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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혁 샤이니 온앤오프 몬스타엑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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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야기는 2016년을 배경으로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아닌 〈대한민국의 국왕>이 존재하는 입헌군주제에 입거하여 쓰입니다.










2015.12.31 am 1:00 


 


 


 


 


 


 

"그래서, 나를 데리고 오라는 사람이 누군데요?"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 

"그럼 이거 납친데. 신고해도 되요?" 


 


 

내가 팔 틈 사이에 끼고 있던 클러치를 빼내자, 내 주변을 둘러싸고 있던 경호원 중 한 명이 막 내 손에 들린 핸드폰을 아주 노련한 솜씨로 빼앗았다. 


 


 

"곤란합니다. 그리고, 곤란해지실 겁니다. 여주님도." 


 


 

하? 나는 영감을 한 번, 고개를 돌려 선글라스 너머 나를 똑바로 바라보고 있는 경호원을 한 번 흘기다, '허,참.'하고 콧방귀를 뀌며 다시 팔짱을 끼고 끝없이 올라갈 기세인 엘리베이터 숫자를 바라보았다. 30분 전만 해도, 나는 분명 드라마 종영 파티에서 잔뜩 흥에 취해 샴페인을 들이키고 있었다. 오늘, 아니 어제 K방송사에서 받은 여우주연상 덕에 그 파티의 주인공은 나나 다름없었다. 그 주목받는 느낌에 존나게 기분이 좋아 설레는 마음으로 곧 도착한다고 연락이 온 김종인을 기다리며. 분명히. 분명히 나는 그 자리에 있었다. 30분 전까지만 해도. 


 


 

나는 살짝 걷혀 올라간 붉은 드레스 자락을 내리며 내 옆에서 묵묵히 앞만 바라보고 있는 영감을 향해 말했다. 


 


 


 

"감독님도 아무 말 안 하고 보내는 걸 보니, 꽤 괜찮은 스폰서인가 봐요. 근데 어쩌지. 난 이런 거 안 하기로 회사랑 계약했는데. 

우리 사장님 진짜 겁나 무서워요. 되게 유명한데. 아세요?" 

"…" 

"아, 짜증 나. 지가 뭔데 날 오라 가라야, 왕이 불러도 갈까 말까에." 

"흠." 


 


 

내 말이 끝나자마자 터지는 영감의 리액션에 나는 끝없이 올라가는 숫자를 바라보다 아주 느리게 영감에게 시선을 돌렸다. 


 


 


 

"…왕이에요?" 


 


 


 

나도 모르게 꽤 당황함에 목소리가 떨려 나왔다. 내 질문과 맞물려 심플한 알림음과 함께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다. 오, 타이밍 좆 같고. 

나는 문이 열려 정면에 보인 69층이란 숫자에 피식 웃음이 나왔다. 술기운에 생각이 입 밖으로 터져 나왔다. 


 


 


 

"…숫자도 좆 같고, 좋네. 노린 거야, 뭐야." 

"…저하께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아무리 취하셨다 한들, 언행과 옷차림에 신중해 주시기 바랍니다." 

"아, 그 개망나니." 


 


 


 

내 말에 앞서 걸어나가던 영감이 뒤돌아 나를 올려다보았다. 아주 깊게 팬 눈빛이 매서웠으나 나보다 한참 작은 아담한 키에 그리 위협스런 느낌을 받진 못했다. 오히려 위협을 주는 것은 영감이 아니라 엘리베이터 안에서부터 내가 비아냥대거나, 욕을 할 때마다 나를 노려보던 경호원들이었다. 내 '개망나니'발언에 누구라고 할 것없이 나를 눈빛으로 찢어 죽이려는 것 같았다. 정말, 찢기는 것 같았거든.  


 


 

"계속 그렇게 왕실을 모욕하는 발언을 하면 가만있지 않겠습니다." 


 


 

안 그래도 작은 키는 아닌 내가 12센치 힐까지 신었으니, 나이 든 영감이 날 올려다보기 힘들 것 같아 살짝 무릎을 구부려 영감과 눈을 마주쳤다. 나의 행동에 자존심이 상한 듯 미간을 찌푸리는 영감에게 활짝 웃으며 그의 팔뚝을 툭툭 두드렸다. 마치 그래그래, 알았어. 우리 아기. 하듯이. 내 행동에 뒤에 서 있던 경호원 한 명이 내 어깨에 손을 올려 나를 그에게서 떼어냈다. 나는 오바하며 두 손을 치켜들며 호들갑 떨었다. 


 


 

"아니 뭐~ 내 의견은 아니었고~그냥 주변에서 다들 그러기에." 


