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겹게 눈을 뜨곤 달력을 바라봤다. 힘이 하나도 없는 팔을 억지로 들어 검지손가락을 앞을 향해 가리켰다. 하나씩 하나씩… 천천히 날짜를 짚어가다 생각하기도 싫은 그 날에 손의 움직임이 멈췄다. 눈물이 고였다. 금세 뿌옇게 흐려진 눈가를 거칠게 벅벅 닦아냈다. 그냥 이대로 시간이 멈춰버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다시는 그 때처럼 끔찍한 일을 겪고 싶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햇빛을 본 게 언제였던지 기억조차 나지 않는다. 며칠 동안 단 한 번도 열리지 않고 굳게 닫혀 있던 방문으로 시선을 옮겼다. 침대에서 내려와 문고리를 잡으려고 했다. 그러고 싶었다. 그러려고 했다. 하지만 두 다리가 도무지 말을 듣지 않았다. 그저 막무가내로 상체만을 뒤틀다 결국 큰 소리와 함께 떨어져버렸다. 한참을 그 자리에 주저앉아 있었을까 결국 정신을 잃을 만큼 울부짖었다.
닫혀있던 방문이 벌컥 열리고 내 우스운 꼴을 보던 그가 놀란 눈을 한 채 급히 가까이와 상태를 살폈다. 그럼에도 개의치 않았다. 답답하게 막히는 제 가슴을 난도질하듯 때려가며 입술을 꾹 깨물었다. 그러자 그가 어쩌면 단호하게 내 손목을 잡아챘다. 밥도, 심지어 물 조차도 입에 대지 않아 앙상하게 마른 내 손목은 위태로웠다. 낯선 압박 때문인지 점차 느껴지는 고통에 인상을 찌푸렸고 또다시 눈에서 한 줄기가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 그가 급하게 쥐고 있던 내 손목을 놓아주곤 조심스럽게 나를 안았다. 그만 꺼지라고 외치고 싶었다. 내 털끝 하나라도 건드리지 말라고 외치고 싶었다. 그의 넓은 가슴팍을 밀쳐내고 싶었다. 그렇지만 아무런 반응도 하지 않았다. 가만히 있었다. 헝클어진 머리카락 사이, 내 볼 위에 물방울이 떨어졌다. 그의 눈물이라는 건 알고 있었다. 나를 품속에 가두자마자 참고 있지만 입에서 살짝 새어나오는 흐느낌이 들렸으니까.
사실 그에게 나를 버리고 가지 말라고 외치고 싶었다. 그에게 나를 보듬어 줬으면 좋겠다고 외치고 싶었다. 나는, 그의 넓은 가슴에 오랫동안 안겨있고 싶었다. 손을 덜덜 떨며 그의 눈물을 닦아주었다. 나와 눈이 마주친 남자는 자신의 볼에 얹혀있는 내 손을 겹쳐 잡았다. 정적만이 흐르다 차마 떼지 못하는 그의 입술이 살며시 열렸을 땐, 쩍쩍 갈라진 목소리였지만 어딘가 살벌했다.
“오빠가 미안해.”
“…”
“못 지켜줘서 미안해.”
“…”
“혼자 아프게 둬서 미안해.”
“…오…ㅃ,빠. ㅇ,울…지마.”
“김탄소. 우리 탄소 이렇게 만든 사람…”
“…”
“오빠가 꼭 다 잡아서 죽여버릴거야.”
*
워우 똥글 .. 심심해서 끄적대다가 조각글 써봤는데 연재를 할까요 말까요 ?
짧고 노잼인데,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