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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혁 몬스타엑스 샤이니 온앤오프
l조회 560l 1

 

 


 

 어느덧 야자는 마지막 교시 하나를 남겨두고 있었다. 대충 문제집 몇 문제를 끄적이다 보니 그새 시간이 지난 모양이었다. 조금만 버티자. 몸에 힘을 빼 그대로 책상에 기댔다. 쉬는 시간에 공부하는 애들이 있네. 야자 땐 종종 보이는 광경이었다. 가끔 보면 좀 지긋지긋할 때도 있다. 왜 저렇게 열심히 할까 하는 생각. 나는 뭐, 쉬는 시간만큼은 제대로 쉴 거다.

 

 핸드폰을 꺼내 밀린 메시지를 확인하고 있을 무렵이었다. 앞으로 누군가 지나감에 그늘이 졌다. 누군지 확인하려 고개를 드니 아니나 다를까.

 

 

 "오세훈? 야, 너 야자 동안 어디 갔었냐."

 

 

 어쩐지 안 보인다 했던 오세훈이었다. 깊게 생각하진 않았지만 석식 시간 이후로 본 적이 없던 것 같다.

 

 

 "그냥 담임이랑 상담 좀 하고…."

 "무슨 상담을 이렇게 길게 해."

 "사람 말은 끝까지 들어. 상담 끝나고 복도 테이블에서 공부했다, 왜."

 

 

 아, 미안. 한쪽 손을 들어 미안하다는 제스처를 취했다. 얄밉게 웃어 보이는 건 보너스.

 

 

 "근데 웬 일탈?"

 "교실 숨 막히는 분위기 싫어서."

 

 
 솔직히 인정. 이제 일주일 정도 된 거라 아직은 의지와 열정을 불태울 시기였다. 그 때문에 숨소리도 못내는 분위기가 조성되었고. 얼핏 복도 테이블 사용 가능하다는 공고가 떠올랐다.

 

 

 "그래서, 보충수업 정했냐."

 "…아 맞다."

 "아 맞다? 싸울래?"

 "그게, 야…! 갑자기, 생각도 안 하고 있는데 와서 너랑 듣자고 하면 내가, 애들한테, 그…."

 

 

 당황스러운 마음에 괜히 오바하듯 막 내뱉었다. 아. 까맣게 잊어버렸다. 정말 생각지 못한 타이밍에 치고 들어온 말이었다. 횡설수설하는 나를 오세훈이 한심하게 쳐다봤다. 그 시선에 얼굴이 뜨거워지는 기분이 들었다. 겨우 이거 갖고 오바하지 마. 나를 보는 표정이 꼭 그렇게 말하는 듯했다. 속뜻을 간파하고 나자 힘이 쭉 빠졌다. 그러게, 왜 이거 갖고 오바했지.

 

 

 "그래서, 나랑 듣는 게 싫다고?"

 "아니… 그건 아닌데."

 "너 말하는 게 딱 그렇잖아. 내 멋대로 결정해서 불편하다고."

 "으어, 아닌데."

 "아니긴. 진짜 내 멋대로 정하면 싫어할까 봐 선택권을 줘도…."

 

 

 누가 듣는 것도 아닌데. 괜스레 쪽팔렸다. 조곤조곤한 목소리로 마치 어린아이 달래듯했던 말투라서 미안했다. 좋게 타이르는 말에 뻔뻔하게 굴 수도 없었다.

 

 

 "…미안."

 "미안하라고 한 말은 아니고. 나머지 하나도 내가 고른다?"

 

 

 죄인은 말이 없다. 별거 아닐지 몰라도 짜증날 법도 한데 꾹 참는 게 느껴져 더 미안했다. 멋쩍게 웃으며 사과를 건네자 민망해하는 나를 눈치챘는지 화제를 돌려버린다. 으, 오세훈이 언제부터 이렇게 말 많은 애였지.

 

 

 "영어 할래? 우리 담당 쌤이 하는 건데 잘 가르치는 것 같더라."