 


 

내 말에 한숨을 쉬며 얼굴을 쓸어내리는 영감을 바라보다, 뒤의 경호원들을 훑으며 물었다. 


 


 


 

"그래서, 우리 세자 저하께서 계신 방은 어디?" 

"백호실입니다." 

"숫자 100? 아님 어흥 백호?" 


 


 

나는 발랄한 목소리로 묻다, 이 호텔이 스탠다드, 디럭스, 슈페리어로 올라가며 숫자 대신 약한 초식 동물에서 먹이사슬 순으로 피라미드처럼 등급이 올라간다는 것을 깨달았다. 스라소니 방을 보며 고개를 끄덕이며 내가 내 말에 어처구니가 없어 대답도 하지 않는 영감을 느끼며 중얼거렸다. 


 


 

"아아, 어흥 백호겠네." 

"저 끝 방입니다." 

"가서 손뼉 치면서 푸른 하늘 은하수 같은 걸 해주고 놀아주면 되나요?" 

"이런 건방진…!" 


 


 


 

내 마지막 말에 결국 머리가 벗겨진 이마 끝까지 새빨개져서 나를 향해 뒤돌아선 영감의 얼굴을 보기도 전에 내 양팔이 경호원에게 잡혔다. 


 


 

"제 주제를 모르고 지금 어디서 경거망동…!" 

"갑자기 끌려와서 공짜로 대주러 가면서, 좋다고 헤벌레하는 게 더 이상하지 않나?" 

"이, 이…!" 

"야- 놔, 안 놔?" 


 


 


 

나는 신경질적으로 잡힌 팔을 흔들다 눈에 보인 경호원의 발등을 보곤 순간적으로 내 뒷굽으로 힘껏 한 놈의 발등을 쿠욱 내리찍었다. 윽 소릴 내며 발을 밟힌 놈이 주저앉았다. 체면상 욕은 못 하고, 손찌검도 못 하고, 얼굴만 시뻘게져서 식식대는 영감을 보며 영감을 부축해야 할지, 나를 계속 잡고 있어야 할지 고민하는 듯 우물쭈물하던 한 놈에게서 억지로 남은 팔을 빼낸 내가, 바로 뒤돌아 넋 놓고 있는 놈의 뺨을 올려붙였다. 짝소리가 복도를 왕왕 울렸다. 내게 뺨을 맞은 놈의 주먹이 꽉 쥐어지는 것이 보였다. 하지만 난 바로 뒤돌아 영감에게 소리쳤다. 


 


 


 

"세자면 세금 꼬박꼬박 잘 내는 멀쩡한 시민 납치해다가 강간해도 되는 거야?" 


 

내게 뺨을 맞은 경호원은 결국 내게서 떨어져 영감의 곁에 서서 영감을 부축했다. 저러다 진짜 쓰러지는 거 아닌가 싶었지만, 나는 이미 정신이 살짝 돌아간 상태였다. 쟁쟁한 선배들과 파릇파릇한 후배들을 재끼고 여우주연상을 받아 기분이 아주 째졌고, 좋은 사람들이 가득한 드라마 종방연에, 기분 좋게 샴페인을 들이키고 있다, 내 새끼 김종인의 얼굴도 보지 못한 채 이곳에 정말 인질처럼 질질 끌려온 내가 심지어 세자의 하룻밤 파트너로 질질 끌려온 것을 안 이상, 제정신일 수 없었다. 동료의 째림에 발을 부여잡다 말고 엉거주춤 주저앉은 채 내 팔목을 잡은 경호원 놈의 손목을 뿌리치며 놈을 다시 확 뒤로 밀어버린 내가, 아주 큰 목소리로 외쳤다. 저 끝 방에서 내가 오길 기다리며 제 거기나 닦고 있을 놈을 향해. 


 


 


 

"씨발, 국민 혈세로 페라리 끌고 다니는 주제에 어디 선량한 국민 데리고 농간질이야?" 


 


 


 

그리고 맨 끝의 방문이 천천히 열렸다. 흰 가운을 입고, 이 밤에 선글라스까지 끼고, 흰색에 가까운 노란색의 젖은 머리를 쓸어올리며 나타난 그놈은, 〈내가 바로 세자로 소이다.>의 포스보단 … 


 


 

"너냐? 개망나니?" 


 


 


 

개망나니에 가까웠다. 


 


 


 


 


 


 


 


 


 

 2016, 신(辛)데렐라 

作.에몽가 


 


 

01 

[숭배의 대상?] 


 


 


 


 


 


 

2016.1.16 pm 20:23 


 


 


 


 


 

"야, 춥다. 그치." 


