. 착한 성품에 철없음이 더해진다는 것은 의외로 최악의 조합이었다. 중학교 때 만난 친구들이 하필이면 소위 일진이라 일컬어지는, 질이 좋지 않은 친구들이었고 지민은 예상대로 쉽게 그들에게 물들었다. 다행인 점이 하나 있다면 적어도 담배를 피지는 않고, 범죄를 저지르지는 않는다는 것 정도. 그래도 바이크를 타고 술을 마신다는 것은 어른들이든 또래들이든 좋게 볼 수 있는 행동들은 아니었다. 게다가 출석일수를 제대로 채우지 못해 유급까지 해버린데다 빨간색으로 물들인 머리에 징계까지 받았다. 덕분에 문제아로 낙인찍힌 지민을 지민의 아버지는 가만히 두고 볼 수 없었고 어떻게 해야 지민을 교화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충격요법을 쓰기 위해 너 당장 집에서 나가! 를 시전했는데 당황스럽게도 멍청한건지 순진한건지 지민은 해맑게 웃으면서 네! 하고는 짐을 싸기 시작했다. 지민의 아버지가 높아진 혈압에 뒷목을 잡는 것도 모르고 지민은 쿨하게 콧노래까지 부르며 집을 나가버렸다. 다행스럽게도 아들바보인 어머니가 매달 아버지 몰래 얼마씩 돈을 보내주기 때문에 지민은 경제적 부담없이 생활을 이어나갈 수 있었다. 하지만 십 몇년 간 계속 제 손으로 직접 무언가를 해본 적이 없던 귀하신 도련님이 평범한 집에서 어떻게 아무런 애로사항없이 지내겠는가. 지내는 곳마다 불편함을 느꼈고 결국 지민은 오늘로써 벌써 열 번째로 살던 곳에서 쫓겨났다. 제 어깨에 무거운 백 팩을 다시 고쳐매고 머리를 긁적이던 지민이 목적지없이 느릿느릿 그저 앞으로만 걸어갔다. 어차피 다른 곳을 찾아 또 들어간다고해도 또 쫓겨날 것이란 생각이 들어 어떻게 해야할지 혼란스러웠다. 이제 아버지 화가 좀 풀리셨을까, 이제 집에 돌아갈까 하는 생각이 들 때쯤, 전봇대에 붙여진 전단지가 보였다.


"…방탄룸? "


긴 설명없이 사진 하나가 박혀있는 전단지를 뚫어지게 쳐다보다가 주위를 두리번거리고는 휴대폰을 꺼내들어 전단지에 적힌 번호를 눌러 통화버튼을 눌렀다. 신호음이 몇 번 가지도 않았는데 금방 낮은 목소리가 전화를 받았다.


"저, 전단지 보고 전화드렸는데요…. "

-…전단지요? 형이 붙어놨나…. 지금 오실거에요?

"…에, 예…. "

-네, 그럼 기다리고 있을게요.

"저기, 여기 전단지에 위치는 안 적혀있는데요. "

-…아, 뭐야. 형 만들거면 제대로 만들지…. 혹시 거기 어딘지 설명해주실 수 있어요?

"여기요? 어…, 그, △△동 주택가에 사거리 쪽인데…. "

-아, 아는 데다. 거기 신호등 앞에서 기다리세요, 10분 안에 갈테니까.


뚝, 대답할 새도 없이 끊어진 전화에 지민이 멍해졌다. 아, 배고프다. 낯선 사람에 대한 경계보다는 제 배고픔이 더 컸던 지민은 신호등 옆 전봇대에 기대 휘파람을 불었다. 언제쯤 오려나?




**




윤기는 석진에게 묘한 어색함을 느끼고 있었다. 그 어색함은 비단 윤기에게만 느껴지는 것은 아니었던 듯, 방탄룸 식구들 중 호석을 제외한 다른 사람들은 전부 석진과 단 둘이 남게 되는 상황을 은근히 꺼렸다. 게다가 윤기는 몇 주전 석진의 차에 꽤 충격적인 문장들을 적어낸 전적이 있기 때문에 더욱 다가가기가 망설여졌다. 다행스럽게도 석진은 그 글자의 주인이 윤기라는 것을 모르는 듯, 처음 봤을 때의 경계들을 풀어내고 다정하게 대해주었다. 오히려 그 다정함이 더욱 윤기를 부담스럽게 만들긴 했지만…. 정원을 손질 중인 남준 대신 전화를 받아들었던 태형이 잠깐 나갔다온다며 집을 나서자 안에 남은 것은 부엌에서 요리를 만드는 석진과 거실에서 영화를 보는 윤기, 제 방 안에서 좋아하는 노래를 흥얼거리며 게임을 하는 정국이 있었다. 영화를 보면서도 멀리 부엌으로 조금씩 보이는 석진의 모습에 윤기가 눈치를 봤다. 요리하는 것을 좋아하는지 분홍색 앞치마까지 두르고 알 수 없는 그루브로 리듬을 타며 양파를 썰고 있었다. 석진이 오기 전까지 방탄룸에서 식사를 담당했던 남준보다는 아니, 방탄룸 안의 그 누구보다도 요리 실력이 뛰어나보였다. 점점 새어나오는 맛있는 냄새에 입이 짧고 식탐이 없는 윤기도 입맛을 다시기 시작했다. 그래도 부엌에 가 기웃거리는 건 제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는지 눈만 흘끔거리며 신난 듯한 석진의 뒷모습만 쳐다봤다. 시계를 보니 얼추 점심시간이 다 된 것도 같았다. 냄새를 맡고 내려온 건지 하던 게임이 질려서인지 정국이 계단을 내려와 자연스럽게 식탁에 앉아 석진에게 말을 걸었다.


