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이 - 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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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먼저 썼던 조각글이에요. 읽고 오시면 훨씬 조.. 좋을걸요?*'ㅅ*
어린 아빠 01
(부제; 우리 아빠를 소개할게요)
가정환경에 문제가 있는 아이는 아니었다. 사랑을 못 받고 자란 아이도 아니었고. 잘 표현하지는 못했지만 언제나 부모님의 애정을 듬뿍 받으며 자라난 아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태형은 자신의 삶에 흥미를 느끼지 못했다.
숨막히는 분위기가 싫어 독립을 선언했다. 물론 부모님은 반대를 하셨지만. 부모님은 태형이 반듯한 어른으로 성장하기를 바랬다. 그런 부모님들의 바람에도 불구하고 태형은 영 내키지가 않았다. 세상 모든 것이 귀찮았다. 공부를 하고 싶지도 않았고, 꿈을 가지는 것 조차 귀찮았다. 유일한 낙이라고 한다면 일주일에 한 번씩 여자를 갈아치운다는 것. 다행히 잘난 얼굴 덕에 태형의 주위에는 늘 여자가 바글거렸다.
그리고 그런 태형의 삶은, 한 아이로 인해 송두리째 바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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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내 아침은 아빠의 목소리로 시작을 한다. 시끄러운 알람소리는 정말 필요할 때 아니면 사용해 본 적도 없다. 부산스럽게 돌아다니는 아빠의 발자국 소리에 잠에서 깼다. 물론 완전히 깬 건 아니고, 왜 그런 상태 있지 않는가. 꿈과 현실의 어느 경계 쯤, 눈은 감고 있지만 정신은 드는, 딱 그런 상태. 괜히 이불 속에서 꼼지락거리다 보면 벌컥 문이 열린다. 노크 좀 하라고, 나도 이제 다 컸다고 그렇게 입이 마르도록 말해도 아침에는 절대 하지 않는다. 아, 오해 하면 안된다. 다른 때에는 잘만 노크하니까. 열린 문틈 사이로 향긋한 밥 향기와 맛있는 향기가 퍼져 들어온다. 얼른 일어나자. 아빠의 다정한 목소리가 들리면 그제서야 한 쪽 눈을 겨우 뜬다. 학교 가기 싫다. 아빠한테 꾀병부리면 아빠는 회사를 안 간다고 하겠지. 나머지 눈도 마저 떴다. 눈을 깜빡거리며 방 천장을 보다가 일어났다.
거실로 나가자 아직 밥이 덜 되었는지 부엌을 분주하게 돌아다니는 아빠의 뒷모습이 보인다. 십 오년 동안 아빠는 내 아침을 거르게 한 적은 없었다. 덕분에 요리솜씨는 최고가 되었고. 일찍 출근해야되는 건 피차 마찬가지면서 늘 나보다 먼저 일어나 새로 밥을 짓고, 국을 끓인다. 아, 가끔 지민 삼촌이랑 한 잔 한 다음 날에는 토스트를 만들어준다. 아무리 생각해도 해장을 해야야될 것 같은데, 아빠는 귀찮다며 늘 토스트를 만든다. 하얀 셔츠를 입고는 냉장고에 갔다가, 밥을 휘젓다가 하는 아빠를 보았다. 저 아저씨, 셔츠 입고 음식하지 말라고 해도 말을 안 들어 먹는다. 저래놓고 국물이라도 튀면 안 지워진다고 칭얼거리면서. 밥이 잘 되었는지 자꾸만 주걱으로 조금씩 퍼먹는 아빠를 보다 다시 방으로 들어왔다. 국 끓어요. 내 말에 아! 하는 아빠의 목소리가 들린다. 으, 피곤해. 뻐근한 목을 좌우로 돌리며 내 방에 딸린 화장실로 들어섰다.
머리도 감고, 세수도 했다. 찬 물로 세수하니 좀 정신이 드는 기분이었다. 옷걸이에 걸려있는 교복을 갖춰입고는 다시 부엌으로 향했다. 그새 상을 다 차린 아빠가 뿌듯한 표정으로 앉아있는게 보였다. 우리 딸 잘잤어? 다정한 아빠의 목소리에 웃음이 나왔다. 고개를 끄덕이며 의자에 앉는데 아빠가 힝, 하며 울상을 짓는다. 나이가 들어도 어쩜 이렇게 변하지 않는지. 내가 아빠도 잘 잤어요? 하고 묻자 활짝 웃으며 크게 고개를 끄덕인다.
오늘 아침은 콩나물국이다. 오, 맛있다. 내가 작게 감탄하자 아빠가 뿌듯한 표정으로 내 머리를 쓰다듬어준다. 많이 먹어, 우리딸. 그런 아빠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아빠두요. 하고 답하자 감격스러운 표정을 짓는다. 아빠랑 이것저것 얘기하면서 밥을 먹는데 아빠가 대뜸 말한다. 오늘 일찍 마치지? 선생님들이 연수를 가시게 되어 오늘 일찍 마친다고 아빠한테 며칠 전부터 얘기했다. 아빠가 나름대로의 계획을 짜놓았나보다. 고개를 끄덕이자 오늘 백화점 갔다가 할아버지가 외식하러 가자더라. 아빠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다 먹은 밥그릇을 씽크대에 가져다놓고는 다시 내 방으로 향했다. 바로 화장실로 들어가 양치도 하고, 나와서 곧바로 고데기도 했다. 가방을 챙겨 매고 나가자 그새 설거지를 했는지 고무장갑을 벗는 아빠가 보였다. 다 챙겼어? 하는 아빠의 말에 넹. 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빠도 허겁지겁 방으로 들어가더니 넥타이와 차키를 들고 나온다.