 


 


 

김종인이 내 어깨에 팔을 둘렀다. 이 미친놈이… 나는 어깨에 둘린 녀석의 손을 떼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길거리의 많은 사람이 우릴 흘끗거리며 지나가고 있었다. 그들이 손으로 가린 입속에선 '김종인이랑 김여주다.' '진짜 사귀나?'하는 말 따위들이 뒹굴고 있겠지. 


 


 

"미친놈아, 그러다 또 기사 나." 

"뭐? 너랑 나랑 그냥 〈친구>사이라는 기사?" 


 


 

김종인이 능글거리며 다시 내 어깨에 팔을 둘렀다. 이번엔 내가 그냥 '허,참.'하고 혀를 차기만 하고 푸르진 않았다. 이놈은 내가 포기를 할 때까지, 계속 팔을 두를 것이 분명했다. 우리 둘은 몇 번이나 열애설이 났다. 하지만 그만큼이나 또 몇 번이나 반박기사가 났다. 당연하다. 내가 이 녀석과 사귄다면 그것은 정말 이 세계에 남자가 김종인 한 명만 남았을 때이거나, 미친 국왕이 세 번 이상 같이 잠자리 한 남자와 결혼하시오. 하는 이상한 법을 만들었을 때 뿐일 테니까. 물론 그 '잠자리'가 그렇고 그런 '잠자리'인 적은 한 번도 없이, 그냥 정말로 먹고 죽을 때까지 마시다 뻗어버린 그 '잠자리'였지만. 


 

한 세 번쯤 일간지에 열애설과 반박기사가 동시에 실렸을 땐 사람들이 우리가 정말 사귀는 건데, 아니라고 하는 거다- 하고 수군거리다, 누군가가 이자카야에서 술을 먹고 내 발밑에 거하게 토를 한 김종인에게 마찬가지로 내가 거하게 욕을 쏟아붓는 장면을 찍어 SNS에 올리면서 일명 쫑주커플을 밀던 사람들은 쑥 들어갔다. 남자친구에겐 할 수 없는 욕이었다고 했나. 그리고 원래도 딱히 없던 내 신비로운 이미지도 와장창 무너졌다. 


 


 

매장에 들어서니 따뜻한 온기가 우리를 훅 감쌌다. 우리를 보고 인사하던 알바생들은 내가 곧장 가게 온도를 확인하고 욕을 하며 희망온도를 낮추는 것을 보며 야유를 퍼부었다. 제일 말이 많은 영희가 제일 크게 야유했다. 


 


 

"아, 사장님! 춥단 말이에요!" 

"에이씨, 너네 이게 얼만 줄 알아? 위에서 나오는 거 틀어. 이건 공짜니까." 

"아 진짜 짠순이." 


 


 

투덜투덜하며 입을 쭉 내미는 영희의 입술을 아프지 않게 잡아 흔들었는데, 영희는 진짜 아픈 듯 악을 쓰며 내 손을 밀어냈다. 아팠나? 민망하고 미안함에 "아파?"하고 묻는데, 내 말은 귓등으로도 듣지 않고 모두 다 내 등 뒤에서 나온 김종인에게 시선을 쏟아냈다. 어이고, 어이고, 내가 접시에 담긴 시식 빵을 주워 먹으며 영희 못지않게 투덜거렸다. 


 


 

"한두 번 보는 것도 아닌데, 볼 때마다 눈빛들이 왜 그러냐?" 

"연예인이잖아요…" 

"니네 사장도 연예인이거든?" 


 


 

내 말에 영희와 숙희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한숨 쉬었다. "사장님은 진짜 좋았는데… 환상이 다 깨졌어요."하는 영희의 말에 눈두덩이를 긁으며 허연 눈으로 영희를 쳐다보며 "왜?"하고 따지자 "그런 모습 때문에요…"하고 중얼거리다 내게 맞을까 잽싸게 주방 안으로 도망갔다. 저저, 도망가도 꼭 맞기 좋은 곳으로 도망가요. 


 

하지만 나는 일단 김종인과 맨정신으로 기나긴 상담을 위해 만난 것임으로, 도망간 영희는 뒤로 하고, 숙희에게 "시식 빵좀 버리고 다시 깔아라. 말라서 맛없다."하고 말하며 매장을 둘러보며 "사람 많다. 나도 빵집이나 할까."하고 중얼거리는 김종인을 데리고 구석진 자리에 가 앉았다. 멀리 테이블에 앉은 손님들이 우리를 흘끗거리는 것이 느껴졌지만, 나는 애써 무시하곤 내 자리 앞에 앉는 김종인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몇 초 되지 않아 어느덧 주방에서 나온 영희가 내가 미리 전화해 내려놨던 내 디카페인 드립 커피와 김종인의 핫초코를 머그에 담아 가져왔다. 


