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석]덕후의 바람직한 연애생활 02
무섭게 왜 저렇게 쳐다봐.
잘 왔다며 웃어주는 준면 오빠만 없었다면 이 자리에서 지리고도 남았을 것이다.
내가 뭘 잘못했나..
내가 너무 많이 먹을 것 같이 생겨서 그런가... 내가 치킨 다 먹을까 봐..
그것도 아니면 준면이 오빠가 예쁜 후배를 소개해준다고 하셨는데 내가 와서 화난 건가..
괜히 미안하네. 그래도 오늘은 나름 꾸민다고 꾸미고 나온 건데.
남자의 눈치를 보며 서있는데 아직까지도 나를 노려본다.
큽... 괜히 왔나 봐. 그냥 집에서 라디오나 볼걸.
차라리 복학생st가 낫지 진짜 치킨 먹다가 체하겠네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갑자기 급한 일이 생긴 척 가야겠다고 마음을 먹고 김종대를 쳐다보자 자연스레 준면이 오빠 옆으로 가서 앉는다.
저 새끼 지금 왜 앉는 거야.
누구는 불편해 죽겠고만 너는 저 사람의 뜨거운 시선이 안 느껴지니?! 어?! 그래?!
그건 그렇다 치고 왜 자기가 준면이 오빠 옆에 자연스럽게 앉는건데ㅠㅠㅠ 나보고 이 남자 옆에 앉아서 닭을 뜯으라는 거냐ㅠㅠㅠㅠㅠ
친구가 닭 먹다가 골로 갔으면 싶은 거야?! 닭 먹고 체하면 약도 없다던데..
"둘 다 오랜만이다. 잘 있었어?"
"왜 그러고 서있어. 오느라 힘들었을 텐데, 얼른 앉아."
당장이라도 몸을 돌려 문 밖으로 뛰쳐나가고 싶었지만 준면 오빠가 웃는 모습을 보니 그럴 수가 없었다.
오빠가 앉으라면 앉아야죠. 오빠 생각이 그렇다면 제가 닭 먹고 체하는 일이 있더라도 앉아있겠습니다.
잘생긴 남자에게 한없이 약한 나란년..ㅎ
남자의 옆자리에 앉아 애써 남자의 시선을 무시했다.
"그러게요, 오빠. 얼굴 좀 자주 보여주세요."
"그뤄궤요. 옵하~ 겁나 웃곀ㅋㅋㅋㅋ"
쟤 아까부터 왜 저러니.
내 눈에는 그저 맞고 싶어 발악하는 걸로 밖에 안 보인다.
준면 오빠만 없었으면 때리는 건데.
"일단 소개부터 해줄게."
"여기는, 나랑 가장 친한 동기놈. 지금은 휴학 중인데 곧 복학할 거야."
"네."
"그리고 애네들은 내가 아끼는 후배들. 내가 이야기 많이 해줬지?"
"어."
표정을 살피기 위해 곁눈질을 해보니 여전히 표정이 썩어있다.
김종대랑 내가 오기 전에는 잘만 웃더니.
내가 뭐 그렇게 잘못했다고 저래.
못생긴 게 죄야?! 이렇게 생겨먹을 걸 어떡하라고!!!!!
아니면 많이 먹게 생긴 게 죄냐?! 어?!(절대 생긴 것만 그런 게 아닐 텐데ㅋ?)
한 대 치고 싶은 마음은 굴뚝 같았지만 그러지 못 했다.
난 쫄보니까..ㅎ 난 내 자신을 사랑하니까...ㅎ
남자에게서 시선을 거두고 준면 오빠를 쳐다봤다.
아.. 눈 마주쳤어. 일반인이 저렇게 잘생기다니. 거~의 엑소급.
"오빠! 무슨 치킨 시켰어요?"
"넌 무슨 치킨이 좋은데?"
"음.. 저는 후라이드도 좋고, 순살도 좋고 양념도 좋고 파닭도 좋고, 또.."
"그래 너가 도대체 뭐가 안 맛있겠냐. 생닭도 잡아먹게 생겼는데."
아놔. 진짜 저 새끼가 아까부터 왜 저래.
우리 준면 오빠 앞에서 쪽 주려고 마음먹은 거냐?
"종대야, 그게 무슨 소리야. 나는 편식을 안 하는 것뿐이란다.^^"
옆에서 피식- 하고 바람 빠진 웃음소리가 들렸다.
고개를 돌려 옆을 쳐다보자 나를 비웃는 남자가 보였다.
뭐가 그렇게 웃기다는 거야.