 "응. 괜찮아."

 "이건 수준별로 나눠진 거 없어. 무조건 하나로 통일이래."

 "상관없어."

 

 

 잠시 정체되었던 공기가 풀어졌다. 펜 좀 빌려줘. 볼펜 하나를 쥐여주자 들고 있던 종이에 무언갈 적는다. 대충 합의 보자…. 들릴 듯 말 듯 중얼거린 그가 종이와 펜을 넘겼다. 보충수업 신청서였다. 결정 난 거다, 바꾸지 말고. 그렇게 말하는 오세훈에게 안 바꾼다 대꾸하고는 학번과 과목을 적은 신청서를 다시 건넸다.

 

 

 "오세훈, 이거 신청 며칠까지야?"

 "내일. 근데 선착순이라 밀리면 안 좋을걸."

 

 

 알았어. 미안하다고. 빠릿하지 못한 내가 죄인이었다.

 

 

 "야, 어디 가!! 쉬는 시간 끝났는데."

 

 

 책 몇 권 챙기더니 다시 나가려는 듯한 오세훈을 불러 세웠다. 내 부름에 나가려다 만 오세훈이 뒤돌아봤다. 혹시 종소리를 못 들었나 싶어 재차 얘기하자 신청서를 흔들어 보인다.

 

 

 "신청서 낼 겸 간다고. 나 복도에서 한다니까? 같이 하는 애가 기다려."

 "네 친구들 다 여기 있는데?"

 "옆 반 애."

 "? 네가 옆 반에 친구가 왜 있냐."

 

 

 그러나 내 말을 못 들었는지 그냥 가버린 오세훈이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오세훈과 같이 다닌 애들은 우리 반 외엔 본 기억이 없다. 내가 관심이 없던 탓도 있고. 애초에 대답을 바라고 한 물음은 아니었지만 조금 아리송한 건 사실이었다.

 

 

 

 

 

 -

 

 


 

 [나 잠깐 교무실 좀 들른다]

 

 

 친구에게서 온 문자를 확인하며 가방을 멨다. 드디어 집 간다. 해방된 느낌에 절로 기분이 좋아졌다. 복도는 이미 가방 멘 학생들로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수많은 무리 틈에 끼어 간간이 아는 얼굴과 인사를 하기도 했다. 교무실 앞, 학교를 빠져나가는 아이들을 보며 친구를 기다렸다. 사람이 빠지는 건 순식간이었다. 저마다 친구 한 명씩은 데리고 빠르게 흩어졌다. 조금 전 왁자지껄했던 복도는 하나의 이명처럼 금세 사라졌다. 이제 정말 몇 명 남지 않았다. 슬슬 기다리는 게 지겨워질 즈음, 어디선가 내 이름이 들렸다.

 

 뭐야. 의문을 품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러나 주위에는 날 부를만한 인물이 없었다. 고작 열댓 명 남아 있는 복도에서, 마주 보는 사람 모두 초면이었다. 잘못 들었나 싶어 그냥 넘기려던 차였다. 다시 한 번 불린 이름은 내가 맞았다. 예측하건대 내가 아는 그 사람 맞을 거다.

 

 

 "여기서 뭐 하냐."

 "친구 기다려. 넌 애들 다 나가는데 뭐 해."

 "핸드폰 두고 갔어."

 "아, 그래."

 

 

 우리 반 쪽에서 천천히 모습을 드러낸 오세훈이었다. 당연히 먼저 간 줄 알았는데. 그를 한 번 힐끗 쳐다보곤 근처에 배치된 소파에 앉았다.

 

 

 "복도에서 공부한다길래 제일 일찍 갔으려나, 했더니."

 "일찍 나가긴 했어. 핸드폰 두고 온 게 생각나서 그렇지."