"와, 형. 이거 다 형이 만드신 거에요? "

"응. 취미가 요리거든. 어때, 괜찮아? "

"맨날 김남준 형이 만든 것만 보다가 이거 보니까 진짜…. "


정국이 차마 말을 잇지 못하고 인상을 쓰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제 음식이 칭찬받은 것이 기쁜지 해맑게 웃은 석진이 눈치를 보던 윤기를 불렀다. 윤기야, 배 안 고파? 윤기는 마음 속으로는 벌써 음식을 먹고 있었으나 애써 아닌 척 하며 느릿느릿 식탁 쪽으로 걸어갔다. 정국과 한 칸 떨어져 앉은 윤기가 식탁 위에 놓인 음식들에 입을 살짝 벌리고 감탄을 자아냈다. 정국의 말이 거짓말이 아니었던 듯, 그닥 특별한 요리들은 아니었지만 확실히 남준이 식탁에 올려놓던 것들과는 차이가 많아보였다. 이미 정국은 입 안으로 김치찌개를 집어넣고 있었고, 윤기가 젓가락을 잡자 남준이 땀을 뻘뻘 흘리며 방탄룸 안으로 들어와 급하게 에어컨을 켰다.


"…남준아, 너…. "

"…네? 왜요, 윤기 형. "

"너 나갈 때 회색 티 입고 나가지 않았나? "


남준의 회색 티는 땀으로 젖어 진회색으로 변해있었다. 정국은 인상을 찡그리면서도 손에 들린 숟가락은 놓지 않았다. 남준이 민망해하며 방으로 들어가 다른 옷으로 갈아입고 나오자 정국의 얼굴이 더더욱 어두워졌다. 대체 저 형은 옷을 어디서 사는거야…. 첫 만남 때의 노란 트레이닝 복이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 정국은 분홍색 티를 입고 등장한 남준을 차마 똑바로 쳐다볼 엄두가 나지 않았다. 윤기와 석진도 섣불리 말을 꺼내지 못하고 남준을 애써 외면했다. 다 자기가 좋아서 입는 거겠지, 뭐. 윤기가 다시 영화를 보기 위해 소파에 앉을 때 즈음 태형이 시끄러운 소리를 내며 등장했다.


"형! 제가 누구 데려왔게요! "


10분 남짓한 거리를 걸어오면서 친해진건지 저보다 작은 지민의 어깨에 팔을 걸치고 발랄하게 들어온 태형에 다들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고, 정국은 특히 놀라 눈을 동그랗게 뜨고 지민을 멍하니 쳐다봤다. 어색하게 웃던 지민도 벙찐 정국을 보더니 어! 하고 아는 체를 하며 정국에게 다가가 주머니를 뒤적이더니 지폐 몇 장을 내밀었다. 정국이 가만히 움직일 생각을 않자 손을 뻗어 정국의 손에 지폐를 꾹 쥐어주고는 귀엽게 웃는다.


"동생. 형아가 돈 갚는다고 했지? "


남준은 지민이 심상치 않은 인물임을 직감하고 태형에게 의문을 가득 담은 눈길을 보냈지만 태형은 남준을 쳐다볼 생각이 조금도 없는 듯 벙찐 정국과 생글거리는 지민을 번갈아 쳐다보다가 정신을 차리고 말을 꺼냈다.


"여기, 박지민이라고. 집에서 쫓겨나서 지낼 곳 찾다가 여기로 왔대요! 나이는 저랑 동갑인데 아직 고 3이래요. 너 어느 학교 다닌댔지? "

"나 빅힛예고! "

"아, 맞아. 남준이 형 어디갔지…. 아, 형. 지민이 오늘부터 여기와서 살거라는데 괜찮지? "


그래, 그래라…. 한참 전부터 제 주위를 서성거렸는데도 알아채지 못하고 이제서야 저를 찾는 태형에 약간 상처받은 남준이 힘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지민은 어색함에 쭈뼛거리는 석진과 윤기에게 가볍게 목 인사를 한 뒤 신난 태형을 따라 제 방을 고르러 계단 위로 올라갔다. 갑자기 폭풍이 쓸고 간 듯한 기분에 방탄룸 1층은 정적에 휩싸였고 정국이 나라 잃은 표정으로 나지막하게 중얼거렸다.


