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O/오세훈]
독방에서 글 클릭 잘못 하는 바람에 오세훈 과거로 옴.5
내 앞에서 활짝 웃는 오세훈의 뒤로는
"세훈이가 아는 분이니?"
나란 사촌을 둔 적이 없는 오세훈의 부모님이 계셨다.
...처음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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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훈이를 향해 뻗어지다 공중에 멈춰버린 내 손, 피지도 차마 굽히지도 못해 중간에 어정쩡하게 굽어버린 허리, 살짝 구부린 무릎. 세훈이의 뒤에 계신 세훈이의! 부모님을 보고는 모든 게 정지해버렸다.내 뇌의 회로도 내 몸도 그리고 ...내 인생도...
앞서 말한 저 자세 그대로 고개만 살짝 들은 채, 겨우 세훈이의 부모님을 쳐다보았다. 간신히 얼굴로다가 지어보인 어색한 웃음, 뒤이어 세훈이의 부모님과 내 사이에 감도는 어색한 정적이 켁켁, 내 숨을 미치도록 막히게 한다.
드라마를 보면 항상 악녀의 구라가 탄로난 다음에야 드라마는 끝이 난다. 그 이후, 악녀의 길로는 아니, 말로라고 해야 더 정확한가? 무튼. 악녀의 엔딩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뉘어 버리지. 철컹철컹 혹은 자신이 있어야 할 곳으로 돌아가 혼자 존나 숨죽이고 살아가는거다. 그리고 지금! 난! 보시다 싶이 보기좋게 탄로가 난 상태이고, 비록 악녀는 아니지만 어린아이에게 사촌누나라 접근하여 졸졸 따라다녔다는 행위는 정상이라 볼 수 없으니 말이다.
"누구...?"
연달아 터질 것이 터진다. 이제 '안녕하세요 처음 뵙겠습니다! 저는 범법자입니다!' 라고 우렁찬 자기소개와 함께 수갑을 차는 일만 남은 것인가. 세훈이의 어머님으로 짐작되는 아주머니께서 나에게 가까이 다가오셔서 사람좋은 미소로 물으신다. 하... 어머님은 참 착하시구나. 이 와중에도 스믈스믈 기어나오는 내 빠순심, 존경합니다 병신아.
곱사등이도 아니고 첫만남에 계속 구부정한 자세로 있을 수는 노릇, 바른 자세로 서서 고개를 꾸벅 숙였다. 안녕하세요! 엄청난 긴장감에 음향 조절도 못한 채 크게 인사하는 날 보며 호호호 웃으시더니만, 그래서 누구..? 라고 다시 되물으신다.
저로 말할 것 같으면요. 어머님 아들 납치하려고 온 나쁜 년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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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내 대답만 나오면 되는 차례. 아 저는.. 저는요! 하하 저는.. 제가 누구냐며는.. 두 손을 잡았다가, 얼굴을 긁적였다 머리를 만졌다 정신없이 우왕좌왕 하고 있는데, 아까부터 말도 안하고 엄마 옆에서 물끄러미 날 쳐다보던 세훈이가 터벅터벅, 내 쪽으로 다가온다. 그러더니만 지 엄마쪽으로 휙 몸을 돌리는 것 아닌가. 이 누나가 사촌누나라고 속이고 저 따라다녔어요!
머릿속에서 가상 시나리오가 플레이 되고 심지어 삐용삐용 울려대는 경찰차 소리까지. 환청이 들리는 듯 하다. 내 옆으로 다가 온 세훈이를 차마 쳐다보지도 못하고, 목이 빠져라 내 대답만 기다리고 계시는 어머님께 시선을 고정시킨 채 떨리는 입을 뗐다.
"저는-"
"내가 아는 누나야!"