 

 

 자랑이다 호구야. 소파에 편하게 기대앉았다. 그 상태로 오세훈을 올려다보자 시선을 느끼고 날 내려다본다. 항상 생각하는 거지만 앉아서 애들 올려다보면 위압감이 엄청나다. 게다가 남자라 그런지 덩치도 장난 아니고. 저 정도면 키가 얼마쯤 되려나. 티 안 나게 스캔하며 대충 견적을 내봤다. 정작 본인은 그 자리에 못 박힌 듯 서서 핸드폰에 집중한 듯했지만.

 

 

 "오세훈, 너 키 몇이냐."

 "몰라."

 "180은 넘지?"

 "야, 그거 넘은 지가 언젠데. 아무튼 나 간다. 잘 가라."

 

 

 느린 걸음으로 등을 돌리는 오세훈에게 대충 손을 흔들어줬다. 여전히 핸드폰에서 눈을 떼지 못한 채 멀어지는 뒷모습을 바라봤다. 뭘 하는지 오세훈은 항상 핸드폰에 손에서 놓지 않았다. 저러니까 스마트폰 중독 뭐시기 하는 거 아니야. 계단 아래로 서서히 사라지는 그 순간에도 푹 숙인 고개는 들리지 않았다.

 

 그대로 눈을 감았다. 얘는 언제 나와.

 

 

 "야!!"

 

 

 멀리서부터 울리는 소리였다. 감았던 눈을 뜨고 소리 나는 방향으로 향했다. 이제는 거의 눈만 보이는 오세훈이, 정확히 나를 주시했다.

 

 

 "까먹고 말 안 했는데, 우리 그거 8교시 됐대."

 

 

 집 가려다 말고 굳이 하는 말이 보충수업 결과였다. 그렇게 급한 일도 아니라 꼭 지금 말할 필요도 없는 거다. 내일 전해도 될 말을…. 순간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떠오르지 않았다. 그러니까, 애초에 그런 수고를 안 해도 되었다는 말이다.

 

 

 "아, 알았어!! 고마워."

 

 

 솔직히 생긴 건 쌩양아치처럼 생겨선 하는 짓이 은근 순수하다.


 

 

 

 

-

 

 

 

 

 

 평소보다 조금 이른 등교였다. 교실엔 대략 서너 명 정도가 반을 지키고 있었다. 다들 아직 친한 친구는 오지 않았는지 서먹서먹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그마저도 어색한 공기를 이기지 못하고 교실 밖으로 나가버렸다. 반 친구에게 언제 오냐 물어볼까 했지만 그냥 관뒀다. 때가 되면 오겠지. 그저 막연한 기다림뿐이었다. 홀로 남은 교실이, 못내 지루했다.

 

 고등학생은 뭔가 다를 줄 알았더니, 그것도 아니었다.

 

 그대로 책상에 엎드렸다. 잠깐 잘까. 오늘따라 알람이 울리기도 전에 눈이 떠져서 조금 피곤했다.

 

 

 

 

 

 

 

 "저기…!!"

 

 

 낯선 음성에 감았던 눈을 떴다. 엎어져 있던 몸을 일으켜 소리 나는 쪽으로 눈을 돌렸다. 뒷문에 처음 보는 얼굴이 서 있었다. 이 교실에 남아 있는 건 나 하나뿐이니 아마 날 부른 게 맞을 것이다. 누구지. 확실히 우리 반은 아니다. 같은 반이었다면 구태여 문밖에서 누군가를 부를 일은 하지 않을 테니.

 

 누구세요. 낯선 이를 경계하는 목소리에 그녀는 잠시 망설이는 듯했다. 꽤 예쁘장한 얼굴에 맹한 표정을 짓던 여학생이었다. 순해 보이는 얼굴이 살짝 당황으로 물들었다. 계면쩍은 기색의 여학생이 뒷머리를 긁적였다.

 

 

 "자는데 깨워서 미안…. 너밖에 없어서."

 "…."

 "혹시 오세훈 자리가 어딘지 알아? 돌려줄게 있는데…."