아빠의 손에서 넥타이를 건네받았다. 내가 넥타이를 들자마자 셔츠 카라깃을 세우고는 날 내려다보는 아빠가 보인다. 이제는 익숙하다못해 생활에 일부가 된 넥타이 매기. 깔끔하게 넥타이를 정리하자 아빠가 이뻐죽겠다는 눈으로 내려다본다. 애인한테도 이렇게는 못하겠다. 내가 다시 가방을 고쳐맸다. 나중에 결혼하면 남편한테 이쁨 받겠다. 아빠가 나를 내려다보고는 중얼거린다. 아빠는 부인한테 한소리 듣겠다. 내 말에 아빠가 웃음을 터뜨린다. 그럼 우리 딸이랑 평생 살아야지, 뭐. 진담 같은 농담을 던지고는 아빠가 현관으로 향한다.
조수석에 앉아서 꾸벅꾸벅 졸다가 진동소리에 정신이 들었다. 화면을 켜 확인해보자 카톡이다. ㅇㄷ? 간결한 정국이의 카톡에 가는 중. 하고 답했다. 쓸 데 없이 왜 카톡이야. 채팅방을 나가려는데 어지간히도 할 짓이 없는지 바로 답장이 온다. 얼른 와. 휴대폰을 다시 주머니에 넣었다. 학교에 거의 도착할 때 쯤 후드집업을 입었다. 이제 신호등 하나만 지나면 학교 앞인데 딱 거기서 걸려버렸다. 아빠는 나를 내려다보고는 또 웃는다. 다 컸어. 감탄하듯 말하고는 곧 신호가 바뀌자 차를 출발시킨다. 못 살아.
멍하니 창 밖을 보다가 고개를 돌렸다. 운전하는 아빠의 옆모습을 보는데 우리 아빠라 그런 게 아니라 진짜 잘났다. 얼굴도 잘 생기고, 능력도 좋고. 젊고. 유일하게 흠이라면 다 큰 딸 하나 정도. 아빠의 옆모습을 바라보다가 입을 열었다. 아빠는 만나는 여자 없어? 내 말에 아빠가 쿨럭거리며 헛기침을 한다. 너 할아버지가 그렇게 말하라고 시켰어? 나를 곁눈질로 보며 애써 담담하게 말하는 아빠에게 아니... 뭐, 한참 여자 만날 나이니까. 하자 아빠가 작게 웃고 만다. 교문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아빠가 차를 세웠다. 교문 앞에 차를 세우면 벌점이기 때문에. 안전벨트를 푸는데 아빠가 나를 내려다보다 웃고 만다. 아빠 걱정해주는 마음은 너무 이쁜데, 아빠는 딸이랑 지내는 게 훨씬 좋아. 그리고 아빠는 젊을 때 여자를 너무 많이 만나서 여자는 질색이야. 겨우 나만한 나이일 때 짧게 만난 여자들 가지고 허세를 떠는 아빠의 모습이 귀여웠다. 맞다, 그리고 혹시 할아버지가 그렇게 말하라고 하면 싫어요! 하고 대답해. 응? 내 말은 안들어도 네 말이라면 꼼짝을 못하잖아. 아빠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어지간히도 싫나보다. 그래. 오늘도 열심히! 몇 시간 뒤에 봐. 아빠가 화이팅, 하며 주먹을 내민다. 화이팅. 아빠의 주먹에 내 주먹을 살짝 가져다대고는 내렸다.
교실에 도착하자 왜 이렇게 늦게 왔냐며 정국이가 툴툴거린다. 정국이랑 나랑은 역사가 꽤 깊다. 유치원 다닐 때부터 알았으니까. 우리 아빠와 나의 관계도 잘 아는 사이였다. 아, 오해하면 안된다. 정국이랑 나랑은 진짜 친구일 뿐이니까. 아저씨 차는 아까 전에 서던데 부녀끼리 무슨 찐한 얘기를 나누셨길래? 어지간히 할 짓도 없었나보다. 창 밖으로 내가 오는 모습을 보고 있었을 걸 생각하자 한심해보였다. 미친놈이, 못하는 소리가 없어. 정국이의 등을 세게 후려치고는 자리에 앉았다. 앓는 소리를 내던 정국이가 참나, 하며 책상에 엎드린다. 곧 고개를 돌려 내가 가방 정리하는 모습을 보다가 입을 연다. 조회 끝나고 매점 콜? 거부할 수 없는 정국이의 제안에 콜, 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별 다른 말 없이 선생님께서는 조회를 끝내셨다. 귀신 같이 알아채고는 일어나는 정국이를 데리고 매점으로 향했다. 이럴 땐 매점이랑 가까워서 존좋. 빵을 입에 물고 말하는 정국이를 보다 고개를 끄덕였다. 야, 돼지. 내 말에 정국이가 빵을 먹다말고 나를 내려다본다. 너 체중 관리 안하냐? 내 말에 정국이가 하, 하고 헛웃음을 짓는다. 안 그래도 몰래 먹는 거니까 닥쳐라. 얼마나 빵이 고팠는지 빛의 속도로 먹는 정국이를 보자 안쓰런 마음이 들었다. 정국이는 태권도 선수였다. 태권도 유망주. 정국이를 지칭하는 말이었다. 그만큼 정국이의 부담감은 장난 아니었지만. 그래도 자신이 좋아서 태권도를 하는 정국이를 보면 괜시리 부러운 마음이 들곤 했다. 매번 정국이의 칭얼거림으로 아빠랑 대회를 보러 가곤 했었는데, 정국이가 경기를 하는 모습을 보면 꼭 다른 사람처럼 정국이가 낯설게 느껴지곤 했다. 