남자를 빤히 쳐다보는 시선이 느껴졌는지 남자도 내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나를 보더니 조금의 웃음기를 머금고 있던 얼굴을 지운 채 다시 표정을 굳혔다.
내가 진짜 서러워서 살 수가 있나ㅠㅠㅠㅠ 자기가 웃어놓고 왜 나한테 그래ㅠㅠㅠ
불만이 있으면 말로 해야지, 말로. 그래야 내가 알지ㅠㅠㅠㅠㅠ
"다들 먹기 좋게 후라이드로 한 마리 시켜놨어."
잘했어요, 오빻ㅎㅎㅎㅎ 잘생겼는데 센스까지 겸비하셨어. 역시 1등 신랑감이네요ㅎㅎㅎ
"형. 현 마리 가지고는 쟤 코에도 못 붙여요ㅋㅋㅋ"
"너네 밥 먹고 왔다고 하지 않았어? 그래서 일부러 한 마리만 시켰는데."
"밥은 쟤만 다 먹고 왔어요. 음식 나온 지 얼마 안 돼서 형한테 전화 왔거든요."
"그러면 너 많이 먹어. 우리도 대충 뭐 먹고 왔으니까."
"아니ㅋㅋㅋ 형, 제가 아니라."
그래, 종대야. 어디 한 번 계속 지껄여 봐.
"제가 아니라ㅋㅋㅋㅋ"
그래. 네가 아니라?
"형이요, 형. 형 보기보다 많이 먹잖아요."
"누가 그래? 나 많이 안 먹는데?"
저런 모습만 아니면.. 정말 1등 신랑감일 텐데.. 핳ㅎ하
"치킨을 먹는데 맥주가 빠질 수 없지. 너네 뭐 먹을래? 생맥?"
"저는 생맥이요. 애는 그냥 콜라면 될 거에요."
뭐래, 누굴 10살 짜리 꼬맹이로 보나.
물론 치킨에는 맥주보다 콜라지만 오늘 같은 날에는 알콜을 섭취해 줘야지ㅇㅇㅇ
그리고 술 안 먹으면 옆에 남자 때문에 닭님을 제대로 먹을 수가 없잖아ㅠㅠㅠㅠ
"아니에요, 오빠. 저는 소주 시켜주세요."
"소주? 사람들은 치킨에 소주 잘 안 먹던데."
"저는 먹습니다. 하하하하."
"무슨 소주야. 평소에는 잘 마시지도 않는 게, 아까도 마시고 왔잖아."
무섭게 왜 정색하고 난리. 내가 먹고 싶다는데 지가 더 난리야.
그리고 아까 그건 간에 기별도 안 갔거든?! 몇 잔 마시지도 않았구먼.
"나 원래 소주 좋아해. 그리고 치킨에는 소주지. 준면 오빠 저는 소주로 시켜주세요."
"어.. 어."
"김민석 너는 뭐 먹을래?"
"사이다."
저 표정으로 사이다래ㅋㅋㅋㅋㅋㅋ
맥주 시킬지 알았는뎈ㅋㅋ 사잌ㅋㅋ닼ㅋㅋㅋ 앜ㅋㅋ 반전 있는 남자넼ㅋㅋㅋㅋ
웃음이 새어 나올 뻔한 걸 참느라 혼나는 줄 알았다.
술을 주문하기 위해 준면 오빠가 벨을 누르자 알바생으로 보이는 여자가 치킨이 든 접시와 함께 자리로 왔다.
여자가 테이블 위로 접시를 놓자 치킨 냄새가 더욱 강하게 났다.
치킨 냄새에 식욕이 더욱 강해졌다. 분명 밥을 먹고 왔는데도 그러네. 이게 이별의 아픔이라는 건가..
저 치킨의 때깔 좀 봐. 금색을 뛴 기름이 반지르르한 치킨의 튀김 옷이 '나 잡아 먹어라~' 라고 말하고 있었다.
얼른 먹고 싶은데 왜 아무도 먹질 않는 거지.
"생맥 500으로 두 잔이랑요. 사이다 작은 거, 소주 한 병 주세요."
"소주는 어떤 걸로 드릴까요?"
"뭐 먹을래?"
아.. 그렇게 쳐다보면 반칙이잖아ㅠㅠㅠ
왜 세상 혼자 사는 것처럼 생긴건데ㅠㅠㅠㅠ 아ㅠㅠㅠㅠ
"저는 처음처럼이요."
"처음처럼으로 한 병 주세요."
"네."
이제 먹을 수 있는건가ㅎ
"너 닭다리 좋아하지. 닭다리 먹어."
자신 앞에 놓인 포크로 닭다리를 집어 내 접시에 놓아준다.
