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혼백도
띠리릭- 열렸습니다.
음- 보글보글 찌개소리. 밥이 다 된건지 압력밥솥의 취사하는 소리.
그리 길지않은 복도를 따라 오른쪽 모퉁이를 돌면 보이는 부엌, 그리고 사랑스러운 우리 아내. 도경수.
으으- 벌써 세달째지만 아직 믿기지가 않는다.
저렇게 예쁜게 내꺼라니!
그대로 들고가서 침대로 골인- 하고 싶지만, 지금은 너무 배가 고프기도 하고,
그리고 요리하는 뒷태가 여간 섹시한게 아니라서 말이지.
나중에 누드 에이프런 한번만 해달라고 빌어봐야겠다.
이렇게 변태같은 생각을 하는 사이, 경수가 반찬을 꺼내려는지 몸을 튼다.
"어 백현아, 왔어?"
"응! 진작 왔는데에, 언제 우리 경수가 나 봐주나 기다리고 있었지."
"그럼 얼른 목욕하구와, 방금 물 받아놨는데"
"그전에 뽀뽀 한번만 하면 안될까?"
"....을른드르그"
네에.. 불쌍한 척을 하며 자켓을 벗고 넥타이를 푸르려 하는데
"으휴, 여보야 잠깐만"
"왜애.."
쪽-
갑자기 내쪽으로 콩콩 걸어오더니 덜 풀어진 내 넥타이를 당겨 입을 맞춘다.
요 예쁜걸 어쩌면 좋지.
"됐지? 밥 식기전에 얼른 씻고와"
"흐흐, 예뻐 죽겠어 우리 여보"
실없이 웃는 나를 잠깐 노려보더니 어쩔수 없다는 듯 사랑스러운 하트 웃음을 보여준다.
그대로 다시 요리하러 가는 경수의 팔을 잡아채 내 품에 안는다.
"경수야, 나랑 결혼해줘서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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띠리릭- 열렸습니다.
더이상 보글보글 찌개소리도, 치익 하는 전기밥솥의 소리도 없다.
적막한 복도를 걸어가 그대로 보이는 닫힌 우리 안방.
몇달 전까지만해도 그곳은 우리의 매우.... 열정적인 공간이였는데..
문을 열고 들어가니 쌔액-쌔액 숨소리가 들리고 이불을 푹 덮어 쓴 예쁜 우리 여보가 있다.
침대가 흔들리지 않게 조심히 옆에 앉아서 우리 여보를 내려다본다.
그래, 전처럼 저녁밥좀 안해주면 어때.
이렇게 예쁜게 여전히 내껀데.
더운지 뒤척거리는 경수의 앞머리를 정리해주고 이불도 조금 내려줬다.
볼록- 튀어나온 우리 경수 배. 가만히 쓰다듬어 본다.
여기에, 우리 사랑의 결정체가 있다는 거지? 흐흐.
그러니까, 우리는 몇달 전까지만 해도 깨를 볶다 못해 뚝뚝 떨어지는 신혼부부였다.
틈만나면 뽀뽀하고, 눈만 마주치면 키스에, 저녁밥을 먹다 눈이맞아 침대로 달려가는 그런 사이였는데!!
"여보야.. 나 임신해써.."
그 말을 듣고 얼마나 기뻤는지 모른다.
세상을 다 가진 기분, 아니 그건 우리 경수랑 결혼했을때 느껴봤으니까아..
뭐, 우주를 다 가진 기분쯤이라고 해두자.
어쨌든 그 말을 듣고 경수 주위를 방방 뛰면서 뽀뽀하고, 안아주고, 끝내 조금은 울었던것 같기도 하고.
그정도로 감동적이고, 좋은 일이였다.
그런데.. 그후로 우리 경수가 이상해졌다.
둘다 잠이 없는 편이라 저녁을 먹고, 거실 소파에서 영화나 드라마를 보다 잠들고는 했는데
임신후로 우리 경수가 영화를 보다 내 다리를 베고 쿨쿨- 자고있다던지, 먼저 들어가겠다고 해서 요즘 많이 피곤한가보다 했다.
점점 그 시간이 일러지더니, 결국엔 요즘에는 내가 오기전에도 먼저 자고있는거다.
나 출근하고 나서, 쭉 자는것 같은 우리 여보는 요즘은 아침도 거르고 자려고 한다.
하루종일 밥도 잘 안챙겨먹으면 경수한테도, 우리 모해한테도 안좋을 것 같아서 아침밥은 꼭꼭 챙겨줬다.
그날도 내가 차린 아침을 먹는둥, 마는둥 고개를 꾸벅대는 경수한테
"경수야.. 요즘 왜케 잠을 많이 자는거야아.."
라고 말해버렸다.
"그치... 나 요즘 너무 졸려어..."
"힝..나 퇴근하고 오면 여보야 보는 낙으로 회식도 다 무시하구 칼퇴근 하는건데에.. 여보는 잠자는것만 보여주구.."
이제야 잠이 좀 깬건지 동그란 눈으로 날 바라보는 우리 경수 모찌 볼을 가운데로 모아다가 둥근 이마에 내 머리를 갖다댄다.
"오늘은 자지마아.. 나랑 놀아줘야돼"
"하이구.. 알았어 얼른 출근 하세요 아저씨"
"아저씨는 무슨 아저씨야! 여보.. 아니 아니다. 오빠라고 해주면 안돼?"
"응 안돼."
"아아아, 예쁜아...한번만 해줘어.."
"싫다니까아!"
"아 그럼 나 출근 안해. 우리 모해 분유값 없어 없어!"
"이게진짜.. 얼른 가야지이.. 오빠 좋아하는 닭볶음탕 해놓을께"
"어? 방금? 방금 한거 맞지? 오빠라고 한거 맞지?"
"아니니까 얼른 갔다와라..3..2.."
쪽-!
"여보야 사랑해! 돈벌어 올께!"
철컥- 삐릭, 닫혔습니다.
아, 이게 신혼이지.
결혼 하고나면 사랑이 점점 식는다는데, 어쩜 우리 경수를 향한 내 마음은 매일매일 더 타오르는것 같다.
그건 전적으로 우리 경수 덕분이다. 저렇게 사랑스럽고, 귀엽고, 예쁘고, 게다가 밤엔 섹시하기까지 하니까.
.
룰루랄라- 닭볶음탕 닭볶음탕~~!!
콧노래를 부르며 오늘은 주차도 한번에 퍼펙트! 엘리베이터도 기다렸다는 듯이 일층!!
기분좋게 퇴근을 하며 번호키를 누른다.
띠릭- 열렸습니다
"여보야~ 자기야~ 예쁜아~ 남편 와써어!!!!"
...
헐.
또다 또.
또 자버렸다.. 우리 경수... 예쁜 경수.. 미워...
흐엉... 왜 자꾸 자 경수야 ㅠㅠ 나랑 놀아줘 ㅠㅠ
안돼겠다, 왜이렇게 자는건지 고민상담좀 해야겠어.
'임신한 아내가 잠만 잡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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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짤 보고 이건 백도잖아...! 빼박 백도..!
라고 생각하고 한번 글 써보고 싶다 했는데 짧지만 써봤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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