 


 

"여기요." 

"아, 고마워요." 

"네, 히히." 

"가라." 

"치." 


 


 


 


 


 

김종인의 말에 얼굴을 붉히며 웃던 영희가 내 말에 입술을 쭉 내밀고 새침하게 돌아섰다. 에이씨 내가 시급을 칠천 원이나 주는 좋은 사장인데, 이런 취급 받아도 돼? 괜히 울컥했지만 또한번 길을 잃을까 나는 애써 고개를 흔들어 생각을 지우곤 김이 모락모락 나는 핫초코를 호호 불고 있는 김종인을 바라보았다. 


 


 


 

"나 어떡하지 종인아." 

"진짜 그것 때문에 엎어진 거 맞아?" 


 


 

김종인이 입가에 묻은 핫초코를 혀로 핥으며 순수하게 내게 물었다. 나는 한숨을 쉬며 테이블을 살짝 탕탕 내리치며 속삭였다. 


 


 


 

"백 퍼야. 백 퍼. 내가 진짜 백 퍼센트였다고. 아니, 구십구 퍼센트. 일 퍼센트가 그 기지배." 

"그럼 그 만약의 일 퍼센트가 그냥 엎은 걸 수도 있잖아. 정수정 요새 잘 나가던데." 

"드라마뿐만 아니고, 이번에 재계약하기로 했던 치킨 CF도 간당간당한 것 같아. 매니저 말론." 

"…그건 거의 확정 아니었어? 그 브랜드 CEO가 너 좋아하잖아. 저번엔…" 

"어, 구애랍시고 우리 촬영장에 치킨 100마리도 쐈지." 

"근데 왜?" 

"그러니까!" 


 


 


 

그러니까 내가 그때 그 개망나니 꼽 준 것 때문에 그런 것 같다니까! 


 


 

그 말은 숨소리에 가까울 정도로 제일 작게 속삭였다.  


 


 


 


 


 

... 


 


 


 


 

2015. 12. 31 1:05 


 


 


 


 


 


 

"무슨 일이야?" 


 


 


 

시건방진 목소리였다. 물론, 영감에게 떽떽거리던 내 목소리도 만만치 않았지만. 선글라스를 살짝 내려 우리를 보던 세자에게 영감이 뒤돌아 묵례하며 말했다. 


 


 


 

"저하, 이 여성분은 그냥 돌려보내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왜?" 

"저하와 면대하기엔 너무나도 저급한…" 

"지금 누구보고 저급하다고…" 


 


 


 

울컥해 목소리가 굵어진 영감의 말을 끊고 더 울컥한 내가 말을 이었고, 그런 내 말을 끊고 이번엔 세자가 하하!하고 가볍고 경박하게 웃었다. 


 


 

"왜, 저급한 사람들끼리 잘 맞겠는데." 

"저하!" 

"개망나니 소리는, 열여덟 살 이후로 처음 듣네." 


 


 


 

또 어디서 듣긴 들었나 보네. 속으로 그런 생각을 하며 비웃는데, 그놈이 나를 향해 말했다. 


 


 


 

"근데 내가 더 개망나니 짓 하기 전에, 와 주어야겠는데. 여기로." 


 


 


 

그리고 싱긋 웃었다. 


 


 


 


 

정신을 차려보니 나는 어느덧 백호실 안이었다. 실내용 슬리퍼를 탁탁 끌며 나를 등지고 앞서 걸어나간 녀석은 침대로 돌아가 보고 있던 티비를 끄곤 오디오를 켰다. 답지 않은 클래식이 흘러나왔다. 그 장르에 의아하기도 전에, 녀석이 신경질적으로 시디를 바꾸었다. 곧 방 안이 전쟁이라도 난 듯 광광광 울리도록 시끄러운 이디엠 음악이 가득 찼다. 음악으로 이 건물이 무너지진 않을까 걱정이 될 정도로. 그래, 클래식 같은 걸 들을 리 없지. 그럼 그렇지. 


 

녀석은 유명했다. 연예계에서도, 뭐 그냥 국민 사이에서도. 한국에 몇 대 들어오지 않았다던 값비싼 외제 차를 몰며, 날마다 술집의 골든벨을 울리는 것이 취미인 우리나라 제일의 골칫거리, 그리고 왕실의 수치. 


