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필요한 시각 03:00 AM
w.시린
"그래서 너 이름이 뭐라고?"
"박지민이요"
어느새 샤워 가운에서 흰 티로 갈아입은 윤기가 지민을 붙잡고 물었다. 새벽에 일어난 윤기가 지민이 깨어나자마자 한 말은, 내가 누구야, 였다. 내가 누구길래, 너가 나를 보자마자 우는 거야? 그러자 지민은 입술을 깨물 뿐이었다. 마음을 추스리는 듯, 눈을 감고 가만히 있을 뿐이었다. 입술을 깨문 작은 앞니가 아니었다면, 다시 자는 것처럼 보일 법했다. 잠시 후, 조금은 떨리는 목소리로 지민이 말을 이었다. 형은, 민윤기고요, 하고 지민이 눈을 떴다. 형이랑 저랑, 룸메이트였어요. 그러다가 형이, 어, 그러니까, 하고 말을 잇지 못하자 윤기가 빤히 그를 바라보았다. 형이, 그냥, 잠깐 어디 갔었어요. 꽤, 오래 걸렸네요, 하며 지민이 눈을 접으며 웃었다. 왠지 모르게 그 웃음이 서글퍼 보였지만 윤기는 그런가 보다, 하고 수긍했다. 그래서 너 이름이 뭐라고? 박지민이요.
"형, 우리 학교 앞에 카페 있거든요"
"음, 그랬나"
"형이 거기서 알바했었어요"
"내가?"
"네, 그리고 형 어디 가있는 동안 제가 대타 뛰었어요"
"아..."
"이제부터는 형이 나가요"
내일 제가 사장님께 말씀드릴 테니까 모레부터 출근하면 될 거예요. 하고 지민이 조곤조곤 말하자, 윤기가 조금 곤란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형, 혹시 커피..내릴 줄 몰라요? 순간 그 기억도 지워졌냐, 고 물어볼 뻔 했지만, 금방 정신을 차리고 말을 바꾸어 물었다. 윤기가 응, 좀 가물가물하네. 하며 머리를 긁적였다. 그러면, 일은 다음주부터 해요. 제가 이번주동안 가르쳐 줄게요. 응, 고마워. 아 있잖아, 지민아. 네?
"미안"
"...뭐가요?"
"지금 내가 뭐가 뭔지 정신이 하나도 없어"
"..."
"어딘가에 있다가 제 자리로 온 것 같긴 한데"
"...네"
"아무것도 모르겠어"
내가 여러모로 귀찮게 한다. 아니에요, 형. 룸..메인데, 이 정도야... 지민이 애써 웃음을 지었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은, 모든 기억이 없다. 정신이 없어졌다고 한다. 윤기 형, 형이 말한 '어떤 모습'이라는 게, 나를 기억하지 못하는 모습이라고는 말한 적 없잖아요. 이러면, 이러면... 내가 너무 슬프잖아. 형은 여전히 내 마음 속에 들어있는데. 나는, 나는 비워진 거잖아. 이러면 내가 너무 힘들잖아요.
-
"형, 나 쓰레기 버리고 올게요"
"응 다녀와-"
침대에 웅크려 이불 속에 파묻힌 윤기가 졸린 목소리로 지민을 배웅했다. 지민이 겨울임에도 반팔만 입고 집을 나서려 하자, 어떻게 알았는지 고개를 슥 돌려 그를 바라본 윤기가 제가 입은 가디건을 그에게로 던졌다. 신발을 신던 지민이 와씨, 깜짝아! 하고 소리를 지르자 윤기가 웃기다는 듯 쿡, 하고 웃었다. 눈을 감은 채로 그가 조금 볼륨을 올려 입고가- 밖에 추워, 하고 말한 뒤, 다시 반수면상태로 빠져들었다. 기억이 없어졌다고는 해도, 몇 년간 봐온 지민과 그의 집이라 그런지 하루만에 꽤 편해진 모습이었다.