깜짝 놀래 어느새 내 앞을 가로막아 선 오세훈 쳐다보았다. 분명 오세훈은 새하얀 표정으로 새빨간 거짓말을 하고 있었다. 무슨 생각인건지 도통 알 수 없는 그런 표정을 하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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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하하 그랬단 말이에요? 이야 자장면 아저씨께서 나빴네~"
"아,아니예-"
"누나가 쿵쾅쿵쾅 다가와서 세훈이에게 이게 무슨 짓이에요! 막 이렇게 소리지르면서 자장면을 그 아저씨 얼굴에다 던졌어! 완전 멋있었어"
이 무슨 상황이냐 하며는, 상견례 자리 아니, 세훈의 졸업식 가족과의 외식 자리에 불편하게 껴 있는 상태이다. 세훈이는 보기좋게 들통이 난 것과 마찬가지인 내가 의심스럽지도,자신에게 구라를 깐 나쁜 누나라고 배신감이 느껴지지도 않는지 아까부터 신이 난 채로 내 이야기를 영웅담 풀어 놓 듯 하는 중이다. 우선 모른 척해주는 거 고마운데 세훈아...
쿵쾅쿵쾅 이라니!!!!!
너 너무 솔직한 거 아니니? 쿵쿵으로 딜하자. 지금 나는 다른 가족의 외식 자리에서, 무려 내 옆에는 오세훈, 내 앞에는 미래의 어머님, 아버님이 다 나만을 보고 계시는! 그런 분위기 속에서 장난아니게 잘 먹고 있는 중이시다. 내가 음식을 잘 먹을 수 있겠나!!! 라는 식당 오기 전 내 걱정이 부질 없게 말이다. 쮸쮸바 이후의 첫 음식 ... 존나 최고다. 그렇게 감동받아 폭풍 흡입을 하는 나에게 세훈의 어머니께서 다른 질문을 던지신다.
"그래서 지금 몇 살이에요?"
"아 저요? 전 세훈이랑 동갑이에요!"
캬캬컄캬 놀라셨죠! 저 세훈이랑 친구다요~ 어머님과 아버님의 살짝 굳어진 시선을 따라가니 역시나 조그만 입으로 밥을 먹고 있는 내 가슴 밑의 오세훈이 보인다. ..아 존나 잠깐만. 한 참을 앞에 계시는 세훈이의 부모님만 보며 밥을 먹었더니 지금이 과거라는 것을 까먹었었나보다. 아악!!!! 난 왜 항상 정신을 놓아버리는 걸까? 위기 없이 한 큐에 갈 수는 없는 것인가. ..아니 근데 그럼 난. 몇살이라고 해야 하나?
"도오옹 갑~ 동갑이고 싶다!! 세훈이가 참 부러워요.어쩜 이리 시간은 빨리가는지! 전 22살이에요 호호호"
재빨리 말을 바꾸며 수습을 하니 세훈의 어머님께서 이내 굳어진 표정을 풀고는, 에이 장난도~! 한 차례 손 짓을 휘적이신 후 다시 다음 질문으로 넘어가셨다.
"세훈이는 언제 처음 알게 됐어요?"
쉬지 않고 마주하는 위기. 오늘 무슨 날인가? 이 대답엔 또 어떻게 대답하여 피해가야 하나, 끙끙 대며 또 다시 말을 끌었다. 저.. 저.. 그 순간, 열심히 먹고만있는 줄 알았던 오세훈이 불쑥 튀어나와 그런 내 말을 가로막는다.
"엄마 아빠가 내 학예회때 바빠서 못 온댔잖아. 근데 그 때 누나가 대신 와줬어. 맛있는 것도 사주고 집에도 데려다주고, 웃어도 주고. 그래서 나 진짜 재밌구 외롭지 않았어."
음식을 먹는 그 시선 그대로, 아무렇지 않게 말하는 오세훈의 모습이 슬쩍 옆으로 보이는데, 이건 마치 13살 짜리 꼬마에게 흑기사 받는 기분. 오세훈 혹시 너 지금 나 보호하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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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너무 잘 먹었습니다! 조심히 들어가세요~!"
"그래요, 집에 잘 들어가고 나중에 볼 기회 있음 꼭 또 봐요."
