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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소년단/민윤기/김태형] 몽상가들 (The Dreamers) : 03 | 인스티즈

몽 상 가 들

; The Dreamers


作 캣츠아이




Drake - From time



BGM 필청 부탁드립니다.






# # #





기숙사 방에 도착했지만 하필 이럴 때 태형이도 보이지 않았다.

나는 달달 떨리는 손끝을 잘근잘근 깨물었다.

손톱이 파여서 피가 나는데도 물어뜯는 것을 멈출 수가 없었다.




한참이나 손톱을 물어뜯던 나는 어쩔 수 없이 연습장과 4B 연필, 그리고 지우개를 집어들고 달려나갔다.

아직 해가 지지 않은 복도를 가로질러 연습실로 최대한 빨리 뛰어갔다.

연습실 안에는 다행히 아무도 없었다. 나는 문을 잠그고 불을 키지 않은 채 전면 거울에 바짝 붙어앉았다.




연습장을 펼쳤다.

연습장엔 그동안 내가 그렸던 민윤기의 신체 부위들이 가득했다.


나는 새로운 페이지를 펼쳐, 아까 머릿속에 박아두었던 민윤기의 손을 다급하게 스케치했다.

윤곽을 잡은 뒤에 마디마디의 음영을 살려내려 눈을 감았다. 불거졌던 마디와, 두꺼운 손가락….

그리고 순간 놀라 눈을 떴다.




내가 지금 뭘 하고 있는 거야.


그림을 그린다는 것을 들켜서는 안 된다는 것을 지나친 흥분으로 잊고 있었다.

나는 그렸던 민윤기의 손을 지우개로 세게 지워버렸다.

앞장에 있을 다른 그림들도 하나하나 지우려다, 결국 한 장 한 장 잘게 찢어서 쓰레기통에 버리기로 결심한다.




종이를 잘게 찢은 채 품에 안아들고 학교 뒤 소각장으로 향했다.

가장 구석에 종이조각들을 털어놓은 뒤 연필과 지우개도 함께 버렸다.

연습장 자체도 같이 버렸다.



어차피, 내가 이렇게 발악해도 나는 영원히 그림을 그리지 못할 것이다.

괜히 눈물이 날 것 같은 기분을 꾹 눌러담고 소각장을 나섰다.

거울 속에 멀리서 민윤기가 숨어서 그 모든 것을 다 지켜보고 있는 것이 비쳤기 때문이다.



나는 민윤기를 발견하지 못한 척, 뒤를 돌아보지 않고 그대로 멈추어섰다. 소각장 옆에 달린 볼록 거울은 민윤기의 모습을 그대로 비추었다.

작곡 노트를 펼쳐 무언가를 끄적끄적 적은 민윤기는 이내 사라졌다.




이로써 알 수 있었다.

민윤기가 아까 '우연히' 우리의 모습을 보았다고 한 것은 거짓말이었다는 것.

그리고 민윤기는 내 모습을 자신의 음악적 영감으로 쓰고 있다는 것.

또, 의도적으로 나를 쫓아다니고 있다는 것.




태형이의 말이 사실이었다.

민윤기는 우리의 사이를 꿰뚫어보기 위해 사활을 다하고 있었고, 내게서 영감을 원했다.

나는 입술을 세게 깨물었다. 더 열심히 피아노를 칠 이유가 생겼다.



* * *



연습실로 향하던 중, 눈에 잘 띄지 않는 구석에서 아이들 대여섯 명이 몰려있는 것이 보였다.

딱 보아도 아이 하나를 굴려서 마구 패는 모양이었다.

여자 하나가 덤볐다간 뼈도 못 추릴 것이 분명해 그냥 지나치려 했다.




하지만 이끌리듯 멈추어섰다.

고통에 찬 신음이 높고, 아름다웠기 때문이다.





나는 그 쪽으로 다가갔다.

아이들의 형태가 점점 정확하고 또렷하게 보였다.

그리고 지붕에 앉아 모든 것을 방관하고 있는 아이가 누구인지도 보였다.




"김태형."

"…김탄소?"

"너 여기서 뭐해."




사람을 눕히고 마구 때리던 아이들은 나를 보자마자 도망갔다.

씨발, 좆됐네. 중얼거린 태형이가 지붕에서 훌쩍 뛰어내린다.





"혼자 왜 여기 돌아다녀?"

"니가 왜 이런 데 있냐고 물었잖아."

"민윤기랑 떡이라도 치고 왔어? 소각장에서?"

"너 지금 무슨 소리야."