자신에겐 어깨 부근이 조금 남는 윤기의 회색 가디건을 입고 지민이 문 밖으로 나왔다. 후우- 하고 입바람을 불자, 허공에 잠시 맺혔다 떨어지는 미세한 물방울들에 지민이 반팔만 입고 집을 나서려 했던 몇 분 전의 자신에 대해 비웃음을 날렸다. 혼자 낄낄대며 계단을 내려가 쓰레기 수거함에 봉지를 내려놓자, 뒤에서 인기척이 들렸다. 마찬가지로 쓰레기를 버리러 나왔는지 찍-찍- 하는 슬리퍼 끄는 소리와 함께 부스럭거리는 비닐 봉지 소리, 동시에 느하함- 하는 꽤 우렁찬 하품 소리가 들려왔다. 뒤를 보자, 처음 본 남정네가 한쪽 팔로는 기지개를 펴며 쓰레기를 버리러 나오고 있었다.
"아! 저기, 안녕하세여!"
갑작스런 인사에, 저요? 하자 남자가 세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네! 님이요!
"저 옆집 이사왔거든여!"
"아, 안녕하세요"
"저는 김태형이에여! 악수!"
묻지도 않은 이름을 대며 해맑게 악수를 청하는 그에게, 아, 저 쓰레기 만졌는데, 하고 머뭇거리는 지민의 손을 태형이 낚아채 강제로 악수를 했다. 그 동작에서 왠지 모를 뿌듯함이 느껴져 지민이 살풋, 웃었다. 아, 저는 박지민이에요. 아 지민씨-. 주인 아저씨가 제 옆집 분 저랑 동갑이라고 하시던데, 혹시 95년생이세여? 네, 저 95년ㅅ.. 와! 그럼 친구네여! 말 놓자! 지민아! 아, 응! 너 원래 이렇게 소심해? 아니, 그건 아닌ㄷ.. 그럼 같이 쓰레기 버리자! 다짜고짜 쓰레기를 함께 버리자는 태형의 요청에 지민이 얼떨떨한 웃음을 지으며 그래, 하고 대답했다. 그리고 30분간 지민은 태형의 손아귀에 붇잡혀 이런 저런 호구조사를 당해야만 했다.
"아항, 지미나 즐거워써! 다음에 너네 집 갈게!"
"어, 옆집인데 뭐, 아무 때나 와"
"먼저 들어가- 나 한 바퀴 돌다 들어갈래"
"어- 추우니까 금방 들어와"
응- 하면서 손을 흔들며 흰 건물 안으로 빠르게 들어가는 지민의 뒷모습이 사라지자, 잠시동안 웃음 짓는 표정과 흔들던 손을 유지하던 그가 무서우리만치 표정을 바꾸며 손을 내렸다. 그리곤 신경질적으로 바지에서 담배와 라이터를 꺼내 불을 붙였다. 생각에 잠겨 담배를 깊게 빨아들인 그가 후우- 하고 연기를 내뿜었다. 연기가 공중으로 올라가 흩어졌다. 다시 한번 또 후우-, 그리고 흩어짐. 다시 후우-, 흩어짐. 씨발, 남는 게 하나도 없네. 그가 담뱃재를 툭툭 털었다. 남는 건, 까매진 재 밖에 없네, 썅. 벌써, 지칠 것 같다. 연기는 나랑 안 맞아. 씨발, 진짜 씨발. 이 세상의 욕은 참 많은데, 씨발처럼 좋은 말이 없어. 그래서 난 씨발이 좋아. 씨이-발.
그가 읊조렸다. 자조적인 웃음과 함께, 숨을 내뱉듯, 단순한 공기의 울림처럼, 말을 흘려보냈다. 어쩌다, 이 모양이 됐을까. V, 이 정신 나간 새끼.