조금, 멋있는 것 같기도 했고. 아무래도 그건 도복빨인 것 같다. 정국이가 마지막 한 입을 먹는 모습을 보다 뜯지 않은 바나나 우유를 내려다 보았다. 그래, 많이 먹어라. 내가 마시려던 바나나 우유까지 손에 쥐어주자 세상을 가진 표정을 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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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와 내가 처음 만난 날은 아주 더운 여름 날이었다. 아빠가 열 여덟 살, 그리고 내가 세 살이었을 때의 이야기. 그 해 여름은 유난히도 더웠다고 했다. 아빠의 기억 속에서는. 아빠는 당시 혼자 살고 있었다. 열 여덟 살 아빠의 무엇을 믿고 허락했는지는 몰라도, 아빠는 꽤 넓은 집에 혼자 살고 있었다. 당시 아빠는 모든 게 귀찮았다고 했다. 공부도 하기 싫었고, 그렇다고 무언가를 하고 싶은 것도 아니라고 했다. 꿈을 가지는 것조차 귀찮았다고 할 정도니 어느 정도였는지 짐작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된다. 아빠의 유일한 낙은 매주 다른 여자를 만나는 것뿐이라고 했다. 딱 그 뿐. 맞아, 아빠는 인정하고 싶지 않아했지만 당시의 아빠는 뭐랄까, 좀 까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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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그런 날이었다. 매미소리가 시끄러운 여름날. 끈끈하고 눅눅한 대기에 가만히 있어도 짜증이 나는 날이었다. 아야. 쓰려오는 뺨에 태형이 인상을 찌뿌렸다. 기지배, 손 힘은 더럽게 좋네. 보지 않아도 부었을 게 뻔했다. 골목 입구에서 굴러다니는 돌맹이 하나를 툭, 하고 찼다. 그 순간 휴대폰이 진동하기 시작했다. 아, 귀찮게. 틀림없이 그 여자일 게 분명하다고 생각한 태형이 짜증스러운 몸짓으로 휴대폰을 꺼냈다. 아버지. 짧은 단어에 태형의 머릿속에는 수천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그냥 박지민집 가서 잘까. 고민하던 태형이 결국 폴더를 열었다. 여보세요. 태형의 목소리에 상대방은 잠시 말이 없었다. 멀쩡하게 살고 있는 거 맞냐. 제 아버지의 목소리에 태형이 한숨을 쉬었다. 공부는. 아까 전 제가 찬 돌맹이를 다시 걷어차고는 태형이 천천히 걷기 시작했다.
오늘은 안되는 날인가보다. 태형이 한 귀로 흘려들으며 다시 작게 한숨을 쉬었다. 낮에 질린다고 차 버린 여학생이 태형을 찾아왔다. 니가 어떻게 그럴 수 있냐며, 고작 열 여덟 살 밖에 되지 않은 여학생이 독기가 잔뜩 어려서는 소리를 쳤다. 순식간에 구경꾼들이 몰렸고 태형은 한숨을 쉬었다. 잠시 눈을 감았다 뜬 태형이 자리를 뜨려고 하자 여학생이 억센 손길로 태형의 어깨를 잡았다. 곧 짝! 하는 소리와 함께 태형의 얼굴이 왼쪽으로 돌아갔다. 수근덕거리는 아이들의 목소리가 들렸다. 넌 최악이야! 크게 소리친 여학생이 눈물을 주렁주렁 매달고는 뛰어갔다. 여학생의 뒷모습을 보면서도 태형은 별 다른 생각이 들지 않았다. 왜 얼굴을 건드려. 다만 드는 생각이었다. 자신의 친구인 지민은 꼴 좋다며 비웃었지만.
낮에는 여학생, 밤에는 아버지. 문득 생각한 태형이 발걸음을 멈추었다. 믿고 내보냈으니 걱정은 시키지 말아라. 딱딱한 아버지의 목소리에 태형이 작게 웃었다. 네. 그제야 태형이 대답하자 태형의 아버지가 흠, 흠, 하며 헛기침을 하는 소리가 들렸다. 일단 집에 가서 쉬고 싶다. 그리고 곧, 태형의 발걸음이 멈췄다. 아버지, 제가 다시 전화할게요. 막무가내로 전화를 끊은 태형이 집 앞으로 성큼성큼 걸어갔다. 태형의 발자국 소리를 들었는지, 미동도 없이 무릎 사이에 고개를 파묻고 앉아 있던 아이가 고개를 들었다. 곧 자신이 기다리는 사람이 아니었는지 아이는 고개를 숙였다. 작은 한숨소리가 아이에게서 새어나왔다. 겨우 네 살 정도로 밖에 안보이는 아이의 한숨이 이렇게도 서글펐던가. 태형은 무언가에 홀린 듯 아이 앞에 쪼그려 앉았다.