저 눈치없는 새끼. 닭다리를 왜 나를 줘. 선배들이 먹어야지;;;
물론 나야 땡큐지만.
"난 닭날개가 좋아. 닭다리는 선배들 주렴."
"뭐래. 너 닭다리 아니면 잘 먹지도 않으면서."
아오, 저 눈치없는 새끼. 준면이 오빠는 그렇다치고 내가 저 닭다리를 먹으면 옆에 남자한테 눈빛으로 맞아 뒤질 거 같다고!!!!!!!!!
"종대야, 형도 닭다리 좋아하는데."
"그래, 종대야. 준면오빠가 좋아하신다잖아. 나는 닭날개 먹을게."
"내가 안 먹을테니까, 너가 먹어."
"예..? 저는 정말 괜찮습니다만."
"먹으라고."
"네..."
나한테 왜 그러는 거야ㅠㅠㅠㅠㅠ 자기도 닭다리 먹고싶은데 상황이 그러니까 그러는 건가ㅠㅠㅠㅠ
아니. 닭다리 먹으라는 말을 누가 그렇게 정색을 하며 말해ㅠㅠㅠㅠ
아니지.
먹을 거 주는 사람 = 착한 사람.
거기다가 닭다리를 양보해주다니ㅎㅎㅎ
내가 오해를 했나ㅎㅎ 보기와 다르게 착한 사람인가 봐.
본격적으로 접시에 놓여있는 닭 다리를 잡아 뜯으려는데 괜히 눈치가 보인다.
초면에 예의는 차려야겠고
예의 차리면서 포크로 깨작이기는 싫고 엄청난 내적 갈등이었다.
"안 먹고 뭐 하냐. 치킨 앞에 두고 제사드리냐?"
"치느님을 어떻게 먹어야 맛있게 먹을지 생각 중이니까 시비 트지 마셈."
김종대를 보니 가슴살 쪽을 손으로 들어 맛있게 먹고 있다.
나도 손으로.. 아 근데 쟤는 남자고 나는 여자..
아니, 닭 먹는데 여자 남자가 무슨 상관이지.
그래! 이런 걸로 성차별하면 안 되는 거야.
손으로 닭 다리를 들어 한 입 베어 물었다.
"꿀맛도 이런 꿀맛이 없구나."
정말 춤이라도 추고 싶은 맛이었는데 그건 참았다.
춤까지 췄다가는 옆에 남자가 날 미친년으로 볼게 분명하니까.
"치킨이 그렇게 맛있어?"
"먹느라 바쁘니까 말 걸지 마셈."
쟤는 그렇게 당연한 걸 물어봐.
치킨이 맛없으면 도대체 뭐가 맛있다는 거임?
자, 자. 이제 여기에 소주 한 잔으로 위세척을 해주면 끄읕.-
인데 시킨지 한참이나 된 소주를 왜 안 가져다 주는 거야!
공장 가서 소주를 만들어오나!!!!!!!!!!!!
"야, 쫑. 소주."
"알콜 중독임? 곧 오겠지."
"안 오니까 그렇지. 너가 갔다 와."
왜 그런 걸 자기가 해야 되냐며 투덜투덜 거리면서 자리에서 일어난다.
그래도 우리 종대가 착해서 시키면 다 한다니까ㅎㅎㅎㅎㅎ
종대가 음료들을 가지러 가고 난 후 눈을 돌려 옆을 쳐다보았다.
치킨에는 손을 대지 않고 준면이 오빠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아까 보았던 그 밝은 모습이었다.
표정을 굳히지 않고 열심히 이야기를 했다.
내가 마음에 들지 않는 게 확실하다. 뭔가 준면이 오빠가 원망스럽기도 하구..
잘생기기는 진짜 잘생겼네.
얼마 지나지 않아 김종대가 뒤에 아까 알바생을 달고 나타났다.
김종대 손에 들린 소주가 반짝반짝했다.
내가 원래 알콜을 이렇게 사랑하는 사람이 아닌데, 오늘이 날이 날인지라!
김종대가 자리에 앉기도 전에 손에 들린 소주를 뺏어 잔에 소주를 따랐다.
아, 일단 소주 한 잔 하기 전에 닭 다리를 먼저 한 입.
닭 다리를 한 입, 입에 넣은 후 소주를 그대로 입에 털었다.
그리고 느꼈다.
천국이 있다면 여기가 아닐까.
*
아침부터 몸이 말이 아니다.
아니, 아침은 맞나.
맞을 거야. 짹짹충이 활동하고 있으니까.