-
며칠간은 굉장히 평범했다. 윤기는 지민을 따라 카페에 가기 시작했고, 지민에게 이것저것 배우기 시작했고, 이전에 하던 경험이 있어서인지 기억을 잃었다 해도 윤기는 그것을 곧잘 따라했다. 단 한번, 카페에 처음 들어간 그 날만 빼고. 카페에 들어가자마자 윤기는 이명을 호소하며 주저앉았다. 흐으, 하면서 앓는 소리를 내는 그를 지민은 입술을 깨물며 지켜볼수밖에 없었다. 지민이 그의 등을 토닥이자, 조금은 진정한 듯 고른 숨을 쉬기 시작했다. 그래도 멀미 나듯 울렁거리는 속은 어쩔 수 없는지 한참동안 눈을 질끈 감고 있었다. 일과가 끝나고 나면 윤기와 지민의 비정상적으로 발랄한 이웃인 태형은 먹을 게 생겨도, 재밌는 게 생겨도, 뭐든 생기면 바리바리 싸들고는 지민의 집에서 시간을 보내고는 했다. 처음에는 태형을 피하려고 하던 윤기도 이제는 체념한 듯 그가 찾아와도 가만히 있곤 했다. 이제는 먼저 말을 걸거나, 되도 않는 농담에 소리 없는 비웃음을 보여주기까지 했다.
윤기가 가게 일에 완전히 적응해 카페에 다시 알바를 하게 된 이후에도, 카페 사장님은 우리 지민이를 내칠 수는 없다며 둘을 모두 알바를 시켰다. 어차피 개강하면, 지민이는 취업 준비와 학교 생활 때문에 학교 나가서 바쁠건데, 그때부터 윤기 혼자 나와도 된다, 본인이 취미삼아 연 가게라 인건비는 상관없다, 등등의 이유를 대며 홀홀홀- 하고 웃으시는 그 모습이 이상하게 귀여워 보여서 윤기가 오랜만에 활짝 웃었다. 그렇게 둘 다 카페 알바를 나가게 되자, 그곳의 죽순이가 된 건 다름아닌 김태형이었다. 오전에 어딘가로 사라졌던 그는 오후만 되면 지민아!!! 하며 카페로 들이닥치고는 했다. 이젠 지민도 그에게 적응해서 니 줄 커피는 없어, 꺼져! 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그리고 민윤기는 항상 그 중간에서 자는 건지 안 자는건지 모를 정도로 가만히 앉아 있을 뿐이었다.
윤기가 잠시 화장실을 갔을 때, 지민의 핸드폰이 울렸다.
전정구기
형, 지금 뭐해요?
알바에요?
지금 놀러갈게요
ㅇㅇ그래
전정구기
30분 정도 걸려요
조금 이따 봐요
엉
"우리 찌미니 여자친구야?"
"미친, 학교 후배거든"
"아깝네"
뭐가 아깝다는 거야, 하며 지민이 어이 없는 듯 그를 쳐다보았다. 쩝, 하고 입맛을 다신 태형이 30분 후에 후배 온다고? 구경이나 시켜줘- 하면서 눈을 감았다. 아주 그냥 카페가 제 집인 것마냥 민트 초코 하나 시켜놓고는 자리를 폈다. 지민이 저 새끼를 때릴 수도 없고, 하며 그를 노려보았지만, 태형은 팔자 좋게 의자 위에 누워 있을 뿐이었다. 곧 화장실에서 돌아온 윤기가 태형의 다리 위에 아무렇지 않은 듯 앉자, 아, 형! 하면서 소리 지르기는 했지만, 누워 있고 싶은지 다시 눈을 감는 그였다.