 

 

 그제야 여자애가 쥐고 있는 필통이 눈에 들어왔다. 오세훈 필통이 저거였나. 기억은 잘 안 나지만 여학생이 들고 다니기엔 다소 안 어울리는 면이 있었다. 손가락으로 앞자리를 가리키며 '여기.' 라고 일러주자 표정이 조금 밝아졌다. 종종 걸음으로 다가와 오세훈 책상 위로 필통을 척 올려놓았다.

 

 고마워. 해사한 웃음과 함께 보조개가 푹 파였다. 예쁘긴… 좀 예쁘다. 하마터면 넋 놓고 바라볼 뻔했다. 너무 대놓고 관찰했나. 나를 빤히 보는 눈빛에 민망해졌다. 다시 엎드리려 폼을 잡자 그 여자애도 가려는 듯 몸을 틀었다. 완전히 엎드리기 전, 나를 지나치는 여학생 목에 걸린 학생증을 보려 했으나 하필 뒤집어져 보지 못했다. 이름이나 알아둘까 했는데 그냥 접어야겠다.

 

 

 "어, 자는 거야? 의도한 건 아닌데 방금 미안했어. 잘 자…!!"

 

 

 등을 살짝 두드리는 손길이 느껴졌다. 말투만큼이나 조심스러운 손길이었다. 마치 엄마가 아기를 재우듯.

 

 발소리가 서서히 멀어졌다. 뒷문을 여닫는 소리를 마지막으로 교실엔 다시 한 번 정적이 찾아왔다.

 

 

 

 

 

 

 

 "야, 담임 왔어. 빨리 일어나."

 

 

 어깨를 흔드는 손길에 놀라 발작하듯 깨어났다. 나를 깨운 사람은 오세훈이었다. 정신 차리라고. 아직 정신이 멍해 초점이 흐려지자 오세훈이 눈앞에 대고 손을 튕겼다.

 

 어느새 교실은 반 아이들로 가독 찼다. 잠들기 전과는 상반되는 풍경이었다. 아침조회가 한참인 이 시각에, 처음 교실에 들어왔을 때랑은 많은 시간이 흘렀다. 이렇게까지 정신 놓고 잘 줄이야. 퀭한 눈을 비비는데 어깨너머 오세훈 책상 위에 고이 올려진 필통이 눈에 들어왔다. 그러고 보니 그 여자애, 필통 돌려주러 왔다 그랬지.

 

 

 "야."

 "어, 뭐."

 "여친 있냐."

 "개소리."

 

 

 여친 있냐고 물어보는 게 왜 개소리인지는 모르겠다만 한가지 확실한 건 오세훈은 여자친구가 없다는 것이다. 그러면 아까 걔는 누구지. 이제 전학 온 애가 벌써부터 연애할 리는 없을 테고. 그렇게 깊은 사이도 아닌 여자애가 다른 반 남자애 필통을 갖고 있었다? 뭔가 말이 안되는 것 같기도 하다. 최소 썸인가. 정신이 또렷해지자 궁금증도 좀더 선명해졌다. 갖은 경우의 수를 추리하고 있을 때였다. 앞에선 아침조회가 한창인데 오세훈이 꾸물꾸물 옷을 갈아입길래 뭐 하냐는 눈빛을 보내자 그런 내 시선을 읽었는지 먼저 대답했다.

 

 

 "1교시 체육이래. 시간표 바뀌었어."

 

 

 그제야 반 아이들 몇 명이 체육복으로 갈아입는 게 보였다. 그 선생님이라면 1분만 늦어도 점수 깎을지도 몰랐다. 첫인상부터 깐깐했던 체육 선생님을 떠올리고 서둘러 체육복을 꺼냈다. 오세훈은 허둥지둥하는 나를 여유롭게 바라봤다.

 

 물론 아까의 궁금증은 머릿속에서 잊혀진 지 오래였다. 어차피 그렇게 관심 있던 것도 아니었다.

 

 

 

 

 

 

 

 체육관으로 모이자 수행평자 연습 겸으로 피구를 한댔다. 구기종목에 영 소질이 없는 나에겐 그닥 달가운 소식은 아니다. 그러나 첫날 오리엔테이션 때부터 쭉 계획 잡은 피구였기에 내뺄 수도 없었다. 선생님의 지시하에 남녀 홀짝으로 나누고 경기는 시작됐다. 나도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참여할 수밖에 없다.

