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기 본가에 다녀온지 얼마 되지도 않은 날이었음. 오늘도 윤기는 출근하라면서 으르렁 대는 사장 때문에 출근을 함. 지민이랑 같이 있고 싶은 마음은 알겠다만 출근은 해야하지 않겠냐는 아버지 말씀도 있었고. 그렇게 윤기가 나간 집 안에서 지민이는 수박이 안고 부둥부둥 거리기도 하고 집안일을 이것저것 하기 시작했음. 아이를 낳고 나서 집안일에는 거의 손을 안 댄 지민이임. 밥 같은 건 지민이가 했지만, 청소라든지 빨래 같은 건 다 윤기가 했었음. 그거 때문에 발 동동 구르는 건 지민이뿐임. 도우려고 하기만 하면 박지민, 하고 이름 딱 부르는데 그 목소리가 그렇게 무서움. 결국 한 달 동안은 아무 것도 못한 지민이었지만 이제 좀 생활에 익숙해지기도 했고 윤기 감시도 덜해져서 조금씩 조금씩 해 나가는 중임.
어느 정도 끝내놓고 잠들어있는 수박이 옆에 누워서 수박이 배 토닥거리는데 갑자기 핸드폰이 울림. 놀란 지민이가 수박이 옆에서 조심스럽게 내려와서 핸드폰 확인을 함, 혹시 윤기인가 싶어서. 그리고 핸드폰을 떨어트렸음. 주울 생각도 못한 지민이가 비틀거리다 침대에 가까스로 앉았음. 앉았다는 말보다 쓰러졌다는 말이 더 어울리는 것 같음. 떨어진 핸드폰에는 문자 한 통이 와 있었음.
[아버지가 얼굴 좀 보자고 하셨어. 오늘 오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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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이거 봐요, 나 오늘 학교에서 시험 봤어요!
거기다 두고 가렴. 지금 동생 보고 있잖니.
그치만, 오늘 선생님한테 칭찬도 받았는데...
그리고 호칭 어머니라고 바꾸랬지. 애가 멍청한 거야, 바보인 거야.
하면서 한숨을 내뱉는 걸 보면서도 지민이는 얼굴에서 웃음을 지우질 않음. 눈물을 보이거나, 울음을 터트리면 어떻게 될지 잘 아는 건 지민이니까. 저번에 서러운 마음에 울음을 터트렸다가 종아리가 피멍으로 얼룩질 때까지 맞았던 기억이 생생함. 제 말에는 건성건성 대답하면서도 동생을 보는 눈은 반짝반짝함. 3살이나 어린 동생이지만 이럴 때면 한 대 쥐어박고 싶을 정도로 미움. 결국 지민이는 시험지를 옆에다 내려놓고 자기 방으로 몸을 돌렸음. 1 +1 은 2인데, 전정국 바보... 하는 말도 중얼중얼 거리면서. 지민이가 내려놓은 시험지에는 동그라미만 가득했음. 위에는 100이라는 숫자도 써져 있고. 그리고 그 시험지는 옆에 있는 쓰레기통에 버려졌음. 이게 지민이가 겨우 초등학교 2학년이었을 때의 일임.
이 차별 대우는 시간이 지나서도 바뀌지를 않음. 워낙 심성이 착한 아이인지라 지민이는 누구 탓을 하지도 못함. 다른 아이 같았으면 동생 때문에 내가 엄마 아빠 사랑을 못 받는 거야, 라고 생각했을 수도 있었을 테지만 절대 그러지 않음. 오히려 더 좋은 모습만 보여드려야겠다면서 바른 일들만 하는 지민이임. 그러던 날에 집에 지민이랑 동생, 엄마만 있었던 날임. 엄마는 잠시 뭘 하는지 동생 옆에서 자리를 비움. 평소에는 엄마 때문에 동생 주변에도 가지 못했던 지민이라 엄마가 자리를 비운 걸 본 뒤에 정국이 옆으로 슬금슬금 다가감. 3학년인 정국이는 지민이가 초등학교 입학하면서 다 암기한 구구단을 외우던 중이었음. 이일은이 이이사 이삼육 이사... 이사... 이단에서 쩔쩔매는 정국이 보면서 귀엽다는듯이 웃던 지민이가 정국이 옆에 있던 의자를 빼서 낑낑 올라감. 그리고 꼬물거리는 정국이 손 잡고 말함. 정구가, 봐봐. 이일은이 이이사 이삼육 이사팔 이오십... 하면서 구구단을 쭉 읊음.
