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여자친굽니다 ⊙♡⊙
는 망상망상^q^
미리보기 방지 여백 'ㅅ'
그 이후 생각과는 다르게 변백현은 평소처럼 날 모른 체 했다. 뭔가 기분이 찝찝했지만 그냥 그렇게 지냈다. 오늘이수요일이었나, 다음시간 체육이네. 아 나 체육부장이었지. 귀찮아. 무기력한 몸을 이끌고 터덜터덜 체육 선생님이 계시는 학년 교무실로 들어갔더니 시원한 에어컨 바람이 불었다. 우리한텐 틀어주지도 않았으면서. 툴툴대며 선생님께 체육 창고 열쇠를 받아 다시 교실에 가니 이미 애들은 운동장에 나가고 없었다.
" 너 왜 여깄냐. "
뜻 밖의 목소리에 화들짝 놀라 앞을 쳐다보니 문으로 변백현이 걸어 들어왔다. 나 체육부장이잖아. 오늘 체육 창고 가서 공 챙겨가래. 사물함에서 체육복을 꺼내자 변백현이 고개를 끄덕이며 제 자리에 앉았다. 푹 엎드리는 변백현을 쳐다보다 이내 다가가 어깨를 툭툭 치니 고개만 빼꼼 들어 날 바라봤다.
" 안 나가? "
" 체육복 없어. "
" 나가긴 해야지. "
귀찮아. 변백현이 다시 고개를 묻자 무슨 깡인지 변백현을 일으키고 손에 상의 체육복을 쥐어줬다. 그거라도 입고 나랑 같이 가. 변백현의 팔뚝을 놓고 주섬주섬 체육복 바지를 갈아입고보니 변백현이 날 멍한 표정으로 쳐다보고 있었다. 야 뭐해. 낮게 변백현을 부르자 아, 하고 작은 탁식을 내 뱉으며 교복을 벗는다. 왠지 모르게 머쓱한 기분이 들어 괜히 헛기침을 하고 뒤를 돌았다.
체육 선생님께는 옷이 이게 뭐냐며 사이좋게 같이 혼났다. 운동장 세 바퀴를 뛰면서 변백현은 한 마디도 말이 없었다. 그냥 체육복 빌려주지 말 껄, 존나 힘들어. 체육시간이 끝나고 땀이 뻘뻘 흐르자 손으로 부채질을 해가면서 교실에 들어왔다. 책상에 널브러져 숨을 고르고 있는데 불쑥 제 앞에 허연 손이 나타났다. 그 손에는 포카리 스웨트가 얌전히 마셔달라는 듯이 들려져 있었다. 고개를 찬찬히 들어 위를 쳐다보자 변백현이 고개를 옆으로 돌리고 뒷 머리를 긁적였다.
" 마셔. "
" 어? "
" 마시라고 귀 썩었냐. "
피식 웃으며 변백현을 쳐다봤는데 눈이 딱 마주쳤다. 뭘 봐 시발. 변백현이 코를 찡긋거리며 날 위협했다. 얘 이렇게 귀여웠나. 새어나오는 웃음을 참고 캔을 땄다. 치익 탁, 시원한 소리가 들리고 꿀꺽꿀꺽 두 번에 나눠서 캔을 비워냈다. 변백현의 손에도 같은 캔이 들려져 있었다.
" 너도 마셔. "
" 이거 못 따."
" 캔을? "
" 그래 인마. 손톱 짧아서 원래 못 따. "
변백현의 손을 지긋이 쳐다보자 정갈하게 깎인 손톱이 꼭 변백현의 작고 오밀조밀한 얼굴 같았다. 나보고 따 달라는 거구나. 가볍게 손을 뻗어 변백현이 들고 있던 캔을 낚아챘다. 손가락으로 눌러 따니 아까 내가 마신 캔과 같은 소리가 기분좋게 울렸다. 변백현에게 넘겨주자 꼴깍거리며 잘도 마신다. 앞에 보이는 변백현의 하얀 목덜미에 눈을 도록도록 굴리다 결국 내리깔았다. 제 자리를 찾아앉는 변백현에 야. 하고 부르자 고개를 돌린다.
' 음료수 고마워. '
내가 입모양으로 말하자 변백현이 한참 입술을 달싹이며 머뭇거리다 이내 나에게 다시 눈을 맞춰왔다.
' 나도 체육복 고마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