 

음악에 맞춰 몸을 미친놈처럼 흔들던 놈이 여전히 몸을 흔들며 "뭐해? 춤 안 춰?"했다. 이 미친놈이. 내가 여기서 네가 추란다고 춤을 추면 내가 연기자가 아니고 얼굴로 먹고사는 개그우먼이다. 녀석은 진짜 미친놈 같았다. 어떻게 갑자기 저렇게 미친 것처럼 춤을 추지? 약이라도 했나? 


 


 

나는 발이 아파져 와 구두를 벗어 바닥에 내려놓곤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춤추고 있는 녀석을 지나쳐 녀석의 뒤에 있는 소파로 가 앉을 자신이 없어, 나는 가까이 있는 침대 끝에 살짝 걸터앉아 한심한 눈으로 녀석을 바라보았다. 핸드폰은 아까 그, 그 경호원 놈이 뺏어가 버렸고, 뭐 할 수 있는 게 없어 발을 리듬에 맞추어 까닥까닥하고 있는데, 나는 안중에도 없이 지 흥에 미쳐 춤을 추던 세자가 어느덧 내 근처까지 와 춤을 추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리고 녀석의 발에서, 점점 훑고 올라가 연예인을 했어도 제법 인기가 많았을 법한 녀석의 반반한 얼굴로 시선을 올리는데, 순간 녀석이 무릎 위에 올려두었던 내 양손을 잡아채며 나를 뒤로 눕혔다. 


 


 

"악!" 


 


 


 

두 손을 잡힌 채 침대에 누워버린 내가 악 소리와 함께 나도 모르게 질끈 감았던 눈을 뜨자 숨을 헐떡이며 나를 내려다보고 있는 세자가 보였다. 녀석이 한 손으로 내 손을 꽉 누르곤 한 손으로 침대 위에 떨어져있던 리모컨으로 오디오를 껐다. 덕분에 녀석의 숨 소리 빼곤 완전한 적막이었다. 녀석의 이마를 타고 흐른 땀방울이 내 볼 위로 떨어졌다. 찝찝하다기보단, 기분이 아주아주 좆같았다. 


 


 


 


 

"안 비켜?" 

"유명하더라. 네 성격." 

"뭐…!" 

"지랄 맞은 거." 


 

여전히 헐떡임이 가득한 말투였다. 내가 침대 밑으로 늘어져 있던 다리를 세우며 말했다. 


 


 

"알면 비키는 게 좋을 텐데? 난 그래도 애국자라 우리나라 왕실 대가 끊어지는 건 원치 않거든." 


 


 

녀석은 제 다리 사이에 가까이 세워진 내 무릎을 보곤 와하하 웃음을 터트렸다. 그리곤 내가 악 소리를 내기도 전에 빠르게 자세를 바꾸었다. 내 다리 사이를 무릎으로 파고든 녀석 덕에 내 무릎으로 녀석의 거시기를 가격하기는커녕 내가 당장에 무슨 짓을 당해도 이상하지 않을 자세가 되어버렸다.  


 


 

"이러면?" 


 


 

나를 내려다보는 녀석이 씨익 웃었다. 나한테 힘이나 기술이 있었다면 진짜 메다꽂아버리고 싶을 만큼 짜증 나게 여유로운 목소리였다. 


 


 


 

"하자, 그냥. 까불지 말고." 

"천하의 세자저하가 이렇게 저급하게 굴어도 되는 거야?" 

"천하의 '태자'저하니까 가능하지. 내가 태자라는 걸 알면서, 넌 이래도 되는거야? 반말에… 막말에…" 

"이거 지금 납치에 강간이야. 아니?" 

"으음, 사랑이지. 사랑." 


 


 


 

이, 미친놈이. 

말싸움해선 점점 더 말려들어 갈 것 같아 나는 몸을 비틀며 발악하기 시작했다. 


 


 

"놔, 안 놔!! 사람 살려주세요!!!" 

"여기 이 층. 그리고 위층, 아래층 다 빌려서 아무도 없는데. 하느님은 들으려나, 네 소리." 


 


 


 

나도 연기를 하며 운동도 매일 하고 액션스쿨도 다녀 여러모로 민첩하고 힘이 세다고 생각했는데, 이놈은 정말 꿈쩍도 하지 않았다. 내가 진짜 우스꽝스러운 모습이 될 때까지 발버둥을 쳐도, 한 치의 흐트러짐도 없이, 오랜 시간 걸려 세팅한 머리가 산발이 되어 눈앞에 수세미처럼 엉켜 범실거릴 때까지, 녀석은 그저 웃으며 나를 쳐다보았다. 나 혼자 지랄을 하곤, 나 혼자 지쳐 나는 식식거리며 녀석을 올려다보았다. 녀석은 여유롭게 다시 한 손으로 내 손을 잡곤 한 손으론 엉망이 된 내 머리를 쓸어넘겼다. 그 여유로움에 한 번 더 열이 확 받아버린 내가 다시 한 번 다리를 바동거리며 말했다.