"둘이 내 연습실에서 키스 잘만 하던데."

"…봤어?"

"더러운 년."




상처받을 새도 없었다.

내게 폭언을 퍼붓는 태형이의 눈이 슬펐다.

어느 날 태어나버린 동생에게, 부모님의 사랑을 몽땅 뺏긴 아이처럼 억울한 표정이었다.





"김태형. 일단 들어가서 얘기해."

"뭘 얘기해. 더 얘기할 것도 없어."

"……."

"민윤기는 잘하디?"

"……."

"얼굴 보니까 울었네. 울 만큼 좋았어?"

"김태형."

"……."

"입 다물고 당장 들어가. 더러운 소리 그만 지껄이고."




태형이는 침을 휙 뱉더니 빠른 속도로 사라졌다.

자신이 저런 말을 뱉으면서, 자기가 그 몇 배로 상처받는 아이이기 때문에.

나는 한숨을 쉬고 무릎을 굽혀 쓰러져있는 아이를 자세히 살폈다.




박지민. 명찰에 쓰인 이름이었다.

아이는 의식을 반쯤 잃은 것처럼 눈에 초점을 좀처럼 잡지 못했다.

나는 일단 아이를 세게 쳐서 깨운 뒤, 일으켜세우고 내 어깨에 팔을 두를 수 있도록 도왔다.




아이를 보건실에 데려다준 뒤 침대에 눕혔다.

일단 얼굴에 난 상처라도 소독하고 약을 발라준 뒤 밴드를 꼼꼼히 붙여주었다.

그리고 일어나서 나가려는데 손목이 턱 잡혔다.




"……?"




의아해진 내가 뒤를 돌아보자, 아이는 눈을 게슴츠레 떠 내 얼굴을 잠시 쳐다보더니 금세 힘이 풀린 듯 눈을 감았다.

툭 떨어진 손을 쳐다보다가, 이불을 똑바로 덮어주고 보건실을 나섰다.





연습실에 돌아가 계속 반복해서 인생의 회전목마를 연습했다.

쉬워보이는데 여러가지 선율을 한번에 표현해야 하기 때문에 여간 집중력이 필요한 것이 아니었다.

나도 태형이가 가진 표현력을 반만 갖고 태어났더라면 좋았을 텐데.

결핍된 천재성을 오늘도 탓하며 부러진 손톱 위에 테이프를 칭칭 감았다.




오늘 지나치게 많은 일이 일어난 탓에 몸이 힘들었다.

새벽 세 시가 되어서야 녹초가 되어 몸을 일으킨 내가 휘적대며 기숙사로 향했다.




기숙사 문을 열자 뜬 눈으로 천장을 쳐다보고 있던 태형이가 휙 나를 쳐다본다.

최대한 빨리 자기 위해서 옷가지를 챙겨 재빠르게 씻고 나왔다.

그러자 태형이가 나를 휙 잡아당겨 제 품에 안았다.





"누나."

"응."

"미안해."

"응."

"아팠지."

"아니."

"화가 많이 났어. 앞으로는 안 그럴게."

"죄 없는 애 때리진 마."

"누나한테 나쁜 말도 안 할게."

"나쁜 말인 줄은 알았네."

"사랑해."

"나도."




다시 어린 아이 같은 표정을 지은 태형이가 입을 맞춰온다.

나는 따뜻한 체온 속에서 스르르 잠이 들었다.




* * *




여전히 지루한 수업을 듣다 깜빡 자 버린 모양이었다.

치마가 짧은 탓에 태형이가 내 다리에 늘 덮어주는 가디건이 흘러내려가 있었다.

나는 가디건을 끌어올린 채 다시 책상 위로 엎드렸다.




"김탄소."




나를 부를 사람이 없는데. 의아해져 주위를 돌아보자 같은 반 여자애가 날 부른다.





"누가 너 찾아왔는데."

"누가."

"성악과래."




성악과? 누구지.

나는 눈을 비비며 뒷문으로 다가갔다.




"저…."

"아."




아이가 조심스레 고개를 들었다.

흘끗 명찰을 쳐다보았다. 박지민. 어제 도와주었던 앤가 보다.



"어제 고마워서."

"……."

"뭐라도 줘야 될 것 같아서 왔어."




그리고 내미는 건 단지에 담긴 바나나 우유였다.

눈도 제대로 마주치지 못한 채 휙 주는 것이 귀여워서 웃음이 조금 샜다.




"고마워 지민아."

"내 이름을 어떻게 알아?"