"……나랑 같은 학교네. "




**




도서관에서 과제를 마무리하고 있던 호석에게 빨리 집으로 들어오라는 남준의 문자가 폭발했다. 정말 급한 일인건지 장난을 치는건지 오타가 가득한 문자에 호석은 놀라 서둘러 가방을 챙겨 버스에 올랐다. 여러 번 문자를 보냈으나 답이 없는 남준에 답답했던 호석이 석진에게 전화를 걸자, 남준이 이제 하숙생들이 꽤 많아져 북적북적하고 좋은데 7명 모여서 고기도 먹고 술도 마시면서 친목을 도모하자며 파티를 제안했다고 한다. 호석은 오랜만에 먹을 고기 생각에 입맛을 다시며 들뜬 기분을 가라앉히느라 노력했다. 방탄룸에 가까워오자 벌써부터 고기를 굽고 있는지 대문에서부터 고기 냄새가 가득했다. 정원에서 목장갑을 끼고 고기를 굽고 있는 윤기와 가운데 정국을 두고 티격태격 장난을 치는 태형과 지민, 랩몬이에게 사료를 주며 호석을 반기는 남준과 이미 먹방을 시작한 석진이 보였다. 호석이 웃으며 윤기에게 다가갔다.


"형, 제가 할게요. "

"어, 왔냐. 내가 할게. 아까 김남준한테 이거 불 좀 켜라고 했는데 저기 잔디까지 불이 붙었더라. 저기 그을린 거 보여? "


밑에 까맣게 타버려 흔적만 남은 잔디에 호석이 아…. 하고 고개를 끄덕이며 자연스럽게 테이블로 가 앉았다. 방금 윤기가 했던 말을 들었는지 남준이 억울하다는 듯이 중얼거렸다. 저 진짜 불만 켰는데 갑자기 불이 번졌다니까요. 저 아무것도 안 했는데…. 계속해서 자신의 억울함을 어필하는 남준에게 윤기가 굽고 있던 고기를 후, 하고 불어서 식혀 남준의 입 속으로 집어넣었다. 알았으니까 닥치고 고기나 먹어. 시끌벅적한 분위기에 신난 호석이 즐겁게 웃으며 앞에 놓인 소주와 맥주를 따 폭탄주를 제조하기 시작했다. 현직 대학생에 술자리 분위기 메이커로 유명한 호석이어서인지 꽤 숙련된 솜씨로 제조한 폭탄주를 식구들에게 건넸다.


"아, 정국이는 미성년자니까 이거 마셔. "

"아, 형…. "

"특별히 환타랑 사이다 섞었어. 환사, 환상의 조합이지. "


정국이 많이 마셔! 밝게 웃는 호석의 얼굴을 보며 정국은 처음으로 웃는 얼굴에도 때리고 싶다는 생각을 할 수 있구나, 하는 깨달음을 얻었다. 인상을 찡그린 채 조용히 탄산음료를 들이키고 있는데 옆에서 지민이 호석의 눈치를 보며 정국에게 잔 하나를 건넸다. 정국이 이게 뭐냐는 듯 쳐다보니 지민이 눈짓으로 제 옆에 놓인 소주병과 사이다병을 가리켰다. 조금만 섞었어 동생~ 정국의 귀에 작게 속삭이고는 머리를 쓰다듬어 준 뒤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호석과 건배를 한다. 정국이 호석의 눈치를 보다가 지민이 준 잔을 들고 꿀꺽꿀꺽 삼키고는 캬, 하고 탄성을 내지른다. 생각보다 좋은 사람일지도 모르겠네. 정국이 옆에 앉은 지민에게 씩 웃어보였다.




**




술을 잘 못하는 탓에 고기를 구워야 한다는 핑계를 대고 술을 거의 입에 대지 않아 정신이 멀쩡한 윤기가 제 눈 앞에 펼쳐진 광경을 보고 혀를 찼다. 고등학교 때부터 댄스 동아리에서 활약했다더니 술에 취해서 지민과 함께 걸그룹 댄스를 추는 호석과 옆에서 헤헤거리면서 아예 술병을 한 손에 들고 더 해봐, 더 해라! 하며 부추기는 태형을 구경하다가 제 옆으로 고개를 돌리자 남준과 석진이 눈물을 쏟아내고 있었다. 아, 술 마시고 우는 거 진짜 싫어하는데…. 그냥 얘네 다 버리고 자러 들어갈까, 하던 윤기의 발목을 석진의 울먹이는 소리가 잡았다.