인기척을 느낀 아이가 다시 고개를 들었다. 태형을 빤히 쳐다보던 아이가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 그 모습이 그리 미워보이지는 않아 태형이 작게 웃었다. 귀신인가. 태형은 아이를 한참 쳐다보다 자신이 아기 귀신에게 홀렸나, 그렇게 생각했다. 하얀 원피스를 입은 아이의 모습은 귀신이라고 해도, 그리 괴리감은 없었다. 가로등 불빛을 받아 더욱 하얘보이는 피부가 그런 분위기를 더했다. 한참을 말없이 서로를 바라보고 있었을까, 곧 아이가 태형의 눈을 마주치며 활짝 웃었다. 미치겠네. 태형이 머리를 헤집었다.
"엄마는 어디있어?"
"몰라요!"
엄마가 어디있냐는 질문을 하면서도 태형은 헛웃음이 나왔다. 이런 늦은 시간에 여자아이 혼자 있다는 것은 곧 두가지 밖에 의미하는 것이 없었으니까. 정말로 아기 귀신이거나, 아니면, 부모에게 버림을 받았거나. 자신의 일도 아니면서 괜히 시큰함을 느낀 태형이 곧 웃음을 터뜨렸다. 활짝 웃으며 몰라요! 하고 말하는 아이를 보며. 곧 태형의 웃음은 점점 사그라들었다. 그런 태형을 멀뚱히 쳐다보던 아이가 곧 다시 입을 열었다. 근데요...
"아저씨가 우리 아빠에요?"
"....."
"엄마가 나한테 미안하다고 했어요. 여기서 열 밤만 자면 아빠가 데리러 올 거라고 그랬어요."
대충 가닥이 잡힌 태형이 쓰게 웃었다. 오빠는 네 아빠가 아니야. 꽤 단호하게 말하고는 태형이 일어났다. 오래 앉아있었던 것도 아닌데 다리가 저려왔다. 콩콩거리며 다리를 두드리는 것은 빤히 보던 아이가 앞을 바라보았다. 으응, 그렇구나. 아이가 혼자 고개를 주억거리고는 활짝 웃었다. 오빠 안녕! 태형을 향해 밝게 인사를 하는 모습에 태형은 잠시 할 말이 없어졌다. 엄마 기다릴거야? 겨우 내뱉은 말에 아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나랑은 상관없는 일이겠지. 잠시 생각한 태형이 아이를 지나쳐 집으로 들어서려고 했다. 현관문을 잡는 순간, 왜인지 모르게 아이가 웃는 얼굴이 생각났다. 아, 왜 이러냐. 애써 머리를 흔들며 태형이 문고리를 돌렸다. 아이의 웃는 얼굴이 다시 생각났다. 아오씨. 결국 태형이 발을 돌려 아이에게로 향했다. 내가 아빠 맞아. 여전히 그 자리에 앉아있는 아이를 안아올렸다. 미친놈. 스스로 읊조리며 태형은 결국 아이를 데리고 집 안으로 들어왔다.
그렇게 태형은 아빠가 되었고, 아이는 아빠가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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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야. 내 등을 흔드는 손길에 잠에서 깨었다. 미친, 잠들었구나. 이미 휑한 교실을 보다 한숨을 쉬었다. 나를 한심한 눈길로 보던 정국이가 곧 나를 일으킨다. 오늘 점심 돈까스임. 정국이의 말에 정국이의 손길을 뿌려치고는 앞문으로 향했다. 뭐해, 안 오고. 뒤를 돌아 정국이를 보자 기가 찬다는 듯 작게 웃고는 내게 성큼성큼 걸어온다. 돼지야. 정국이의 말을 무시하며 급식소로 향했다.
오늘 훈련? 돈까스를 입에 쑤셔넣고는 정국이에게 물었다. 돈까스를 깨작거리며 먹던 정국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돼지답지 않게. 그런 정국이의 모습에 혀를 끌끌 찼다. 아, 다이어트 하기 싫다. 먹는 것에 비해서는 아주 날씬한 편인 정국이가 투덜거렸다. 곧 시합이라 그런지 정국이는 얼마 전부터 다이어트를 하기 시작했다. 우선 자신의 체급을 맞춰야 대회를 나갈 수 있으니까. 그런 정국이의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괜히 짠해졌다. 그게 뭐라고. 그래도 정국이가 꿈을 가지고 있는만큼 대단한 일이기에 내가 딱히 해줄 수 있는 말은 없었다. 코치님한테 안 이를게. 그냥 먹어라. 아까 빵 먹을 땐 언제고. 이런 툴툴거리는 말 빼고는.