15분쯤 지나자, 지민의 핸드폰이 울렸다. 어, 정국아. 형, 저 거의 다 왔어요. 어, 커피 만들어 놓을까? 저야 감사하죠- 하는 수화기 너머 소리가 들리는 것과 동시에, 태형은 이유 모를 냄새에 눈을 떴다. 밖에서 들어오는 미묘한 냄새. 체향, 이건 체향이었다. 오랜 시간 전, 그리고 얼마 전의 끔찍한 두 개의 기억이 떠올라 그는 몸서리쳤다. 졸음에서 깨어나 정신을 차려 보니, 제 다리에 앉아있던 윤기가 자신의 앞자리에서 엎드려 쿨쿨 자고 있었다. 태형이 지민에게 윤기 형 잘 지키고 있어봐, 하고 눈짓으로 이야기한 후, 급하게 자리를 떴다. 지민의 의아한 듯 그를 바라보았지만, 대수롭지 않은 듯 다시 정국과의 통화를 이었다. 아, 길 건넜어? 아니, 음...친구 와 있어. 에이 괜찮아, 응. 쭉 걸어오면 돼. 여러번 와 봤잖아, 바보야?
태형이 냄새를 좇아 발걸음을 옮겼다. 횡단보도 바로 앞에서부터 냄새가 풍겨오는 듯했다. 상가 사이사이에 나있는 작은 틈 사이로 그가 몸을 숨겼다. 숨을 참은 채, 냄새의 주인공이 나타나기만을 기다렸다. 그 때, 멈춘 호흡 사이로 찔러 들어오는 강한 이질적인 향에 태형이 콜록, 하고 기침을 내뱉었다.
"형 혼자 있어요? 아, 저 가도 되요? 이 길로 쭉 가는 거 맞죠? 에이, 바보라니...형 너무해요"
제 앞으로 새카만 흑발의 남자가 지나갔다. 그였다. 그가 바로, 냄새의 근원임이 분명하다. 태형은 미친 듯 달렸다. 민윤기가 위험할 수 있다. 그를 데리고 나가야만 한다. 제가 스쳐 지나갈 때, 남자의 얼굴에 비릿한 미소가 걸린 듯했지만, 그건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딸랑- 하는 소리에 지민이 정국이니? 하고 내다보았지만 들어온 건 눈에 띄게 불안해 보이는 김태형이었다. 야 너, 왜그래. 씨발, 민윤기 어딨어. 윤기 형 자는ㄷ.. 내가 잠깐만, 잠깐만 데리고 나가 있을게. 야, 야 김태형! 하고 다급하게 외치는 지민의 목소리를 뒤로 하고, 윤기의 손목을 붙잡고 태형은 달릴 뿐이었다. 그리고 이미, 윤기는 어지럼증과 이명 때문에 아 돌겠다, 씨발, 이라는 말만 몇십 번 째 되뇌이는 중이었다.
5분 쯤 지나자, 카페의 유리문이 열리고, 검은 머리의 남자가 들어왔다.
"형, 저 왔어요"
"어, 정국아"
"형 친구들 있다고 하지 않았어요?"
"아, 잠깐 어디 나갔다 온대서, 일단 앉아!"
목도리를 테이블에 내려놓으며 털썩 앉은 그가, 제가 앉은 의자를 손으로 슥, 쓸었다. 뿌리 부근은 은색인데, 겉부분이 갈색이다. 정국이 손을 탁탁 털었다. 불결해. 응 정국아 뭐라구? 아무것도 아니예요, 커피 언제 줘요? 아까 너무 빨리 내려서 커피물 돼버렸어, 다시 내리는 중이야! 네- 기다릴게요. 여전히 머리카락이 올려져 있던 자리를 살벌하게 바라보는 정국이었다.
-
"씨발, 돌겠다, 아"
"윤기 형, 괜찮아?"
"하아, 씨발,"
일단 급한 대로 뒷건물 지하의 노래방으로 왔다. 여기는 밀폐된 공간이니까, 안전하겠지. 하는 마음에 데려온 지하였는데, 이미 그 냄새를 맡아 버린 것인지, 윤기는 도통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제가 태평하게 잠을 잔 것이 잘못이었다. 잊힐래야 잊힐 수 없는 기억인데, 철수세미로 긁어내듯 박박 긁어낸 기억이니, 어찌 그것이 아프지 않을텐가. 태형은 윤기가 안쓰러울 뿐이었다. 저는 이미 이전에 다 겪은 일이었기에, 그 아픔이 얼마나 클지, 이해할 수 있었다. 윤기의 잇새 사이로, 지민아, 지민아, 하는 말이 들려오는 듯했다.