이런 너무나도 착하신 어머님.. 시종일관 따뜻한 미소로 대해주시는 덕분에 헤어지기 싫을 정도로 정이 들어버려 쉬이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는다. 세훈이도 잘 가고 다음에 봐. 라며 세훈에게도 인사를 하는데 세훈이 저 엄마의 팔을 당기더니 나 졸업식 선물 주면 안돼? 라고 보챈다. 이 자식아 그런 사담은 내가 가고 나서 하란 말이다, 오세훈한테 인사.를 씹힌 채로 내가 낄 자리가 없는 자리에서 또!! 어색하게 서 있었다.
근데 뒤이어 들려오는 세훈이의 목소리.
"누나랑 동물원 다녀오게 해주세요."
느아?
"하하.. 세훈아~ 누나도 이제 쉬어야지"
어머님께서 곤란한 듯 나를 한 번 쳐다보시고는 다시 세훈이에게로 고개를 돌려 세훈이를 말리셨다. 나까지 당황하여 세훈아 너 졸업식인데, 가족이랑 보내야지 라고 세훈이에게 말하는데.
"누나 세훈이랑 같이 가주라, 응? 제발. 제바알~"
날 보며 간절하게 애원하는 세훈이를 마주하니, 시발 무슨.. 이성은 무슨, 그래!!! 누나가 동물원 지어줄게. 아니 내가 동물흉내라도 내서 너의 소원을 이루어 줄게!!!
할 수 없다, 나까지 합세하여 세훈의 어머님께 간절한 눈빛을 하였더니, 세훈의 어머님께서 미안하다는 표정을 지으시며 이런.. 미안한데. 그럼 부탁해도.. 될까요? 라신다. 당연히 되죠 어머님.. 소녀 온 몸을 바쳐 세훈님을 모시리다. 괜찮아요 라는 내 대답이 끝나자마자 세훈이 나에게로 한 걸음에 다가와 웃는다. "우와! 나 누나랑 동물원 가는 거야?" 내가 미안할 정도로 좋아하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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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나!!! 누나!! 일로와 봐! 저거 누나가 자장면 아저씨한테 화났을 때 닮았어!!!"
한 손엔 솜사탕 한 손엔 소시지를 들은 채 이리 뛰고 저리 뛰는 세훈을 잡는 내 모습에 하트 뿅뿅 데이트를 꿈꿨던 내가 존나 어리석게만 느껴진다. 이건 무슨 보육교사 꼴..? 그리고 신이 난 오세훈이 달려나가 나를 닮았다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것은 호랑이도 아니고, 그렇다고 사자도 아니고.
시발!!!!!!! 코뿔소다. 코에서 김이 나오며 쉑쉑 대는 우람한 코뿔소!! 더 기분이 잣같은 건 뭐냐하면 뭔가 닮은 것도 같고 라며 나도 모르게 수긍하는 내 머리.
"너는, 너는!! 코끼리야!!! "
나이값 못하고 13살 초딩한테 열을 내며 소리치는 내 모습에, 세훈이 슬쩍 다가와 달래는 뉘앙스로 얘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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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나 삐졌어? 미안해 농담이구~ 누나는 보아뱀해! 귀엽잖아!"
오세훈의 특이한 안목에 다시 한번 비수가 내 가슴을 찢어갈길 기세로 박힌다. 이야~ 나는 귀여워서 보아뱀을 닮았습니다. 그렇게 캥거루도 보고 백호도 보며 함께 소리도 지르고 세훈이가 뽑아달라는 인형을 뽑아주려 5000원을 통째로 날리며 동에 번쩍 서에 번쩍 잘도 돌아다녔다. 그렇게 돌아다닌지도 몇 시간 째.
세훈아 좀 쉬자.. 응? 금방 밑바닥을 보인 내 체력에 세훈이에게 애원을 해보지만 나와 비교하여 아직도 팔팔한 세훈이는 들은 척도 하지 않고 내 손을 끌고는 어디론가 향한다. 꼭 보여주고 싶은 것이 있다며.