"흐어엉…, 남준아…. 내가, 그렇게 주차를 못하니…? "


아, 미치겠네 진짜…. 남준이 석진의 손을 꼭 잡고 아니라며, 사람이 살다보면 그럴 수도 있다며 술에 취한 것치고는 꽤나 정확한 발음으로 석진을 달래주는데 윤기는 그야말로 가시방석에 앉은 기분이었다. 그래도 제가 잘못한 것은 사실이니 이대로 계속 아닌 척 하고 넘어갔다간 자신의 양심도 고통스러울 것 같아 힘겹게 석진을 향해 말했다.


"그, 형…. 그 쪽지 사실은…. "

"윤기야…… 흐엉…. "

"그거, 사실 제가…, 썼던 거에요. 그 날 좀 빡치는 일이 있어서, 거기에 좀 화풀이를 했었던 것 같아요. "

"………. "

"제가 원래 그렇게 못된 놈은 아닌데, 그 날 진짜 말도 안되는 소리 듣고 너무 화가 나서…. 그 때 제대로 말하고 사과했어야 했는데 형이 너무 충격받은 거 같길래…. "

"………. "

"…아, 뭐라고 해야되나. 아무튼 진짜 죄송해요, 형. "

"………. "

"…형…? "

"………. "


석진은 어느 새 눈을 꼭 감고 엎드려 잠에 빠져 있었다. 민망함과 화가 섞인 복잡한 감정에 윤기가 몸둘 바를 모르고 서둘러 집 안으로 들어가려고 자리에서 일어서는데 정국과 똑바로 눈이 마주쳤다. 자신이 방탄룸에 입주할 때부터 저를 보는 눈빛이 심상치 않아보이던 정국이라 많이 불편했는데 정면으로 눈을 마주치니 어떻게 해야할지 몰라 억지로 포커페이스를 유지하려 하는데, 정국이 피식 한 쪽 입꼬리를 올려 흔히들 말하는 썩소를 지었다. 차개좆의 주인공이 민윤기 형이었단 말이지? 하는 듯한 정국의 눈빛에 윤기는 당황해 뒤도 돌아보지 않고 집 안으로 걸어들어갔다. 윤기가 집 안으로 들어가 문이 닫히자마자 정국은 바로 자리에 엎어져 잠이 들었다. 옆에서 춤을 구경하면서 배가 찢어져라 웃던 태형이 어느 새 엎어진 석진과 정국, 남준을 보고는 머리를 긁적였다. 뭐야, 다들 술 약하잖아…. 그러고는 테이블에 놓인 술병들을 하나하나 흔들어보며 남은 술을 입 안으로 털어넣었다.




**

드디어 입주 스토리가 끝났군녀 이제 앞으로 일곱이 꽁냥거리는 걸 써야되는데...!

혹시 보고 싶은 거 있으시면 댓글로 적어주셔도 됩니다 절대 아이디어 없어서 이러는 거 아님 오해 ㄴㄴ해 (찔림)

배고파 밥먹으러 갑니당 좋은 하루 되셔요

런치란다 대신 디너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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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회원147.31
아 귀여워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9년 전
방탄룸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감사합니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 제 사랑 받으셔요...
9년 전
독자1
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 저 차는 진짜 생각할수록ㅋㅋㅋㅋㅋㅋㅋ
9년 전
방탄룸
영원히 고통받는 영고윤기...ㅎㅎ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9년 전
독자2
작가님 또보고 또보는데도 너무 재밌어요ㅠㅠㅠㅠ 근데 작가님 언제 오셔요...? 보고싶어요ㅠㅠㅠㅠ
8년 전
비회원45.99
안녕하세요 작가인데요 (소심) 수능 끝나고 돌아올 예정이었으나 인티 탈퇴가 되버려서...ㅎㅎ 아마 다시 돌아올 수 없을 거 같아요ㅠㅁㅠ 방탄룸은 제 개인공간에서만 계속 될 수 있을 거 같슴다 좋아해주셔서 감사드려요! 언젠가 기회가 되면 또 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
8년 전
비회원151.146
작까님 ㅠㅠㅠㅠ보고싶습네다..주륵..
8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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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소년단 [BTS/슈가] 아가씨215 지나가던 탄소 08.14 2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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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대 코너에 도착하자 둘은 왠지 부끄러웠다.한동안 둘은 말없이 정면을 응시하다 온유가 먼저 말을 꺼냈다."들어갈까...?""그..그래"들어가서 부끄러움에 손을 놓고 좀 멀리 떨어져서 각자 괜히 매트리스를 꾹꾹 눌러보고 배게를 만지작거리며 구경했다.그러다 예원을 발견한 직원이 저쪽에 있는 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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