"대체 왜 나인데!"

"예뻤거든."

"…뭐?"

"시상식에서 네 모습. 아깐 까만 드레스더니… 이 드레스도 뭐 나쁘진 않네."




이 새낀 무슨 예쁘다는 말을 이렇게 갑자기 해. …괜히 민망함에 속으로 말도 안 되는 것으로 투덜거리고 있을 때 세자가 그런 나를 가만히 내려다보다 말했다.




"왜, 예쁘다는 말 들으니까 혹해?"

"아니…악!"




내가 대답을 채 하기도 전에 녀석이 막무가내로 내 입술에 키스하려 해서, 나는 힘껏 고개를 뺐지만, 오히려 녀석의 입술이 내 귓가에 바짝 다가와 더 안 좋은 상황을 초래했다. 내가 아무리 혼전순결주의자가 아니고, 경험이 있다해도 연예계 생활을 하며 권력이나 스폰서로 인해 이런 짓을 해본 적은 없고, 앞으로도 할 생각은 더더욱 없어서, 나는 이를 꽉 물고 가까이 다가온 놈의 머리통에




"악!!!!"

"악!!"





완전 세게 내 머리를 박아버렸다.




"아오씨, 이게 진짜!"



덕분에 놈은 키스나 애무는커녕 내게 완전히 떨어져 나갔다. 나는 아픈 머리를 놈과 비슷한 모양새로 싸매며 얼른 침대에서 일어섰다. 놈에 의해서는 아니고, 나 혼자 지랄 발광을 하다 난리가 난 옷차림도 정리하며 나는 슬금슬금 벽에 붙었다. 놈은 눈앞이 뱅 도는 듯 이마를 손으로 짚은 채 눈을 깜빡이며 머리를 흔들더니 곧 화가 난 눈으로 날 바라보았다. 뒷감당이 무섭긴 했지만, 나는 당당했다. 정당방위다 이거야.




"뭘 째려봐. 야. 너 진짜 내가 네가 하자 하면 어? 그냥 할 줄 알았지?"

"야. 넌 상황 파악이 안 돼?"

"아니, 아주 잘 되는데? 그래서 지금 머리 박았잖아, 이 새끼야."

"뭐? 새끼?"

"네가 왕의 아들이면 다야? 네가 왕이야? 어디서 개망나니 새끼가 세자 타이틀 달고 범법 질이야? 쪽팔린 줄 알아야지."




다다다 쏘아대는 나의 말에 녀석은 이제 다른 의미로 머리가 아픈 듯, '하, 참나.'하며 머리를 짚었다. 나는 그 와중에도 슬금슬금 다시 침대로 다가가 협찬받은 나의 클러치를 휙 챙겨 들곤 다시 다다닥 벽에 붙었다. 녀석은 내 말에 기가 차고 분한 것 같았지만, 어쩐지 나는 그 모양새에 기세가 등등해짐과 동시에 더 꼽을 주고 싶어졌다. 내가 지금 어? 파티의 주인공이었는데 거기서 끌려왔다고. 어?






"그리고, 난 너처럼 작은 애 싫거든?"

"뭐가 작아."





녀석이 황당하다는 듯 이젠 팔짱을 끼곤 침대 건너의 내게 말했다. 어쩌다보니 이 침대가 녀석과 나 사이의 휴전선처럼 된 것 같았다. 녀석은 제 키가 작다는 말인가 싶었는지 '지는 더 쪼그만 게…'하고 중얼거렸지만, 나는 클러치를 든 손으로 새끼손가락만 들어 녀석에게 내밀었다.




"네 꼬추, 애기꼬추라는 소문이 파다하던데?"

"뭐???"

"넌 모르겠지만, 내가 사귀었던 남자들이 그래도 평균은 됐어서, 애기것은 좀…"



내가 황당함에 입을 벌린 녀석의 그곳을 흘끗거리며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녀석이 황당함을 넘어서 자존심이 팍 상했는지 침대 건너 내게로 걸어오려 해서 내가 황급히 손을 뻗으며 녀석에게 소리쳤다.




"너 이씨, 오기만 해!!"

"너가 내 거 봤어?"

"아오씨 꼭 봐야 아냐!! 오지 말라고!!"