손 잡힌 채로 지민이 보던 정국이가 입을 크게 벌림 와, 형 짱! 하면서 엄지도 치켜들었음. 지민이가 뿌듯하게 웃으려고 하는 찰나 엄마가 방 문을 열고 들어오셨음. 그리고 정국이 옆에 있는 지민이를 발견함. 지민이를 보자마자 달려와서 지민이를 의자에서 끌어냄. 엄마가 여자라고 해도 어른인데, 아직 어린 지민이가 어떻게 그 힘을 당해내겠음. 끄는대로 끌려서 바닥에 엉덩이를 찧었음. 정국이는 영문 모르는 얼굴로 멀뚱멀뚱 엄마만 쳐다보고. 그런 정국이한테 웃어보이면서 엄마 잠시만 다녀올 테니까 마저 외우고 있어, 알았지? 하고 말한 엄마가 지민이를 문 밖으로 끌고 나옴. 그리고 동생한테 쓸데없는 말을 했다는 이유로 맞았음. 아프다고 엉엉 울다가 목소리가 다 쉴 때까지. 이건 지민이가 초등학교 5학년이었을 때의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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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대에 멍하니 앉아있던 지민이가 수박이가 잠에서 깨 칭얼거리는 목소리에 생각에서 빠져나옴. 그리고 핸드폰을 주워들고 답장을 보냄. 금방 갈게요, 하고 답장을 보내는 손이 바들바들 떨림. 윤기가 나가자마자 샤워도 끝내놓은 지민이라 옷만 갈아입고 수박이를 안은 채로 집을 나섬. 윤기한테 다녀오겠다는 말도 못한 채로.
오랜만에 찾은 집은 낯설었음. 초인종을 누르니까 누구세요? 하는 말이 들림. 못 들어본 목소리라 당황해서 아, 저, 그... 지민인데요... 하니까 조그맣게 열어줘요, 하는 엄마 목소리가 들림. 아마 새로 들인 아주머니인 것 같음. 삐 소리랑 같이 현관문이 열리고 심호흡을 한 지민이가 슬그머니 안으로 들어갔음. 들어가니까 집은 예전이랑 변한 게 하나도 없음. 조금씩 달라진 건 있겠지만 크게 달라진 게 없단 소리임. 그런데도 지민이는 그 집이 어색하고 불편한지 편하게 앉아있지를 못함. 수박이 안고 있는 몸에 평소와 달리 힘이 잔뜩 들어가있음. 그걸 아는 건지 모르는 건지 엄마는 지민이를 앞에 앉혀두고 입을 열지도 않고 찻잔만 홀짝홀짝 비우는 중임. 그러다 드디어, 정적이 깨짐.
그래, 아이 이름은 정했니?
이게 오랜만에 만난 엄마의 첫마디였음. 서운한 마음을 가질 생각도 못한 지민이가 조심히 말을 꺼냄. 아직, 안 정했어요. 그... 괜찮으시면 어머니가 지어주실래요? 실은 엄마가 지어줬으면 해서... 하고 입을 열다 엄마란 말에 표정이 확 굳은 엄마 표정에 아차 했음. 그렇게 지민이가 큰 맘 먹고 꺼낸 말은 흐지부지 사라졌음.
그렇게 지민이가 쩔쩔매고 있을 때, 도어락이 띠리릭 하고 열림. 누군가 싶어서 고개를 돌린 지민이보다 엄마가 더 빨랐음. 느긋하게 차만 마시고 있던 엄마가 벌떡 일어나서 문 앞으로 향함. 그리고 다녀왔습니다, 하는 말이 들려서 지민이는 정국이인 걸 알아챔. 일어나서 인사를 해야할지, 아님 모르는 척을 해야하는 건지 망설이는데 정국이가 엄마한테 인사를 끝내고 지민이를 발견함. 그리고 환하게 웃으면서 다가옴.
와, 형. 진짜 오랜만이다. 잘 지냈어? 얘는 내 조카? 아, 완전 귀여워... 나 안아봐도 돼? 살갑게 말을 건네는 정국이 뒤에 엄마가 굳은 얼굴로 서 있어서 지민이는 어찌할 바를 모름. 정국이는 잔뜩 굳어있는 지민이 보자마자 몸 휙 돌려서 엄마 보고 아, 엄마는 또 왜 그래. 방에서 좀 쉬세요, 하고 방으로 들여보내고 다시 지민이한테 옴. 나 잘했지, 하는 정국이 머리 슥슥 쓸어주니까 정국이가 씩 웃음. 진짜, 미워할 수가 없는 동생임. 정국이랑 이런 저런 얘기를 하다가 긴장도 풀리고, 마음도 좀 편해져서 소파에 늘어져 있는데 밖에서 차 소리가 들림. 그리고 정국이가 한 마디 함. 어, 아빠다. 그리고 지민이 표정은 다시 굳어짐.
아 마음 아파 ㅠㅠㅠㅠㅠㅠㅠ 괜찮아 다음 화에 우리 윤기가 나올 거야 응 사랑해 헤헤... 그냥 짐니가 자존감도 사라지고 사랑받고 싶어하게 된 이유? 그런 걸 쓰고싶었는데 망!함! 그래도 열심히 썼으니까 봐조... ♡♡♡ 사랑해 댓에서 더 얘기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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