"누나 여기서 눈 감아!!!"
이게 또 어디서 드라마를 감명깊게 봤는지 들어서기 직전 나에게 눈을 감으란다. 무슨 눈을 감아 라고 은근슬쩍 웃으며 넘기려는 데 눈 안 감으면 안돼! 라며 단호한 표정을 짓는다.
"내가 손 잡고 갈테니까, 누나는 나만 믿고 눈 감아!"
손 잡아준다구?? 그럼 감을게!!! 자존심, 그딴 건 빠순이에게 가장 먼저 버려야 할 덕목. 재빨리 내게 내밀어진 세훈을 잡고는 착하게 아주 착하게 눈을 감았다. 한 발짝, 두 발짝 아무리 손을 잡고 의지해 걷는 다 하더라도 13살 오세훈이 얼마나 큰 의지가 되겠는가. 기껏해야 이제 내 가슴 밑에 오는 신장으로 꼬옥 내 손을 붙들고 조심조심 발걸음을 옮기는 오세훈의 표정이 상상 된다. 얼마나 집중하고 있을까.
"자 이제 떠..!"
뭘까. 대체 얼마나 대단한 것이 있길래 눈까지 감으라고 방방 뛰었는지, 아쿠아리움일까? 아니면 세훈이가 좋아하는 신기한 동물? 이 모든 내 예상과 빗나가고 내 시야에 펼쳐진 이 것은 작은 분수대이다. 물도 안나온지 오래된 것 같고 심지어 이끼도 살짝 낀 것 같은 낡은 분수대. 이게 뭐야? 정말 모르겠어서 정말 모르겠다는 표정을 하고 세훈에게 물으니, 저건 요정이구 저건 동전을 던지는 곳 인데! 라며 손가락으로 지목까지 해주면서 열심히 가르친다.
"저 요정은 데메테르스야.
사람들을 도와주던 요정이래. 외로운 사람에게는 함께 있어주고, 곤경에 빠진 사람들은 구해주기 까지 한데. 근데 요정이라 함께 살 수는 없어서 사라졌다가 불쑥 나타나는데! 생김새는 사람들에게 나타날 때 그대로로 늙지도 않고, 얼굴이 변하지도 않는 요정이야.
내가~ 예전에 4학년 때 현장학습으로 여기를 왔었거든? 선생님께서 이 이야기를 해주는데 갑자기 누나가 생각나는거야. 그래서 누나가 다시 한 번 나에게 와준다면 꼭 보여주고 싶었어! 신기하지!"
"어? 어.. 신기하다. 그런 요정이 있구나."
아까 전 만하더라도 그저 낡고 오래된 분수대로만 보였었는데, 세훈의 말을 들으니 그제서야 무언가를 위해 기도하는 듯한 긴 머리의 요정과 그 옆으로 살짝 벌려진 꽃망울 처럼 보이는 동전 바구니가 보인다. 그나저나 요정이라니, 내가 생각했던 것 보다 나를 생각해준 세훈에게 고마워 더 열심히 분수대를 살펴 보는데 뒤이어 들려오는 세훈이의 목소리에 마음이 복잡해진다.
뭘 알고 있기라도 한 건지, 알 수 없는 표정으로 분수대를 쳐다본 채로 내 손을 잡고 얘기 하더니만
"근데 슬픈 건 , 사람들이 눈치 채면 이 요정은 사라져 버린데. 그렇게 보고싶어두 영원히 볼 수가 없는거야 그 요정을."
나를 올려다본다.
"누나도... 사라질꺼야...?"
나를 올려다 보며 묻는 세훈이에게 선뜻 아니라고 대답이 나가지 않았다. 그러게 난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구나. 내가 언제까지 세훈이의 옆에 있을 수 있는건지. 이 과거여행은 언제 끝이 나는 건지까지 모두 다 모르고 있구나. 그리고
세훈이가 엑소가 되어버리면, 그렇게 다 자라버린다면
이렇게 난 세훈이의 옆에 있을 수가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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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이어서 올려드릴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