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 이렇게 쓰는 거 맞나?
안녕! 나 여기 글 처음 써봐, 우와. 신기해!
다른 분들도 다 애인분들이랑 처음 만난 것부터 시작해서 지금 있었던 일들도 쓰시길래, 나도 좀 끄적거리려고 글 올려. 괜찮지?
아, 맞다. 내 남자친구 이름 세훈이야. 사실 실명 써도 되나 잘 모르겠는데,..
어차피 걔 여기 볼 일도 없으니까 그냥 실명 쓸게. 걔가 이름 내리라고 해도 내릴 생각 없었거든! (뻔뻔)
세훈이랑 나는 현재 둘 다 대학생이고, 다른 학교야.
우리가 처음 만난 게 좀 특이해서 차근차근 알려주려고!
그럼 첫 만남부터 끄적여야지.
내가 원래 벚꽃을 진짜 좋아해. 그래서 계절 중 봄을 가장 좋아하기도 하고, 사진첩의 반은 벚꽃 사진이 꽉꽉 담겨있을 정도?
그래서 매년 벚꽃이 필 시기에는 친구들이랑도, 가족들이랑도 항상 벚꽃을 보러 갔었어.
벚꽃 좋아하는 이유는 딱히 없고, 그냥 예뻐서?
에이... 무슨 이유가 필요해? 가끔은 이유 없이 좋아할 때도 있잖아.
근데 내가 얘기해줄 건 이번 년도 봄에 있었던 얘긴데, 평소와는 조금 달랐던 벚꽃놀이였어.
친구들이랑 갔었는데, 내가 너무 좋아하다 보니까 혼자 뽈뽈뽈 돌아다니면서 사진을 찍었었거든.
매년 같이 가주던 친구들은 이제 익숙해서 그러려니 하고 나 여기 있을게~!라고 하더니 벤치에 앉아버렸고, 나는 열심히 사진 찍기 바빴어!
근데 내가 좀 덤벙거리거든...
내 입으로 말하기 쪽팔리지만 정말 많이 자빠져.
그리고 한 번 시작한 일은 맥이 끊기지 않는 이상 집중을 계속하는 성격이거든.
나쁘게 말하면 멀티캐스팅이 그냥 안 되는 거지. ㅎㅎ
한참을 사진에 정신이 팔려서 돌아다니다 느낌이 안 좋더라고.
넘어질 것 같은 느낌에 눈을 꽉 감자마자 누가 내 팔을 세게 당기길래 놀라서 소리를 질렀더니 되게 당황하면서
“... 아, 아니 조심하시라고요.”
순간 아, 이 사람이 내 생명의 은인이구나 생각했지 그래서 무조건 구십 도로 인사를 꾸벅 했어.
그리고 올려다봤는데.
와,
무서웠어... 진짜로... 내가 원래 낯을 가리는 편이라 진짜 당황 ㅇㅅㅇ 무릎 꿇을 뻔...
미친 뭐 이거 어떡해야 하지? 하고 계속 멍 때리면서 쳐다봤는데 솔직히 잘생긴 거야.
뒤에 벚꽃은 날리고 날씨도 화창한데!
딱 내가 고등학생 때 야자시간에 몰래보던 만화의 한 장면 같아서 넋 놓고 보다가 겨우 정신 차렸거든.
근데 처음에는 좀 무서웠어,
세훈이가 마냥 순해 보이는 상은 아니거든?
사납다는 표현에 더 가까워서 좀 주춤했어. 절대 무서운 건 아니었어! ㅎㅎ
솔직히 나보다 한 두세 살은 많아 보였거든... 세훈아 미안!
그러더니 더 크게 당황하는 거야 세훈이가 당황하면 동공지진이 거의 8.0 수준이거든?ㅋㅋㅋㅋ
그 흔들리는 동공으로 나한테 조, 조심 좀 하세요 이러는 거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오빠 노릇 좀 하려고 했었나 봐.
그때 나 처음 보고 고딩인 줄 알았다고... 아 좀 억울하네?
그리고 난 그냥 끝난 줄 알았어.
넘어질 뻔한 거 잡아준 게 무슨 인연이라고 했지.
만화는 만화니까라고 생각하고 뒤돌아서 다시 벚꽃 구경하고 있었는데,
누가 또 확 당기길래 쳐다봤더니 그 분인 거야.
당황해서 어버버 거렸더니 처음에 나한테 말 더듬던 세훈이는 어디 가고 당당하게 와서 나한테 했던 말이,
“ 그렇게 쫑쫑쫑 걸어 다니면 누가 안 넘어져요, 정 넘어지기 싫으시면 번호라도 주시던가. 몸 정도는 던져서 막아줄 수 있으니까. ”
...? 나니? 나 되게 당황했거든? 사실 나 이런 적 처음이라 튕길 줄도 모르고 그냥 넋 나간 상태에서 주고 친구들한테 바로 왔던 것 같아.
내가 정신이 반쯤 나가서 오니까 왜 그러냐고 물어보길래 친구들한테 설명해주려면 너무 긴 것 같아서 그냥 대충 얼버무리고 집에 왔어.
집에 와서 뭐 했냐고? 당연히 뻗었지! 얼마나 피곤했는데.
그래도 인간이니까 씻고는 자야겠다는 생각에 화장실로 기어들어가서 겨우 샤워를 하고 나와서 습관처럼 핸드폰을 확인했는데,
생전 모르는 번호로 문자 하나가 와 있더라고.
-집 가다가 또 안 넘어졌어요?
-넘어졌을 거 같은데
-집 가면 연락해요
그 자리에서 완전 꽁꽁 얼어버렸어.
이거 어떻게 답해야 하지...? 이십분은 고민하다가 겨우 한 문장 보냈어.
[집 왔어요]
막상 보내니까 너무 딱딱하게 보낸 것 같아서 이불 킥 엄청 차다가 나도 모르게 잠들었어.
그리고 다음 날 아침에 비몽사몽하게 일어나서 확인하니까, 문자는 벚꽃만큼 예쁘게 와 있더라고.
-벌써 갔어요? 꽤 가까운가 보네
-그래도 제가 한 번 몸 던져서 넘어질 뻔한 거 막아줬는데 밥은 사야죠.
-오늘 시간은 없나?
사담 |
세상에 마상에 이렇게 쓰는 거 맞나요?!?! 갑자기 벚꽃 사진을 줍다 보니까 생각나서 끄적여봤는데 그냥 망했네요. ;ㅅ; 그냥 가볍게 예쁜 세훈이 생각하시면서 보세요... ㅜㅜ 세훈이 만만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