 

 

 "나 운동 잘한다."

 "…나한테 한 소리야?"

 "그럼 주위에 너 말고 누가 있는데."

 "안 궁금해."

 "그니까 너 맞출 거라고. 긴장 타라."

 

 

 ㅋ? 개새끼.

 오세훈은 지 잘났다 발언과 함께 선전포고를 하고 반대편으로 넘어갔다. 아마 나와 다른 팀인 것 같았다.

 

 선공격권을 정하고 첫 주자의 공격으로 대형이 흐트러졌다. 어차피 초반에는 잘 던지는 사람 위주로 돌아가기 때문에 그 자리에 어정쩡하게 서 있어도 나한테까진 공이 오지 않았다. 그 상태로 몇 번 공이 왔다 갔다 하는 것을 멍하니 봤다. 그러다 상대팀으로 공이 넘어가자 인구가 뒤쪽으로 몰렸다. 대충 아이들 사이에 섞여 공을 피하려고 뒤로 슬쩍 빠지려는 순간, 공을 잡고 있는 오세훈이랑 눈이 마주쳤다.

 

 

 "어…."

 

 

 그리고 냅다 돌진. 살짝 당황해서 버벅대다 몸을 틀어 겨우 피했다. 와 씨, 기습당했어. 다행히 공은 맞지 않았지만 아직 공격권은 상대팀이 쥐고 있는 상태라 긴장감을 늦추지 않고 밀집된 아이들 사이에 숨어 오세훈을 씹었다. 눈으로 공을 좇는 옆모습을 노려봤으나, 모르는 척하는 건지 내 쪽으로 눈길 한 번 주지 않았다. 얼핏 마주친 시선에 오세훈이 얄밉게 웃어 보였다.

 

 

 결국 우리 팀은 졌다. 첫 번째 경기가 끝나고 한 판 더 했지만 결과는 같았다. 오세훈은 조금 잘 한다 싶은 애들을 아웃시키고 나면 항상 나를 표적으로 삼았다. 열심히 피하는 것도 한두 번이지, 빠른 속도로 돌진하는 공을 여러 번 피하기는 무리였다. 체육 수업이 끝나고 교실로 향하던 중, 얼마 떨어지지 않은 거리에 오세훈의 뒤통수가 보였다. 얼른 뛰어가 옆에 딱 붙어서자 나를 한번 힐긋 내려다본다.

 

 

 "야, 너 피구 잘 하더라."

 "내가 잘나서 그래."

 "이래서 오세훈 같은 애 띄워주면 안 돼. 겸손이란 게 없잖아?"

 "진짠데. 나 중딩 때 체육부장이었어."

 

 

 잘났다. 자랑 섞어 저를 과시하는 꼬라지가 밉살스러워 눈을 흘겼다.

 

 

 "그건 그렇고. 야, 니 일부러 잘 하는 애들 아웃시키고 나 맞춘 거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제 알았냐."

 

 

 그럴 줄 알았다. 반쯤 해탈한 내 모습이 즐거운지 낄낄대며 놀리는 오세훈에, 한 대 때릴 것처럼 손을 들어 올리자 잽싸게 몸을 피해 도망친다. 키만 컸지 여자애들 놀리고 튀는 게 영락없는 초등학생 장난이었다. 끝까지 쫓는 걸 포기하자 더 이상 내가 쫓아오지 않다는 것을 알고 뒤돌아 본다. 마치 내가 오길 기다리는 듯 가만히 멈춰 서 있어 걸음을 빨리해 보폭을 맞췄다.

 

 

 "아, 알았어. 안 때려."

 "손버릇 하고는…. 그러면 남자들이 싫어해."

 "너한테 잘 보일 생각은 추호도 없으니까 걱정 마세요."

 "나라고 말 안 했는데."