잠을 더 자고 싶었지만 새들이 짹짹거리는 소리 때문에 잠을 자지 못 했다.
일어나서 제일 먼저 보이는 것은 종대의 둥그런 뒤통수였다.
때리고 싶게 생겼지만 참았다.
몸을 움직이기 너무 귀찮아서.
그래도 깨우기는 해야겠다. 심심해서 쥬글 거 같거든..ㅎ
"야, 김종대. 일어나 봐."
역시 반응이 1도 없다.
하긴 이 소리에 일어나는 것도 신기하지.
힘들 게 몸을 일으킨 후 주변을 둘러봤다.
심히 지저분한 집안 꼴이 보였다. 하긴 남자 혼자 사는데 이 정도면 양호하지. 우리 집을 생각해보면.
내가 앉아있는 이곳은 김종대의 집이었다.
기억이 잘 안 나는 거 보면 나는 어제 꽐라가 되어 김종대에게 업혀온 게 확실하다.
"야 ㅣㅁ종대!!!!!!! 불이야, 불이라고!!!!!!!!! 좀 일어나 봐!!!!!! 너 여기서 타 죽을 거야?!"
열심히 발로 김종대 엉덩이를 까면서 말했다.
"왜 아침부터 지랄이야."
새끼, 진짜 불난 거면 어쩌려고 저렇게 태평해.
"일어났으면 해장하러 가자. 속이 말이 아니야."
"그래. 속이 말잌ㅋㅋㅋ 아닠ㅋㅋ겠지."
속이 말이 아닌 게 그렇게 웃긴 말임?
왜 혼자 웃어. 같이 좀 웃지는;;;;
"왜 쳐웃어."
"너가 웃기니까 웃지ㅋㅋㅋㅋㅋ 어제 기억 안 남?"
..?
내가 어제 무슨 실수를 했나.
나 원래 술주정 같은 거 없는 사람인데?;;
"아, 처웃지만 말고 말해봐. 집에 불 지른다."
"기지배가 말하는 것 좀 봐. 진심 기억 안 나? 너 어제 진상이란 진상은 다 부림."
애가.. 뭐라는 거지..
...내가? 진상,,? 내가?
*
어제의 나.
'인생 뭐 있냐ㅠㅠㅠㅠㅠㅠㅠㅠㅠ 남자는 무슨ㅠㅠ 나한테는 엑소만 있으면 되지.'
'취했네, 취했어. 너 데리고 가기 힘드니까 이제 그만 마셔.'
'너도 내가 그렇게 싫으냐?! 엑소 좋아하는 게 뭐!!!!!!! 엑소 좋아한다고 맞을 뻔한 내 마음을 알기나 해?!
사람이 사람 좋아하는 게ㅠㅠㅠㅠ 뭐가 그리 나쁜 거라고.'
'야, 김준면 애 왜 그래?'
'난 모르겠는뎁, 후배님이 많이 취하셨나 봐. ㅎ흐핳'
'말 나온 김에 너도, 너도 내가 엑소 좋아해서 맘에 안 드냐?'
'어?! 너가 뭘 해줬어!!!!!!!! 너가 나한테 앨범을 사줬어, 콘서트 가라고 돈을 줬어. 팬싸 가라고 앨범을 앨범을 사줬어!!!!!!!
어?! 뭘 해줬는데. 콘서트 가라고 돈을 줬어, 앨범을 사줬어.'
'선배 죄송해요. 애가 오늘 남자친구랑 헤어져서.'
'괜찮으니까, 계속해봐.'
'나도, 나도 이런 내가 싫단 말이야. 그래도 엑소가 좋은 걸 어떡해. 너 얼굴은 더럽게 잘생겨서 그렇게 사는 거 아니다ㅠㅠㅠㅠ'
'세상에 연예인 좋아하는 새끼들이 얼마나 많은데ㅜㅠㅜㅠㅠ'
'
'그래도 너, 좋은 사라뮤ㅠㅠ 닭 다리 양보해주는 좋은 사람ㅠㅠㅠ 잘생겼으니까 좋은 사라뮤ㅠㅠㅠ'
*
"왜 기억이 막 새록새록 나냐?"
이런 된장, 잣 됐다.
잡담잡담 |
늦어서 죄송합니다..ㅎ 다른 글도 써보고 싶어서 다른 글 소재나 글 짜임 같은 걸 생각하느라ㅠ 많이 늦었죠?! 핳하핳 죄송합니다:) 이제는 자주자주 올 거예요!! 저 되게 한가해요ㅎㅎㅎㅎ 다른 글의 주인공도 민석이가 될 것 같습니다. 나란 수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