어지간히 놀랐는지 눈을 동그랗게 뜨고 휙 고개를 든다.

나는 여전히 웃으며 명찰을 손가락으로 쿡 찌르듯 가리켰다.

그러자 아.. 하고 다시 고개를 푹 숙인다.




"죄 지었어? 왜 이렇게 날 못 쳐다봐."

"……."

"목소리 예쁘던데. 고마우면 나중에 노래 한 번 불러줘."




끝까지 웃어주며 지민이를 반으로 돌려보냈다.

표정을 지우고 돌아서는 순간, 수근대는 소리들이 들려왔다.




'걸레년. 또 기둥서방 만들었나?'

'꼬리치는 거 봐. 여우 같은 년.'




한숨을 내쉬었다. 진짜 귀찮고 재미없어.

바나나 우유를 가까운 책상 위에 내려놓은 뒤 나를 흘겨보며 까는 여자애들의 머리채를 휘어잡았다.

무릎을 발로 차서 꿇린 뒤 양 손으로 각각 쥔 머리카락을 세게 잡아당기자 여자애들은 눈물을 찍 짜내며 소리지른다.





"씨발년아. 다시 말해봐."

"아, 아파!"

"다시 말해보라고. 내 얼굴 보고."




기껏 잘 까다가도 꼭 이렇게 판을 깔아주면 못하더라.

나는 세게 머리채를 놓았다. 그러자 휙 나가떨어진다.




"제발 면전에 대고 못할 말이면 맘대로 나불거리지 좀 말아주라."

"……."

"재미도 없고, 지겨워, 진짜."




주변을 둘러보았다. 민윤기가 날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답하듯 눈을 오래 마주쳤다. 시선을 먼저 피한 것은 민윤기였다. 


시선이 떨어지고 나는 내려놓았던 바나나 우유에 빨대를 콕 꽂은 뒤 유유히 교실을 빠져나갔다.

태형이가 있을 옥상으로 가는 것이었다.




* * *




옥상에 올라가도 태형이가 보이지 않아서 고민하다 그냥 그대로 연습실로 직행했다.

태형이가 개인 교습을 받고 있을 수도 있으니, 내 연습이나 해야겠다는 심산이었다.



예상 외로, 연습실은 비어있지 않았다.

불이 꺼진 연습실 속 민윤기가 또 피아노 건반만 쳐다보며 앉아 있었다.

나는 이번에는 불을 키지 않고 건너편의 내 피아노에 털썩 앉았다.

민윤기는 나에게 시선도 주지 않았다. 다만 내가 피아노 커버를 열자 연습을 시작했다.




해가 질 때까지 각자 연습만 했다.

두 개의 피아노 소리가 서로 부딪혔지만 각자의 피아노 소리에만 집중했다.

눈을 감고도 정확히 위치를 짚을 수 있을 때가 되어서야 민윤기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




"김탄소."

"어."

"연습이 되는 것 같아?"

"하고 있잖아."

"어제는."

"어제 곡 정했잖아."

"그래서 했어 안 했어."

"조금 했는데."




민윤기의 날카로운 눈이 거울을 통해 날 꿰뚫듯 다가왔다.

결코 어제 연습한 양이 적은 양이 아니었음에도 거짓말을 한 이유가 있었다.


나는 남들의 몇 배로 노력해야 겨우 따라가는 둔재였기 때문이다.

굳이 약점을 드러내 보일 필요는 없었다. 언젠간 경쟁 상대가 될 수도 있었다.

내가 그럭저럭 탑을 달리는 것은, 태형이와 함께하고자 하는 초인적인 집념이 남들의 수십배에 달하는 노력을 끌어냈던 것이었다.




"그럼 서로 맞춰볼까."




낮은 민윤기의 목소리를 끝으로, 나는 여리게 손가락을 건반 위에서 움직였다.

거울에 비치는 민윤기는 눈을 감은 채 타이밍을 재고 있었다.




이윽고, 선율이 합쳐지는 구간에서 민윤기의 손가락이 우아하게 유영한다.

나는 기계적으로 손가락을 움직이며, 의식으로는 거울만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눈을 감고 피아노를 치는 민윤기의 천재성에 끔찍한 사랑을 느꼈다.

심장께가 가운데로 확 조여드는 것처럼 아렸다. 민윤기의 하얀 얼굴이 희여멀건하고 옅은 달빛을 받아 반짝였다.




사랑이었다.




깨닫자마자 손가락이 돌처럼 굳었다.

내가 연주를 중단하자 민윤기가 의아한 표정으로 눈을 떴다.

