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안으로 밝은 햇살이 들어왔다. 바람도 들어왔다. 커튼이 살랑거리고 앞머리도 살랑살랑 흔들렸다. 창밖을 바라보는 백현의 앞머리가. 손을 들어 정리하려다 관두고 뒤를 보았다. 정확히는 찬열이 턱을 괴고 눈을 감고 앉아있는 저 뒷자리를 보았다.
학교는 이미 끝난지 오래였다. 시험이 끝난날이라 학교에 학생이라곤 찬열과 백현이 다 였다. 뉘엿뉘엿 해가 지는 지금까지도 찬열과 백현은 교실에 있었다. 백현은 손으로 창틀을 짚고 서있었고 찬열은 일분단 제일 뒷자리에 앉아있었다.
백현이 손을 다시 들어 앞머리를 꾹 눌렀다. 신경질적인 행동이었기에 제대로 만져지지 않았다. 찬열이 눈을 살짝 뜨고 그런 백현을 쳐다봤다. 아 눈부셔. 백현의 앞머리를 정리해주고 싶었다.
찬열이 백현을 손짓으로 불렀다. 하지만 백현은 가지 않았다.
내 맘은 좆도 모르는 새끼. 사랑하는 새끼. 존나 잘생겼어. 속으로 이렇게 삭여왔던 말을 종이에 적으면 책한권은 나오리라고 백현은 생각했다.
"변백현~"
눈을 감고 턱을 괸 그대로 찬열이 말했다.
"빨리 일로와."
"싫어. 니가 와."
찬열이 에휴, 한숨을 쉬고 드르륵 의자가 바닥에 긁히는 소리와 함께 일어났다. 백현에게 다가갔다. 백현이 그걸 보고 창문쪽으로 등을 돌렸다. 슬금슬금 뒷걸음을 걸었다. 그래봤자 창가라 얼마가지도 못했지만.
찬열이 백현의 코앞까지 와 백현의 앞머리에 손을 얹었다. 백현이 숨을 멈췄다. 씨발 심장터지겠네. 이제 해가 산의 중턱에 걸렸다. 노을이졌다. 두사람의 얼굴이 새빨개졌다.
"변백현."
"왜 도비새끼야."
"...눈 부시다."
"그럼, 그럼 커텐을 치면 되잖아."
백현이 허둥대며 손을 뒤로 뻗어 커텐을 잡았다. 그 바람에 찬열의 손이 백현의 머리에서 떨어졌다. 머리가 더 엉망이 됐다. 이마가 들어날만큼 헝클어져있었다. 백현의 손에의해 촤르륵 커텐이 펴졌다. 하지만 바람때문에 두사람의 주위를 커텐이 감싸고 돌았다. 노랗게. 짧은 찰나였지만 찬열이 그사이에 씩 웃었다. 백현을 보면서. 사르륵 소리를 내며 커텐이 제자리로 돌아왔다. 찬열이 백현의 드러난 이마에 쪽 뽀뽀를 했다. 한순간이었다.
"야!"
"너 나 좋아하지."
백현이 입을 다물지 못하고 찬열을 쳐다봤다. 해가 거의 다 저버렸다. 그런데 이마는 햇살만큼이나 뜨거웠다. 얼굴도 몸도.
"나도."
"어?"
찬열이 백현에게 눈을 맞췄다. 교실엔 둘밖에 없었다. 해가 졌으니 곧 집에 갈것이다. 하지만 서로 각자의 집에 가진 않을것이다. 누구한명의 집에 가던 같이 갈것이다. 붙지말라고 욕을하면서도 허리를 끌어안고 갈지도 모른다. 백현이 슬쩍 웃어보일수도 있다. 어쩌면 자고올수도있고, 아닐수도 있다. 마냥 좋다고 재잘재잘 얘기하는 찬열과 틱틱대며 다 받아주는 백현. 따뜻하던 햇살. 도비새끼네 뭐네 하면서도 불던 바람. 햇살과 바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