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에게
w. 주황
정대현
미적지근하게 식은 차를 한손으로 감싸 들었다. 너무 힘들어. 이맛도 저맛도아닌 밍밍한 차를 훌쩍들이마시는데 물먹은 것마냥 축처진 목소리가 들려왔다. 맛없는 차를 억지로 뻑뻑한 목구멍으로 집어삼켰다. 방금 차가운물로 감은 머리카락이 바닥으로 물을 뚝뚝 흘려대는데도 고개를 빳빳하게 올릴수가없었다. 새빨간 귀, 떨리는 손, 무엇보다 보잘것 없는 나에게 무언가를 기대하는 눈망울. 나는 비스듬히 고개를 들었다. 역시나. 구역질이 나올만큼 씁쓰름한 맛을 혀로 축이며 차가 담겼었던 빈곽을 꽉찬 검은 비닐봉지에 쑤셔넣었다. 이건 다신 먹지않으리라. 상자가 빌때마다 그렇게 다짐하는 나지만 뫼비우스의 띠마냥 항상 이 맛없는 차를 다시 고르곤했다. 그 수백가지도 넘는 종류들중에서, 가장 구석에 박혀있는것을 굳이 힘겹게 꺼내오는 내모습에 주위사람들은 모두 혀를 차댔다. 이유가 뭐냐고, 맛도없는데, 영양가도 없다던데. 조잡한 무늬도 없고, 유명한 브랜드들이 줄줄이 써대는 품질인증 표시하나없는 곽을 들며 묻는 사람들에게 대답할말은 한정되어있었다. 그냥.
이내 울먹이는 소리가 들리더니 식탁으로 고개가 기울어진다. 나는 형이 좋아. 비닐봉지를 힘주어 묶던 손에 힘이풀렸다. 그냥 좋단말이야. 흐느끼는 소리. 눈을 감았다.
너도, 그런걸까?
가치도 없고 네눈에 흐르는 눈물을 닦아줄수도 없는 나를 찾는이유.
문종업
오늘도 힘겨운 무대를 마치고 내려오자마자 온몸에 힘이 풀리더니 스르륵 눈이감겼다. 아무리 체력이 좋을 나이라도 연속공연을 이틀내내 뛰는것은 나에게 너무나도 벅찬일이었던건지, 신발끈을 푸는 손이 바들바들 떨려왔다. 겨우겨우 무거운 신발을 벗어내고 소파에 벌러덩 누워버리니 같은 무대를 섰던 형이 옷을 벗어 땀을 식히다말고 풉 웃었다. 그렇게 힘들었어? 당연하죠. 어디서 가져온건지 큰부채를 내게 펄럭이는 형을 향해 장난스럽게 하트를 만들어 보냈다. 징그럽다며 하트를 손으로 쳐낸 형은 나보다 훨씬 땀이 묻어있고 상처도 많았는데도 청량하게 하하 웃어보였다. 기분좋아보인다. 아마도, 리더인 형으로써는 우리 댄스팀이 조금이나마 인지도가 올라갔기 때문이려나. 대충 어림짐작을 해보며 시원한 부채질을 맞다가, 덤블링을 하자 저에게 열광하던 팬들이 생각나 괜스레 머리를 긁적이며 히히 웃었다.
종업아
네?
이거 팬이 전해달라더라
솔솔불어오는 바람, 숟가락도 들지못할만큼 너줄대는 몸. 이것들은 눈꺼풀이 무거워지기엔 최적의 조건이었다. 점점 시야가 흐려지면서 몸에 힘을푸는데, 문을 쾅 열고 들어온 형이 왠 꽃향기를 풍기며 비몽사몽한 나에게 남자가 갖고있기엔 남사스러운 꽃다발을 안겼다. 근데 그거 남팬이 준거다? 니 남팬도 있냐, 나 완전 짱 신기했음. 평소에도 말많은 형은 지치지도 않는지 잠결이라 상황타악도 제대로 하지못한 나에게 말을 쏘아댔다. 나름 감동을 먹으며 안개꽃과 빠알간 장미꽃이 어우러진 꽃다발을 이리저리 둘러보는데, 하얀엽서, 편진가? 나는 그 하얀 꼬리표에 달린 하얀 엽서를 손가락으로 뒤집었다.
그리고 나는 그 꽃다발을 버렸다. 반실성이 된 상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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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준홍X정대현X유영재
김힘찬X문종업X방용국
..으로 이루어집니다. 사실 용국영재를 넣을까하다가.. 너무 생소해서 잘표현할수없을것 같아서 안넣었어요 ;ㅅ;
비록 똥손이지만 잘부탁드립니다^ㅅ^ 아마 15~20편이 될것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