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2 기억의 조각
떠오른 기억에 멍청하게 서 있다 어느새 가까워진 김종인을 보고 피하려던 내 손목을 김종인이 잡아온다.
“예상했던 반응이긴 한데 그래도 너무한다.”
그 말을 하는 그는 전혀 속상해 보이거나 서운해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개구지게 웃어보였다.
“기억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제 말했던 것처럼 나 너한테 관심 많아, 경수야.”
“......”
“그리고 너도 생각보다 나한테 관심 많아, 경수야.”
아무 대답도 할 수가 없었다. 진득하게 맞춰오는 그의 눈 때문에, 그리고 그가 불러준 내 이름이 너무 낯설면서도 달콤하게 들려서. 말이 나오지 않았다.
“그러니까 내 말은 우리 뭐든 해보자.”
벙어리처럼 아무 말도 못하고 있는 나를 보며 푸스스 웃은 그는 나를 가까이 끌어 당겼다. 내 뺨을 조심스레 쓸어내린 그는 내 입술을 진득하게 물어왔다. 질척한 소리를 내며 맞물린 입술에 머리가 텅 비는 것 같았다. 촉 하는 소리를 내며 떨어진 입술에 그제서야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받아들여졌다. 어제에 이어 오늘 또 다시 김종인이 내게 키스 했다.
그리고 나는 그 키스가 나쁘지 않았다. 아니, 좋았다. 그와의 키스가.
내가 드디어 미친 게 틀림없다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