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은 뱀이 좋아한다.
내가수달이다
부제목 : 옷차림에 따른 인간의 생각.
아, 졸리다. 새벽 5시 졸음이 살살 몰려오는 시각. 높은 굽의 구두에 발을 구겨 넣고는 버스를 타곤 백화점 앞에서 내렸다. 구겨진 치마를 다시 쫙쫙 피고는 구두소리를 또각또각 내며 사람 한명 없는 거리를 걸어 백화점으로 들어섰다. 불이 환하게 밝혀져 있는 백화점의 내부로 들어와서 유니폼으로 갈아입으려 락커룸으로 들어가 가방을 뒤져 열쇠를 찾다 생각했다. 아, 나 열쇠 두고왔네. 한숨을 푹 쉬며 우리 매장으로 걸음을 옮겼다. 거추장스러운 머리를 올려 하나로 묶어 내렸다. 매장 의자에 앉아 왔냐며 나를 바라보는 점장님께 말했다.
"점장님 마스터키 빌려주세요."
"갑자기 뭔소리야?"
"열쇠를 두고 온 것 같아서요."
"그거 감점 사유인거 알지?"
"알죠, 그래서 점장님한테 부탁하는거고."
"넌 날 잘알아. 얼른 가서 옷 갈아입고 와."
"그래."
점장님의 옆으로 걸어가 손을 내밀며 열쇠를 받자마자 손목을 잡는 점장님을 돌아봤다. 내가 직장에선 반말하지 말랬지! 눈을 부릅뜨며 말하는 점장님께 말했다. 알겠네요, 점장님. 그러자 여전히 나를 노려보는 고등학교 동창인 이진은이였다. 바보, 어차피 그렇게 봐도 안 뚤리는데. 고개를 살살 저으며 또각거리는 구두를 잠시 벗고 슬리퍼를 신고 락커룸으로 다시 들어섰다. 마스터키로 락커를 열고 유니폼으로 갈아입은 후, 한 쪽에 위치한 거울을 바라보며 하나로 내려져있던 머리를 위로 틀어 올렸다. 깔끔하게 올라간 머리위에 망을 쓰고는 립글로즈를 살짝 바르고 락커를 잠그고 룸을 나왔다.
"여기."
"아, 빨리 왔네? 오픈해야 돼, 준비 해."
"네."
신고있던 슬리퍼를 직원 휴게실 구석에 던져놓고는 가지런히 벗어놓은 구두에 다시 발을 구겨넣었다. 몇시간동안 이러고 서있어야한다니. 진짜 어지럽네. 내려져있던 셔터를 올리고, 진열되어 있는 마네킹의 옷을 다시 한번 다듬고 카운터에 기대어 서있다보니 어느덧 큰 백화점의 안은 명품을 둘러싼 사람들로 가득해보였고, 우리 매장도 사람들이 하나 둘 찾아왔다.
"이건 얼마에요?"
"그거 가격 그 안에 써 있잖아요."
허름한 티셔츠와 반바지를 입은 남자가 매장에 들어와 옷을 쭉 둘러보다 주위에 있던 직원에게 물었다. 얼마냐고. 직원은 귀찮다는 듯이 의자에 앉아 남자가 손에 들고있던 옷을 가르키며 안에 써있다고 말했고, 남자는 기분이 상했다는 듯 얼굴을 구겼다. 아깝네, 잘생겼는데. 라는 생각이 들자마자 카운터에 기대있던 몸을 일으켜 남자에게 향했다.
"죄송합니다, 고객님."
"..."
"저희 직원이 실례를 범했네요."
"뭐야."
"고객님께서 들고 계신 옷은 1,450,000원 입니다."
"뭐야, 살게요."
"감사합니다 손님."
고개를 숙이며 남자에게 말했고, 남자는 구겨졌던 얼굴을 피고는 나에게 옷을 건네고는 카운터로 걸어갔다. 아, 많이 왔던 사람인건가. 옷을 들고 카운터로 들어가 계산을 마친 뒤 쇼핑백에 넣어 남자에게 건넸다. 수선은 저쪽 센터로 가셔야 합니다. 내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남자가 말했다.
"너, 제외하고 다 준비하라고 전해줘."
"네?"
"밥줄 끊길준비 하라고."
영문을 모르겠는 말을 하는 남자를 바라보려 고개를 들자 웃으며 나를 바라보는 그 남자가 있었다. 웃으니까 잘생겼네. 별 생각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알겠습니다. VIP고객이라도 되는건지. 기고만장한 남자의 태도가 신기했다. 옷은 왜 저러고 입고온거래. 나를 바라보며 벙찐표정을 짓고있는 신입에게 말했다.
"들었지, 신입."
"..."
"너, 잘릴거래."
내 말에 씩씩거리며 직원 휴게실로 들어가는 신입을 바라보다 고개를 저었다. 뭐 그리 열받는다고. 그렇게 점심시간이 찾아왔다. 점장님이 다가와 나에게 말했다. 밥 안 먹냐? 먹을거에요. 점장님의 물음에 반사적으로 답하자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어차피, 친구도 없어서 못먹으면서. 점장님의 말이 사실이었다. 간간히 들려오는 소리로는 내가 꽃뱀이라는 소문이 있어서 나를 멀리한다는, 그런 소리를 들었다. 굳이 부정하지 않는건, 아마 사실일 수도 있으니까. 점장님의 눈을 바라보며 말했다.
"뭐 어때."
"어?"
"네가 나랑 먹어줄거 아니야."
"웃겨, 정확하지만 인정하기 싫다."
"뭐야 그건."
그거 들었어? 뭐. 오늘 회장님 동생이 몰래 백화점 돌아다니셨다던데. 근데? 몰라서 묻냐, 잘못 찍힌 사람은 끝이지. 쓸데없는 소리를 나누며 아래층에 위치한 음식점에 들어섰다. 별로 먹고싶지 않은 마음에 그냥 음료수만 쪽쪽빨며 진은이가 음식을 다 먹기를 기다리다 아까 본 남자와 눈이 마주쳤다. 어, 옷 바뀌었다.
"너, 아까 본 애 맞지."
"네?"
"아까 나한테 사과 한 애."
"..."
"...본부장님?"
나를 내려다 보던 그 남자는 어느새 옷을 말끔한 정장으로 갈아입은 채 머리까지 모두 깔끔하게 정리되어있었다. 남자는 나를 향해 말했고, 진은이는 남자를 향해 말했다. 본부장님이라면, 회장님 동생? 놀라 눈을 크게 뜨고 남자를 바라보자 골치 아프다는 듯 뒷목을 살짝긁다가 웃으며 나를 향해 말했다.
"들켰네."
살짝 어색한 웃음을 짓는 남자의 이름은 전정국이었다.
잊지 마세요 독자여러분.
이 글의 주인공은 정국이가 아니라는거☆
댓글 쓰시고 구독료 돌려 받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