급식소에서 나와 곧바로 교실로 올라갔다. 내가 매점에서 간식을 사면 분명 정국이는 괴로울 것이다. 애써 떠오르는 아이스크림 생각을 지우며 교실 문을 열었다. 그렇게 늦게 갔는데도 이렇게 일찍 왔다니. 적막한 교실을 둘러보고는 내 자리로 향했다. 아이스크림 먹고 싶다. 정국이의 중얼거림을 무시하고는 책상에 엎드렸다. 그냥 쉬는 시간동안 잠이나 자자. 내 말에 정국이도 말없이 엎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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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식적으로 열여덟살이, 그것도 남학생이 아이를 잘 돌볼 수 있을 것이라고는 아무도 생각하지 않는다. 그리고 그것은 아빠에게도 해당되는 말이었다. 아빠는 처음에는 날 며칠만 데리고 있을 작정이라고 했다. 옷이 불편해보여 갈아입히려고 하는데 내가 손에 종이를 꽉 쥐고 있었다고 했다. 종이에는 내 이름과 생일 등등 자질구레한 정보들이 있었다고 한다. 아빠는 종이를 챙겨두고는 대충 제일 작은 옷을 골라입히고 남는 방에 나를 재웠다고 했다. 밥도 대충 먹이고, 그렇게 내 진짜 엄마가 나타날 때까지 기다렸다고 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 수록 아빠는 느꼈다. 내 친엄마가 날 찾으러 올 확률은 아주 희박하다는 것을. 그리고는 날 시설로 보낼 거라고 결심했다고 했다. 혼자 알아보는 내내 속이 편치 않았다고 했다. 자꾸만 내가 눈이 밟혀 결국 시설 찾는 것을 포기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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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데리고는 들어왔지만 어떻게 해야할지가 문제였다. 아무 것도 모른 채로 웃고 있는 아이를 보자 태형은 절로 한숨이 나왔다. 이걸 어떻게 해야하나. 잠시 아이를 바라보던 태형이 거칠게 제 머리를 헤집었다. 시설 알아봐야겠지. 그 때까지만 데리고 있어야겠다. 태형은 방으로 들어갔다. 제일 작은 옷을 찾아봤지만 아이에게는 무척이나 클 것 같았다. 어쩔 수 없지. 태형이 옷을 가지고는 다시 나왔다. 그새 잠들었는지 고른 숨소리를 내는 아이를 보던 태형이 한숨을 쉬었다. 일단 옷부터.
옷부터 갈아입히려고 했는데 영 쉽지가 않다. 여자아이지. 태형은 괜히 쑥쓰러운 마음에 눈을 질끈 감았다. 미안해, 오빠가. 태형이 중얼거리며 원피스를 벗기고는 서둘러 옷을 입혔다. 곤히 잠든 아이의 모습을 보자 괜시리 죄책감이 생겼다. 어쩌냐. 아이를 바라보는데 아까는 보지 못했던 것이 보였다. 아이는 주먹을 꽉 쥐고 있었다. 살살 펴보니 작은 종이 쪽지가 나왔다. 아이의 이름과 생일, 그리고 미안합니다. 하는 말 밖에는 없었다. 태형이 한숨을 쉬고는 쪽지를 잘 챙겨 두었다. 시설 찾는 것은 내일부터 알아보기로 하고는 태형이 아이를 침대로 옮겼다. 볼을 살짝 두드리니 미간을 찡긋거리고는 다시 색색거리며 잠든다. 귀엽긴 하네. 심드렁히 중얼거리면서도 태형의 눈은 아이를 떠날 줄을 몰랐다. 모르겠다. 태형이 소파에서 자야겠다며 이불을 꺼내 거실로 나갔다.
며칠만 데리고 있으려던 것이 몇 주가 되었다. 아이의 엄마가 최소한의 인간미, 또는 정이라는 게 있다면 이쯤하면 찾아올 것이라고 태형은 믿었다. 그래서 시설을 찾았으면서도 아이를 보내지 않았다. 자신이 학교에 가있는 동안에는 아이를 어떻게 할 지 걱정이 되었지만, 딱히 맡길 곳도 없었다. 최대한 아이에게 잘 일러두고는 최대한 빨리 오는 수 밖에. 아이는 어찌나 순한지 사고 한 번 치지 않았다. 집에 돌아올 때마다 태형은 작게 웃었다. 착하다. 아이의 머리를 작게 쓰다듬어주고는 시설을 찾는 것, 그것이 태형이 할 수 있는 유일한 것이었다.
하지만 아이의 엄마는 나타나지 않았다. 결국 태형은 인정하고야 말았다. 절대 인정하지 않겠다고 했던 것, 아이의 엄마가 아이를 버린 것이라고. 실수일 것이라고 믿고 싶었지만 하늘은 참으로도 가혹했다. 결국 태형은 시설로 보낼 준비에 박차를 가했다. 태형이 시설을 알아볼 때마다 아이는 태형의 옆에 기웃거렸다. 무엇이라도 낌새를 눈치 챈걸까. 싶을 정도로 아이는 태형을 따라다녔다. 결국 태형은 아이의 모습에 시설 찾는 것을 포기했다. 이 어린 걸 어떻게 보내. 태형은 처음으로 아이를 꼭 안아주었다. 자신의 허리께를 통통 두드리는 작은 손이, 태형의 마음을 편하게 만들었다.
난생 처음으로 카드를 긁었다. 꼭 필요할 때만 쓰라며 제 아버지가 건네준 카드였다. 아이를 꽁꽁 싸매고는 백화점으로 향했다. 아직은 미숙한 나이기에 필요해보이는 것은 모조리 사들였다. 어마어마한 카드값에 태형은 입이 떡 벌어졌다. 조만간 아버지에게 골프채로 두드려맞겠구나. 한숨을 쉬던 태형이 아이와 눈을 마주쳤다. 맑은 눈으로 태형을 보던 아이가 활짝 웃으며 아빠. 하고 말했다. 그런 게 대수겠어. 태형이 고민 따위는 집어던진 채로 아이의 눈을 마주보며 웃었다.