 "오세훈!!"

 

 

 오세훈을 부름에 대화가 자연스럽게 끊겼다. 목소리의 주인공으로 추정되는 한 사람이 저만치 멀리서 다가왔다.

 여학생이었다. 오세훈의 필통을 돌려주러 왔다는. 그러니까, 오늘 아침에 봤던.

 

 

 "필통은 받았어?"

 "필통? 내 책상 위에 그거?"

 "응. 너 어제 야자 끝나고 두고 간 거."

 "그랬었나."

 

 

 야자. 필통. 두 사람과 어떤 관련이 있을까. 둘 사이에 어색함이라는 것이 없었다.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대화가 두 사람의 친밀도를 가늠할 수 있게 만들었다. 오세훈 이 새끼, 전학 온 지 얼마 됐다고 벌써부터 여자야. 그것도 엄청 예쁜. 새삼 여자아이의 미모에 감탄하면서도 의문이 생겼다. 둘이 언제 친해졌대.

 

 

 "음… 둘이 친구?"

 "뭐, 나름."

 "너한테 안 물어봤어. 어, 안녕! 우리 아까 봤지?"

 

 

 그 아이가 먼저 날 알아보고 인사했다. 입가에 밝은 미소를 띤 채 양손을 흔드는 그녀를 무시할 수는 없어 어색한 인사를 나눴다. 이름이 뭐야? 그녀의 물음에 이름 석 자를 알려주었다.

 

 

 "이름 예쁘네."

 "아하하… 고마워."

 "얼굴도 예뻐."

 "……어?"

 "아, 귀엽다. 당황하는 거 봐."

 

 

 익살스러운 농담에 절로 멍해졌다. 굉장히 적극적인 아이였다. 진심인지 아닌지 모르겠으나 첫 만남부터 범상치 않다. 눈에 띄게 당황하는 내 반응을 즐기는 듯했다. 나쁜 의도로 한 건 아니었을 테지만.

 

 

 "야, 좀 있으면 종 쳐. 이동수업이면 빨리 가."

 "아, 그러네. 알았다. 야자 때 봐, 오세훈."

 "잘 가…!!"

 "오세훈 친구 안녕-- 내 이름은 해여름이야. 다음에 또 봐!!"

 

 

 오세훈의 말에 아차 하는 표정으로 그녀가 다급하게 자리를 떴다. 뛰어가랴, 인사하랴, 말하랴,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랄 것 같다. 그녀의 모습이 완전히 사라지고 천천히 오세훈을 향해 돌았다. 불안한 얼굴의 오세훈이 나와 마주했다.

 

 

 "오세훈~? 여자친구?"

 "뭐래, 없다고."

 "와, 인간적으로 쟤가 더 아깝지 않니?"

 "까분다."

 

 

 뛰어가며 손을 흔들었던 여학생의 목에 걸린 학생증을 봤다. 해여름. 얼굴만큼이나 예쁜 이름이었다. 

 

 

 

 

 

 

 

-----

 

 하하하하하 거의 다 썻는데 한 번 날렸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돌아버리는 줄

 지금 한 번 쭉 읽어 보니까 저 여자애 이름 되게 인소 여주 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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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허류ㅠㅜㅜㅜㅜㅜㅜ재밌어요ㅠㅠㅠㅠㅠㅠ대박!!!!포인트조완전혜자고ㅠㅠㅜㅜ짱짱!!!♥
8년 전
식인식물
엇... 감사합니다 독자님도 짱짱!!!♥
8년 전
비회원126.245
안돼안돼안돼ㅜㅠㅠㅠㅠㅠ여친이라뇨ㅜㅠㅜㅜㅜㅜㅜㅜ식인신물님 글 보니까 예전 학창시절 첫사랑 생각나고 그르네요..☆ 비회원이지만 암호닉 받으시나요???
8년 전
식인식물
제가 회원 비회원 가릴 처지가 되겠습니까... 던져만 주시면 감사히 받을게요
8년 전
비회원도 댓글을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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