내 말에 녀석이 내게 다가오다 말고 우뚝 멈춰 섰다. 서란다고 정말 멈춰 설 줄은 몰라서, 나는 녀석의 발에 두고 있던 시선을 다시 천천히 들어 얼굴을 바라보았다. 황당함? 기가 참? 분노? 모르겠다. 녀석의 표정이 무슨 뜻인지는. 중요한 건 내가 진짜 존나게 미친년이라는 것. 아무리 왕권이 약해져서 의원들의 꼭두각시놀음에 병풍취급을 당하고 있어도, 세자는 세자인데. 나 쥐도 새도 모르게 죽는 거 아니겠지. 그런 생각에 내가 나도 모르게 흠칫 몸을 떨며 두 팔로 내 몸을 감쌌다. 클러치의 큐빅과 비즈들이 찰랑 소릴 내며 흔들렸다. 





"보지 않아도 알아?"

"어? 어어 뭐…"

"재밌네."

"…"

"캐릭터 재밌네. 김여주."




오히려 나긋해진 목소리에 나는 녀석이 조금 더 무서워졌다. 녀석은 뒤돌아 협탁에 올려둔 제 시계를 차고, 담배를 꺼내 들었다. 저 새끼 진짜 세자라는 게 실내 금연이란 나라 법도 안 지키고 시붕… 그런 오지랖을 뒤로하고 대체 무슨 수작인가 싶어 경계하며 조금 더 벽에 몸을 붙이는데, 녀석이 여전히 뒷모습을 보인 채로 내게 말했다.




"가."

"어? 가라고?"

"어, 가라고. 별로 하고 싶지 않아졌어. 근데."



무슨 상황인지 아직 감이 안 잡혀서 여전히 긴장하고 있는 채로 녀석의 마지막 말을 기다렸다. 녀석은 입에 문 담배에 불을 붙이곤 천천히 고개만 돌려 나를 바라보았다.





"앞으로 좀 재밌는 일이 생길 거야."

"무슨…?"



<재밌는 일>이라는 것이 결코 재밌지 않게 다가와서 나는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 하지만 녀석은 다시 뒤돌아 지 혼자 담배를 피우며 큭큭거릴 뿐 내게 답을 하지 않았다. 나가자마자 어디로 끌려가서 진짜 북어 패듯이 맞고 어디 야산에 파묻히고 이런 거…아니겠지. 오세민이란 존재 자체는 별로 무섭지 않은데, 아까 나를 불타는 눈으로 노려보던 경호원들이 생각나 괜한 두려움에 내가 말했다.




"나, 나 여기 오기 전에 다 말했다. 거기 사람들한테. 너 만난다고."

"…그래서?"

"어? 어 그러니까 시발 나한테 무슨 짓 할 생각 하지 말라고!"




그런 나의 외침에 녀석은 잠시 뒤 내 말을 이해한 듯 뒤돌아 나를 바라보더니 다시 뒤돌아 어깨를 떨며 "재밌네. 진짜."하며 큭큭 웃었다. 오, 완전 재수 없는걸.




"응. 그래 알았어."



마치 국어 교과서에 나올 법한 착한 말투에 내가 소름 돋은 팔을 슥슥 문지르며 그대로 벽을 타고 슬금슬금 녀석과 가장 멀리 떨어질 수 있는 루트로 향하다 녀석의 발밑에 있는 구두에 인상을 팍 찌푸렸다. 그런 나를 본 듯 녀석이 담배를 입에 문 채 제 발밑에 있는 내 구두를 들어 내게로 휙 던졌다. 고맙긴 한데 이게 네가 그렇게 막 던져도 되는 구두가 아니거든. 그 말은 속으로 삼키곤 짜증에 숨을 낮게 내쉬며 문 앞에서 구두를 얼른 신었다. 시선은 여전히 놈에게 고정한 채로. 문을 열기 전, 그래도 이렇게 도망 나가듯 나가는 것 보단 떳떳이 나가고 싶은 마음에 내가 살짝 구부정했던 허리를 피며 뒤돌아 여전히 나를 빤히 보며 담배를 피우고 있는 놈에게 말했다.




"만나서 반가웠어. 세민아."

"…"



내 말에 녀석의 표정이 더 굳어진 것 같았다. 왜지? 나는 내가 뭘 말실수를 했나 싶어 눈을 한 번 굴리다, 얼른 나가고 싶어 문고리를 확 돌렸다. 문을 막 열기 직전, 뒤에서 녀석의 한껏 낮아진 목소리가 들렸다.




"너, 데."




너무 낮아 잘 알아듣지 못한 내가 뒤돌아 녀석을 바라보았다. 녀석은 어느덧 침대에 살짝 걸터앉아, 벌어진 가운을 정리도 하지 않은 채 나를 노려보듯 바라보고 있었다. 그 눈빛이, 어쩐지 나를 재밌어하는 것 같기도 했고, 화가 난 것 같기도 했다. 알아듣지 못한 나를 알아차린 듯, 녀석이 한 번 더 내게 말했다.