하, 태형이 겨우 기저귀를 갈고는 인터넷을 켰다. 자연스럽게 아이디를 입력하고는 얼마 전 가입한 육아카페를 클릭했다. 아무도 아는 사람은 없었지만 카페를 가입하는 날, 태형은 혼자서 오만 난리를 쳤다. 어찌나 창피하다며 발을 동동 굴리는지, 아이가 조금만 더 컸더라면 오히려 아이가 태형을 부끄러워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 고생을 해 카페를 한 것은 다행히도 성공적이었다.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카페에 들어가는 일도 익숙해졌다. 태형이 뒹굴거리며 노는 아이를 보다가 작게 한숨을 쉬었다. 학교 갔다 오는 것만으로도 벅찬데 졸지에 딸까지 생겼다. 덕분에 여자를 만날 시간은 자연스레 줄었지만. 태형의 한숨에 아이가 벌떡 일어나 태형에게 다가왔다. 아빠. 작게 웅얼거리며 아이가 이제는 익숙해진 태형의 품에 안겼다. 우리 딸. 태형이 아이를 꼭 끌어안으며 웃었다. 몸이 좀 고생하면 어때. 우리 딸은 이렇게나 사랑스러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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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또 등을 때리는 손길에 일어났다. 어김없이 날 한심하다는 듯 내려다보는 정국이가 보였다. 머리 정리를 하며 교실을 둘러보자 아이들은 가방을 싸고 있다. 이미 정국이도 가방을 메고 있는 상태였다. 마쳤어? 내가 가라앉은 목소리로 묻자 정국이가 혀를 차고는 고개를 끄덕인다. 헐. 작게 외치고는 서둘러 가방을 싸기 시작했다. 내가 가방을 메고 일어나자 정국이도 그제야 일어난다. 웬 종이가방? 정국이의 손에 들린 종이가방이 낯설어 묻자 정국이가 도복. 하고는 말한다. 아, 훈련 간다고 했지. 빨아왔나보다.
정국이와 교문에서 헤어졌다. 아침마다 아빠가 차 대는 곳으로 팔랑팔랑 걸어가자 익숙한 아빠의 차가 보인다. 창문을 똑똑 두드리고는 조수석에 올라탔다. 하이, 대디. 내가 활기차게 말하자 아빠가 감고 있던 눈을 뜬다. 하이, 도터. 아빠가 장난스럽게 말하고는 시동을 건다. 오늘은 어땠어? 아빠의 물음에 학교에서 있었던 일들을 얘기하기 시작했다. 물론 잔 건 빼고. 아, 정국이 다이어트 한대. 오늘도 훈련 간다고 했어. 내 말에 아빠가 나를 힐끔 본다. 정국이 대회 언제라고 했지? 아빠의 물음에 잠시 날짜를 헤아려보다가 이 주 뒤. 하고 답했다. 보러 가야겠네. 아빠는 담담하게 말하고는 작게 웃는다.
여기일 줄 알았어. 아빠가 백화점 주차장에 주차를 했다. 나와 아빠에게는 더없이 익숙한 곳이었다. 아빠의 친한 친구인 지민 삼촌네 백화점이었으니까. 평소라면 주차를 하고는 지민 삼촌에게 전화를 할텐데 오늘은 담담하게 차에서 내린다. 지민이 삼촌한테 전화 안해? 내가 묻자 아빠가 이미 전화 해놓은 상태라며 웃는다. 엘리베이터를 찾아 꼭대기 층을 눌렀다. 밖이 보이는 유리 엘리베이터라 우와. 하며 구경했다.
꼭대기층에서 내리자 지민 삼촌의 모습이 보인다. 말쑥하게 양복을 차려입고 지시하는 모습은 언제봐도 익숙해지지 않는다. 우리 딸! 아빠에게 늘 한소리 들으면서도 절대 포기하지 않는 딸 소리를 외치며 삼촌이 다가온다. 나를 안고 부둥부둥하다가 여기 앉아, 하며 의자에 앉힌다. 우리 딸은 코코아지? 자연스럽게 종이컵을 들고와 내게 주고는 아빠에게는 물 한 컵을 건넨다. 가을 옷 나왔지? 아빠의 물음에 삼촌이 당연. 조금만 있어봐. 하며 사라진다. 난 지민 삼촌이 항상 허당이고, 좀... 만만하고, 나이 차이는 나지만 사실 좀 귀엽고 그래서 영원히 대학생일 것 같았는데 할아버지만큼 잘사는 집 아들이었다. 이 백화점도 지민 삼촌네 것이라고 했을 때, 처음에는 어색했지만 이제는 좀 익숙해졌다. 부잣집 도련님 지민 삼촌이라니. 뭔가 어울리지 않는 듯하면서도 묘하게 어울린다.
"다음에 집에 놀러갈게."
"넹, 삼촌 보고 싶었어요."
"우리 딸이 그런 말도 해주고.. 감동이다. 옷 마음에 안 들면 다시 가져오고. 오늘 저녁 비싸고 맛있는 거 먹고!"
삼촌에게 손을 흔들고는 엘리베이터에 탔다. 손에 한가득 쇼핑백을 든 아빠가 싱글벙글이다. 왜 그렇게 웃고 있을까~ 내가 장난치듯 말하자 아빠가 웃는다. 다 컸어, 역시. 얼른 가자. 할아버지랑 할머니 기다리신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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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 이름을 대자 룸으로 안내한다. 이미 자리를 잡고 앉아계시는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보였다. 할아버지, 할머니! 얼마 전에도 봤지만 반가운 얼굴에 달려가자 두 분 다 허허 웃으신다. 아빠가 예쁜 옷 사주든? 할머니의 물음에 고개를 끄덕였다. 근데 너무 많이 산 것 같아요. 내가 칭얼거리자 할아버지가 내 머리를 쓰다듬는다. 두고두고 입으면 되지. 뭘 걱정해. 할아버지의 말에 그런가, 하며 웃었다. 아빠 먼저 자리에 앉히고 아빠 옆에 앉았다. 우리를 바라보던 할아버지가 뭐 먹고 싶어. 하며 메뉴판을 건넨다. 음, 이건 아빠가 좋아하는 거. 이건 할아버지, 이건 할머니.. 마침 그 메뉴 모두 들어가있는 코스 요리가 있길래 이거요! 하자 할아버지가 크게 웃으신다. 하여튼 네 센스는 못이긴다. 종업원을 불러서는 내가 말한 코스를 시키신다.
