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친 주의
w.모르
* * *
그 날은 일기예보가 딱 들어맞았다.
기록적인 폭우가 몇날며칠 계속 되었다.
단란한 한 가정집 안.
갓 고등학생 정도로 밖에 되지 않아 보이는 어린 남자아이가
수트를 차려입은 어떤 남자의 옷깃을 붙잡았다.
"형! 오늘도 빨리 와야돼. 알겠지?"
"응. 그러니까 현우도 학교 다녀와. 알겠지?"
남자는 희고 곧은 손으로 현우라 불린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웃었다.
"응…."
현우는 시무룩한 얼굴로 땅을 바라봤다.
현관문에 달려있던 작은 종이 작게 딸랑, 거리는 소리가 들릴때 까지 그렇게 있었다.
-
"수현씨, 이거 마무리 해줘. 알겠지?"
수현은 이래저래 바쁜 하루를 보내야했다.
기록적인 폭우가 계속됨에 따라 수현이 근무하는 기상청의 발등에도 불이 떨어졌다.
어떤 여직원이 넘기고간 산더미 같은 자료들을 보며 한숨을 쉰 수현은,
도저히 오늘 아침에 했던 현우와의 약속을 들어줄 수 없을것 같았다.
차라리 학교에서 친구들이랑 있으면 더 나을듯 싶어,
감기 몸살이나 열이 펄펄끓는 현우에게 학교를 다녀오라하며,
빨리 오겠다고 약속했는데 수현은 마음 한구석이 착잡해졌다.
특히 이런날.
비가 오고 흐리고, 하루종일 어두컴컴한 날은 현우가 싫어했다.
그래서 무슨 짓을 해서라도 정시퇴근이 일상이었는데,
오늘은 상사도 자기를 놔줄 마음이 없나 싶을정도로 일을 시켜댔다.
"수현씨. 그거 다하고 여기 와서 일 좀 도와줘요!"
일이 넘칠듯이 많은 날의 직장의 막내는 정말로 서러웠다.
-
아침부터 온 비는 그치지 않고 있다.
아니, 오히려 더욱 세찬 바람과 함께 거세졌다.
현우는 조퇴하려 했지만 이런 날씨라면 그냥 학교에 있는게 나을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보건실에서 계속 누워있었다.
하교 시간이 되자 아이들은 집으로 뛰어간다.
부모님이 데리러 오거나, 혹은 삼삼오오 모여 가거나.
현우는 자신의 약한 몸을 탓해야했다.
1년 내내 감기를 달고다니고, 이런 날씨엔 더 심해졌다.
자연스레 친구가 사라졌고, 희다 못해 허연 얼굴과 핏기 없는 입술은
친구들에게 어쩌면 공포의 대상이 되었다.
"형…."
빨리 온다고 했으면서. 현우는 멍하니 하늘을 바라봤다.
검은색? 아니, 짙은 남색?
현우는 가방을 챙겨 느릿느릿 걸었다.
밖으로 나갈 때가 되자 우산을 쳐다봤다.
나한테도 엄마, 아빠가 있었으면 이럴때 데리러 와주셨겠지?
이혼하고 각자 살림을 꾸린 부모님을 탓할 마음은 없었지만 지금은 왠지 모르게 서글퍼졌다.
세찬 비는 건물 안으로도 들이닥쳤다.
선생님말을 잊어버린건지 교실 창문이 열려 있는 반을 보며,
저 반 내일 선생님한테 꾸중 듣겠네. 하고 현우는 멍하니 생각했다.
그리고 무언가 결심한듯이 현우는 가방을 머리 위에 올리고 뛰어가기 시작했다.
-
"헉, 헉! 흐, 아아아, 헉"
현우는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르는 것을 삼키고 달렸다.
비에 홀딱 젖어 하복은 몸에 끈적하게 달라붙어 기분이 나빴다.
빨리 집에가서 씻어야지. 하고 생각했지만 마음대로 달려지지 않았다.
가는 길엔 사람 한 명 보이지 않는다.
이런 날씨에 나오는 것도 미쳤지만, 같은 반 아이들 또한 현우네 집 방향이 아니었다.
"으으."
가까스로 집에 도착한 현우는 가방을 현관에다 놓고 화장실로 향했다.
찝찝한 교복은 잘 벗겨지지 않았지만 어찌저찌 벗겨냈다.
얼굴이 빨갛게 변했고, 이마에는 열이 났다.
적당히 따뜻한 물에 샤워한 현우는 몸을 닦아낸뒤, 수건으로 몸을 가렸다.
아무도 보지 않았지만 알몸은 너무 부끄러웠다.
그리고 얼른 방으로 뛰어들어가 옷을 입었다.
현우는 거친 숨을 내쉬며 끙끙 앓았다.
작은 싱글 사이즈 침대에 누워 이불을 턱까지 끌어올렸다.
"흐윽, 아파…."
형, 형. 빨리와. 제발….
안녕하세요! 모르입니다! 이번엔 일상물로 찾아뵙게 됐습니다. 과연 현우의 운명은 어떻게 될지, 하핫. 다음편을 기대해주세요!더보기