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왈!!!!!!왈왈왈!!!!!!!!!!왈왈!!왈!!!!!!와ㄹ...왈!!!!!!!!!"
뭐야 저 우렁찬 개소리는.
아침부터 개 산책 참 요란하게 시킨다.
시계를 바라보니 역시나,
새벽 8시. (응?) 는 아침이지만 어쨌든!!!!!!!!!!!!!!!!
진짜 내가 선량한 주민이라고 보자보자 보자기처럼 보이는건가?
가뜩이나 개같은 남친새끼한테 차여서 기분 잡쳤는데
개소리 아침부터 들으니 기분 참 뭐같다.
확 그냥-
근데 저 소리가 왜이렇게 가까이서 들리지...?
그때서야 불현듯이 기억이 스쳐지나갔다.
오랜만에 친구들을 만나 이슬이에 거하게 취한 뒤
노세노세 노래를 부르며 집으로 오는 길에
부스럭거리는 소리에 쓰레기 더미가 있는 쪽으로 눈을 돌렸더랬다.
까맣고 초롱초롱한 눈으로 나를 조용히 바라보며
꼬리를 슬쩍 흔드는 모습이, 마치
슈렉의 장화신은 고양이와도 같아
마치 뭔가에 홀린 것처럼 데려왔던거 같다.
..
는 무슨..ㅎㅎ...
..어제 내가 아무리 정신이 나갔다고 해도
..
.
..아닐거야.
ㅎㅎ..
^^*
"왈!!!!!!!!!!!!!!!!!!"
..
그렇다.
나는 엄마 허락도 안맡고 유기견을 데리고 온것이었다....
★
물론 지금 엄마는 나몰래 스페인으로 2주일 여행을 떠났지만,
어쨌든 데려온 것은 분명 잘못된 것이었다.
거실에서 신나게 소파 위를 뒹굴거리며
짖고 있는 저 녀석을 보니 머리가 점점 아파왔다.
난 사실 개든, 고양이든, 동물 자체를 잘 다루지 못하는 편이다,
어렸을 때부터 쭉 그랬다.
언젠가는 용기를 내서 친구의 도움으로 고양이의 등을
슥 만져본 적이 있는데
말캉하면서도 딱딱하고 부드러웠던 등이 상당히 이질적이어서
그때 이후로 다시는 동물을 만질 용기가 나질 않았다.
그런 내가 도대체 어제 무슨 생각으로, 어떻게 저 강아지, 아니 심지어
새끼비글을 데리고 온 건지 모르겠다.
참 어이가 없고 막막해서 머리를 감싸쥐고 침대에서 나오질 못하고
멍하니 그 녀석을 바라보고 있는데
그 녀석과 눈이 마주쳤다.
아니 근데,
왜 점점 다가오는거지?
"...어!"
한번 손으로 저리 가라는 손짓을 해보았다.
...젠장.
말을 들을리가 없지.
오히려 눈빛이 더욱 초롱초롱해져서
그 짧은 다리로 점점 더 빠르게 다가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