"태형이는 요새 만나는 여자 없고?"
"아버지. 그런 말 안 하기로 하셨으면서... 전 우리 딸만 있으면 되요."
"그래. 그 소리도 지겹다."
그러면 너는 만나는 남자 없고? 할아버지의 물음에 헛기침을 했다. 물을 마시던 아빠도 뿜을 뻔 했는지 켁켁거린다. 아버지! 아빠의 말에 할아버지가 장난스럽게 웃는다. 남자 만날 때 됐지. 우리 손녀가 어린 애도 아니고. 할아버지의 말에 할머니가 동조하시듯 맞아. 하고 거드신다. 아빠를 놀려주고 싶은 마음에 음.. 그게 사실. 하고 말을 늘리자 아빠가 내 어깨를 잡는다. 설마 있어? 누구야! 정국이? 옆 반 반장? 누구야! 아빠의 반응에 결국 모두 웃음을 터뜨렸다. 없어요, 없어요. 저도 아빠랑 지내는 게 재밌어요. 내 말에 할아버지가 너네는 못 말린다. 하며 웃으신다. 때마침 요리가 나온다. 많이 먹어라. 할아버지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뭐부터 먹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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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재밌었어?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 아빠의 물음에 감고 있던 눈을 떴다. 응, 지민 삼촌도 보고. 할아버지, 할머니랑 저녁도 먹고. 아빠랑 쇼핑도 가고. 완전 재밌었어. 내 말에 아빠가 조용히 웃는다. 아빠도 오늘 우리 딸 일찍 봐서 좋다. 아빠의 말에 헤헤거리며 웃었다.
집으로 돌아와 씻고 나왔다. 티비를 켜놓고는 과일을 예쁘게 깎고 있는 아빠가 보였다. 얼른 와. 편한 옷차림의 아빠 옆으로 가자 때마침 아빠와 내가 좋아하는 드라마가 시작된다. 저거 저거, 내가 저럴 줄 알았어. 드라마를 보는 아빠는 완전 아줌마 같다. 그런 아빠 옆에서 보는 나도 마찬가지지만. 아빠 입에 복숭아를 하나씩 넣어주며 드라마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드라마가 끝나고 아빠가 티비를 껐다. 접시랑 쟁반을 씽크대에 가져다놓고 거실로 나오는데 아빠가 내일 놀러갈까? 하며 대뜸 말을 한다. 오랜만에 놀러갈까? 주말인데. 아빠의 말에 나쁠 건 없겠다싶어 넹. 하고 고개를 끄덕이자 아빠가 웃는다. 딸도 아빠 여자 만났으면 좋겠어? 아빠의 조용한 물음에 잠시 망설였다. 여자를 만나기 보다는... 음... 아빠가 행복했으면 좋겠어. 내 답에 아빠가 나를 와락 끌어안는다. 그럼 이미 이루어졌는데. 아빠는 네 덕분에 매일 행복해. 아빠의 말에 웃었다. 어쨌든. 그래도 아빠 혼자 늙어죽기 싫으면 여자 만나야지. 내 말에 아빠가 툴툴거린다. 혼자 늙어죽긴. 우리 딸이랑 함께 살건데. 아빠의 말에 난 남자 만날건데? 하고 놀리자 아빠가 품에서 나를 떼어낸다. 진짜? 아빠의 물음에 고개를 끄덕였다. 언젠가는. 아, 근데 지금은 아니고. 내 답에 아빠가 한숨을 쉰다. 진짜 다 컸구나... 휴... 그래도 완벽한 남자여야 돼. 아빠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아빠 같은 남자 만나야지. 내 말에 아빠가 웃는다. 힘들겠는데, 그럼.
어쨌든 잘자고. 내일 일찍 일어나서 만나. 아빠가 내 머리를 한 번 쓰다듬고는 방으로 향했다. 넹, 아빠도! 나도 아빠 뒷통수를 쓰다듬고는 방으로 뛰어 들어왔다. 너! 아빠의 소리를 무시하고는 방문을 닫았다. 침대 위에 대충 던져놓았던 핸드폰을 켰다. 존나 힘들다. 아까 전에 온 정국이의 카톡에 답장을 했다. 난 존나 재밌음. 할 짓도 없는지 곧바로 답장이 온다. 존나 배신자. 정국이의 목소리와 표정이 상상이 가서 웃음이 나왔다. 미앙~ 오늘 고생해쏘. 내가 헤헤거리자 곧바로 주제를 돌린다. 정국이와 카톡을 하다가 페이스북도 좀 보고, 인터넷도 이리저리 돌아다니다 침대 머리 맡의 램프를 켰다. 할아버지, 할머니, 아빠와 나 전부 함께 찍은 액자가 조금 삐뚤어져있길래 손을 뻗어 정리를 했다. 아빠와 나, 둘이 찍은 사진 액자 옆에 휴대폰을 놔두고는 눈을 감았다. 오늘도 행복했어.
