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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자리 박찬열 

쪽잠 

 

 

 

 

 

 

 

어, 아직 안 왔나. 

한산한 교실의 뒷문을 열고 찬열이 들어왔다. 등교하기에는 이른 시간이라 그런지 기숙사에서 생활하는 몇 명만 자리하고 있을 뿐 교실은 휑했다. 에어컨을 튼 지 별로 안 됐는지 아직 시원하지 않은 공기에 찬열은 미간을 찌푸렸다. 괜스레 하복 셔츠를 팔락거리며 자리를 눈으로 훑었다. 그 흔한 물컵이나 책 하나 올려둔 것 없이 깔끔한 자신의 책상과 붙어있는 자신의 옆자리를 보고 찬열은 묘한 표정을 지었다. 

 

언제쯤 오려나. 

비어있는 자신의 자리에 아무것도 든 게 없는 학생 코스프레용 가방을 대충 걸어두고 책상에 그대로 엎드려버렸다. 

 

 

 

 

더위는 그렇게 오래 찬열을 괴롭히지 않았다. 맨 뒷자리 에어컨의 바람이 바로 내리쬐는 곳이라 그런지 한기가 바로 전해졌다. 시간이 지나자 조금 춥다는 생각이 들기까지 했다. 찬열은 차게 식은 자신의 팔을 쓸어내리며 슬쩍 아직 자리의 주인이 도착하지 않은 옆자리를 흘겨보았다. 어지럽게 쌓여있는 수능완성, 그리고 그 위에 단정하게 적혀있는 이름 석 자. 

 

김여주. 

그 이름은 찬열의 마음을 들뜨게 하기 충분했다. 관심을 두게 되고 무슨 일인지 궁금하게 되는, 마음 한편을 시큼 새큼하게 만드는 마법의 주문이라는 유치한 생각을 하게 하기도 했다. 이름도 이름 나름대로였지만 이름의 주인이 자신의 짝사랑 상대여서 더 그럴 것이었다. 자신의 옆자리. 박찬열이 한여름의 열병같이 끙끙 앓는 짝사랑. 

 

팔을 뻗어 네임펜으로 꾹꾹 눌러 적힌 이름을 쓸어내렸다. 김, 여, 주. 손가락으로 글씨를 따라 쓰며 찬열은 옅게 웃음을 지어 보였다. 

 

 

 

 

 

 

찬열과 같은 반인 학우들은 반에 들어올 때마다 깜짝깜짝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학교에 양아치라고 소문난 찬열이 학교를 오다니. 지각도 아니고 제시간에 등교하다니! 이런 반응이 보편적일 정도로 찬열의 학교 내 입지는 그다지 좋은 편은 아니었다. 무뚝뚝하고 싹수없고 학교 수업도 거의 듣지 않는 양아치 오브 양아치. 탑 오브 양아치라는 타이틀을 달고 다녔다, 찬열은. 

 

18대 1로 싸워서 옆 공고 애들을 이겼다거나 하루에 담배 두 갑을 조져버리는 골초라는 헛소문도 돌기도 했지만 찬열은 부러 해명하고 루머를 잠재울 생각은 하지 않았다. 그런 루머들을 받아 기분이 좋다는 관종같은 면모는 아니었고 타이틀 덕에 귀찮은 것들이 절로 떨어진다는 것이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냥 박찬열은 개썅마이웨이였다. 뭐 어때, 귀찮게만 안 하면 장땡이지. 

 

 

 

 

 

"박찬열이 또! 박또!!" 

 

하지만 귀찮게 하는 사람은 딱 하나 있었다. 떨어트리려고 해도 떨어지지 않는 찰거머리, 부랄친구 변백현. 백현의 목소리에 찬열은 황급히 여주의 책에서 손을 거두며 싫은 소리를 냈다. 뒷문에서 쿵쿵대며 가방도 내려놓지 않고 백현이 소리를 내지르며 찬열에게 다가왔다. 좀 제발 그냥 가라. 와그작 인상을 쓰는 찬열과 달리 백현은 그의 옆에 서서 놀라움을 감추지 않고 감탄사를 연발했다. 

 

입고 온 속옷 색깔도 알 정도로 친하다며 자부하는 백현이 찬열을 이 시간에 학교를. 그것도 이주일 연속이나 빠지지 않고 보고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학교 오라고 오라고 별 지랄해도 안 오더니만. 당구장 죽돌이가 무슨 일로 학교를 나왔데? 

 

 

 

"요즘 왜 이래? 뭐 잘 못 먹었어?" 

"귀찮게 굴지 말고 좀 꺼져." 

"힝. 쟈가운 쟌열이..." 