"너."

"응."

"위험하다고."





그리고 녀석이 웃었다. 그리고 나도 웃어야만 했다. 녀석을 향해. 이유는 몰라. 자존심 그런 거겠지.





"별로 안 무서운데. 어린애는."




그리고 확 문을 열어젖혔다. 생각보다 빨리 나온 나에 놀란듯한 경호원들이 움찔 나를 바라보았다. "발 괜찮아요? 그쪽은 뺨 괜찮아요? 아깐 내가 너무 열 받아서, 미안해요~" 여유로워진 마음에 병 주고 약 준다고 내가 찍은 발등과 때린 뺨 안부까지 물어주며 웃었을 때, 또다시 방 안은 아까와 같이 광광광 거리는 폭발소리에 가까운 음악으로 가득 찼다. 아까 전 녀석이 미친 듯이 춤을 추던 모습이 떠올랐다. 진짜 무슨 빙의라도 한 것 같았잖아.



"쯧쯧."




요새 애들을 보며 혀를 차는 고지식한 노인처럼 방문을 흘겨본 나는, 곧 이겼다는 뿌듯함에 내가 뺨을 때렸던 경호원의 어깨를 토닥이며 "수고가 많으십니다."하며 발랄한 걸음으로 엘리베이터로 향했다.



하지만 나는 간과했다.


대한민국의 세자 저하는 생각보다 어리고,

생각보다 쪼잔하고,



생각보다


뒤끝이 길었다.























안녕하세요 2016, 신()데렐라를 쓰게 된 에몽가라고 합니다. 큐큐 귀엽죠 큐큐

아, 제목의 한자는 매울 신임다. 매울 辛! 성격이 아주 매운 신데렐라죵

뻔한 이야기인데 안 뻔한 척 써보려고 해용 'ㅁ'




1편이 원래 불맠이었는데, 뭐 내용은 비슷해요... 거절한 것까지!'ㅇ'

앞으로 불맠이 자주 등장하진 않을거에요. 왜냐하면 내가 잘 못 쓰니까.

하지만 1편부터 불맠인 이유는


임팩트 있는 둘의 첫 만남을 위해...'ㅁ'



2편을 쓰기 전 2편은 불맠이 안 나올 예정이라, 1편을 못 보실 비회원 독자님들을 위해

그냥 클린버전으로 올립니당.


1편 불맠 진짜 별 내용 없고 비슷한 내용이니('소문으로 들었다'와 '실제로 보았다'의 내용 차이일뿐)

그냥 클린버전 말고 이게 원래 내용이구나~하고 넘어가셔도 됩니당.




잘부탁합니당.

[EXO/오세훈] 2016, 신(辛)데렐라 : 01[부제-숭배의대상?] clean ver | 인스티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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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이 버전도 괜찮네요 재밋어요 그래서 다음은 언제죠~????
8년 전
에몽가
내일 저녁쯤 업뎃 될 예정입니당'ㅇ'♬
8년 전
독자2
우왘 신나네요 벌써부터 기다려 집니다... 드라마를 눈으로 보고 있는 것 같아서 더 더 기대되요..
8년 전
에몽가
드라마.........흑흑 감사해요 'ㅂ'♡ 열심히 쓰겠숨니당
8년 전
비회원171.17
헐 ㅠㅠㅠㅠ완전 재밌어요!!!짱짱 빨리 다음편 보고싶어여ㅜㅜ
8년 전
독자3
세상에나 뭔가 클린버전은 같은 글인데 좀 달라여 사스가 작가님은 암호닉 안 받으세여?
8년 전
에몽가
암호닉은 ... 신청해주신다면 감사히 받겠습니다!!!♡_♡
8년 전
독자4
와 그럼 [포카리]로 신청할게여!!!
8년 전
비회원206.231
와 재밌어요!!!!!!!다음편이 궁금합니다 무슨일이 생길거같은데...!!!!
8년 전
비회원218.250
앜ㅋㅋㅋㅋㅋㅋ 여주 완전 좋앜ㅋㅋㅋㅋㅋㅋㅋ 캐릭터 정말 최곤데요? 작가님 사랑해요~^^ 암호닉 받으시나요? 저 신청할게요! [봄여름가을겨울]
8년 전
독자5
아 진짜 너무 재밌어요 이런 내용은 처음 보는 거 같아요 여주가 당찬 것도 보기 좋아요 세훈이가 여주를 만나면서 안 좋았던 소문 다 없어졌으면 좋겠네요 ㅎㅎ 암호닉은 [마틸다]로 신청할게요
8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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