나는 떨리는 손으로 피아노를 짚고 일어났다.




"왜 그래."

"……."

"김탄소?"




내가 아슬하게 비틀대며 문을 향해 걸어가자 민윤기가 달려나와 내 손목을 잡았다.

민윤기의 몸이 내 몸에 닿자마자 힘이 확 풀려버렸다.

바닥에 그대로 쓰러지기 직전, 민윤기가 재빠르게 나를 받아들었다.




민윤기의 하얀 얼굴이 시야에 가득 찼다.

나는 주체할 수 없이 빠른 맥박과 호흡에 어찌할 줄 모르다가, 민윤기의 목을 꾹 잡아당겼다.

민윤기의 얼굴이 한 층 더 가까워졌다.

나는 그대로 고개를 들어 민윤기에게 입을 맞추었다.





# # #




캣츠아이입니당.

비회원분들... 못 보신 2편이 사실 별 수위 없거든요. 그래도 흐름이 끊기니.. 어떻게 보여드릴 수 있을까요?


많은 분들이 봐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8ㅁ8

요즘 왜 이렇게 글이 잘 써질까요. 제가 원래 이렇게 1일 1글 가능한 그런 사람이 아닌데..

혹시 제 글이 분량이 좀 짧은 편인가요? 한 편이 이렇게 쉽게 써질 리가 없는데!


아 그리고 태형이도 나쁜 아이가 아니에요. (((태태)))

오늘은 새 인물 지민이가 등장했습니다. 지민이 소중한 지민아... (((짐니)))



금방 또 찾아뵙겠습니다.

좋은 밤 되세요!







ㅣ 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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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회원226.199
끊기는 감이 없지 않아 있는데 그래도 글이 좋아요! 표현하시는 것도 정말 좋고 ㅠ.ㅠ 저 혹시 암호닉 안 받으시나여 ! ....
8년 전
독자2
박지민이다했네 그래서지민아노래는언제불러준다고???
난오늘밤이괜찮은거같은데 우리집에서라면먹고갈래^^??

8년 전
독자3
와 오늘 특히 분위기가ㅠㅠ퇴폐적이네요ㅠㅠㅠ지민이도 나오고ㅠㅠㅠ좋아요
8년 전
독자4
와ㅠㅠ진짜 이글을 이제서야 발견했다니ㅠㅠ저 몽상가들 영화 진짜 좋아하는데ㅠㅠ작가님 글 계속 써주셔야 해요 으어ㅠㅠㅠㅠ
8년 전
독자5
분위기최고ㅠㅠ
태형이 여주 윤기는 이제 어떻게 될까요ㅠㅠ진짜
ㅠㅠ다음편도 기대합니다!!!

8년 전
독자6
아ㅠㅠ설레ㅠㅠㅠㅠㅠ 지민이도 등장했네여!!! 저 세명 어떻게 될지 왕궁금ㅠㅠㅠㅜㅜㅜㅠ
8년 전
독자7
이제야 봤다니 대박진짜ㅠㅠ
작가님 이거 연중하면 울거에요 저ㅠㅠㅠㅜ
아 그리고 암호닉 안 받으시나요 혹시!!!

8년 전
독자8
정말 제가 여기서 본 글중에 제일 분위기 깡패글인거같아요ㅠㅠ 어떻게 이렇게 글을 잘쓰시는건지 이런 대작을 사람들이 많이 모르는게 아쉬울 정도로 정말 좋아요 작가님 글ㅠㅠ 윤기를 좋아하는 걸로 마음을 알게되면 이제 태형이는 어떻게 되는건가여..☆ 우리 지민이는 저랑 행쇼하는 걸로 바나나우유ㅠㅠㅠ기여웡ㅠㅠ
8년 전
독자9
으아.. 재밌어요! 보면 볼수록 왜 이제 봤을까 다른 사람들도 보여주고싶다! 이 생각이 들어요 잘봤습니아
8년 전
독자10
어후 세상에 분위기 발려요.. ㄹㅇ 지민이까지 등장했네유.. 윤기 좋아하는 걸 알고나서 이제 태형이는 어떻게 될 지 궁금함다..
8년 전
독자11
입을 맞췄는데!!! 그랬는데!!!!!! 진짜 관계가 장난아니네요 지민이 귀여워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점점 더 갈등이 고조되려나 ㅠㅠㅠㅠㅠㅠ
8년 전
독자12
와..........분위기.......김태형ㅇ대ㅏㄱ......와.......발려요......ㅁㄴ윤기.....와...
8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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