 

휘휘. 찬열은 고개도 들지 않고 팔을 휘적거리며 귀찮은 참새를 내쫓듯이 백현에게 말했다. 찬열의 시원치 않은 태도에 백현이 강아지처럼 낑낑대며 찬열을 바라보았다. 그런 게 통할 리가 없지. 찬열은 그저 백현이 신경끄고 얼른 자기 자리로 가줬으면 했다. 

 

 

 

 

 

 

"…. 아, 안녕?" 

 

엎드린 채로 여주의 자리 쪽으로 고개를 돌려 따분히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그 순간 여주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여주가 자신의 자리 쪽을 바라보고 누워있는 찬열에게 인사를 건넸다. 찬열의 시야에 가득 찬 여주의 모습에 찬열은 안 그래도 큰 눈을 동그랗게 떴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찬열은 아무렇지 않은 척 여주를 훑어보며 짧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곤 다시 얼굴을 책상에 묻었다. 

 

무미건조하고 딱딱한 반응에 여주가 자신의 뒷머리를 긁적이며 자리에 앉았다. 반응이 뭐 이래. 푹 고개를 숙인 찬열을 잠시 바라보며 입술을 삐죽거렸다. 

 

 

 

 

 

 

 

 

 

찬열이 엎드리고 고개를 들지 않은 지도 벌써 세 시간이 넘어버렸다. 수업시간은 물론이고 쉬는 시간에조차 고개를 들지 않고 내리자는 찬열을 보고 여주는 감탄했다. 어떻게 한 번도 안 깨고 잘 수 있지. 불편하지도 않나. 엎드린 둥근 찬열의 머리통을 빤히 바라보다가 이내 시선을 거두었다. 

 

"좀 춥네." 

시간이 지날수록 견딜 수 없을 만큼 싸늘한 에어컨 바람에 오소소 돋아버린 자신의 팔을 쓸어내리며 중얼거렸다.그 말이 여주의 목소리를 입고 나오자마자 찬열이 몸을 천천히 일으켰다. 그리고는 자신의 의자에 걸려있는 자신의 체육복 상의를 건넸다. 너 입어. 

 

 

"나 입으라고?" 

"..." 

"고마워, 잘 입을게. 찬열아." 

 

말없이 고개를 까닥이는 찬열을 보고 여주가 눈을 접어 샐쭉 웃어 보였다. 그 웃음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찬열은 다시 고개를 묻었다. 고개를 묻은 찬열은 입이 찢어질만큼 크게 웃으며 방금 있었던 일을 생생하게 회상했다. 어떡하지. 웃는 것도 엄청 예쁘네. 나한테 고맙데. 찬열이래. 

 

방정맞게 올라가는 입꼬리를 찬열은 잠시 진정시키고 고개를 슬쩍 돌렸다. 몇 사이즈는 큰 자신의 옷을 접어 입고 공부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며 찬열은 밖으로는 차마 뱉지 못하는 말들을 속으로 뱉어냈다. 옷 접은 거 봐. 진짜 귀여워 죽겠다. 어떡하지. 고백할까. 아니야. 고백 안 할 거야. 그냥 이대로 있는 것도 좋으니까. 아무도 모르겠지. 아무도 모를 거야. 

 

푱푱, 여주에게로 향한 찬열의 마음이 불쑥 불쑥 고개를 내밀었다. 

 

 

 

 

 

 

 

 

 

 

 

 

여주는 난감했다. 수학 공식이 나열되어있는 자신의 수능특강을 내려다보다가 어색하게 웃음을 터트렸다. 계속해서 자신의 귀를 간지럽히는 목소리. 익숙한 목소리. 찬열의 마음의 소리가 여주의 귀에 들려왔기 때문이었다. 

 

어떡하지. 

웃는 것도 엄청 예쁘네. 

나한테 고맙데. 

찬열이래. 

옷 접은 거 봐. 진짜 귀여워 죽겠다. 

어떡하지. 고백할까. 아니야. 고백 안 할 거야. 

 

 

그러니까 찬열아. 

다 들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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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회원33.193
응ㅠㅠ 우앙 완전좋아요ㅠㅠ 설레고 엎드려서 실실 웃는 챤열이도 상상가고ㅠㅠㅠㅠ 뭔가 간질간질설레요♡♡♡좋은글 정말 감사해요 다음편도 기대할께요ㅎㅎ!!! 설마 단편은 아니지여ㅠㅠ???
8년 전
독자1
헐..ㅜㅜㅜ이런글 진짜 제취향입니다ㅠ 찬열이가 기다리는모습도 상상하고 여주가 찬열이 마음속의 소리 들으면서 웃는것도 상상가고ㅠㅠ작가님 사랑해요ㅠㅜ
8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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