"윤기 형"
"하아, 왜"
"앞으로 박지민이 저새끼, 정국인가 전국인가 데려온다고 하면"
"...어"
"바로 우리집으로 오던가, 아니면 오지 말라고 해요"
"..."
"알았죠? 대답 해요, 좀"
"알았어, 알았어"
아까보다 조금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상태가 많이 안좋아 보이는 윤기의 등을 태형이 토닥였다. 형 여기서 한 3시간만 있다 나와요,알았죠? 하고는 태형이 문을 닫고 나왔다. 그 전에는 저 새끼 가겠지.하는 말은 삼킨 채였다. 내가 일단 이 지하 밖으로 나가면, 다시 나의 존재를 알게 되겠지, 그 또한. 늑대는, 늑대를 알아보는 법이니까. 특히 흰 늑대와, 회색 늑대는 말이야. 태형이 바람 빠지는 소리를 냈다. 하여간, 늑대는 피곤한 족속이야. 그가 바지에서 담배를 꺼내 물었다. 씨발, 마지막이네, 하며 빈 통을 우그러뜨려 계단 밑으로 그것을 던졌다. 연한 담배향을 남기며 그가 천천히 건물 밖으로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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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형은 바로 카페로 향하지 않고, 건너편의 편의점에서 모자를 쓴 채 담배를 피웠다. 마지막 개비라며 꺼낸 그것은 태운 지 오래였고, 앉은 자리에서 3개비 째 꺼내드는 중이었다. 남자새끼가 카페에서 더럽게 오래 있네, 하며 태형이 침을 뱉었다. 3번째 담배, 그러니 하루 종일 핀 담배로는 4개비 째의 담배에 불을 붙이려 하는 순간, 남자가 카페에서 나오는 것을 발견했다. 불을 붙이지 않은 담배를 톡, 부러뜨려 테이블 위에 놓고는, 그가 급하게 그 남자의 방향으로 뛰어갔다. 남자는 상가와 상가 사이에서 담배를 피우려는 듯, 그의 것에 불을 붙이고 있었다.
"너, 뭐냐"
태형이 벽에 기댄 남자의 어깨를 거칠게 젖혔다. 남자는 놀라지 않은 듯 그를 빤히 바라보다 가소롭다는 듯 피식, 하고 웃을 뿐이었다.
"씨발, 뭔데 자꾸 알짱거려"
"...허,"
"너, 박지민 주변에서 계속 도는 거 맞지"
"아니, 갑자기 지나가던 사람 붙잡고 무슨,"
"늑대새끼가"
늑대새끼가, 라는 그의 말이 끝나자마자 어깨를 잡힌 남자가 정색을 풀고는 낄낄대며 웃기 시작했다.
"이야, 냄새는 여전히 죽이게 맡는다 너,"
"쟤들 건들지 마라,"
태형이 으르렁대며 정국을 노려보았다. 정국은 흥미로운 듯 태형을 바라볼 뿐이었다. 이전에 지민과 통화할 때의 살가움이라고는 눈곱만큼도 찾아볼 수 없었다. 그냥 냉소였다. 하마터면 그 웃음에 얼어서는 아무말도 못할 뻔 했지만, 입술을 깨물며 태형이 계속해서 말을 이어나갔다. 너, 죽여버리는 수가 있어. 그 말에 정국이 웃으며 그 말에 응대했다. 발톱은 너만 있는게 아냐, 새끼야. 닥쳐. 와, 너 존-나 무섭다? 닥치라고 했어. 야, 너 V였던가, 이름? 너 말이야,
"다시 살아났으니까 뭐, 너는 늑대가 아니라 개새끼인거야?"