***
일단 질렀습니다8ㅅ8
사실 호석이나 남은 멤버글로 오고 싶었는데... 오고 싶었는데... 소재 구상 해놨던 걸 다시 엎고 조금 더 구상해서 쓰려고 하다보니 이렇게 되었어요ㅠㅠ
어린 아빠는 한 바퀴 다 돌고 가을~겨울 쯤에 쓰려고 했는데 조각글 쓴 이후로 뭔가 구상도 잘 되더라고요. 저란 사람은 그렇게 생각날 때 꼭 잡아두고 써야 적성이 풀리는 성격이라...ㅠㅠ 밤마다 이 글 어떻게 풀어나갈지 밖에 생각이 안나고... 심지어 꿈에도 나왔어요. 그래서 아, 이 글을 써야되는구나. 싶어서 쓰게되었어요. 쩨성합니당...8ㅅ8
그렇다고 남은 멤버들 글을 안 쓰는 건 아니에요. 어린 아빠 연재 끝나면 꼭! 꼭! 쓸거에요. 세상의 끝도 이번 달 안으로는 완결 시킬 거니까 걱정마세요!
어린 아빠를 처음 썼을 때 생각보다 반응이 너무 좋아서 놀랐어요. 문득 떠오는 소재로 글을 썼는데 그런 반응이라니...(감격)
음. 제가 한 달 동안 거의 60개의 글을 썼는데 거의 하루에 두 편 꼴이에요....★ 그래서 이제는 좀 편하고 천천히 글을 쓰려고 합니다. 삘 꽂히면 어린 아빠도 하루에 한 편씩 쓰고 하겠지만 거의 대부분은 며칠에 한 번 올라올 것 같아요. 그건 여사친 썰도 마찬가지구요... 그래도 연중 아니니까 걱정마세여! 여사친 썰 짤 찾기가 힘들어서 그래요..ㅠㅠ 어쨌든 어린 아빠는 제 스스로 글 쓰면서 힐링하고, 또 편안하고 즐겁게 쓰고자 합니당. 독자님에게도 그런 글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대신 분량은 제가 짱짱하다고 느낄 정도로 한 편씩 쓸 거에요. 하하.
이제 하고 싶은 얘기는 거의 다 한 것 같은데....★ 아, 조각글에 너무 많은 걸 쏟아부어서 첫 편은 거의 내용이 비슷할지도 몰라요... 똑같은 구절도 많구요. 다음편부터는 아마... 아마... 달라질 거에요... 하하.... 조각글에서 짧게 짧게 언급되었던 부분들이 태태 시점(정확히 따지면 전지적 제 시점....★)에서 자세하게 언급될 거에요. 글은 현재인 여주의 시점과 과거가 번갈아가면서 나올거에요. 과거 다 나오면 아마 현재만 진행되겠죠? 내용은 대충 태태와 여주의 휴먼감동가족사+여주의 연애+태태의 연애 이렇게 될 거에요! 뭔가 이 글은 완결까지는 참 많이 남았을 것 같은 기분이에요. 워낙 쓰고 싶은 이야기가 많은지라.
참, 브금을 원하시는 것 같아서 가사없는 노래를 찾아보았는데 저는 저 노래가 좋더라구요. 뭔가 아련하고, 잔잔하고, 딱 좋아요. you라는 게 태형이랑 여주랑 서로에게 느끼는 애틋한 마음 같기도 하구... 별 일 없으면 계속 저 노래 쓸 거에요. 맘에 안 드신다면.... 끄고 들으시길 권장합니당.... 순전히 제 취향이라... 헤헤....
일단 겨울에 오기로 했던 글이 먼저 와서 미안합니다. 머리 박을게여ㅇ^\
어쨌든 긴 사담을 요약하자면 이거에요. 남은 멤버들 글은 구상 다시 엎어서 이 글 쓰고 나면 꼭 쓰겠습니당. 겨울에 오고 싶었지만 제 머릿속의 다툼들 덕에 지금 오게 되었습니당. 세상의 끝은 요번 달 내로 완결입니당. 여사친 썰과 더불어 연재주기는 늘리되 어린 아빠 분량은 짱짱하게 데리고 오겠습니당. 편안하고 힐링 글을 원하고 여러분들께도 그런 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당. 시점은 과거와 현재가 번갈아나타납니당. 다만 이번편은 조각글에서 나왔던 부분과 거의 유사합니당. 내용은 태태&여주의 휴먼감동가족사+여주의 연애+태태의 연애입니당. 브금은 특별한 일이 없으면 이 노래로 계속 갑니당.
그리고 태권도 선수 꾹이는 참으로 발립니다... 전 태권도하는 사람들이 참 멋있어보여여.....8ㅅ8 하악... 도복 입은 꾹이라니....★ 이 글은 순전히 제 취향들로 구성되어 있네여. 하하.
늘 얘기하지만 읽어주시는 독자님들 늘 감사하고 사랑합니다. 부족한 제 글에 이쁘게 댓글 달아주시고 추천도 해주시고, 심지어 독방에 추천도 해주셔서 항상 고맙게 생각하구 있어요. 제가 늘 애정합니당'ㅅ'♡
암호닉은 따로 받겠습니당. 갑자기 어린아빠로 찾아와서 미안해요!
암호닉
꼬박/탕수육
일단 조각글에서 신청해주신 분들 암호닉에 올립니당. 고마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