"...닥쳐"
"변절자 새끼 주제에, 앞잡이로 불러주니까 쫄래쫄래 왔네"
변절자, 라는 말에 태형의 눈이 흔들렸다. 입술을 어찌나 세게 깨물었는지 입술에 핏기가 가셨다. 이윽고 태형이 한숨을 내쉬었다. 남자가 물고 있던 담배를 빼내 태형의 눈앞에 후우- 하고 숨을 내뱉고는 태형의 입에 그것을 물렸다.
"조용히 살아라,"
"..."
"한 번 죽어본 인생, 또 죽기 싫으면"
아, 너는 인간이 아니니까 인생은 아니겠구나? 하며 태형을 가소롭게 바라본 그가 태형의 어깨를 툭툭, 털어 주고는 자리를 빠져나갔다. 분하다는 눈빛으로 그의 뒷모습을 좇던 태형이 담배를 신경질적으로 바닥에 던져 발로 짓이겼다.
"더럽게 맛없는 것도 핀다, 좆같은 새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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쾅쾅쾅쾅, 하고 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지민이 눈을 떴다. 퇴근할 시간이 다 되었는데도 돌아오지 않는 태형과 윤기 때문에 한숨을 내쉬던 그가 집으로 돌아왔을 때, 침대 위에서 자고 있는 윤기가 보였다. 묘하게 안심이 되면서 긴장이 풀어진 그가 잠깐 잠에 들었었나보다. 지금은 밤 9시 30분. 핸드폰으로 시계를 확인하자, 부재중 전화 7통과 메세지 3개가 눈에 띈다. 모두 김태형의 것이었다.
"박지민!!! 문 열어!!!"
"김태형..?"
문을 끼익, 하고 열자, 태형이 다급하게 문을 두드리던 손을 거두었다. 너, 왜 문자도, 전화도 다 씹어. 아 미안, 깜빡, 잠들었나 봐. 너 잠깐 나랑 얘기 좀 해. 왜, 나 잘거야. 안 돼, 나가서 얘기하자, 진짜 급해. 너가 꼭 알아야 한단 말이야. 뭔데 그래? 일단 따라와 봐. 태형이 지민의 손목을 낚아챘다. 야, 야! 하고 다급하게 불러보았지만, 태형은 이미 제 방의 비밀번호를 누르고 있었다.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 건지, 지민은 당혹스럽기만 했다. 그리고 문이 닫혔다. 밤은 고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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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안녕하세요! 시린입니다!
3시를 최대한 빨리 데리고 나온다는 게... 오늘일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네요 하하
많은 분들의 기대감을 올려드렸던! (물론 저의 착각) 예고편의 본편이 나왔습니다 짝짝짝~
그리 길..진 않은 것 같아요 죄송합니다 ㅠㅅㅠ 역시나 스토리 전개상... 이라는 핑계로.. 흑흑.. (엎드려)(뻗침)
이전 화에서도 말씀드렸다시피, 9월 되면 천천히 굴러갈 예정이라 8월 달에 고삐 풀린 망아지마냥 달릴 겁니다
놓치지 말고 따라오세요 슝슝!
네필시를 사랑해주시고 응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 아침에 독방 보는데 제 글 언급이 하나 있더군요 ㅠㅠ... 감동
소심해서 댓글은 못달았지만 감사합니다! 더 열심히 할게요 하트하트
그럼 이상 ! 시린이었습니다~ 슙민최고~ 여러분 끝까지 함께해요!
암호닉 정리 ♡
깝곰 침침태태 메리 미칟 납치탄 건방지게↗ 밀짚모자 태태뿡뿡 따슙 퀄리티 메리츠 침침 윤타 후드 슈기 나니꺼 푸우우 윤기융털 영감 웬디 연이 수능특강 계란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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